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에 따라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은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주말이면 우리 동네 길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양말을 파는 아저씨가 계십니다.
그 앞으로 수도 없이 오갔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엔 양말이 흔했습니다.
부산에 사는 여동생 시숙님이 대구에서 양말공장을 하셔서 양말을 수시로 얻었기 때문입니다.
친구에게도 나눠주고, 가족들이 신어도 남을 만큼 양말은 많았습니다.
작은 아들이 출근하면서 알록달록 색깔이 있는, 얻은 양말이 아닌 무채색의 신사 안말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그 자동차 앞에 가서 양말을 구경했습니다.
네모 플라스틱 통안에 상표별로 가지런히 쌓아둔 양말의 품질이 아주 좋아 보이는데도 값은 저렴했습니다.
여름에 신기에 적당하게 얇은 양말이 네 켤레에 10000원이랍니다.
상표를 보니 놀랍게도 입센 로랑, 루이뷔똥, 구찌, 버버리, 레노마...이고 생산은 '메이드 인 이태리'나 '메이드 인 프랑스'로 되어 있습니다.
"아저씨, 이거 수입품이에요?"
"아니오, 국산품입니다. 상표만 그렇게 붙인 겁니다."
유명 상품을 흉내 낸 카피제품인 만큼 품질이 허술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백화점은 아이쇼핑이나 하러 가지 물건을 사러 가진 않습니다.
아이쇼핑도 젊었을 때 이야기고 이젠 백화점에 갈 일이 전혀 없습니다.
적은 월급으로 저축하며 아이 키우고 하는 생활이 얼마나 빠듯하게 살아야 하는지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참 무섭게 알뜰하게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백화점 근처에도 안 가고 살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고맙게도 이런 생활에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잘 따라 주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겨울 양말을 사러 갔습니다.
아들 양말을 고르고 가끔 외출하는 남편 양말도 골랐습니다.
평소에 늘 신던 양말이 아닌 양말을 발견한 남편이 상표를 들여다보다가,
"구~시~ 이거 웬 양말이야?"
"ㅎㅎㅎ 구~시(GUCCI)가 아니고 구~찌라고요. ㅎㅎ..."
명품에 대한 이해가 없는 남편의 '구~시'란 발음에 웃었습니다.
명품에 대한 이해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저도 잘 알지 못 합니다.
우리 수입으로는 명품이 가당찮기도 하거니와 명품에 대한 관심도 없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에 입력된 것이 전부입니다.
우리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일입니다.
우리 가족은 강남 고속 터미널 지하상가에 갔습니다.
첫아이의 첫 입학인데도 백화점에 갈 생각은 아예 하지 못 했습니다.
지하상가에는 정말 많은 가게들이 있고 물건도 다양했고 가격대도 저렴했습니다.
그 당시 남편이 46세, 나는 40세로 모두 40대였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의 학부형 치고는 많은 나이고, 그렇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하기엔 젊어뵈는, 어중간한 나이였습니다.
가방 가게 종업원은 우리 부부에게 어떤 호칭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는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여러 가방을 권하는데 그중에서 '아가방' 이란 상표가 붙은 가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TV 광고에서 많이 보던 상표라 더 믿음이 갔고 아이도 마음에 든다고 해서 사 왔습니다.
모처럼의 가족 외출이었고 마음에 드는 가방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샀고 문구점에서 핕통이랑 기타 학용품도 사서 기쁘고 들뜬 기분에 룰루랄라 콧노래라도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분이 그리 오래가지 못 했습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후 다시 보니, '아가방'이 아니고 '아 가방'이었습니다.
'아가방'의 유사 상품인 줄 모르고 산 것입니다.
어쩐지 가격이 마음에 들 만큼 쌀 때 한 번쯤 의심해봤어야 했는데, 첫아이 첫 입학 선물을 고르면서 너무 마음이 부~웅 떠 있었던 것이 실수의 원인이었습니다.
내가 아이의 할머닌가 어머닌가 헷갈려 하는 종업원의 표정이 재미있어 신경이 그리로 쏠렸던 것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첫 입학 선물로 산 가방이 가짜 상품이란 사실을 아이에게 차마 말을 하지 못 했습니다.
평소에 반듯하고 차분한 면을 보이려고 했던 내 이미지에 흠이 되겠고, 그 보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큰 아이 반 아이들은 백화점에 진열된 값비싼 고급 가방을 메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큰 아이는 '아가방'이 아닌 유사 상품인 '아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공부를 아주 잘 했습니다. 가방과 성적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입증한 셈입니다.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큰 아들에게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요즘 일부 사람들이 '명품' 상표에 너무 열광하는 심정을 이해 못하겠습니다.
명품을 갖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명품 핸드백을 갖길 소원하는 여성들, 자신의 능력과 체형을 무시한 채 명품 옷만 고집하는 일부 사람들 이야기는 이해가 안되고 저렇게까지 명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씁쓸하고 의아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나를 보면 이해가 안된다고 하겠지요만...
첫댓글 아 가방, 이런 속임수로 아가방을 착각하게 만드는 상표 너무 기가 막힙니다. 그래도 가격면에
러운 한국인것 같아 근검 절약하면서 사는 옥덕이가 마음에 들고 본 봐야겠어...
바가지를 쓰지 않아 다행이었네. 그 시절에는 속임수가 심한 우리나라 상술... 지금 생각하면
적은 봉급으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들게한 것은 어머니의 가정교육덕분입니다.
가난하게 살던 습관이 평생을 가는군요.
너무 바보처럼 살았다는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옥덕씨,대대로 내려오는 훌륭한 家風인 근검절약이 명품보다
더 훌륭한 가풍입니다.양말은 바지색갈과 어울리면 되니
저희집도 Black,Brown,Gray,Tan ,Navyblue,이면 충분합니다.
원래 속이 빈 사람들이 겉치레에 더 신경을 쓴다고 심리학자가 말하더군요.
겉모습이 멋진 사람보다 속이 꽉찬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우리 그 시절에는 다 그렇게 살아야하는줄 알고 살았죠.
옥덕아우님의 살뜰한 모습을 보는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그 당시는 이렇게 잘 살지 못했지요.라졌어요.
요즘은 풍요로운 물질에 사람들의 정서가 많이
우리가 아이들 키울 그시절엔 다 힘들게 살았던 것 같아요.
얄팍한 속임수로 현혹되게 만드는 상술에 늘 속고 사는거지요.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요즘은 보이스 피싱으로 더 많이들 속고 있잖아요.
무조건 멍품에 현혹되어 있는 요즘 뭔가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명품이라고 다 좋은건 아니거든요.......
'명품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란 말씀, 맞습니다.
자신의 경제력과 취향에 맞는 상품을 구매하면 되겠지요.
옥덕님 자체가 명품아이가
명품은 명품이 필요 없어요.
어제는 며느리
어디서 많이본 상표가 디자인 된 지갑이 13만원이라서 이게 진짜냐고 했더니
가게 주인이 아니요 이게 진짜면 100만원 하지요한다.
아이구 과찬의 말씀에 럽습니다.
상표값이 진짜 원가에 몇 배로 가산되어 그런 엄청난 정가가 매겨지는가 봅니다.
우리 아파트 엄마들도 그 빨간 지갑 많이 가지고 있던데, 다 복제품이라고 하더군요.
선혜언니, 갑오년 새해엔 더 건강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길 바랍니다.
멍품. 나는 이름도 질 못외우니까.누가 내 옷 목뒤 라벨을 뒤집어 보며 뭐네 한다.인하는지
내가 산 옷이 아니라 기분이 나빠져요. 외 상표를
짜가 상표 다는 갓 보다 내 물건 자부심이 중요한데.,,,,
공감합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쓰는 물건이란 자부심이 더 중요합니다.
정자언니, 갑오년 새해 더 건강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