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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광장'
6·25전쟁 속에서 남과 북을 경험하는 주인공 명준
포로가 된 명준은 휴전이후 중립국을 선택하는데…
소설이 나온지 57년지금 상황이라면 명준은 어디로 갈까
남북 이데올로기 동시 비판
6·25전쟁 67주년이 다가왔다. 1950년 6월25일에 발발해 1953년 7월27일에 휴전한 상태일 뿐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25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 무수히 많은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지고 많은 논쟁을 낳았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작품은 바로 《광장》이다.
《광장》의 주인공 명준은 남에서 북으로 가지만 작가 최인훈은 북에서 남으로 왔다.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원산고등학교 1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그해 12월 해군함정 LST 편으로 전 가족이 월남하였다.
그의 나이 24세이던 1960년 《광장》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이 주목받은 이유는 과연 뭘까. 이전에 나온 6·25전쟁 소설과 다르게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하는 가운데 주인공이 남북을 오가는 절묘하면서도 파격적인 스토리 속에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명준이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향하는 배 안에서 회상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철학과 3학년인 이명준은 친구 태식의 집에서 지낸다. 아버지는 8·15 광복 때 월북했고 얼마 후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아버지 친구였던 은행가의 집에 살게 된 것이다. 명준은 사람에게 밀실과 광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명준에게 밀실도 그리 안온하진 않지만 광장은 불만 그 자체이다. ‘정치는 추악한 밤의 광장이자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 경제는 사기의 안개 속에 협박의 꽃불이 터지고 허영의 애드벌룬이 떠도는 광장, 문화는 헛소리의 꽃이 만발하는 광장’일 뿐이다.
어느 날 명준은 느닷없이 형사에게 끌려간다. 북으로 간 아버지가 대남방송에 나오자 형사는 명준에게 “애비 소식 자주 듣나? 애비가 열렬한 빨갱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공산주의 영향을 받았을 거 아니냐”며 폭력을 휘두른다. 몇 차례 끌려간 명준은 인천에 있는 윤애의 집으로 피신하고 식당 주인으로부터 북으로 가는 배편을 소개받는다. 사랑하는 윤애를 두고 가는 건 마음 아프지만 남쪽에는 더 이상 자신이 머물 밀실이 없다.
이명준은 북에서 노동신문 기자로 일하게 된다. 고위 당원인 아버지의 입김으로 좋은 조건에서 살지만 곧 회의를 느낀다. “제가 주인공이 아니고 당이 주인공이란 걸, 당만이 흥분하고 도취합니다. 우리는 복창만 하라는 겁니다. 당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느끼고 한숨지을 테니, 너희는 복창만 하라는 겁니다”라며 일방적인 북 체제를 비판하지만 아버지는 말이 없다. 국립극장 소속 발레리나 은혜와의 사랑만이 명준에게 유일한 위안이다.
발표 때와 달라지지 않은 현실
명준이 북쪽으로 간 시기는 1947년쯤으로 짐작된다. 소설 속에서 남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이 지금 상황에 대입해 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6·25전쟁이 터지자 서울에 온 명준은 점령군이 되어 윤애와 결혼한 태식을 괴롭힌다. 하지만 태식과 윤애를 풀어준 명준은 낙동강 전투에서 간호사병으로 입대한 은혜와 재회한다. 결국 은혜는 전사하고 명준은 포로가 된다. 휴전협정이 조인되고 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한다. 남쪽도 북쪽도 갈 수 없는 명준은 과연 새 출발할 수 있을까? 번민과 환각에 시달리던 명준의 마지막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https://m.blog.naver.com/ssuyaaa/222216668305
중립국으로 향하는 배 안.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자신을 따라다님을 인식한다.
이것은 알고보니 갈매기였다. 선장은 갈매기가 사랑했던 연인이라며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은 갈매기와 함께 다니는 저 갈매기는 분명 은혜고, 그 작은 아이가 딸이구나, 명준은 깨닫는다.
갈매기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그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을 마구 느끼다가, 갈매기들이 다이빙(?)하는 것을 보다가, 배의 뒤쪽에서 물결이 소용침을 보다가, (극한 우울 증세로 보임)
자신도 결국 바다에 뛰어든다.
더 이상 이명준은 없었다.
1960년에 발표된 《광장》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4·19혁명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이 작품은 전후문학을 마감하고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명준은 중립국이 아니라 남쪽을 선택할까? 휴전 64년, 남북은 더 강경하게 대치 중이고 남쪽 내에서도 이념 대립이 심각하다. 남쪽은 여전히 부패로 멍들어가고, 북쪽은 더욱더 얼어붙었다.
명준이 통일된 자유대한민국의 안온한 밀실에서 살아갈 토대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쫓아가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비치는 단단함 속에 젖어가면서 살 수 있는 삶, 가슴 뿌듯하면서 머릿속이 환해질, 도끼 자루 안 썩는 신선놀음 같은 삶’이 명준이 닿고 싶은 곳이다.
https://namu.wiki/w/%EA%B4%91%EC%9E%A5(%EC%86%8C%EC%84%A4)
1. 개요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본작의 첫 문장
소설가 최인훈이 집필한 중편 소설로, 최인훈 필생의 역작이다.
해방 직후에서 6.25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남북한의 이념 대립과 그 사이에서 파멸해가는 '이명준'이라는 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남북한 통일론에 대한 논의가 일시적으로 자유로워지면서 쓰여진 소설로, 남북한 이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한 최초의 소설로 꼽힌다. 이 당시의 시대상을 보자면 전세계적으로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들이 많았던 시절로, 이 당시에는 나세르의 이집트, 요시프 브로즈 티토의 유고슬라비아, 자와할랄 네루의 인도처럼 제3세계의 맹주를 자처한 국가들이 외교적으로 큰 힘을 발휘했던데다가, 같이 중립국을 자처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경제력으로 매우 잘살았다는 사실도 동시에 주목받았으며[1], 독립과 함께 이념갈등으로 분단과 전쟁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엄청난 수의 이산가족이 발생하는 등의 풍파를 겪었고, 거기에 더해서 전후 재건도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던 전이라서, 북한과 일본은 잘만 성장하는데[2] 우리는 이게 뭐냐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매우 강했던지라 차라리 중립국으로 독립했으면 훨씬 더 나은환경에서 강대국들도 무시하지 못하느 강력한 국력을 지니고 있었으리라는 지론이 큰 호응을 얻었을때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중복 출제(1994년 1차/2006년)된 네 개의 소설[3] 중 하나라는 것에서 이 소설이 한국 문학계에서 얼마나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수능이나 모의고사에도 자주 출제되고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4], EBS 연계 교재[5]에도 수록되기도 해서 고등학생들에게도 익숙한 작품이다.
2. 줄거리[편집]
작중의 시간은 타고르[6]호에서의 이틀뿐이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명준의 회상이다.
남한의 대학생 이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밀실은 넘치나 '광장'이 없는 현실에 좌절하던 명준은 결국 연인 윤애를 남겨둔 채 월북한다.
그러나 북한 또한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한받는 각종 집단주의를 위한 광장은 있으나 개인의 '밀실'이 없는 곳이었다. 명준은 월북한 아버지[7]의 힘으로 전공을 살려 처음에는 노동신문에 들어갔는데 이러한 면들에 실망하고[8] 일부러 건설 현장으로 나간다. 노가다 일을 하다 사고로 부상당해 입원했는데 거기에서 간호 봉사를 온 발레리나 은혜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도피하듯 새 연인 은혜와 인연을 맺는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벌어지고 공산군 고위 장교로 참전한 명준은 친구 태식을 고문하고 친구 태식의 아내가 된 윤애를 강간하고 '악마도 되지 못한' 자신을 비웃는다. 강간하는 악몽을 꾼다.[9]
윤애 날 믿어줘, 알몸으로 날 믿어줘
낙동강 전선에서 명준은 간호장교로 투입된 은혜를 다시 만난다. 그곳의 한 동굴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던 중 은혜는 명준의 딸을 가진 것 같다는 말을 하지만 얼마 안 가 폭격에 비명횡사하고 만다. 이후 포로가 된 명준은[10]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 행을 선택하게 된다. 남, 북에 모두 실망한 탓도 있었고 남한으로 가봐야 빨갱이 취급 받으며 계속해서 괴롭힘 당할 게 뻔하며 북한으로 가 봐야 남로당계인 아버지는 숙청당할 것이라[11] 명준 자신도 무사할 수 없었다.
명준은 중립국으로 지정된 인도로 향하는 타고르 호에 오른다. 그러나 중립국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할 것을 갈등하던 명준은 처음 감시자로 여기며 총으로 쏴 버리려고 했던 갑판 위 두 갈매기[12]의 모습에서 은혜와 자신의 딸을 떠올리며 마지막 자유의 공간인 푸른 광장으로 뛰어든다. 결국 명준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빨갱이도 반동분자도 없는 곳을 자신의 손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튿날.
타고르호는, 흰 페인트로 말쑥하게 칠한 삼천 톤의 몸을 떨면서, 한 사람의 손님을 잃어버린 채 물체처럼 빼곡히 들어찬 남지나 바다의 훈김을 헤치며 미끄러져 간다.
흰 바다새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마스트에도, 그 언저리 바다에도.
아마, 마카오에서, 다른 데로 가버린 모양이다.
3. 등장인물
이명준
작품의 주인공. 철학과 학생이었으며 6.25 이전 남한과 북한이 이념적으로 크게 대립하고 있을 적에 가족을 남한에 남기고 혼자 월북해버린 아버지 때문에 지인이었던 은행장에게 신세를 지며 자라나 은행장네 자식인 남매와 그럭저럭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부유하니 즐기면 되는 삶에 만족하는 주변 친구들과 달리 남한의 현재 상황과 체제에 비판의식을 가져 남한을 개인들로만 이루어진 밀실로 빗대고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를 광장에 빗대며 밀실이 아닌 광장을 꿈꾼다.[13]
그런 명준에게 삶의 변화가 찾아오는데 다름아닌 월북해서 한참 소식이 끊긴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북한 쪽 방송에서 얼굴을 비춘 것. 이것 때문에 경찰이 그를 다짜고짜 빨갱이라고 몰아세워서[14] 영문도 모르고 고초를 치러야 했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윤애와의 관계도 결국 잘 되지 않는 등[15] 일이 잘 안 풀리자 결국 북한이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 심보로 월북하게 된다.
북한에 간 명준은 이미 남로당 쪽 고위직에 앉은 아버지와의 접선에 성공하고, 아버지의 빽 덕분에 괜찮은 자리 하나 꿰차지만 거기서도 자신의 신념을 고집했다가 북한 체제와 이를 따르는 사람들의 압력[16]을 받자 실망한다. 이후 명준은 북한을 부정적인 의미에서 광장이라고 여기게 된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북한 체제에 대해 느낀 문제의식과 비판점에 대해 말해봤자 그나마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던 아버지조차도 애매한 반응을 보이면서[17] 아예 집을 나와 노가다 뛰다가 간호 봉사를 온 발레리나인 은혜를 만나게 된다.
윤애와 달리 자신을 순순히 믿고 따르는 은혜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정서적 위안을 받던 명준이었으나 은혜는 발레단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나야만 했다. 이를 알면서도 매달려보던 명준이지만 결국 은혜는 떠나게 되고 이후 6.25 전쟁이 터져 명준은 북한 측 군인으로써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윤애를 강간하고 태식을 고문하던 악몽을 꾸기도 했고[18] 초판에서는 후방에서 고문하는 것에 완전히 질려 버린 나머지[19] 전방으로 자원해서 나온다[20]. 이 때 간호장교로 온 은혜와 만나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다는 소식[21]을 듣기도 한다. 허나 은혜가 먼저 전사하게 되고 본인은 포로로 잡히며 남로당계 인사(박헌영)이 체포당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후 명준은 결국 중립국 행을 택한다. 남한에 가도 북한에 가도 그는 결코 좋은 취급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었던 데다[22] 남북한 모두에 질려 버린 탓도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극히 최소한의 관계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23] 그나마 제일 낫겠다고 생각해서였다.[24]
그러나 중립국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갈등하던 명준은 이전에 배에서 봤던 갈매기 두 마리를 결국 은혜와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딸로 여기며[25] 바다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사실상 그가 죽는 장소가 된 바다가 외려 그에겐 마지막 이상향이 되어 버린 셈.[26]
대다수 등장인물들에겐 평면적인 부분이 두드러지는 이 작품에선 대놓고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은행장
명준네 가족의 지인으로 월북한 명준네 아버지 때문에 남한에 남겨진 명준네 가족을 명준이 청년이 될 때까지 챙겨줬다. 나중에 윤애와 결혼하는 명준 친구 태식과 영미의 아버지다.
은행장의 자식 남매
명준과 아는 사이로 나잇대도 비슷하지만 부유한 상류층임을 이용해 그냥 인생 즐길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유형들로, 명준은 이런 이들을 속으로 내심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태식
명준을 과거 돌봐주던 은행장의 아들이자 명준의 친구. 명준이 남에서 그와 함께 지낼 때 명준은 그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27] 명준이 월북한 후 윤애와 이어지게 된다. 초판에선 명준에게 고문당하고 아내 윤애가 강간당할 뻔하나 개정판에선 명준의 악몽이라고 수정되어서 초판보다 수모를 치르는 게 덜해졌다. 부친으로 알 수 있듯이 성씨는 변씨.(...)
영미
은행장의 딸로 명준과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다. 명준에게 윤애를 소개시켜준다. 이후 행적은 불명이나 명준의 꿈에서 태식을 모욕할 때 언급되어 결국 태식이 명준에게 침을 뱉도록 만든다.
경찰
명준의 월북한 아버지가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자 남한에 남겨진 명준을 대뜸 빨갱이로 의심해서 못살게 굴었다. 니 아빠가 빨갱이니 너도 빨갱이일 거 아냐 하는 답정너식 심문이 주요 장면이다. 명준이 남한 체제에 실망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윤애
명준이 남한에 있을 적에 좋아하던 여성. 친구 태식과 그녀를 사이에 두고 명준은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윤애가 혼전순결 때문에 끝까지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하자 명준은 실망하게 된다. 허나 나중에 6.25 전쟁 땐 윤애를 강간하는 악몽을 꿨다가 깨기도 했다(...). 사실 진짜 그런 전개가 될 예정이었는데 개정판에서 그냥 명준이 그런 꿈 꿨다는 식으로 수정된 게 최종적으로 출간되어서 없던 내용이 되었다.
은혜
명준이 북한에서 새로 사귀게 된 여성. 국립발레단 단원인데 명준이 노가다 뛰던 곳에 간호봉사하러 왔다가 명준과 안면을 트게 되어 성관계까지 하는 깊은 연인관계가 되었으며 명준은 그녀에게서 이 때 위안을 제법 받은 듯. 허나 떼쓰는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명준의 부탁도 결국 뿌리치고 발레단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준 곁을 떠나게 된다. 이후 6.25가 터졌을 때 간호장교가 되어 낙동강 전선에 있다가 명준과 재회하여 자신이 그의 딸을 가졌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딸을 낳기도 전에 전쟁통에 폭격을 맞아 전사하게 된다.
명준의 아버지
오래전에 명준과 남은 가족들을 남한에 내버려두고 혼자 월북한 사람으로, 명준이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 북한 쪽 뉴스에서 그가 고위층으로 나오는 바람에 졸지에 그와 호적상 부자관계란거 빼곤 관련 1도 없이 살던 명준이 남한 경찰들에게 고초를 치르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정말로 북한 남로당 측 인사라는 제법 거물이 되어 있었고 실제로도 잘 살고 있었다. 심지어 자기보다 한참 어린 건 물론 아들과 견줘봐도 어린 젊은 여자와 새장가를 가는 도둑놈 모습을 보여줬으며 그 여성은 명준이 기대한 대로 신여성이 아니라 그냥 남자에게 순종하는 게 전부였던 구시대 여성이어서 명준이 추가로 실망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28] 즉 옛날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지위를 이용해 부귀영화를 누리고 북한의 잘못된 체제는 외면하며 그저 자기 말을 잘 듣는 젊은 이성과 관계하는 등 인간적으로는 타락한 인물.
일단 아버지로서 나름대로의 책임감은 있었는지 최후의 양심 월북한 명준을 자식 취급해 주며 명준은 그의 빽 덕분에 초기엔 언론 쪽을 한 자리 꿰찼지만 거기서 갈등을 벌이고 아버지의 반응에도 실망해 결국 아버지 밑에서 사실상 나오면서 등장이 없어졌다. 이 때 명준이 아무리 불평과 비판을 날려도 그냥 침묵으로 일관해 버렸다.
6.25 후엔 같은 남로당 인사였던 박헌영이 체포되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통해서 그가 생존해 있다고 쳐도 다른 남로당 인사들과 함께 숙청당하리라는 것이 암시된다.
명준의 새어머니
명준의 아버지가 북한 측 고위관료가 된 뒤 둔 것으로 보이는 후처로, 명준보다도 더 어려뵈는 나잇대에 그저 남성에게 순종적이기만 한 구시대 여성이라고 나온다. 명준은 그녀를 '조선의 딸' 로 부르며 아버지가 자신의 사상을 공유할 정도로 발전한 신여성이 아닌 그저 트로피 와이프라고 할 수 있는 구시대의 젊고 예쁜 여자를 아내로 삼은 것에 실망한다. 하늘같이 떠받들던 남편이 이후 숙청당할 것이 뻔하게 되었으니 그녀 역시 숙청당하지 않더라도 영 좋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북한 측 관료
명준이 당의 입맛에 맞는 기사는 쓰지 않고 자기 주관적 해석을 섞은 기사를 만들어 발행하려 하자 명준을 자아비판시킨 관료. 북한이 실상은 매우 통제적이고 탄압적인 독재체제 하의 '밀실 없는 광장' 이라는 걸 명준에게 깨우쳐주는 인물 중 하나. 명준은 이런 북한의 실상과 이런 실상을 못 본 척하고 고위 관료로서의 생활을 누리는 데 충실한 아버지에게 실망감을 느껴 아버지가 준 언론 쪽의 자리를 그만두고 노가다를 뛰게 된다.
선장
비중은 적지만 사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인물. 명준을 비롯한 석방포로들이 타게 된 '타고르 호' 의 선장으로 명준을 제법 좋게 보고 잘 대해준다. 인간적으론 무난하게 좋은 사람. 다만 석방포로들이 홍콩 주변으로 배가 가게 되었을 때 원래 선착 예정엔 없던 홍콩에 정박해 달라고 졸라대도[29] 확실하게 거부한 걸 보면 이런 쪽으로 엄격한 사람인 듯. 물론 원래 정박해야 할 곳이 아닌 다른 육지를 밟았을 때 포로들이 튈 우려도 있으므로 거부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명준이 이런 포로들에게 동조하긴 커녕 오히려 이들을 막다가 부상을 입자 그를 더욱 좋게 본 듯.
무라지
포로호송의 책임을 맡아서 타고르호에 탑승한 인도관리. 명준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느라 등장하며 포로들이 폭동을 일으키다 실패한 후의 상황을 명준에게 설명해 준다.
석방포로들
'김' , '박' 등 한국 성씨를 쓰는걸로 보아 명준과 출신이 같은 포로들로 보이며 타고르 호를 타고 가다가 홍콩 쪽으로 배를 돌리라고 요청한다. 육지 밟고 싶다는 이유라나 뭐라나.[30] 다만 초기의 온건적인 시도가 실패하고[31] 폭동의 조짐을 보인다. 명준은 이들에게서 자신들에게 동조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외려 거절하고 그들을 말리다가[32] 부상을 입고 잠시 몸져눕게 된다. 다만 이들의 2차 시도도 결국 실패한 듯.
남한과 북한의 설득자들
포로가 된 명준이 남한, 북한, 중립국 중 어느 한 곳을 설득해야 할 상황에서 등장했다. 북한 측 설득자는 처음엔 북한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나름 부드러운 태도로 명준을 설득하다가[33] 명준이 중립국 타령만 하자 180도 돌변, 증오의 눈초리로 화를 내며 설득을 끝냈고[34] 남한 측 설득자는 더욱 온건한 태도로 그의 재능이 아깝지 않냐, 처우를 잘 해줄 것이다 따위의 감언이설로 명준을 설득하려고 시도했으나[35] 명준이 끝까지 중립국만 염불 외우듯 말하자 결국 포기하고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물러난다. 두 설득자간의 태도가 크게 대조된다.[36]
4. 상세
사실 마지막에 명준은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고 봐야겠지만 그가 찾은 마지막 자유가 현실화될 수 없는 이상으로 멈춰 버린 것은 결국 명준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남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이다.
줄거리를 읽다 보면 알 수 있듯 성애 묘사가 의외로 빈번히 나온다.(...) 물론 '인간애'를 나타내고자 하는 수단이다. 한편으로 소설을 읽다 보면 한국어스러운 표현을 쓰기 위해 통찰하고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수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라는 첫 구절이 굉장히 유명하다. 처음부터 있었던 문장은 아니고 작가의 연이은 개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멋들어진 문장이다. 초판 문장은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이면서 숨쉬고 있었다." 이다.
광장은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10여 차례 이상 수정되었는데 부분 표준어로의 수정,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의 수정이 많으나[37] 이런 어휘 수정뿐만 아니라 내용상의 수정도 꽤 있었다. 1960년 새벽지에 처음 연재되었던 판본에서는 그 유명한 "중립국"에 대한 8페이지에 걸친 이야기가 없이 그냥 중립국으로 가는 걸로 나와서 중립국에 가는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1961년 정향사에서 출판될 때는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명대사 에피소드가 삽입된다. 내용과 주제 역시 많이 바뀌는데 가령 갈매기 알레고리가 원래는 윤애와 은혜였지만 1973년 민음사본에서는 은혜와 그 딸로 바뀐다. 애정의 실패와 이데올로기 간의 대립 속에서 헤매다 희생되는 것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던 명준의 최후가 순수한 사랑에 대한 추구로도 해석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위즈키즈라는 어린이, 청소년용 잡지의 인터뷰에서 소설의 마지막을 자살로 선택한 이유는 자살이 가장 임팩트있는 결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작가가 직접 설명했다. 이 때문에 수정본을 제작할 때도 이 부분은 수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메시아'가 왔다는 이천년래의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죽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부활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코뮤니즘이 세계를 구하리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풍문 속에 삽니다. 풍문의 지층은 두텁고 무겁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부르고 문화라고 부릅니다.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풍문에 만족지 않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납니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 광장에 대한 풍문도 구구합니다. 제가 여기 전하는 것은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 한 우리 친구의 얘깁니다.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38]
이게 광장이 최초로 공개된 새벽 지에 실렸던 1960년 11월의 서문이다. 당시 사회는 4.19 혁명으로 들뜬 상태였으며 광장은 이런 민감한 주제가 자유롭게 이야기될 수 있던 굉장히 아슬아슬한 시대에 나온 작품이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이승만 정부에 검열당했을 테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박정희 정권에 검열당했을 테니. 휴 다행이야 역시 인생은 타이밍 광장의 최초의 출판본인 정향사본 역시 1961년에 출간되긴 했으나 5.16 군사정변 전인 2월에 출간되었다. 검열 때문에 내용이 바뀌었다는 유언비어도 있으나 한마디로 검열 때문에 결말이 바뀌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되는 정본을 기준으로 같은 작가의 소설 구운몽과 한 책으로 묶어 파는 편이다. 표지를 그린 이는 소설가 김승옥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8년 7월 기준으로 통쇄 205쇄를 돌파했다고 한다.
5. 실제
당시 제3국행을 선택한 양측 포로는 인민군 74명, 국군 2명[39], 중공군 12명으로 총 88명이었다고 한다. 포로 송환을 담당한 인도에서 제3국을 선택한 88명을 모두 일단 자국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소설 광장의 영향으로 포로들이 중립국을 선택했다고 오인되지만 실제로 포로들이 원한 것은 중립국이 아니라 제3국행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다수(40~45명 가량)는 미국행을 원했다. 포로들 중 반절은 반공/친대한민국 성향이었지만 북한 출신이라 연고가 없는 남한에 굳이 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지 이념이 중립이 아니었다. 아래 현동화 회장의 인터뷰에서도 나오지만 소설 광장과 달리 포로들은 이념보다는 각자의 이유로 제3국행을 원한 것이였다.
스위스, 스웨덴 같은 진짜 중립국들은 시작과 동시에 포로 안 받겠다고 공개 선언했기 때문에 중립국으로 갈 수 없었다. 중립국인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포로들은 공산주의를 워낙 혐오하여 부모님이 있는 북한을 버리고 온 사람들이라 유고행은 논외.
이에 인도는 크게 당황하고 전세계 국가들에게 포로를 받아 달라고 했지만 그 어느 나라도 답이 없었다. 멕시코에서 받는다고 했다가 안 받는다고 했다가 몇 년간 수 차례 말을 뒤집으며 낚시질한 것뿐. 포로들이 가장 원한 미국도 처음부터 포로들을 안 받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치고 피곤한 포로 26명은 인도 잔류를 선택했으며 제3국행이 좌절되자 인도에서 북한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어 6명은 북한행을 선택했다.# 다만 남한만은 본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도에서 보내주지 않았다.
그러다 브라질에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몽땅 받아주겠다고 하였고 며칠 후에는 브라질의 경쟁국 아르헨티나도 15명까지 받아준다고 하여 다들 남미로 가게 되었다.[40] 이미 인도에 터잡고 살고 있던 포로들마저 거의 대부분이 남미행을 선택하여 다함께 1956년 초 남미로 떠났다. 그리고 이들이 남미행을 원한 것은 미국에 더 가깝기 때문이었고 멕시코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좌절되자 몇 명은 인도에 남았다.
결국 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76인의 포로 중 48명은 브라질, 11명은 아르헨티나, 6명은 인도에 잔류했다. 여기에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 6명에 한국으로 간 사람 5명이 추가된다. 중립국으로는 아무도 안 갔다. 그리고 최초 정착지가 이렇다는 거지 이후 소원대로 미국으로 가는 데 성공한 사람도 있고 남북한으로 간 사람도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은 현동화(1932~2021)로 인민군 중위였으나 국군에 투항했고 이후 3국행을 선택하여 인도로 가 양계장과 가발공장 사업으로 대박을 쳤으며 주 뉴델리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직원으로 잠시 근무하기도 하고 재인도한인회 회장 및 고문을 역임할 만큼 활동을 활발히 했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과는 다르게 이념 대립에 환멸을 느낀 게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이 출발하려는 경제적, 학문적 욕구가 더 컸다고. 최인훈 소설 '광장' 주인공 모델 현동화 전 재인도한인회장 별세 2021년 사망하였다.
중립국을 선택한 포로들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주영복의 <내가 겪은 조선전쟁>, <76인의 포로들>을 추천한다. 인민군 공병부 소좌 출신 주영복은 남미행을 선택한 포로들의 리더였으며 본인은 브라질로 갔는데 이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와 함께 브라질에 간 사람은 56명[41]이며 이후 주영복은 포한사전을 만들어 현재까지도 포르투갈어를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6. 패러디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문학교과서에 자주 수록된 명준이 각기 북한 귀환과 남한 잔류를 설득당하는 장면[42]은 소설 광장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남한과 북한 측 설득자가 무슨 소리를 해도 중립국. 4달라 드립이 성행하기 이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이 부분만은 비교적 패러디하기 쉬워서 허생전, 방망이 깎던 노인, 운수 좋은 날 등과 함께 패러디 재료로 자주 활용된다.
주인공 영준이 향한 인도 공화국은 자본주의 체제가 맞긴 하나 엄밀하게는 모든 중립국이 자본주의였던 것은 아니다. 냉전 시대 제3세계[43]의 실질적 맹주 역할을 했던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이나 소련과 미국 어느 쪽이든 적으로 보고 완전히 국가를 폐쇄한 알바니아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등 중립국 중에도 공산주의 국가는 있었기는 했다.
A와 B라는 선택지 중에서 아무것도 고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난죽택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