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국 금지라는 단어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출국 금지는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국외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출입국 관리법 4조에 따라 출국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법무부 장관 법령으로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출국 금지와 관련된 인물은 바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입니다.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까지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주 호주대사로 임명됩니다.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진 인물을 나라의 중요한 임무를 지니고 타국에서 한국을 대표해 일할 사람으로 임명한 것입니다.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당연히 출국을 못하게 됩니다. 출국금지 대상자가 호주대사로 임명되자 법무부가 바빠졌습니다. 부랴부랴 출국금지조치를 해제한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출국금지조치를 내리고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법무부장관이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입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월 국방부와 군 관계자 6명과 함께 출국금지조치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지난 3월 4일 이 전 장관이 주 호주대사로 임명됩니다. 하지만 6일 MBC보도를 통해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라는 것이 알려집니다. 출국 금지 조치가 확인된 다음날인 7일 이 전 장관은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서 조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8일 법무부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합니다.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앞으로 호주대사로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순직한 해병대 소속 채모 상병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습니다. 공수처는 올해 초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해병대 사령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해당 인물들에 대해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진 것입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합니다. 법무부는 최근 이 전 장관의 출석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과 수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점들을 고려해서 출국 금지 이의신청을 받아드리고 출국금지를 해제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주 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5일동안 긴박하게 처리된 출국금지 해제 상황입니다.
야권과 법무부 주변에서는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은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봐주기식 수사가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자진출석한 것은 출국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이 출국할 경우 수사 차질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직 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대 서면조사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005년에 안기부 X파일 사건에 연루됐던 당시 홍석현 주미대사는 수사 착수후에도 미국에 계속 머물다가 사퇴 압력이 커지자 부임 8개월 만에 사직하고 귀국해 조사를 받은 일이 존재합니다.
출국금지조치는 특정 사건에 있어 수사기관이 어느 정도 혐의를 입증한 경우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어느 정도 혐의가 입증되거나 출국을 할 경우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출국금지될 정도의 피의자를 특정 국가의 대사로 임명한 것이 과연 합당한 사안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라는 것입니다. 법무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부실여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호주 교민들은 호주에 오지 말고 한국에서 수사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호주 현지 교민들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의 부임에 반대하는 규탄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른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은 사실상 범인 도피이자 범행 은폐라고 주장했습니다. 호주 교민들은 영사업무를 주관하는 대사가 출국금지를 교묘히 이용해 부임하면 앞으로 영사업무의 투명한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겠느냐는 입장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전 장관 아니 신임 호주대사는 결국 오늘 오후 호주로 떠났습니다.
2024년 3월 10일 화야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