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대박'이니 '한방'이니 하는 소위 '한탕주의'가 난무합니다. 돼지꿈 한번 꾸고 몇백억 몇십억에 당첨되는 로또귀족이 등장한 이후 더 심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도 로또만 한번 당첨되면' 하는 허상에 빠져 꿈속에서나마 빌딩도 사고 해외여행도 떠납니다. 당첨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데도 매주 몇명씩 수십억대 대박인생이 탄생하는걸 보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은 눈이 뒤집힐 지경입니다.
살기가 힘들어지면 실낱같은 희망에 더욱 목숨을 거는 법이지요. 서울 용산시티파크 분양에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모두가 놀랐을 겁니다. 부동산 열풍이 한풀 꺾였다고는 해도 '한방의 심리'는 여전한 모양입니다. 대다수 신청자들은 평범한 서민들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엔 직접 분양신청에 참여했거나 아니면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듣고 실상을 확인했을 겁니다.
▶연예가 얘긴 안하고 무슨 엉뚱한 사설을 늘어놓고 있느냐구요? 엊그제 용산 시티파크 당첨자중에 유명 연예인이 한명 있었지요. 이경실 말예요. 그걸 두고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화제가 됐더랬습니다. 정작 당첨된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말하기 좋아하는 참새들이 이리 쪼고 저리 쪼고 말들이 많았다는 거죠. 이경실은 당첨사실이 공표되자마자 전화가 불통 됐습니다. 연예계의 아주 가까운 지인들 조차도 연락이 안돼 축하인사 조차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당사자 입장에서야 수백명의 당첨자가 있는데 왜 유독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불만일 수도 있을 겁니다. 더구나 프리미엄 받고 되파는 투기목적이 아닌데 말이죠. 살 집을 분양받은 것을 두고 세상 사람들은 엄청난 투기이익을 얻기라도 한 것인 양 떠들어대니 난감하겠지요. 이름과 얼굴이 알려져 있다보니 축하받을 일에도 당사자는 이처럼 괴로운 것입니다.
▶제가 연예인을 대변하려고 얘길 꺼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랫동안 가까이 지켜본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경실은 연예인들중에서도 알아주는 성실녀(誠實女)입니다. 투기와는 애초 거리가 멀다는 얘기죠. 시티파크 당첨후 저 또한 여러번 전화통화를 시도해봤지만 현재까지도 연락이 안됩니다. 그 심정은 굳이 들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고, 대신 평소 속내를 털어놓고 지내는 절친한 동료연예인을 만나봤습니다. 이경실의 현재 속마음을 가장 잘 알 것같아서죠. K모인데 본인이 굳이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 할 수 없이 영문이니셜로 처리했으니 양해하시구요.
K는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에 산다는 이유로 한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죠. 타워팰리스에는 K 말고도 영화배우 박중훈 등 알만한 연예인들이 몇명 거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강남에서도 '특별한 구역'으로 분류해놓고 스스로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는 것같습니다. K는 이경실의 입장을 말하면서 자신의 심정까지 덧붙여 말했습니다. 6~7년전 타워팰리스를 분양받아 몇년간 4~5개월에 한번씩 중도금을 꼬박꼬박 부어 입주를 했는데, 투기바람 와중에 주변에서 한동안 자신이 이상한 부류로 비쳐져 불편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집안을 공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요즘엔 타워팰리스 얘기만 나와도 괜시리 속이 상한다고 합니다. 연예인도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능력이 되면 어디에든 살 자유가 있다는 항변이지요. K의 말은 이경실을 (전화한통화로 수백억을 떡주무르듯 한) 일부 정치인들이나 (치솟는 부동산열풍에 한몫 보자며 달려드는) 투기꾼들과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엊그제 몇몇 연예인들이 골프모임을 갖는다고 연락이 와서 참석을 했더랬습니다. 탤런트 길용우 김혜정 김영배 박영록 이지형 개그맨 배동성 등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김혜정은 MBC TV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의 복길이 엄마로 오랫동안 각인돼 있으니 잘 아실테고, 박영록은 이름만으론 모르는 분들이 더러 있으실 겁니다. SBS TV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의 오야붕으로 카리스마 연기를 했던 주인공 아닙니까. 북한강변에 있는 강촌 CC에서 라운딩을 한 뒤 가볍게 생맥주를 한잔씩 하면서 여러 얘기가 나왔지요. 이경실의 얘기가 단연 화제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왕 회장님'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박정희 전대통령과 함께 한국근대화의 주역이니 누구라고 더이상 언급을 안해도 모두들 아실테지요. 한동안 연예계엔 왕회장님과 관련된 루머가 많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는 '가수 J가 회장님 아이를 낳았다' 였지요. 탤런트 겸 가수인 김영배가 J와는 아주 가깝다더군요. 밤무대에서 일로 자주 만나기도 하지만 워낙 친하다보니 골프도 자주 나간답니다. 김영배의 말은 '결단코 그런 일은 없었다' 였습니다. '아닌건 아니라면서' 아예 단정을 지어버리더군요. 이날 81개(9 언더)를 치고 의기양양한 김영배는 "그게 사실이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며 확신했습니다.
김혜정이 '왕회장과의 인연'에 대해 맞장구를 쳤습니다. 소문의 진상은 당사자가 아니니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자신이 아는 왕회장은 '신사중의 신사'라고 말이죠. 한 10여년전인가 '전원일기' 출연진들중 몇몇이 술자리에서 왕회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함께 블루스를 치면서도 (몸을 밀착하기는 커녕) 줄곧 일정한 거리를 두고 춤을 추더랍니다. 여러명이 함께 한 자리이긴 해도 술자리임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지요.
당사자를 잘 아는 동료가 옆에서 적극으로 해명해주면 뭘합니까. 본인이 직접 '그런 일 없다'고 확인을 해줘도 잘 믿으려고 하질 않지요. 또 아니라고 설명을 하면 온갖 잡동사니 수식어를 붙여 판만 키워놓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답변을 안하거나 무시해버리면 '거봐라, 뭔가 있으니 말을 안하지' 하고 또다른 말을 만들어냅니다. 소문이란 이렇게 번져가는 것입니다.
▶몇년전에 미모의 탤런트 L양과 가수 K군이 해외로 밀월여행을 다닌다는 얘기가 파다했지요. 탤런트 B양이 유명 드라마 PD와 방송사 지하주차장에서, 또 가수 L군과는 한강고수부지에서 카섹스를 벌였다는 말들이 꽤 구체적으로 나돌았습니다. 얼마전엔 가수 Y양이 가수출신 제작자와 녹음스튜디오에서 뜨거운 정사를 벌였다고들 했지요. 직접 봤다는 사람부터 사진을 찍어 보관하고 있다는 사람까지 다양합니다. 궁금한 것은 누구나 못참는 법이죠. 이런 얘기가 나돌면 주변에서들 사실여부를 캐내려고 난리법석을 떨지요. 아무리 기자라고 해도 이런 얘기를 본인들한테 묻고 확인할 수는 없는거 아니겠습니다. 설령 사실로 확인이 됐어도 기사화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구요. 요즘 드라마 한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모 방송사 PD는 신인탤런트만을 단골로 농락하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이니 이건 의심하지 말구요. 수치심을 못 견딘 한 연기자의 증언으로 밝혀진 것인데 그 PD는 두번 다시 그런 불미스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습니다. 소문중에는 이처럼 더러 진실인 경우도 없지는 않지요.
▶뜬 구름 잡는 얘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하도 세상이 어수선하다보니 그런가 봅니다. 연예가에 나도는 소문은 신뢰할 만한게 별로 없습니다. 연예인들 조차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연예가의 얘기에 반신반의할 때가 많죠. 스타들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다보니 자연 궁금한 것도 많을 테지요. 소문에 너무 집착하시지는 말고, 그저 술자리 안줏거리 정도로만 흘려버리셨으면 합니다. 이 얘긴 기회가 되면 다시한번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강일홍 기자 e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