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탯줄을 아시나요? 오늘 에스더한테 들은 말인데 어머니 생각이 확 다가와서 울뻔했어요. 울 어머니는 별명이 형사였다고 했어요. 노인네가 유난히 촉이 좋아서 귀신을 속여도 울 엄마는 못 속여 많이 맞았어요. 어머니의 촉은 무당 수준입니다. 필자는 돈 훔치다 걸려 손발을 꽁꽁 묶여 가죽 허리 끈으로 여러 번 맞기도 했고(12세) 군 시절 영창 때문에 전출(수방사-3군단)을 간 적이 있는데 순전히 어머니가 꿈에 선몽을 해서 면회를 왔다 간 적도 있었어요. 이렇게 저렇게 빌런이 된 내 맷집 피지컬 형성에 어머니가 일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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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박탈됐거나 혹은 제한되었다는 차원에서 '정신 병동 혹은 교도소' 8주를 채우고 있는 에스더 생각을 하다가 울가망해졌고 소년 시절부터 지천명까지 교도소-병동-피 교육에 오만가지 기억들이 다 소환되었고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안되겠어요. 필시 우리 공주가 무서워서 아비에게 sos를 보내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일어났니?" "응" "아빠가 지금 갈까?" "아니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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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주서 들은 거라 원문은 없어. 눈치챘겠지만 나는 예주가 오이디푸스 과정 중에 아비의 부재로 엄마와의 거세를 못했고 아직까지 못한 것 같아서... 지금도 아빠를 미워하는 거 같아. 엄마에게 남근이 있다고 생각, 혹은 자신이 남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가정이야. 좀 더 생각해 보고 30분 후에 전화하자" ㅋ ㅋ ㅋ 아이는 본인이 상상적 남근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재밌군. 어차피 곧 알게 될 텐데 뭘. 참, 변호사가 오면 보통 병실에서 대화를 나누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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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나 상관없음 누워서 거만하게 해도 돼요. 고객과 마트 주인. 세기의 여간첩 마타하리처럼 닥터-인슈어런스 맨-a lawyer와 썸 타는 그림 멋져요(나)""운전 조심해서 와" 농협3520000053/ 55271 완료(에)" "1. 고맙다 2. 부끄럽다 3. 비번" 내일 경찰관에게 전화가 오면 사건 진행 관련 단계를 물어보시라. "기소가 된 것이냐?" 만약 기소했다고 하면 사건 번호와 전 번을 문자로 보내 주는 것으로 아는데, 네가 직접 형사에게 물어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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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번호만 있으면 전화로 가해자의 상황, 예컨대 합의 유무를 알 수 있다. 물론 검사를 직접 대면하는 게 아니니 겁먹지 마시라. 안내 서비스 채널이니 아무 때나 몇 번이고 꼬치꼬치 물어도 전혀 부담이 없다(나)." "냅, 비키랑 수업 마침. 예주랑 통화만 하고 전화할게. 낼 퇴원한다고 도와주라고 했거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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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오이 푸스 콤플렉스를 적용시켜보면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다가 어머니와 손을 잡고 동패를 쏘다가 고1 때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들이대고 독립을 선포한 천하에 호러자식입니다. 젊은 날 내 목표는 절대 아버지를 닮지 않는 것이었어요. 엄마의 폭력 중에 "지 애빌 닮아서" 그렇다는 말이 어찌나 싫었는지 몰라요. 글쎄 근데 요샌 자주 선친이 떠올라 내가 광산 김씨라는 걸 확인 시켜준다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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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부근(-7.15)에 어머니 88회 생신이었는데 일부러 가지 않고 카톡 방을 폐쇄해버렸다는 것 아닙니까? 엄마 배 속에서 태아는 오로지 탯줄 하나에 의존해서 생명을 이어갑니다. 태아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탯줄이 끊어지면 죽게 되겠지요. 아이가 태어날 때 산파가 탯줄을 끊는 것을 본 적 있나요? 이 탯줄은 끊어져야 합니다. 세상에 나왔는데도 그전의 익숙하고 편안했던 탯줄에 여전히 의지하려고 하면 새 세상에서 맞는 건 죽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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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을 끊어야 숨을 쉬고 살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면 그 배를 버리라고 합니다. 물이라는 세상에서 배는 생명을 지켜주는 도구지만, 땅이라는 세상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라는 거지요. 무명의 늙은 의사가 사회적 탯줄'을 끊어야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노선생의 지론은 완전히 달라진 삶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면 내 삶의 방식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 같아요. 사형! 사회적 탯줄 리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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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자궁 밖으로 나온 신생아는 숨을 쉬며 목청 높여 울게 마련이지요. 은퇴 후에 내 삶의 현실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고 확실히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태아가 엄마 배 속에서 나오면 남들이 탯줄을 잘라줍니다. 그런데 은퇴와 노화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그 마음의 탯줄을 자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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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을 때 비로소 내가 마주한 새로운 세상이 제대로 보이면서, ‘참 아름답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삶을 가지치기하고 마음의 탯줄을 자를 때, 새로운 기운으로 새롭게 살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 청춘의 상흔이며 훈장인 에예공! 아빠가 간다. 딱 기다렷!
2024.8.30.fri. 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