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주님 공현 대축일) 몰약과 기쁨
사람은 하느님을 알 수 없다. 하느님이 먼저 알려주시니 알게 됐다. 자연을 통해서,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다른 예언자들을 통해서 당신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때가 차자 사람이 되어 오셔서 전부 다 보여주시고 알려주셨다. 다른 계시는 있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본능적으로 하느님을 높은 분으로 두려워하며 받들어 모신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호칭도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 같다. 인공위성이 땅 위에 있는 것들을 내려다보는 거처럼 하느님도 아니 그보다 더 자세히, 우리 마음속까지 다 들여다보신다고 여긴다. 이런 존재는 두렵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른다면 하느님은 내 뒷조사나 하고 다니는 형사나 흥신소 직원 같은 존재는 아니다. 우리 하느님, 예수님이 아버지라고 부르셨던 그분은 십자가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도 괜찮을 만큼 참 좋은 분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강대국의 침략을 받아 끌려가 노예 생활을 했다. 그러나 기적적이고 신비롭게 귀향했다. 옆에서 그들을 지켜봤던 다른 민족들은 그들의 신을 칭송했다. 이를 두고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예고했다. “바다의 보화가 너에게로 흘러들고 민족들의 재물이 너에게로 들어온다. 낙타 무리가 너를 덮고 미디안과 에파의 수낙타들이 너를 덮으리라.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이사 60,5-6) 그들의 신이야말로 위대한 임금이라고,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인정했다는 뜻일 거다.
이사야가 예언한 대로 동방의 이방인 학자들은 그분의 별을 보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왔다. 지금은 아기지만 그는 커서 온 세상의 임금이 되실 거라고 황금을, 그런 분은 하느님이시라고 유향을 선물로 드렸다. 그런데 신비롭게도 그들은 몰약도 드렸다. 몰약은 향이 아주 진한 나무 진액인데 그 당시 치료제나 소독제로 쓰이고 특히 시신 부패 방지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예수님 장례를 예언한 선물이다. 우리가 지극히 존경하는 임금님, 우리가 순종하는 하느님은 십자가 위에 계신다. 십자가는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인의 표지다. 그것은 예수님을 임금이요 하느님으로 모시는 이들에게 세상이 주는 선물이고 훈장 같은 것이다. 십자가를 안 진 성인은 없다. 순교자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십자가를 지는 소위 말하는 익명의 그리스도인, 의로운 사람들도 있다. 세상은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에게 십자가를 지어준다. 익명의 그리스도인에게도 그렇게 하니 이는 수학 공식이나 물리법칙 같다. 모두에게 그렇다는 뜻이다. 그 길이 쉽지는 않지만, 그게 마냥 힘들기만 하다면 성인과 순교자들, 의로운 이들은 없었을 거다. 세상 속물은 결코 알 수 없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는 이들만 아는 기쁨, 이보다 더 기쁠 수 없는 충만한 기쁨, 아무것도 죽음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영원한 기쁨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걸 아는 이들이 많지는 않아도 극소수는 아니다. 해볼 만하다는 뜻이다.
예수님, 주님을 따르는 이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세상에 반사하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 무리에 속하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참 좋으신 하느님을 무한히 신뢰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