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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부귀영화가 뜬구름일 뿐이라고 말하는데... |
나는
일정에 따라 임의로 잡아 본 문경대간 제3구간 답사를 계획하면서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부운령에 대해서 의문점이 있어서 나름대로 서책이나
참조될만한 것을 보았으나 워낙 아둔하여 신통한 해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石門이 石門안여 商山이 이고질다. 위
시조는 근품재(近品齋) 채헌(蔡? 1715∼1795)의 시조다.
<石門歌 二首>로 전해지는 시조로 석문정제영시고(石門亭題詠詩攷)의
8수중에 포함되어 있다. 석문정제영시(石門亭題詠詩)는 근품재 선생이
산북에 소재해 있는 풍광 좋은 곳을 시조로 노래한 것이다. 근품재 선생은
벼슬을 하지 않고 산북에 은거한 학자로 알려져 있고 선생이 지은 시조는
우리 문경에 전해지는 몇 수 안되는 시조들 중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석문이 석문 아녀 상산(商山)이 이곳이다. 근품재 선생이 <석문정에 올라보니 석문정은 보통 정자가 아니다. 첩첩산중 골짜기에 있는 정자라서 마치 상산사호가 상산에 은둔해서 지냈던 것처럼 나도 은둔해서 재낼 만한 곳이 이곳이로구나! 나도 상산사호가 나물 캐고 바둑 두던 것처럼 그렇게 세상근심을 다 잊고 지내고 있으니 그 밖의 부귀공명이라는 것은 다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라는 해의(解義)를 가지고 있는 노래다. 여기서 상산사호가 부른 노래 제목인 사호가(四皓歌)나 채지조(採芝操)로 하지 않고 자지가(紫芝歌)라고 한 것은 자(紫)가 자주색이라는 뜻도 있지만 신선이라는 뜻도 있어 신선과 같이 세상 일을 초월해 살고 싶다는 선생의 심경을 나타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후대에 상산사호가 부른 노래를 자지가(紫芝歌)라고 하기도 했다. 원문에서 <이고질다>의 뜻이 애매한데 <이고지다>라고 했으면 <이곳이다>라고 분명해 질텐데 <지>에 <ㄹ>이 첨가되어 <질>이 되어서 진짜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어떻게 보면 <이골이다>라고 골짜기 의미로 새겨질 듯도 했지만 그냥 <이곳이다>로 새겼다. 春困을 못 이긔셔 洗心臺 차자가니 위의 시조가 <石門歌 二首> 중에 하나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洗心臺歌>라는 제목으로 전해지는 석문정제영시(石門亭題詠詩) 8수중에 포함된 시조이다. 내가 아둔하여 <타난, 셩, 발까시니>는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지만 <타난>은 <불에 타거나 무너진>으로, <셩>은 우리 중세 국어에서 성은 성(聲:소리)이고 셩은 성(城)이므로 城으로 그리고 <발까지니>는 <밝혔으니>로 보고 싶다. 왜냐하면 <발까시니>는 표기의 오류가 아닌가 한다. 우리 문경지방의 방언에서 무엇을 확실하게 들춰내서 드러낸다는 뜻으로 쓰는 <까발리다>를 <까발신다>나 <까발시다>는 표현을 쓰지. <발까신다>는 표현은 없다. 아마도 옮기는 과정에서 <까발>을 뒤집어서 적은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게 보고 현대어 다시 써본다면, 춘곤을 못 이겨서 세심대를 찾아가니 위
시조는 읽은 느낌은 군더더기 같겠지만 적어보면, 근품재 선생이 노곤한
춘곤증이 나서 마음을 씻어주는 세심대를 찾아갔더니 담담한 물결이
마치 자신이 부귀공명을 떠나 세상근심을 잊고 사는 것같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늘이(아마도 배너미산인 것 같다) 만드는 공제선
주변에 있는 불타거나 허물어 없어진 옛 성의 자취를 바라보니 부귀공명이란
것이 다 뜬구름과 같이 부질없다는 것으로 말해 주는 것 같아서 지금의
자신이 상산사호처럼 사는 것을 굳이 노래나 말로 다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
[부운령 고개에 있는 이정표이다. 이정표에는 부운령이 해발 800미터로 적혀 있는데 오정산이 810.2미터라면 이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1:25,000 지형도에서 확인해 보니 530미터가 된다. 이정표 기둥에는 방향을 표시를 3개 해 놓았는데 오정산 방향 표시판은 정면에서 사진을 찍이 보이지 않는다. 부운령이라고 적힌 바로 위에 표시판의 밑 부분이 나타나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바로 앞에 배나무산(배너미산)으로 가는 산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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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품재 선생의 석문정제영시(石門亭題詠詩)
팔수 중에서 나머지 여섯 수를 옮겨본다. 중세 국어라서 낯 설은 어휘가
있다. 우리말에 대한 식견이 좁고 둔하여 바른 표현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뜻을 통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까 싶어 적어보는 것이니 고견이 있으시면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다. 이는 사견임을 분명히 밝힌다. 또 원문의 시조에는
아래 아(고어에서 점)가 든 글자가 많이 있었음을 참고로 적는다. 물구경 하쟈하고 觀瀾臺 도라가니 물구경 하자하고 관란대 돌아가니 ※ 물구경을 하려고 관란대를 돌아서 가보았더니 물은 아래로부터 뒤섞이고 도도하게 일어나는 것이 파도 같은 물보라(波瀾)다. 이것은 맹자(亞聖)가 하신 말씀인데 내가 보니 정말로 그 말이 틀린 데가 없어 그런 것 같다. 여기서 아성(亞聖)은 대성(大聖) 즉 공자 다음 가는 성인이란 뜻으로 맹자를 지칭하는 것이다.
<石?歌 : 석강가> 夕陽은
재랄넘고 梧桐의 비올적의 靑山이
둘너잇고 碧水도 흘너간다. 석양은
재를 넘고 오동에 비올 적에 청산이
둘러있고 벽수도 흘러간다 ※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산북에 있었던 돌다리를 노래한 것 같다. 석강(石?
)에서 강(여기서는 한자가 표시 안된다.)은 징검다리 강 자(字)이다.
그렇다면 석강은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인 거으로 추정된다.
<釣臺歌 : 조대가> 夕陽의
낙대들고 釣臺로 올라가니 석양에
낚싯대 들고 조대로 올라가니 ※ 저녁 때 낚시를 하려고 낚싯대를 들고 낚시가 잘 되는 조대로 올라갔더니 술에 취한 노인이 보이는데 그 노인은 도저히 고기를 잡지 못할 것 같다. 푸른 버들과 방초로 우거진 섬(모래톱 정도겠다.)이 노인이 선택할 최적지인가 한다.(한 잠 자면서 쉴 수 있으므로) 취적은 좋은 장소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雙僧坊歌 : 쌍승방가> 문노라 저선사야 어내ㅅ디 雙僧坊이 묻노라 저선사야 어찌하여 쌍승방이 ※ 산북에 소재 하는 것 중에서 쌍승방이 어디에 위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화자인 근품재 선생이 어느 선사에게 쌍승방이 어찌해서 빈터만 남아있느냐고 물어보자. 선사가 자기도 알지 못하여 구경만 하러 왔다고 대답한다. 여기서 <어내ㅅ디>는 자신 있게 무슨 뜻인지 말할 수 없고 그냥 의미상으로 <어찌하여>라고 새겨 연결시켜 보았다. <귀경>이란 <구경>의 문경식 방언이 재미있다. 200년 전에도 문경에서는 <구경>을 <귀경>이라고 한 모양이다.
<長命洞歌 : 장명동가> 일흠됴흔 長命골이 天地로 긔약더니 이름좋은 장명골이 천지로 기약터니 ※ 산북의 장명동이라는 마을이 어디쯤 위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명이 길다는 長命(장명)은 이름은 좋지만 다 하늘과 땅의 약속(안배)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하루밤 비바람에 무너져 버렸으니(아마 홍수가 나서 골이 휩쓸린 것 같다) 무슨 잘못됨이 있겠느냐(천지가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뿐인데) 하물며 사람은 自作□ 어길 수가 있을 것인가? 마지막 <自作□>는 문경지에 적혀있는 원문이 불완전하여 무슨 뜻인지 몰라 그대로 설명했다. |
첫댓글 에고~~ 넘어려워요.... 그래도 정신차리고 다 읽어내려왓으니 쬐~~~끔은 내컴에도 저장이 되엇을라나....맨날 공부하고 감다 고맙슴다~~~ 4탄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