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자살
아래는 작년 6월 신문에 난 기사이다.
‘경찰관·부모에게 보내는 문서 발견…경찰, 시신 부검 의뢰’
지난 5월 19일 충남 천안에서 한 초등학생이 팔 골절 수술을 받다 사망한 가운데 이 학생의 담당 마취의사가 6월 9일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과 병원에 따르면 그 의사는 이날 오전 8시께 자신이 근무하던 천안의 한 병원으로 출근한 직후 직원과 동료에게 피로를 호소하며 링거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한 시간여 뒤 A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로 직원들에게 발견되어 곧바로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0여 분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병원 마취담당 의사는 이날 오후 경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가 의료행위 중 실수나 주의 태만으로 인한 과실로 환자가 사망할 수는 있다. 환자의 사망에 따른 의사의 자살은 한두 번 일어난 일은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몇 건은 산부인과에서 임신 중절수술 후 실수로 일어난 자궁천공으로 사망한 환자의 가족들이 법을 떠나 의사를 못살게 굴어 자살한 건이 있다. 그러나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가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사고를 피해간다고 해결이 되겠는가? 오히려 피해자의 가족과 해당 병원은 사건의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될 뿐이다. 아마 형사적으로는 전직 모 대통령의 자살 건처럼 공소권이 없어지고 민사적으로는 배상의 주체가 없어지지 않는가. 아직 사고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무어라 말할 수는 없으나 설사 의사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하였다 치자. 그래도 민, 형사적으로 책임을 지라면 지면된다. 우리나라 형법에 따르면 제267조(과실치사).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업무상 과실치사는 일반 과실 치사보다는 형이 무거우나 대부분 벌금형이나 금고형에 집행을 유예하므로 교도소에 가지 않게 되는 것이 상례이다. 또 자식의 사망이란 피해를 입은 부모에서 손해배상은 일반적인 과실에서처럼 생명은 원상회복이 있을 수 없고 어디까지나 금전적인 배상뿐이다.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를 들들 볶아서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물론 잘 못이 있든 없던 간에 자기가 마취를 한 환자의 사망에 이 의사의 괴로움은 말해서 무얼 하겠는가. 내가 서울 민사 고등법원에서 조정을 한 건수로는 전신 마취 시 사용하는 근육이완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세계적으로 증례 보고되는 심한 고칼륨혈증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한 건도 보았으며, 이는 의사가 아무리 주의를 하여도 피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사고를 많이 보아온 내가 생각하기에는 자살은 쉽게 사회적인 자살과 병적인 자살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난 노 정권 때 모 건설회사 사장과 모 시장의 자살은 정권의 책임자가 한말 때문에, 또 검찰 수사에서 받는 모욕을 참을 수 없어 자살한 사회적 자살의 대표적인 예이다. 또 김 모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자살이라는 예상치 못한 선택은 자살 동기에 결국 수사로 인한 압박감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정만 하고 있다. 또 전북 익산의 모 의과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교수연구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최근까지 논문대필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로는 과거 일본 사무라이나 미시마 유끼오같은 극우주의자 들의 할복이나 고딘 디엠 정권 때 월남스님의 분신 등이다. 최근에는 중국신장 분리주의자 들의 분신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명배우 최 모씨등 정신적인 병,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경우는 조금만 주위의 가족이나 사회가 신경을 써 주면 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자살은 단지 개인에 한한 문제만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며, 남겨진 주위의 사람들에게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며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인 손실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따라서 우리 형법 제 252조 2항에도 자살방조죄가 있으며 처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한편 종교에서는 자살을 죄악으로 생각하며 불교에서는 자살한 영혼은 극락으로 갈 수도 없다. 한때는 젊은이들에서 정사(情死)란 것이 유행인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넘을 수 없는 신분도 없고, 또한 안 되면 그만이지 하는지. 이를 들을 수가 없다.
의사가 자신의 의료 행위 중 일어난 사고에 책임을 지고 자살을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번 세월호사건이나 다른 일어난 대형 인명 사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법적으로 책임을 피해나가거나 남에게 전가시키는 일을 많이 보고 있지 않은가. 환자의 사망에 괴로워하는 양심적인 의사가 자살을 하여야 한다면 이는 이른바 사회정의도 아니고 형평으로 보아도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
위의 글은 medical portal site인 Medigate에 저의 고정 칼럼에 올린 글입니다.
첫댓글 의사가 숙명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 전문과목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의료사고에 대한 공포라 할 것이다. 심지어는 의무기록지에 적는 어휘 하나에도 만약 이것이 법정에 노출될 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를 고려하며 쓰고 있다. 자기가 돌보던 환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오게 되었을 때 담당 의사가 느끼기 되는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죄책감에서 부터 일생을 환자를 돌보아 오던 내가 고작 이것 밖엔 안 되는가 라는 자괴감을 포함하여 제반 주변 상황이 포괄적으로 여의치 않았을 때 의사자신이 느끼는 심적고통은 말로 형언키 어렵다. 단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본인을 질타하기 보다는 그렇게 이르지 않게 ...
사회적인 제도가 정착화 해야 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어 주었으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뻔했다. 의료사고를 좀 더 교양있게 해결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의료사고로 의사가 입는 피해는 막강하다. 미리 많은 돈을 지불하며 들어 놓은 의료사고 보험에서 대충 해결하므로 직접직인 경제적 손실은 없다 하더라도 몇 년을 끄는 동안 심리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지역사회에 문제가 노출되면서 환자의 급감 내지는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 가족간의 불화 등으로 불똥이 튀는 등 해악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상상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을 비하하기엔 문제가 너무 복잡한 양상을 띄는 것이...
의료사고에 얽힌 심리적 갈등이다.
나도 내가 최선을 다하여 비싸서 쓰기 어려운 hyperimmune gamma globulin까지 메이커에서 공짜로 구하여 치료한 환자가 죽었는데, 입원해 있었을 때는 누나가 중함에도 불규하고 코빼기도 안보이던 동생이 나를 찾아와 탁자에 칼을 꽂으며 '니가 내 누나 죽였으니 니도 죽어봐라.' 나의 말 '그래 환자 한사람 죽으면 의사 한사람 죽어야 된다면 우리나라에 의사 하나 살아 남겠나.' 하고 쫓아 버린 적이 있었지요. 이게 대학병원이나 되었기에 망정이지 개인병원이라면 어떡했을까?
뱃짱 한번 좋으셨습니다만..... 앞으로 그러실 일이 없겠지만, 위험할 뻔 했습니다. 막가파에, 열등감에 사로 잡힌 사람들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갈 가능성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