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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경산 정상에서 바라본 장산(壯山, 1,410.6m)
해가 질 때는 외로움 역시 찾아들었다. 이제 회의에 빠지는 일은 극히 드물었으나 그럴 때면
흡사 내 전 생애가 내 뒤에 펼쳐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덜컥 내려앉곤 했다. 나는 우
리가 일단 그 산을 오르기만 하면 눈앞에 가로놓인 과제에 깊이 몰입할 터여서 그런 기분이
사라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따금, 결국 내가 찾던 게 뒤에 남겨놓고 온 어떤 것이라는
걸 깨닫기 위해 이렇게 멀리까지 온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가 깃들곤 했다.
―― 존 크라카우어, 『희박한 공기 속으로』에서
▶ 산행일시 : 2017년 11월 18일(토), 맑음, 미세먼지 많음
▶ 산행인원 : 15명(영희언니, 모닥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산정무한, 인치성, 수담,
두루, 신가이버, 해마, 해피~, 오모육모, 무불,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 18.8km(1부 11.8km, 2부 7.0km)
▶ 산행시간 : 12시간 31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0 : 27 - 동서울터미널 출발
01 : 54 - 치악휴게소
02 : 32 ~ 04 : 22 - 솔고개, 차내 계속 취침, 산행준비(04 : 00), 산행시작
05 : 57 - 단풍산 정상 아래 골짜기, 아침요기
06 : 32 - 단풍산(1,150.9m)
07 : 12 - 1,206.0m봉
08 : 12 - 1,113.9m봉
09 : 06 - 1,276.4m봉
09 : 22 - 매봉산(△1,271.2m)
09 : 59 - ┣자 갈림길 안부
10 : 12 - 1,162m봉, 헬기장
10 : 44 - 가메봉(1,202.1m)
11 : 52 - 본말 마을 근처, 1부 산행종료, 점심
12 : 43 - 본말 마을 남쪽 아래 지계곡 입구, 2부 산행시작
13 : 32 - 주릉 980m봉
13 : 58 - 1,030m봉, ┳자 갈림길, 소원바위는 오른쪽 0.4km
14 : 41 - 선바위산(1,038.1m)
14 : 58 - 민골 마을 남쪽 아래 골짜기
15 : 47 - 1,150.6m봉
15 : 58 - 순경산(△1,151.1m)
16 : 53 - 상동, 상동우체국, 산행종료
17 : 07 ~ 19 : 35 - 상동, 해밀온욕센터(목욕), 영월(저녁, 덕포식당)
21 : 4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1)(영진지도 2008년판)
2. 산행지도(2)(영진지도 2008년판)
3. 매봉산 정상에서
4-1. 가메봉 가는 길
4-2. 선바위산의 소원바위
▶ 단풍산(1,150.9m)
오지산행 무박산행의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시각은 통상 00시 30분이지만 참석예정
인원이 그전에 다 모이면 지체 없이 출발한다. 예전에는 혹시 오지산행 카페의 산행공지를
보고 느닷없이 오는 반가운 등산객이 있지나 않을까 하고 출발시각까지 기다리곤 했지만 그
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 태운 25인승 버스는 출발하여 잠실대교를 건너기도 전에 차내
소등하여 잠 청한다.
버스가 달리다 멈추면 곤히 자던 잠도 저절로 멈춰진다. 치악휴게소를 들른다. 대간거사 님
이 약간 억울해 하는 표정이다. 막 잠이 들려고 했는데 치악휴게소라나. 습관적으로 화장실
을 다녀오고, 버스는 다시 달리고 나는 다시 잔다. 다시 버스가 멈춘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솔고개 표지석이 보인다. 다 왔구나. 실눈 뜨고 쳐다본 차내 전자시계는 02시 32분이다.
기상 예정시각은 04시이렷다. 도로 눈 감는다.
잠깐 졸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04시 기상이다. 주섬주섬 산행준비하고 차문 열고 나서자
돌연 한줄기 찬바람이 죽비처럼 등줄기를 휘갈긴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런데 여기가 솔표
우황청심환의 모델인 노송이 있는 솔고개인가? 그새 개발하였나 낯이 설다. 지도를 자세히
살피자 솔고개 마을이다. 우리가 산행들머리로 잡은 솔고개 고갯마루(옥동천변인 평지여서
고개라고 하기가 무색하다)는 500m쯤 더 가야 한다.
아무리 오지산행이라 해도 단풍산은 그저 얌전하게 일반 등로를 따라가야지 아무데나 함부
로 가기는 위험하다. 단풍산 북쪽 지능선은 비교적 완만하여 덤벼볼 만해도 남쪽은 깎아지른
절벽이 수두룩하여 곤란하다. 더구나 깜깜한 한밤중에야. 솔고개 고갯마루로 이동한다. 예전
그대로다. 가깝게는 오지산행에서 8년 전에 왔었다.
솔고개 언덕바지에 있는 노송은 아무리 두 눈 후벼도 캄캄하여 보이지 않는다. 그 오른쪽 골
짜기에 난 콘크리트 포장도로 따라 오른다. 구불구불 둔덕을 오르고 산자락 마지막 농가 마
당을 살금살금 지난다. 막다른 길이다. 밭이랑을 넘고 넘는다. 임도와 만난다. 단풍산 가는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야 눈에 힘 풀고 간다.
낙엽송 숲길인가 보다. 길바닥에 그 낙엽 황금비늘이 깔렸다.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쪽
이 맞나 침 튀겨보아 왼쪽으로 간다. 맞았다. 임도는 성묫길이었다. 너른 무덤이 나오고 임도
는 끊긴다. 무덤 오른쪽으로 잘난 소로가 이어진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배낭 끈 단단
히 조이고 스틱 고쳐 쥐고 헤드램프 심지 돋운다. 햇낙엽이 깔린 가파른 오르막이다.
햇낙엽이 되게 미끄럽다. 나만 엎어지고 뒷걸음질하는 게 아니다. 여기저기서 엇박자 나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발걸음이 느긋이 갈지(之)자를 그리는 게 아니다. 촘촘한 나선형 등
로를 오르는데 하도 자주 몸을 비틀고 돌아 어지럽다. 그러다 한 스텝이라도 어긋나서 생사
면으로 튕겨나가면 바로 낭창한 잡목에 사정없이 귀싸대기 얻어맞는다. 그럴 때면 생눈물이
찔끔 난다.
공사 중인 송전탑 지날 때 가파름이 잠시 멈칫한다. 얼른 가쁜 숨 고른다. 바람이 인다. 땀을
쏟아서인지 바람 끝이 맵지 않고 무디다. 가드레일 은박 입힌 밧줄 잡고 오른다. 산허리 길게
돌아 바람 들지 않는 협곡에 들어선다. 이 침니 같은 수직의 협곡을 100여 미터 오르면 단풍
산 정상이다. 거기 주릉은 북풍한설이 몰아칠지도 몰라 아예 여기서 아침요기하고 오르기로
한다.
05시 57분. 아직 어둡다. 헤드램프 밝히고 무불 님이 버너 불 피워서 어묵 끓여 여러 일행들
의 한속을 녹인다. 무불 님에 대하여 미리 말하자면, 오늘 그의 투지는 대단했다. 선바위산에
서 오른쪽 무릎이 시원찮아 보호대 차고 압박붕대 동여매고 어렵게 내려왔다. 순경산을 마저
오를까, 탈출할까 고민하다가 전자를 택했다. 큰 고통은 작은 고통을 구축하는 법. 구도의
길, 산의 힘듦은 뒷전이었으리라.
또 한 가지. 서울 오는 길 올림픽대교 건너고 강변역에 가까이 다다를 즈음에, 오고가는 밤으
로 차 운전하느라 무진 애를 쓴 두메 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계 님 혹은 해마 님의 “오늘도
수고하신 두메 님을 위하여 박수!” 하는 판에 박힌 멘트가 끝나면 박수를 치곤했다. 오늘은
무불 님이 대신했다. 강하고 짧게 외쳤다. “오지산행 여러분은 멋진 산행을 즐기시라, 도로는
내가 책임진다. 두메 님을 위하여 박수!”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수직협곡을 밧줄 잡고도 통나무계단을 마치 늑목인 듯 기어오른다. 한편 인간 블로워(송풍
기)가 된다. 내 거칠게 내쉬는 숨에 계단에 쌓인 낙엽이 들썩인다. 단풍산 정상. 썰렁하다. 가
루눈이 살짝 뿌렸다. 어차피 나무숲으로 사방 가린 조망이라 어두울 때 지나도 전혀 서운해
할 것이 없다.
5. 매봉산, 아침에는 안개에 가렸다
6. 매봉산, 아침에는 안개에 가렸다
7. 매봉산 오르면서 뒤돌아본 단풍산
8. 단풍산 연봉
▶ 매봉산(△1,271.2m), 가메봉(1,202.1m)
단풍산 주릉. 동진한다. 1,000미터가 넘는 준봉들이 즐비하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
다. 대부분 너덜인 등로가 분명하지 않다. 발로 조심스레 더듬어간다. 내릴 때가 더 어렵다.
모든 게 얼었다. 땅도 얼고, 돌도 얼고, 나무도 얼고, 낙엽도 얼고, 입김도 얼고, 말도 얼었다.
1,171.4m봉. 매봉산 너머로 먼동이 희뿌옇게 밝아온다. 잔뜩 흐렸다.
상고대 얼음꽃이 움트기 시작한다. 멀리서는 저 앞의 봉우리에 만발한 상고대가 다시없는 가
경이라 잰걸음하여 어서 가서보면 아까와는 딴판으로 시시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까 하고 봉봉마다 들른다. 1,206.0m봉. 바람이 자는 틈에 배낭 벗고 휴식한다. 입산주
탁주 분음한다. 덕산 명주다. 이 미주에 가효는 메아리 대장님의 작품 과메기다. 여러 잔 비
운다. 내 비칠거려도 너덜이 미끄러워서인 줄로 여기리라.
1,206.0m봉을 뚝 떨어져 내렸다가 잠깐 오르면 암릉 암봉인 1,113.9m봉이다. 오른쪽 사면
으로 비켜 길게 돌아 넘는다. 주릉에 올라 뒤돌아보니 직등한 인적이 뚜렷하다. 가파른 사면
에서 식겁했던 터라 직등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나이프 릿지 닮은 바윗길을 간다. 바위 슬
랩은 살얼음이 얼어서 미끄럽다. 긴다.
매봉산이 수렴에 가렸지만 그 기상은 당당하다. 정상 주변은 온통 상고대로 환하다. 상고대
가 지기 전에 가야지 또 발걸음이 급해진다. 일행들의 휴식을 마다하고 내쳐간다. 완만하고
잡목 성긴 넙데데한 사면이다. 등로는 매봉산 전위봉인 1,276.4m봉과 매봉산 사이의 안부로
안내한다. 우선 1,276.4m봉을 오른다. 오르는 도중에 대간거사 님을 만난다. 대간거사 님은
1,113.9m봉을 내린 안부에서 골로 약간 내렸다가 1,276.4m봉 북서쪽 생사면을 치고 오른
것이다. 괴력이 아닐 수 없다.
누구라도 1,276.4m봉 그 우뚝한 기세에 눌려 감히 덤벼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니 그럴 생
각 자체가 떠오르지 않는다. 대개는 등로 따라 빙 돌아 오른다. 대간거사 님에게 1,276.4m봉
에서의 경치가 어떻더냐고 묻자 그다지 신통치 않더라고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른 내 발
걸음이 아까워 계속 간다. 암릉 암봉이다. 남쪽은 아찔한 절벽이다. 카메라의 힘으로 잡목 헤
치고 오종종한 절벽 위에 선다. 빼어난 경점인데 미세먼지가 꽉 찼다. 간신히 건너편의 매봉
산 남쪽 자락만 담는다.
매봉산 오르는 길은 화려하다. 상고대 얼음꽃 터널을 지난다. 매봉산 정상은 사방 나무숲 둘
러 아무 조망이 없다. 정상 표지석 옆에 있는 삼각점은 얼어붙어 판독하기 어렵다. 그래도 정
상 오른 기념으로 정상주 탁주 나누고 단체 기념사진 찍는다.
매봉산 내리는 길은 엄청 가파르다. 급전직하 내리쏟는다. 0.8km 내려 ┣자 갈림길 안부에서
바닥 치고, 내린 딱 그 짝으로 오른다. 발걸음으로 데칼코마니 찍는다. 왼쪽 사면으로 고랭지
채소밭이 가까워서 가파름이 수그러든다. 1,162m봉은 너른 헬기장이다. 당분간은 평탄한 등
로다. 마른 낙엽과 추초가 발길에 차여 버석거린다. 유행가 가사가 썩 어울리는 등로다. “바
람은 불고, 갈잎은 울고, 계절은 슬픈데”
야트막한 안부를 지나고 가메봉 오르는 길. 험로다. 암릉이 나오고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간
다. 너덜에다 잡목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정상까지 그런다. 정상도 울창한 잡목 숲이라
쉴 데도 마땅치 않다. 조망은 노송에 가렸다. 새마포산악회에서 ‘가메봉 1,206m’이라 쓴 정
상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가메봉의 ‘가메’는 “사람의 머리 등에 털이 한곳을 중심으로 빙 돌
아 나서 소용돌이 모양으로 된 부분”을 뜻하는 ‘가마’의 방언으로 보인다. 바꾸어 말하자면
‘높고 우뚝한 봉우리’라는 말이다.
가메봉 내리는 길. 남서릉을 타고 △776.3m봉을 넘어 봉우교 쪽으로 내리는 길은 가파를뿐
더러 너무 길다. 이대로 산행을 마친다면 당연히 그 길로 가야겠지만 2부 산행의 갈 길이 멀
다. 가메봉 정상에서 온 길은 200m 정도 뒤돌아가서 그 북릉을 내린다. 법호실과 본말 중간
지점을 겨냥한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등로다. 쭉쭉 내린다.
깊은 골로 내렸다가 환삼덩굴 숲이 뒤덮은 가파른 사면을 한 피치 오르면 2차로 도로다.
두메 님에게 연락하여 오게 하고 본말 마을 가기 전 산모퉁이 갓길 공터에서 점심자리 편다.
라면 끓인다.
9. 뒤쪽이 매봉산, 이 사진을 찍으려고 살얼음 언 1,276.4m봉의 층층바위를 올랐다
10. 매봉산 정상 주변의 상고대 얼음꽃
11. 가메봉 가는 길, 두루 님
12. 가메봉 오르면서 뒤돌아본 매봉산
13. 가메봉 중턱에 잠시 머문 가을, 낙엽송 숲
▶ 선바위산(1,038.1m), 순경산(△1,151.1m)
2부 산행. 본말 마을 아래 골짜기 입구로 간다. 커다란 선바위산 등산 안내도가 있다.
계류 잴잴 흐르는 골짜기 깊숙이 들어간다. 소원바위 가는 길은 너무 가깝다. 마침내 계류 밭
고 안부인 주릉에 오르기 전에 오른쪽 골을 오른다. 소원바위를 들를 요량이라면 994.4m봉
을 오르기에는 벅차다. 그 전위봉을 향한다. 넙데데한 골의 층층 집터는 옛날 화전민의 흔적
이리라.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수북한 낙엽에 푹푹 빠지니 더 힘들다. 혀 쑥 빼물고 주릉 980m봉에
오른다. 땀을 쏟은 탓이라기보다는 점심 때 라면이 짰다. 물 들이킨다. 약간 내렸다가 완만한
사면을 누비며 오른다. 대간거사 님은 인치성 님과 수담 님에게 면피하시라 더덕을 배당해준
다. 1,030m봉. ┳자 갈림길이다. 소원바위는 이정표에 오른쪽 0.4km다.
소원바위에 들른다. 이정표의 0.4km는 직선거리인가 보다. 등로는 사면을 크게 돌아 전망대
를 거쳐 957.7m봉 직전 안부에서 왼쪽의 가파른 협곡을 내려간다. 0.55km가 넘는다. 전망
대는 붙잡을 만한 것이 없는 까마득한 절벽 위라서 갑자기 회오리바람이라도 불면 추락할 것
만 같아 멀찍이 엎드려서 전망한다. 바로 앞에 떠억 다가선 가메봉의 너른 품에 그만 숨이 막
힌다.
낙엽 쓸어 협곡을 내리고 소원바위에 다가간다. 안내판에 소원바위의 유래를 적었다. “644년
신라 선덕여왕 때의 고승인 자장법사는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온 후 이를
봉안하기 위한 장소를 고심하고 있었는데 꿈에 문수보살이 나나나 이곳 본구래에서 명당 터
를 구하라고 한다. 그리하여 자장은 본구래에 온 후 이 바위를 보고 100일간의 치성을 드리
며 천하의 명당을 발견하여 부처님이 사리를 모시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정선의 정암사이다.
이후로 이 바위는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한 바위라 하여 소원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다시 갈림길인 1,030m봉. 선바위산까지 평탄한 길 0.4km다. 가깝다. 선바위산 정상에서는
가메봉과 매봉산만 보이고, 등로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절벽 위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도 오
금이 저린다. 원경은 흐릿하다. 건너편 순경산의 남쪽 자락을 슬며시 들여다보고 물러난다.
낙엽 지치는 직하의 내리막 0.6km. 골짜기에 다다른다. 이제는 순경산이다. 스퍼트 낸다.
건너편에 뭇 산행표지기가 등로를 안내한다. 지계곡으로 들었다가 이내 등로는 절벽에 막히
고 왼쪽 사면을 돌아 오른다. 좁은 테라스다. 한 발자국이라도 삐끗하면 저 아래 아득한 골짜
기에 처박힐 것 같다. 맨땅 드러나게 낙엽 쓸어 트래버스 한다. 그리고 긴 오르막이 숨 가쁘
게 이어진다. 능선이 합쳐질 때마다 등로는 더욱 튼튼해진다. 그 튼튼하던 주릉 등로가 순경
산 정상이 가까워지자 험로로 변한다.
14. 선바위산 소원바위, ‘선바위산’이란 이름은 이 바위 모습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한다
15. 가메봉
16. 가메봉
17. 선바위산 정상에서
18. 순경산 남쪽 자락
19. 앞은 가메봉, 그 왼쪽 뒤는 매봉산
20. 장산, 이름 그대로 장한 모습이다
21. 백운산 오른쪽에 있는 두위지맥 1,452.4m봉
암릉이 나온다. 선두인 신가이버 님이 냉큼 올랐다가 더 갈 수 없다며 뒤돌아 내려온다. 그
덕분에 나는 발품을 덜었다. 오른쪽의 잡목 섞인 너덜 사면으로 간다. 암봉인 1,150.6m봉은
올라가서 산천경개 둘러보고 내린다. 암릉 직등은 어렵다. 순경산 정상까지 250m를 오른쪽
사면의 사나운 너덜 길로 간다. 8년 전 그때도 이랬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순경산. 정상은 너른 헬기장이다. 삼각점은 ‘태백 440, 2004 재설’이다. 사방 조망이 시원스
레 트인다. 아쉽게도 원경은 흐릿하다. 장산은 이름 그대로 장한 모습이다. 순경산이란 이름
은 근래에 지어졌다. 일제강점기 때 의병들이 봉우재 뒷산에서 봉화를 들어 신호를 보내면
이 산에서 은거하던 의병경비대에서 정보를 분석하여 태백산지구 의병본부에 전달하였으며
그 후부터 ‘순산경비(巡山警備)’를 줄여 순경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정병욱의 『한국 근대 금융연구』에 의하면 이 상동지역 텅스텐(중석 重石) 광산을 언
급하면서 순경산을 ‘順鏡山’ 으로 적고 있다. 한때 상동은 텅스텐 광산의 성업으로 인구가
4만 명을 넘는 영월군내의 가장 큰 대처였다. 지금은 남한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2015년 말
기준 1,134명) 읍이다.
하산! 순경산은 남릉을 타고 상동중고교 쪽으로 내리는 등로도 뚜렷하나 초반에는 가파르거
니와 거리가 길다. 동릉 타고 상동우체국 쪽으로 내리는 편이 완만하고 짧다. 동릉을 내린다.
순경산 정상을 오른 길로 약간 뒤돌아 가면 산행표지기가 오른쪽 사면 도는 길을 안내한다.
사면 돌아 동릉에 들고 한차례 급박하게 떨어진다.
산그늘 드리운 산길이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다. 마른 갈잎 낙엽 지치는 소리가 산중 적막
을 깨뜨린다. 소나무 숲 벗어나자 무덤이 나오고 장산의 그 우람한 이 눈앞을 막아선다. 장관
이다. 어느덧 산촌 마을 해거름이다. 상동시내 동구로 내려선다.
22. 가메봉과 매봉산(뒤쪽)
23. 백운산, 남한 백운산(1,426.6m) 27좌 중 가장 높다
24. 순경산 정상에서, 뒤의 산은 장산이다
25. 순경산 내리는 길, 상동이 가까웠다. 오모육모 님
26. 장산
27. 골짜기 마을은 상동, 멀리는 백운산 오른쪽에 있는 두위지맥 1,452.4m봉
28. 상동 주변의 무명봉
29. 상동에서 올려다본 장산
첫댓글 순경산, 선바위산에서 각각 백운산 마천봉에 이르는 능선도 가본지 오래됐으니, 거기도 지금쯤 거시기가~.
대체적으로 그 지역 모든 산의 모든 능선을 빠짐없이 가보았다고 생각되나, 오모, 무불등 청년들의 성장세에 맞추어 신장개업하는 방안도 나쁠 건 없다고 봅니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격하게 지지합니다.
@악수 격한 지지 코스가 장산~백운산 코스인가요 !?!
고생들 많으셨습니다....조망이 아주 좋은 곳인데, 가스로 희미함에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순경산에서 장산을 바라보는 전경이 압권입니다.
영희누님은 예전에 보이는 그 가파른 능선은 어떻게 지고 올라갔는지 스스르 감회가 깊었구요
겨울에 장산은 한번가 줘야 하는데? 순경산, 선바위산, 아 그립구나^^
대간거사님이 제 닉을 이 근방에 있는 고개에서 따와 하사하신 것으로 아는데~~~ 산행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ㅎㅎ 안그래도 대장님이 그곳에서 지어진 닉이라고 말씀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