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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20
S#1 세정집 거실
19회와 연결해서...
(세정, 머리 풀고 화장기 안 느껴지게, 초췌하고 퀭한 느낌 나게 해주세요.
모든걸 상황에 밀려 놔야하고 그걸 인정하지만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끈을 놔서
허한 상태)
세정 (눈물 어려) 몰라요? 당신 아이 아니라구, 나 임신 안했다구. 그러니까
자기... 윤지수한테 가.
도연 (경악하는, 세정에게 확 다가가며) 다시 말해봐, 너 뭐랬어! 뭐랬어, 지금!
세정 (허하게 보며) 미안하단 말도 못하겠다.
도연 (너무 기막혀 떨리는) 아이 갖구 장난쳤다구? 날 갖구... 장난쳤어?
세정 (더 참담한) 그런게 아니라는건 알잖아.
도연 (도연이 할수 있는만큼 터지는) 그게 장난이 아냐? 날 우롱하구, 지수씰
우롱하구, 너 자신을 우롱했는데! (분노로) 너 그렇게 무서운 여자였어?
도대체 어디까지 할수 있는 사람이야? 어? (미치겠다) 니 감정, 오직 너
하나 위해 도대체 어디까지 할수 있는 사람이냐구!
세정 (찔리고 아프다, 떨리는) 나... 징그럽지 도연씨.
도연 (미치겠는) 너... (모든 감정 한번에 실은, 세정 양팔 확 잡아 흔들며, 터지
는) 세정아! 세정아! (비명처럼 눈물 고여) 세정아! (너 도대체 왜 이러니?)
세정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도연 (어느 순간 멈추는, 세정 잡은 양팔에 힘주어지는, 한대 때리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보고)
세정 (그런 심정 느껴지는) 때리고 싶음... 때려요.
도연 (참고 탁 놓으며) 말해! 어떻게 된건지 말해!
세정 (다 포기했다, 처연히 바라보는)
S#2 산부인과 로비 (회상)
기운 없이 축 쳐져서 걸어오는 세정, 그 위로...
의사(소리) 임신 아니네요.
세정(소리) (떨리는, 절박한) 헛구역질도 하구, 입맛두 없구...
선생님 백프로 안전한 피임은 없다구 하셨잖아요.
세정 (소파에 털썩 앉는)
의사(소리) 내과로 가보세요, 증상이 스트레스성 위염하고 비슷해요.
세정 (절망에 아득해지는, 어쩔줄 모르다 멈칫)
부부 (옆쪽에 나란히 앉아 초음파 사진 보며 기뻐하는)
세정 (내가 저랬으면... 간절한 눈으로 초음파 사진 보는, 그 위로)
세정(소리) 그 초음파 사진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어.
S#3 세정집 거실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세정과 도연. 세정, 다 털어놓고 모든 비난 다 받을 마음.
세정 마치 그 사진 한장이 도연씰 내게로 오게하는 티켓처럼 보였어.
그 길루 사람시켜 초음파 사진 구했구.
도연 (기막혀 보는)
세정 (미리) 아이 빌미루 되도록 빨리 도연씨 붙잡아 미국 가자, 간 다음에
아이 잃은걸루 하면 되지... 한순간에 다 떠올랐어. 도연씨 사람 의심
못하는 사람이구 아이, 생명... 못 저버릴 사람이니까.
도연 그렇게까지 날 묶어두고 싶었니? 니 오기가 그렇게 깊었어? 니가 무슨
권리루 그런 오기를 부려! 지수씨한테, 나한테! 지수씨한테 그렇게 잘못해
놓구, 니가 절실하게 원하지도 않았던 정교수 끝까지 쥐고 있었던 너야.
니 그 장난질에 죽을만큼 고통 받았던 사람인데, 그 사람한테 오기를
부려? 오직 그사람한테 나 보내기 싫어서?
세정 (눈물 어려 고개 흔드는) 그래서 아니예요... 윤지수씨가 도연씨 들국화
여인이라서 그랬던거 아냐. 당신... 보낼수가 없었어. 보내지지가 않았어,
놔지지가 않았어.
도연 (차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니?
세정 (쿵! 해서 보면)
도연 (냉정한) 그거 집착이야! 그게... 어떻게 사랑이니?
세정 (어쩔 수 없는 원망으로 보는)
도연 사랑은, 상대가 행복하길 바라는거야. 상대가 원하는걸 주는거야.
상대가 사랑이라고 느껴야 사랑인거라구.
세정 (가슴 찢어진다. 눈물 삼키며) 난... 사랑마저도 인정 못 받는구나. (끄덕이
며) 어제 방송국에서 자기 만나... 그때 알았어. 난,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내가 믿고 싶은대로 믿는 사람이구나. (자조적인) 난 정말... 자기
윤지수 때문인줄 알았어. 아이가 있어두, 그 여자가 없어두 (고통으로)
난 아닌줄... 그때 알았어.
도연 (그런 세정 기막히면서 안됐다) 널... 어떡하면 좋니.
세정 (메여서) 이제 알았으니까 됐어... 그러니까 이제... 그 여자한테 가요,
맘 편하게 가.
도연 (허탈하게 세정 보는)
S#4 침실
공허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세정, 옷장 열고 아무 외투나 꺼내서 입고
허깨비처럼 나간다.
S#5 거리 + 도연 차안
허탈한 표정으로 운전하는 도연, 충격 뒤의 허탈감이 너무나 크다.
S#6 지수집 거실
탁자에 앉아서 차와 과일 먹고 있는 지수, 선녀, 민수.
선녀, 장부정리하며 갸웃하고 있고 민수, 다인 문제지 채점하고 있다.
찻잔 든채 멍하니 앉아있는 지수.
민수 (얼른 정신차리라고 툭 치며) 언니, 잡지사 가져갈 그릇 체크한다며.
지수 어? 어... 나가야지.
다인 엄마 우리 바닷가 여행 생각해 봤어? (간절한 표정으로 보고)
지수 (그런 다인 표정 보는) 어 그거... 그래, 같이 가.
다인 (좋아서 펄쩍 뛰는) 진짜? 아빠랑 진짜? 언제?
선녀, 민수 (뜻밖의 말에 놀라서 보고)
지수 (방에서 지수 핸드폰 울린다, 일어나서 방으로 가는)
S#7 지수방
핸드폰 받고 있는 지수, 세정과의 통화가 힘들고 고통스럽다.
지수 내가 오세정씰 왜 또 만나요? 이젠 정말 오세정씨 만날 일 없어요, 나.
세정(휠, 차분한) 아뇨, 아직 있어요. 남았어요.
지수 (의아해서 멈칫하고)
S#8 까페
악세사리도 없고 화장기도 없는 창백한 얼굴로 지수 보고있는 세정.
지수, 마치 영혼이 반쯤 빠져나간듯한 세정 분위기 의아한 듯 보는데...
세정 (말하는) 도연씨가 말하게 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게 나을거 같애서 왔어요.
(자괴감) 그 사람... 윤지수씨한테 염치 없을거 같아서.
지수 무슨 말이예요?
세정 (담담히) 윤지수한테 거짓말했어요. 나... 임신하지 않았어요.
지수 (놀라지만 믿기지 않는) 뭐... 라구요?
세정 (피하지 않고 보며) 도연씨 데리고 미국으로 갈려구 거짓말했어요.
윤지수씨한테 도연씨 보내기 싫어서 그랬어요. 임신, 안했어요.
지수 (경악해서 듣다가) 아니라구?
세정 아니예요, (하는 순간)
지수 (지금까지 고통이 너무 컸다, 자기도 모르게 세정 뺨 확 후려치고)
세정 (맞고 돌아간 얼굴 그대로 있고)
지수 (때려놓고 멈칫, 놀라서 자기 손 보는)
세정 (천천히 얼굴 바로 하는데)
지수 (세정을 때렸다!... 그 한순간에 뭔가 확연해지는, 달달 떨리는 손과 세정
번갈아보는)
세정 (지수 반응과 상관없이, 진심) 미안해요.
지수 (떨리는 손 내리는, 내면의 충격으로 당혹스럽게 세정 보는)
세정 (눈물 어려) 그리구... 용서해요, 나. 정말 원하고 갖고 싶었던 사람, 난생
처음 내가 먼저 사랑한 사람, 정말 사랑하고 사랑 받으면서 살고 싶었던
사람... 당신한테 보낼 수밖에 없는... 내 이 상실감으로... 용서해줘요.
지수 (더 많이 떨리는 오른손 왼손으로 부여잡고 눈물 어려 세정 보는)
세정 아이는 거짓이었지만 지난번에 했던 말들... 진심이었어요.
(다시 한번) 그때 정말...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지수 (세정 모습이 더 충격이다. 아무 말 못하고)
세정 도연씨... 잘 부탁해요. (스르르 일어서는, 나가고)
지수 (내가 지금 뭐한거지?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휙 돌아보는)
S#9 까페 앞
나와서 걸어가는 세정. 지수, 급하게 뒤쫓아 나온다.
지수 세정씨!
세정 (멈칫하고 서면)
지수 (떨리는) 미안해요...
세정 (돌아서는) 뭐가요?
지수 (눈물 어리는, 당혹스런) 내가... 당신이 거짓말했다고 해서... 때릴 권리
없는데... 미안해요.
세정 (씁쓸한) 그래요, 윤지수씨 당신두 똑같은 거니까. (허한) 그치만 괜찮아요,
다 끝났는데요 뭐...
지수 (맥 놓아버린 듯한 세정이 당황스럽다)
세정 우리... 먼 훗날이래두... 마주쳐도 서로 아는척하지 말아요.
당신... 다시 보기 힘들거예요.
지수 (이 여자가 왜 이렇게 됐지? 멍해서 보면)
세정 아... 그때도 미안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아는척 해서. 난 왜 항상... 겪어야
알죠? (서글프게 보다 다시 돌아서 가는)
지수 (충격에 보고 섰다, 다시 자기 손 올려보는데 눈물 솟구친다)
S#10 지수 가게
자책감에 펑펑 울고 있는 지수. 민수, 착잡하게 보고있다.
민수 그만 좀 울어.
지수 (자기 심정 토로하는, 죄책감에 격하게) 내가 뭔데, 내가 무슨 권리루
그 여잘 때렸을까? 자기 남편 안뺏길려구 그만큼 절박했던건데, 마치
도연씨가 원래 내 사람인것처럼 내가 그랬어...
민수 그거 땜에 손 올라갔겠어? 쌓인 옛감정 있으니까 그랬지.
지수 아냐... 임신이 거짓말이라는 말에 손이 올라갔어.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게
도연씨 보낸게 화가 나서 때린거야.
민수 어쨌든 거짓말 했잖아. 언니 힘들게 했잖아.
지수 (괴로운) 날 힘들게 했던건 과거였어. 그 여잘 때리는 순간에
알았어. 내가 도연씨 때문에 그 여잘 더 미워했구나, 도연씨 아내라서
그랬구나... 그 여자하구 똑같구나, 나두...
민수 (짠한) 그게 어떻게 똑같니?
지수 (추스리며 고개 젓는) 다르지 않아... 그 여자가 때문에 나 이혼했다구 나두
그 여자 이혼시켜두 되는건 아냐. 내 돈 훔쳤다구 나두 그 사람 돈 훔쳐두
되는건 아니잖아.
민수 아우 언니! 왜 그렇게 극한으로 몰아서 자책을 해?
지수 도연씨 따듯한 사람이야. 나만 아니었음... 그 여자한테 잘하고 살았을거야.
민수 그게 아닐수도 있어. 구피디 말처럼 정말 언니가 다가 아닐수 있다구.
지수 (두려운) 그여자가... 변했어, 민수야. 눈이 변했어... 혼이 나갔어.
그여자... 도연씨 아니면 안되는 사람인데, 자기가 너무 소중하고 대단한
여잔데 그여자, 그게 넘쳐서 병이 된 여잔데... 자기를 다 잃었어.
민수 (보다가 심각하게) 언니 그럼... 구피디 안받아줄거야?
지수 (혼란스런) 한여자 갈기갈기 찢어놓구... 그건 아냐. 민수야 나, 어쩌면 나도
모르게 이미 복수하고 있었나봐, 2년 전부터...
민수 무슨 소리야?
지수 내가 그때 도연씨 마음 받아들였으면, 그 여자도 그렇게 불행한 결혼생활
안했을거야. 다른 남자 만나 자기 자존심 세우면서 사랑받고 살았을거야.
민수 언니 잘 생각해. 언니 말 틀린거 아냐, 맞는 구석 있어.
그치만 언니 그 사람 보내놓고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잊었어?
언니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 그 사람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말 사랑이면
언니가 아프더라도 인정해. 일생에 한번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는 일이
흔하고 쉬운 일이야?
지수 (아프지만) 내가 안 겪으면, 안 겪어서 모르면 몰라두 아는데... 알면서...
내가 다인이 엄만데... (어쩔줄 모르고)
S#11 세정집 거실
들어오는 세정, 집안 둘러본다. 모든걸 놔버리고 허탈한 세정, 잠시 우두커니 섰다가 소파에 앉는다. 피곤이 밀려온다. 소파에 쓰러지듯 길게 눕는, 눈감고.
S#12 공사장
인부에게 뭔가 지시하고 있던 명진, 핸드폰 울리자 얼른 꺼내본다. ‘강사장’ 떠있다.
S#13 공사장 일각 공터
팔짱 딱 끼고 서서 명진 오기 기다리고 섰는 석주, 기선 제압하려고 인상 팍 쓰고 있는데 저만치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명진, 다가오다 선다.
황야의 2인처럼 서로 팽팽하게 마주 보는 석주와 명진.
석주 니가 감히 사장 사모님을 건드려?
명진 허락 없이 사랑해서 죄송합니다.
석주 (오르는) 뭐 사랑? 사랑? 너 지금 사랑이라 그랬냐? 와- 이것들이 번갈아서
뻗대네, 진짜.
명진 사랑한건 죄지만... (하다 버럭) 그러게 와이플 왜 그렇게 막 대합니까!
석주 (열난다) 뭐? 너, 너? 너! 기다려! (명진에게 확 다가가는데 찢어진 신문지
조각 바람에 휙 날아와 얼굴 가린다. 놀라서 푸푸거리는) 뭐야? (잡아서
팍 패대기치고 고개 드는데)
명진 (어느새 코앞에 와 서있다)
석주 (기겁해서 한걸음 물러서면)
명진 용건 말씀하시죠.
석주 (황당한) 야 근데 너 뭐 믿고 이렇게 뻣뻣하냐? 메인몸 아니라 이거야?
그게 아님, 진짜 내 마누라 데리고 살기라도 하겠다는거야?
명진 정선씨가 원하면 못 그럴거 없습니다.
석주 (눈 커지는) 너두야? (고개 돌리며) 어휴 진짜 이것들이... (하다 명진 보며)
야 차반장, 자네 그 여자 데려다 호강시킬 자신 있어?
명진 (바로) 돈 호강은 못 시킵니다.
석주 그치? 돈 호강 못시키지? 근데 그 여자, 돈 없이 못사는 여자야. 어림없어!
자네 그 옥탑방에서? 하루도 못 견뎌!
명진 그건 정선씨가 결정할 일이죠.
석주 (씨도 안먹히는 명진 벙해서 보다가) 애들두 못봐!
명진 (애들이란 말에 움찔하는)
석주 (얼른) 그 여자, 최소한 일년에 서너번은 애들 보러 미국 가. 자네 그
비행기표며 뭐며 다 댈수 있어? 미국 네 번 왕복이면 그 돈만, (하는데)
명진 (치사한 수법에 화나는) 댈수 있다면 어쩔겁니까!
석주 (당황해) 아니 내 말은... (하다 버럭) 애들한테 바람난 엄마 만들구 싶냐구!
더구나 우리 장인이 정치 해! 하루아침에 그 집안 개망신이야! 그러니까,
명진 (그만 하라고 손으로 탁 막으며) 용건이 헤어져라 이거죠, 그러니까.
석주 (주춤하다) 당연하지!
명진 하나만 묻겠습니다. 정선씨 잡는 이유, 그게 답니까?
(강한 눈빛으로) 솔직히 대답하세요.
석주 (보며 갈등하다) 아냐, 짜샤!
<시간경과>
한쪽에 앉아서 담배 피며 생각에 잠겨있는 명진.
S#14 공사장 앞
터벅터벅 걸어오던 명진, 놀라서 선다.
다리 아픈 듯 종종거리며 한쪽에 서서 공사장 쪽 기웃거리는 정선.
명진 (뛰어오며) 정선씨!
정선 (보는, 글썽, 뛰어오며) 명진씨!
둘 (뛰어와 동시에 서로 손 마주 잡는)
명진 (둘러보며) 전화를 하고 오죠.
정선 (뿌해서) 핸드폰 두개 다 뺏구, 집 전화 끊구, 지갑 통째루 뺏구, 공중전화
걸까봐 잔돈 저금통까지 다 들고 나갔어요. 꼼짝말구 있으라구.
명진 그럼 여긴 어떻게 왔어요?
정선 걸어왔어요... (추운 듯 웅크리고)
명진 (기막혀 보는)
S#15 포장마차
뜨거운 우동 국물 마시다 놀란 눈으로 명진 보는 정선. 명진, 착잡하게 보고 있다.
정선 강원도?
명진 담주에 여기 공사 끝나면 강원도 공사장 일 하기로 했어요. 내 일이
그래요.
정선 (눈 꿈뻑꿈뻑하다 우동 그릇 내려놓는)
명진 왜 대답을 안해요? 옥탑방은 둘째치구, 나 따라 강원도며 전국 각지
따라다니며 살수 있냐구요.
정선 (확신은 없지만) 살수는 있을거 같은데... (눈물 그렁해지는)
명진 (짠한) 애들이 걸리죠?
정선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명진 (아프게 본다)
정선 힝, 우리... 어떡하냐...
명진 근데 나, 이대론 정선씨 못 보내요.
정선 (무슨 말인가? 보고)
S#16 방송국 일각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도연, 이윽고 핸드폰 꺼내든다.
지수 번호 찾아 전화하는 도연.
S#17 지수 가게
핸드폰 받고 있는 지수.
지수 (담담히) 지금 오셔두 돼요, 안그래도 할 얘기 있었어요... (잠시) 네...
(끊는, 깊은숨 내쉬고 생각에 잠기는)
S#18 재민집 거실
벙해서 재민 쳐다보고 있는 서운.
서운 내려가라구? 야, 내가 니들 살림 합치는걸 봐야 내려가지.
재민 그래서 내려가시라는 거예요.
서운 그래서 내려가? (밝아지는) 합치기로 했냐?
재민 아뇨 그게 아니라... 그게 언제가 될지 몰라서 그래요. 아니 영영 안될 수도
있구요.
서운 (놀라) 그게 뭔 소리여?
재민 제가 할수 있는게... 기다리는거 밖에 없어요, 어머니. 근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구,
서운 (탁 때리며) 사내자석이!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어 이눔아!
재민 (웃으며) 나무도 나무 나름이예요. 그러니까 내려가셔서 편하게 지내고
계세요. (핸드폰 울린다. 보면 ‘다인엄마’ 떠있다)
S#19 지수 가게
급하게 들어오는 재민. 지수, 앉아 있다가 재민 본다.
재민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갑자기 보재?
지수 (미안한듯) 부탁이 있어요.
재민 (뜻밖인) 부탁? 나한테?
지수 (끄덕이고)
S#20 세정집 침실
잠못 드는 듯 초췌한 얼굴로 앉아서 수면유도제 먹는 세정, 다시 눕는다.
눈감고 잠 청해보는 세정, 잠시 후 다시 눈뜬다.
S#21 지수 가게 (촬영 시간 가능하면 둘의 공원으로 해주세요)
힘든 만남 앞두고 초조하게 왔다갔다 서성이고 있는 지수.
문 열고 들어서는 도연. 지수, 도연 본다.
<시간경과>
놀란 얼굴로 지수 바라보는 도연.
도연 지금... 뭐라고 했어요?
지수 다인아빠하구 재결합하기루 했다구요.
도연 (황당한) 지수씨!
지수 (절박한) 나... 도저히 도연씨 얼굴 볼 자신없어요. 오세정씨 마음을 봤어요,
그 사람이 당신 얼마나 사랑했는지 봤구, 그런 사람 마음 짓밟구 도연씨
받아들일수 없는 내 얼굴도 봤어요.
도연 (화나는) 세정이하구 난 이미 끝난 사이예요!
지수 (설득하는) 오세정씨 얼마나 대단한 자존심인지 알아요, 나. 그래서 자기를
망친것두 알아요. 그런 여자가 대책없이 임신 거짓말하는거, 그거 쉬운 일
아니예요. 도연씨에 대한 사랑이예요, 그거.
도연 (절박하고 강한) 난 당신 필요하구 당신은 나 필요해! 몰라요?
우리 이대로 헤어지면... 평생 후회한다구요, (울듯) 것두 몰라요?
지수 (마음 약해지려해서 떨리는) 도연씨가 내게 와도 평생 후회할거예요.
내가 안겪었으면 몰라두 내가 겪은 일이예요, 당신 아내가 어떤 맘으루
살아갈지 훤히 보이는데, (서글픈) 절대 맘편히 살수 없어요, 행복할수 없어
요. 그래요, 후회할지 몰라요. 그치만 같은 후회면... 그리울 후회가 나아요.
도연 (안타까움에 있는대로 화내는) 그래요, 관둬요!
지수 (멈칫해서 보면)
도연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다신 당신 앞에 안 나타나! 그러니까 제발 그런
식으로 자기 인생 결정하지 말아요, 제발! 제발!
지수 (갈등하다, 미련 잘라 버리려는) 도연씨 때문 아니예요. 다인아빠 충분히
반성했구, 그리구 내가 겪어봤잖아요. 남의 남편 사랑해봤잖아요, 내가.
(시선 외면하며) 그때 다인아빠 심정 모를 것도 없어요, 이제.
도연 (미치겠다) 지수씨.
지수 (미리) 우리 인연... 너무 상처 많지 않아요? 도연씬 확신할지 몰라두 (가슴
짚으며) 내가 안돼요, 내가! 내가 도연씨 안되겠다구요.
도연 (쿵해서 보는, 눈물 어려) 정말... 그래요?
지수 (외면하며 끄덕이는) 그래요.
도연 (믿기지 않는, 마지막으로, 낮지만 단호한 어조) 윤지수.
지수 (흠칫 놀라 보면)
도연 당신... 나 묻어두고... 살수 있어요?
지수 (울컥하지만) ...살수 있어요. (웃으며) 왜 못 살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
로 정 떼는) 그리구 도연씨 그랬죠? 조금이라도 내맘에 불편함 주는 사람
으루 오는건 싫다구.
도연 (아득해져서 보면)
지수 오세정씨 버리는게... 그거예요, 다른 뭣보다. 내 마음 정도를 도연씨 마음
하고 같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도연 (마지막 가격에 눈물 어리고)
S#22 가게 건물 앞
여행 가방 들고 도망치듯 나오는 지수, 터질듯한 울음 꾹 참고 나온다.
뒤따라 나오는 도연, ‘지수씨!’ 하다 멈칫선다.
차 대놓고 기다리고 섰는 재민.
도연 (충격에 굳어지는데)
다인 (차창으로 얼굴 내밀고 웃으며) 엄마! 빨리 와!
도연 (그런 다인과 재민 번갈아 본다)
재민 (도연 한번 힐긋 보고 오는 지수 가방 받고 옆좌석 문 열어주는)
지수 (다인이 앞이다, 극도의 인내로 누르고 타려다 멈칫, 마지막 갈등)
도연 (충격에 보고 섰고)
재민 (울음 참느라 이 악물고 있는 지수 본다. 움찔하고)
지수 (꿀꺽 누르고 탄다)
재민 (도연 일갈하고 운전석으로 가는, 출발해서 떠나고)
지수 (도연 안보려 기를 쓰고 입 꾹 다물고 앞만 보는)
도연 (확실한 증거 앞에서 망연히 섰는, 눈물 툭 떨어지고)
S#23 고속도로 + 재민 차안
운전하는 재민. 지수, 옆좌석에서 멍하니 있고 다인 혼자 신나서 얘기하고 있다.
다인 엄마랑 아빠랑 같이 가니까 좋긴 좋은데, 너무 갑자기야.
아침 일찍 출발해야지.
재민 동해까지 금방이야. (일부러) 엄마가 바다 노을 보고 싶대서 지금 가는거야.
다인 바다 노을? 음- 진짜 멋있겠다. (창 밖 보고)
지수 (도연과 헤어지고 다인 때문에 감정 있는대로 누르고 있는)
재민 (그런 지수 본다. 착잡하고)
S#24 바닷가 (해질녁)
신나서 앞으로 달려가는 다인. 그런 다인 보며 미소짓는 재민. 지수, 재민 몇걸음
뒤에서 걸어오고 있다. 지수, 다인이 돌아보고 웃으면 같이 웃으며 손흔들어 주지만 다인 시선 비켜가면 다시 멍해지고. 재민, 그런 지수 본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디카 건네며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하고 달려오는 다인.
다인 엄마, 아빠! 사진! 사진!
지수 (얼른 웃으며) 어, 그래.
셋, 카메라 앞에 선다. 멍하니 카메라 바라보는 지수 눈에 눈물 고이고.
S#25 바닷가 횟집 (저녁)
저녁 먹는 셋. 지수, 다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 맞추며 먹는척하고 있다.
재민이 소주 권하면 받기도 하고 다인에게 뭐 먹으라고 권하기도 하는 지수.
S#26 정선집 거실 (밤)
소파에 앉아있는 정선과 석주. 정선, 그 앞에 뭔가 빼곡히 쓰인 A4 용지 탁 내민다.
석주 뭐야, 이게?
정선 읽어봐요.
석주 (뭐야? 보고 집어서 읽는) 각서, (하다 정선 보면)
정선 (야무진) 끝까지 다 읽구 얘기해요.
석주 (다시 보고 읽는) 각서, 본인 강석주는 다음 사항들을 이행하겠습니다.
일, 결혼생활의 기본을 지키겠습니다. 일 다시 일, 외박을 하지 않는다.
일 다시 이, 아내 외의 여자와 어떤 신체적 접촉도 하지 않겠습니다.
일 다시 삼, 아내에게 ‘야’ 라는 호칭을 비롯, 함부로 대하지 않겠습니다.
일 다시 사, 무슨 일이 있어도 주 2회는 아내와 대화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황당한듯) 뭐가 이렇게 많어? 일 다시 오, 아내와 처갓집의 각종 기념일을
절대 빼먹지 않겠습니다. (정선 보며, 황당한) 지금 이걸 나보고 다
지키라는거냐?
정선 마저 읽어요, 밑에두 있어.
석주 (다시 읽는) 이, 위의 약속을 어겼을 시에는... (눈커지는) 강석주 본인의
전재산 중 반을 양도하고 이혼하겠습니다? (입 벌어져 보면)
정선 거기서 하나라두 받아들일수 없는거 있으면, (이혼서류 탁 내미는)
지금 도장 찍구. (명진이 시킨대로 벌려는 봤는데 설마? 눈치 보고)
석주 (이혼 서류 보고 더 놀라는)
정선 어떡할래요? 각서야, 이혼이야?
석주 야! (얼른) 아니 여보, 하여사. 아니 잠깐 생각, 생각 좀 하자. (눈감고)
명진 (소리) 강사장, 정선씨한테 미련 있어 보여요.
정선 (속으로, 희한한) 뭐야, 진짜 내가 여자루 보인다는거야? (아무래도 아닌,
고개 흔들며) 됐어! 내가 피아노 레슨해서 비행기값 벌어 미국 가면
그만이야!
석주 (눈 탁 뜨는, 정선 보는)
정선 (긴장해서 말갛게 깜빡이며 보면)
석주 알았어, 각서 쓰께. 대신, 나두 조건 있어.
정선 (놀라 눈 동그래지는) 각서 쓴다구? 아참, 이거 공증도 해줘야 되는데?
석주 공증? 아 그래 해, 해. 근데 당신, 다신 그렇게 말갛게 딴놈 쳐다보지 마.
정선 (그제야 정말인가? 보다가) 참 조건이 뭔데?
석주 (각서 펄럭이며) 이거 해결하구, 당신 바로 미국 들어가.
정선 미국?
석주 (졌다는 기분에 성질나는) 아 가서 두세달 있다 오란 말야!
그놈 안봐야 맘두 멀어지구 잊을거 아냐! 에이! (일어서고)
정선 (너무 예상 밖이다, 어리둥절해서 보면)
석주 도장 갖고 오께! (들어가고)
정선 (각서 집어 들어보는, 마음 착잡한데 전화벨 울린다. 혹시? 침실 쪽 보고
얼른 받는, 작게) 여보세요?
세정(휠) 언니...
정선 (실망) 너니?
세정(휠) 언니 나 왜 이렇게 잠이 안오지?
정선 (시계 보며) 아직 아홉시두 안됐는데 벌써 잠이 오니? (하다 이상한)
세정아, 근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S#27 세정집 침실 (밤)
약기운에 취해서 몽롱한채 핸드폰하고 있는 세정.
세정 나 자야 되거든... 며칠동안 너무 못자서 이제 자야 되는데... (허무하게
웃으며) 잠이 안오네...
S#28 바 (밤)
혼자서 술 마시고 있는 도연, 충격에 혼란에 너무 괴롭다.
<프래쉬컷- 재민 차에 타던 지수>
도연 (술잔 들어 마시려는데 핸드폰 울린다. 혹시 지순가? 얼른 안보고 받는)
여보세요?
정선(휠) (급한) 도연씨, 큰일났어요! 빨리 좀 와요, 여기 병원이예요.
도연 (놀라) 병원이요?
S#29 입원실 (밤)
링거 꼽고 누워있는 세정. 정선, 걱정스런 얼굴로 얘기하고 있다.
정선 그렇게까지 됐으면 이제 포기해. (맘 안좋은) 너 왜 이렇게 약하게 굴어?
세정 (허무하게 웃으며) 포기했어.
정선 머리루만 포기하면 뭐해? 니 마음을 놔야지.
세정 마음?... 그래야지... (눈물 어리는) 근데 왜 이렇게 힘들지?
정선 (일부러) 버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떠나는 사람 이기적이라고 욕하지만,
살기 싫다는 사람 붙잡고 안놔주는것두 이기적이야. 어떡하겠니? 싫은데.
마지막 자존심 지키고 보내, 너답게.
세정 (멈칫하는데)
도연 (급하게 들어온다)
정선 (얼른) 아유 미안해요, 도연씨. 난 얘 약먹었다길래 무슨 일난줄 알구
그랬는데, 그런거 아니래요, 잠못잔데다 자볼려구 좀 넘치게 먹은거래요.
도연 네... (세정 보면)
세정 뭐하러 왔어요, 안와도 되는데. (고개 돌리며 눈감고)
S#30 펜션 외경 (밤)
S#31 펜션 거실 (밤)
외투 들고 방에서 나오는 지수. 재민, 서성이고 있다가 지수 본다.
재민 다인이 잠들었어?
지수 어.
재민 술 한잔 할래? (하다 지수 외투 보는)
지수 혼자 해요, 난 바람 좀 쐬구 올께. (외투 걸치며 나가는)
재민 (점점 거리감 느껴진다. 못 잡고 보는)
S#32 펜션 앞 (밤)
벤치에 앉아서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지수, 하루종일 참았던 아픈 눈물 쏟아내고
있다. 얼만큼 떨어진 뒤에서 그런 지수 보고 섰는 재민, 안타깝게 보고 섰다.
지수 (하루종일 참았던 아픔 애끓게 쏟아내는데)
재민 (다가오며 속상한) 소리 내서 울어!
지수 (멈칫하는)
재민 (옆에 와 털썩 앉으며) 소리래두 내서 울라구! 그렇게 애끓게 울면 속만
더 아퍼. 누가 본다구 여기서두 숨어 울어?
지수 (그 말에 울음소리 새나온다, 울고)
재민 (정말 못참고 우는 지수가 또한번 놀랍다. 보다가) 그렇게 힘드니? (울듯)
그렇게 힘들면 그 자식 잡어! 당신 진짜 왜 이렇게 등신이야?
지수 (울다가 멈칫하는)
재민 (미치겠다) 이럴거 뭐하러 보냈냐? 이렇게 힘들거면서! 나까지 이용해
왜 보냈어? 내가 진짜 미치겠다! 당신 땜에.
지수 (얼른 울음 닦는)
재민 (후- 눈물 어려 고개 돌리고)
S#33 입원실 (다음날 새벽)
희붐한 새벽빛에 잠긴 병실. 눈뜨는 세정, 흐릿한 시선으로 앉아있는 도연 옆 모습
보인다. 안잤나? 보다가 뚝 굳어지는 세정. 도연, 소리없이 어깨 들썩이며 울고
있다. 놀라서 그런 도연 보는 세정.
S#34 고속도로
달리는 재민 차. 말없이 운전하는 재민. 지수, 다인과 뒷좌석에 앉아 창밖 바라보고 있다. 다인, 속상한 듯 지수 한번씩 쳐다본다.
재민 (백밀러로 그런 다인 보고 일부러) 아 진짜 속상하다, 다인아. 아빠가
왜 교수회의 있는걸 깜빡해가지구 말야. 뭐야 이게? 아침만 먹구
바루 올라오구.
지수 (변명해주는 재민 뜻밖인 듯 보는)
다인 (뭐가 좀 이상하지만 말 못하고)
재민 대신, 낼 아빠랑 영화보자, 어?
S#35 세정집 침실
들어오는 세정과 도연. 세정, 침대에 눕는다.
도연 하루쯤 더 푹 쉬면 나아질거래니까 더 자.
세정 자기는... 방송국 가요?
도연 어, 처리할 일이 좀 있어. 쉬어라. (나가는데)
세정 (축 처져서 도연 뒷모습 보다가) 여보.
도연 (돌아보면)
세정 내가 이러구 있어서... 자기 떠나기 힘들지?
도연 너 추스릴때까진 있을거야. (다시 나가고)
세정 (쓸쓸히 보고)
S#36 공증 사무실 앞
떨떠름한 얼굴로 나오는 석주와 정선. 신기한 듯 공증 서류 들여다보는 정선.
명진, 저만치서 몸 숨기고 보고 있다.
석주 야... 이거 내가 뭐에 홀렸어, 홀렸어.
정선 (서류 봉투에 넣고 고개 들다가 명진 보는, 어? 하고)
석주 바람 폈다구 전재산 반이 말이 되냐?
명진 (잘 됐구나... 서운한 웃음 지으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 만들어 보이는)
정선 (순식간에 눈물 차올라서 보는, 확 가고 싶다)
석주 어? 말이 되냐구, 전재산 반이! (하다 정선 보는)
정선 (눈물 그렁해서 명진쪽 보는, 달려갈 듯 발 달싹이는데)
명진 (입모양으로) 안돼요. (손으로 오지 말라고 막는)
석주 (자기 말 때문에 그러는줄 알고) 아냐, 아냐! 바람 안피면 되지, 내가!
여태 물리게 폈다, 폈어! 관둘때 됐지, 내가 나이가 몇인데. 기력도 딸려요.
가자. (정선 팔 잡아끌고 차로 가고)
정선 (끌려가듯 가며 명진 보는)
명진 (눈물 어려 정선 보는)
S#37 세정집 침실
화장대 앞에서 거울로 자신 모습 본다. 흐트러진 머리에 환자처럼 생기없는 자신
모습 물끄러미 보던 세정, 뭔가 마음 다진 듯 나간다.
S#38 맛사지 숍
얼굴 맛사지 받고 있는 세정.
S#39 방송국 사무실
종배, 선경과 얘기하고 있는 도연.
종배 (난감한) 아 진짜 형 동키호테 같이 왜 또 그래? 사표가 뭐야, 사표가!
도연 입봉을 하던 프로 받아서 하게 해서 미안하다.
종배 아니 내가 문제가 아니라,
도연 (일부러 선경에게) 선경씨, 종배 입봉해서 좋지?
선경 어우 감독님.
도연 (씩 웃으며)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거야.
종배 (슬며시) 야, 좋냐?
선경 아니 뭐 감독님을 빼구 생각하면 (웃으며) 좋지.
종배 (좋아서) 야 진짜야? 저 진짜지? (하는데)
도연 (핸드폰 울린다. 보면 ‘세정’ 떠있다, 자리 옮기며 받는) 몸 계속 안좋니?
세정(휠) 아니, 같이 저녁 먹을려구.
도연 (뜻밖의 말에 멈칫하고)
S#40 레스토랑 (저녁)
우두커니 앉아있는 도연. 세정, 눈부시게 화려하고 생기찬 모습으로 들어온다.
세정 (우울한 도연 보고 멈칫, 이내 밝게 표정 수습하고 다가가면)
도연 (무심코 고개 들다 세정 보는, 놀라서 보는)
<시간경과>
말없이 식사하는 둘. 도연, 입맛없어 먹는 시늉이고 세정, 잘 먹고 있다.
도연 (왜 이러지? 불안한 듯 보면)
세정 (먹으며) 도연씨 나 오늘 어때? 이쁘죠?
도연 (멈칫해서 보면)
세정 (포크 놓고 물 마시고 도연 보는) 보기 좋지 않냐구.
도연 (끄덕이며) 보기 좋아.
세정 그치? (끄덕이고 도연 보는) 그래서 나, 당신 떠날려구.
도연 (멈칫해서 보면)
세정 (멋쩍게 웃으며) 어쩔수 없이 자기 보내는게 아니라, 나두 자기 떠난다구요.
도연 (그제야 아, 무슨 뜻인지 아는, 표정 편해지고)
세정 도연씨 난, 나 이런 모습이 좋아. 최선 다해서 나 가꾸고
일도 사랑도 열심히 하구, 그게 나였어. 근데... 확실히 알았거든,
도연씨하고 사는건 날 상처주는 일이라는거. 날 망가뜨리는 일이라는거.
도연 (무슨 말인지 알겠다, 작게 끄덕끄덕해주고)
세정 또... (아픈) 도연씨 불행하게 만든다는거. 자기 죽었다 깨나도 나 사랑 못할
사람인거 알았으니까, 우리 빨리 헤어지자.
도연 (찡해서 보는) 고맙다, 건강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세정 어, 그렇게, 건강하게 살려구. 그러니까 지수씨한테 편하게 가요.
정말 미안했어요, 도연씨 진작 안놔줘서. 아니 대책 없이 결혼해서.
도연 내 잘못이 더 컸어.
세정 (안되겠다는듯) 당신 이런 사람이니까 자꾸 놓기 싫었던거야.
도연 (이제 맘 놓인다, 따뜻하게 웃고)
세정 (아픔도 있지만 후련하다. 서글픈 미소로 보고)
S#41 지수 가게 (밤)
마주앉아있는 지수와 재민. 재민, 내심 잔뜩 긴장한 상태다.
재민 대전 쪽 대학에서 정교수 자리 제의가 들어왔거든... 그래서 말야, 어머니도
그쪽에 계시구 당신두 혹시 서울 떠날 생각있으면... (하다) 아냐, 아냐.
당신하구 같이 가고 싶어서, 당신 정말 그 자식 포기한거면, 그래서 혼자
맘붙이기 힘들어서 혹시 내가 필요하면 말야... (떨리는) 같이... 갈래?
지수 (보다가 고개 젓는) 아니.
재민 (예상은 했지만 쿵해서 보는, 이윽고 안다는) ...아니지?
재민 (끄덕이며) 그래, 그럴줄 알았어.
지수 우린 이미 깨져서 산산조각난 유리그릇 같은 사람들이예요. 붙일수도
없지만, 붙여도 제 구실 못해. 너덜너덜 위태위태 모양만 그럴거야.
재민 (눈물 어리는, 끄덕이며) 그래, 내가 그랬지. 내가 짓밟았어.
지수 당신 잘못은... 그 여자 사랑한게 아냐.
재민 (보면)
지수 내가 같은 감정 느껴봐서 그러는게 아니라... 당신 감정 때문에 내 감정을
짓밟은거, 그거예요. 떠나는데도 예의가 있는건데, 그게 없었어.
재민 (회한으로) 그래, 그랬어.
지수 그래서 힘들어. 미안해요, 못받아줘서.
재민 (감정 누르고) 아냐, 내 딸... 다인이 엄마가 당신이라는 걸로 고마워.
지수 (그 말에 울컥 눈물 솟고)
재민 근데 당신... 혼자 버틸수 있겠어?
지수 (끄덕끄덕)
재민 (울 것 같다, 일어서며) 멋있게 가야겠다. 간다. (나가는)
지수 (짠해서 보고)
S#42 지수 가게 건물 앞
급하게 나오는 재민, 우두커니 선다. 울컥 눈물 솟는다. 이제 정말 지수와는 끝이다... 가게 건물 돌아보는 재민, 걷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눈물 못 멈추고 줄줄 울면서 가는 재민. (소리내서 울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세요)
S#43 지수 가게 (밤)
노트북에 도연이 준 CD 넣는 지수, 플레이어 작동 시킨다.
화면에 스튜디오에서 테이블 세팅 준비하던 지수 모습, 지수의 테이블 세팅 등
화면 나온다. 밝고 일에 집중해있는 자기 모습 보며 눈물 어리는 지수.
찢어지듯 아프게 보던 지수, 계속되는 화면에 이어지는 빨간 등대와 남애항에서의
자기 사진들 보고 놀라고.
도연(소리) 힘들때, 주저앉고 싶을때 봐요.
지수 (참았던 눈물 다시 터지는)
S#44 정선집 침실 (밤)
커다란 트렁크에 미국 갈 짐 챙기던 정선, 멍하니 손놓고 생각에 빠진다.
석주 (들어오며) 아직도 못 챙겼어? 짐을 몇시간을 싸?
정선 (그대로 있고)
석주 야, (하다 얼른) 어, 하여사.
정선 (그 자세에서) 나... 명진씨 보고 가야겠어.
석주 (펄쩍 뛰는) 뭔 소리야? 다신 그 친구 얼굴 안보는 조건으루 공증했다, 나?
정선 (글썽해서) 이건 아냐... (돌아보며) 마지막 인사는 해야 돼, 얼굴 보고
해야 돼. (동시에 벌떡 일어서는)
석주 (잡으며) 안돼! 당신 그 자식 얼굴 보고 맘 약해져서 냅다 야반도주하지
말란 법 있냐?
정선 (뿌리치며) 그렇게 불안하면 따라 오든가! (싸던 짐에서 급하게 외투와 가방
집어들고 나가는)
석주 야! 아니 여보! (따라 나가고)
S#45 정선집 앞 (밤)
외투 입으며 달려 나오는 정선, 정신없이 차로 가다가 멈칫 선다.
얼만큼 떨어진 곳에서 차에 기대 고개 푹 떨구고 있는 명진.
정선 (날 보러 왔구나... 찡해서 보는, 눈물 글썽해 다가가고)
명진 (쓸쓸한 눈으로 고개 들다 정선 보는, 놀라 눈 커지는)
정선 (울먹울먹) 언제부터 있었어요?
명진 (당황해) 낼 새벽에 출발한다면서요? 근데 어디,
정선 명진씨한테요.
명진 (놀라는) 나 보러요?
정선 (끄덕끄덕) 마지막 인사는... 얼굴 보구 해야할거 같애서.
명진 (어쨌든 반가운) 그랬구나... 춥죠? 잠깐 차에 탈래요?
석주 (헐레벌떡 나오는, 정선 차 보고 어? 하며 두리번거리다 명진 차 안에
앉아있는 둘 보고 놀라) 뭐야,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 저 놈이?
(확 다가가려다 멈칫)
둘 (출발하지 않고 고개 푹 떨구고 앉아있다)
석주 (기웃하며) 뭐하는거야, 저러구?
정선 (숙인채) 미안해요... 고맙구.
명진 (정선 보는, 씩씩하려 애쓰는, 씩 웃으며) 뭐가 미안하구 뭐가 고마워요?
정선 그냥 다요... (명진 보며, 눈물 어려) 명진씨 만나 난 내가 살아있다는 것두
느끼구, 내가 아직 여자구나 그런것두 느끼구, 명진씨 시킨대루, (떨린다)
명진씨 덕에 저 인간 버릇두 고치구... 정말 얻은게 너무 많은데... (눈물
가득한 눈으로) 명진씬 나 만나 뭐 얻은거 하나 없잖아요.
명진 (같이 그렁해지는) 왜 없어요? 내가 참 귀여운 여잘 좋아하는구나, 알았구
돈만 많다구 행복한게 아니구나, 다시 한번 알았구... 그리구 뭣보다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나 만나기 전보다 행복해질거 같구.
정선 (감동, 눈물 후두둑)
명진 (눈물 흐르는, 얼른 닦으며) 건강해요, 행복하구. 사장님 잘 틀어쥐구요.
정선 (찢어진다) 우리 지금 둘이 어디루 도망갈래요?
명진 (맘은 알지만 어처구니없는 듯 웃으며) 끝까지 웃겨요. (얼른 추스르고
혼내듯) 얼른 들어가요!
정선 (눈물 닦으며 웃는)
석주 (조마조마한 맘으로 손에 차키 쥐고 지켜보며 혼잣말) 아 진짜 나 왜
이렇게 된거야? 어? 왜 이렇게 된거야, 짜증나게! 불안해죽겠네.
둘 (애잔하게 서로를 보는)
S#46 지수방 (다른날)
다인과 얘기하고 있는 지수.
지수 다인이 너, 학교 가면 친한 친구 있구 안 친한 친구 있구 그렇지?
다인 어.
지수 왜 안 친한 친구는 다인이 너하구 뭔가가 잘 안맞는 친구잖아, 그 친구가
꼭 나쁘거나 이상하지 않아두.
다인 맞어, 진아랑 놀면 꼭 싸워.
지수 근데 만약... 선생님이 다인이 너한테, 다인이는 학교에서 짝두 진아랑만
하구 놀때도 진아랑만 놀아라, 그럼 너 어떻겠어?
다인 (당연하다는) 학교 가기 싫지 뭐.
지수 그래, 그런거야, 엄마두.
다인 (멈칫해서 보면)
지수 아빠가 밉구 싫은건 아닌데... 같이 있으면 행복할수 없는거. 예전에 엄마가
그랬지? 너 태어나기 전에 엄마랑 아빠가 여자와 남자루 먼저 만났다구.
그래서... 널 사랑하는거랑 별개루 여자루 엄마 인생이 있구, 남자루 아빠
인생이 있어.
다인 (무슨 말인지 알겠다, 눈물 어려 끄덕이며) 알아... 여행 가서두 엄마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지수 (그 눈물에 울컥 눈물나는) 미안해, 다인아. 엄마 정말 너 사랑하거든?
다인 (서운하지만) 아냐, 엄마랑만 살때두 좋았는데 뭐. 그리구 지금은 아빠두
암때나 볼수 있으니까 (눈물 참으며) 괜찮아.
지수 (찡해서) 어유 우리 딸 정말 많이 컸네. (다인 안고)
S#47 법원 앞 (다른 날)
이혼서류 접수하고 나오는 둘, 긴 터널 빠져나온 듯 복잡한 감회로 서로 마주본다.
애잔한 미소로 서로 보고 같이 가는 둘.
S#48 세정집 거실
2층에서 옷가방과 카메라 매고 내려오는 도연. 세정, 담담하려 애쓰며 서있다.
세정 지금 가요?
도연 어.
세정 어디서 지낼건지, 뭐할건지... 그런거 아무것도 안 물을거야.
도연 (미소) 그래, 그러자.
세정 내 기억 속에 구도연 당신 안남길려구 노력할거야.
도연 (미소로 끄덕이며) 그래, 이번엔 정말 너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
간다. (가려는데)
세정 (약간 절박한) 도연씨, 나 한번만 안아주라.
도연 (보는, 잠깐 망설이다 가방 내려놓고 세정 안아주는)
세정 (울컥 오른다. 참고, 진심으로) 행복해요.
도연 미안했다.
세정 어쩌다 불쑥 내 생각나면... 내가 잘해줬던거만 기억해줘요?
도연 (세정 머리 쓰다듬어주며) 그럴께.
세정 (눈물날듯) 아... 놓기 싫다! (하며 동시에 떨어지는, 싱긋 웃으며)
잘 가요.
도연 (끄덕이는, 가방 메고 나가는)
세정 (울음 삼킨채 끝까지 웃음 짓고 보고 섰는)
S#49 방송국 사무실
놀란 얼굴로 종배 바라보고 있는 재민.
재민 방송국을 그만 둬요?
종배 예, 도연이 형 사표낸지 한참 됐어요. 근데 누구세요?
재민 (당황해) 그럼 어디루 연락하면 됩니까?
종배 (난감한) 연락 안되는데...
재민 (이게 어떻게 된거지? 놀라고)
S#50 지수 아파트 앞
걸어오는 도연, 멈춰서서 지수 아파트 올려다본다.
S#51 지수 아파트 안
이사짐 싸고 있는 이사짐 센터 직원들.
선녀, 신발장에서 버릴 신발들 정리하며 꿍얼대고 있다.
선녀 뭔놈의 이사를 번개불에 콩궈먹게 하는지 원. 것두 멀쩡한 이집 전세루
내주고 또 전세루! (하다 도연이 사준 신발 쓰레기봉투에 탁 넣는)
지수 (뭔가 들고 오다 놀라서 오는, 도로 꺼내는) 이거 버리는거 아냐.
선녀 아니 넌 이 신발은 몇 년을 끌구 다녀? 신을만큼 신었구만.
지수 (대꾸없이 따로 놔두고)
S#52 지수 아파트 앞
이제 정말 끝이구나... 보다가 돌아서는 도연.
<10개월 후>
S#53 빌라 외경
S#54 선녀방
진동 안마침대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지수, 민수, 선녀.
지수 (밝은) 진짜 시원하다, 엄마. 좋죠?
민수 (놀리는) 언니 어쩜 쓸때마다 생색이냐?
지수 생색 좀 내야지. 이게 다 이 능력있는 딸 덕분인데.
선녀 (타박하는) 아유 그래, 참 능력있어 잘나가는건 좋은데, 우리 꼴 좀 봐라.
다 짝없는 여자 셋이 뭐니, 이게?
민수 (미리 머리 쥐어뜯는 시늉) 아 또 시작이다, 한여사.
선녀 민수 너까지 시집을 안가니까 다들 엄마 팔자 닮아 딸들이 혼자 산다구
쑥덕대는거야.
민수 엄마, 그거 그말, 딸이 엄마 팔자 닮는단 말이 왜 나온줄 알어?
우리나라 여자들 대부분이 불행하거든. 그래서 나온 말이니까 신경 꺼.
선녀 아이구 잘난 교수 된다구 말루 엄마 입 봉하는거 봐.
지수 (내려서며) 그럼 엄마, 낼까지 나두 다인이두 없으니까 푹 쉬세요.
민수 일보구 출발할려면 바쁘겠다.
지수 잡지사만 들르면 되니까. (나가고)
S#55 지수 빌라 앞
나오는 지수와 다인. 재민, 기다리고 섰다가 반갑게 맞는다.
재민 (안는) 어이구 우리 딸, 잘 있었어? (지수 보며) 당신두 잘 지냈어?
지수 늘 그렇지 뭐.
재민 (웃고) 건강 좋아 보여 다행이다.
지수 (웃으며) 다인아빠두.
재민 다인아, 가자.
지수 그래 다인아, 할머니 잘 만나구 와.
다인 엄마두 여행 잘하구 와.
재민 여행?
다인 엄마 오늘 혼자 여행간대,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했다구 열심히 일한
윤지수, 떠나라! 그랬대.
재민 누가?
다인 엄마 영혼이 그랬대, 엄마 점점 웃겨 아빠.
재민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씁쓸하지만 웃는) 조심해 다녀.
지수 그럼 가요. (자기 차로 가고)
S#56 세정 사장실
활기차고 밝은 얼굴로 자료 보던 세정, 시계 보고 일어나서 외투 집어드는데
혜진, 큰 꽃바구니와 선물 상자 들고 들어온다.
세정 (보는, 어처구니없는듯) 또야? 또 조사장이야?
혜진 네.
세정 이 아저씨 정말 안되겠네? 혜진씨 이거, 조사장 집으로 보내.
혜진 (놀라) 집으루요?
세정 회사 비서실에 전화해서 선물 보낸다구 집주소 물어서 보내.
받는 사람 사모님, 보내는 사람 조사장으루 해서.
혜진 (웃으며) 그럼 되겠네요.
세정 어따 대구, (웃으며 외투 입으며) 나 나간다. 인터뷰하구 바로 퇴근할거야.
S#57 사회 복지관 외경
복지관 배경으로 들리는 피아노 띵동거리는 소리.
S#58 복지관 내 피아노 교습소
피아노 몇 대 있는 실내. 초등학생 아이들 서너명 피아노
정선 (한 아이 옆에 섰다가 머리 콩 쥐어박으며) 또! 악보 잘 보라 그랬지?
아이 (이크, 하고 다시 치면)
정선 (귀엽다는 듯 씩 웃으며 쥐어박은데 쓸어주는) 그래, 잘 하면서.
S#59 홈시스 마트
도배지와 장판지 등 보며 얘기하고 있는 세정과 정선.
정선 미국 갔다 와보니까 왜 그렇게 집이 구질구질한지.
세정 좀 밝은 톤으루 바꿔봐. 이거 어때?
정선 음 괜찮긴한데... (둘러보고)
세정 자원봉산 재밌어?
정선 (웃으며) 어, 우리 애들 생각두 나구 좋아.
세정 언니가 자원봉사라니, 한참 웃었어.
정선 (의미있는) 그치? (명진 떠올리며 애잔해지는)
세정 근데 이번에 언니 미국 갔다 와선 형부가 언니 많이 챙기드라?
정선 (내막 말 안했다) 아유 남자들 디게 웃겨? 마누라 뛰어봤자 벼룩이다 싶을
땐 똥친 막대기 취급이드니, 어? 이 여자 얼루 튀겠네 싶으니까 신경쓴다?
어쩜 그렇게 한박자씩 늦니?
세정 (씁쓸한) 다 그렇진 않지.
정선 (눈치채고) 도연씬 아직두 소식 없니?
세정 어... 어디서든 잘 지낼거야.
정선 그래, 지금 애타는건 윤지수겠지. 니들 뒤늦게 헤어진거 알구 디게
놀랬대드라. 뭐니? 도연씨만 윤지수 재결합한줄 알구 떠나구.
세정 (씁쓸하지만) 만날 사람들이면 언젠간 만나겠지.
S#60 잡지사 사무실
담당자와 식기 사진 쭉 꼽힌 포트폴리오 보며 얘기하고 있는 지수.
지수 (당당한) 그동안 너무 흰색 위주 그릇만 썼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좀
칼라플한 그릇 쓰면 어떨까 해서요.
S#61 건물 로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지수, 현관으로 가는데 세정, 들어온다.
먼저 세정 보는 지수, 멈칫하고 동시에 지수 보는 세정, 역시 멈칫한다.
세련되게 변한 지수 보는 세정. 여전히 화사한 세정 보는 지수.
동시에 보일 듯 말 듯 목례하며 다시 걷기 시작하는 둘.
짧은 순간 서로를 보며 감회 느끼는 둘, 스쳐지나간다.
둘 다 뒤돌아보지 않고 각자의 방향으로 가고.
S#62 전시회장 앞
걸어오는 지수, 세정을 만난 탓에 기분 묘하다. 갑자기 눈물 어리는 지수,
멈춰서 손끝으로 눈물 닦다가 멈칫한다.
건물 유리에 붙여있는 포스터 중에서 야생화 사진 보인다.
가까이 가는 지수, ‘젊은 사진작가전’ 이란 표제 밑에 여러 사진들 속에 야생화
사진 섞여있다. 그 사진에 눈길 머무는 지수, 끌리듯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간다.
S#63 전시회장
포스터에서 봤던 사진 앞으로 다가가는 지수, 사진 보다 시선 내려 작가 이름 보다 ‘구도연’이란 이름 보고 쿵! 굳어진다. 마치 도연을 본 듯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고 휙 몸 돌려 도연의 모습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둘러보다 14회의 도연 선배 가슴에 안내 푯말 보고 다가가는 지수.
S#64 고속도로
달리는 지수 차. 운전하는 지수, 복잡하다. 그 위로...
선배(소리) 도연이 핸드폰 안써요, 워낙 바람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만 찍고 다니거든요.
선배(소리) 연락처 주시면 나중에 도연이 혹시 연락올때 전해드릴께요.
S#65 남애항
여전히 북적이는 어시장. 지수, 천천히 둘러보며 걸어오고 있다.
<프래쉬 컷- ‘남애항에서의 둘의 만남들’>
지수 (떨어져서 그 장면들 보는 느낌으로, NA) 3년 전... 내 결혼기념일에
아름다운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를 두 번 떠나보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이유모를 눈물을 자주 만날줄...
S#66 빨간 등대
빨간 등대 향해 걸어오는 지수, 등대 주변에 아무도 없다.
지수 (NA) 날씨도 화창하고 일도 일상도 너무나 평안한데, 우울하거나
슬플 이유가 없는데도... 불쑥 솟아나 나를 당황하게 하는 이 눈물...
그리움이 눈물인줄 그때는 몰랐습니다.
쓸쓸한 표정으로 등대 앞에 서서 주위 둘러보는 지수, 등대 등지고 걸터앉는다.
지수 (그리움에 작게 혼잣말) 도연씨...
하는 순간 카메라 팬하면... 지수 반대쪽 등대에 걸터앉아 카메라 메고 바다
바라보고 있는 도연, 역시 쓸쓸하고 그리운 눈으로 바다 보고 있다.
등대를 가운데 두고 서로 등지고 앉아있는 지수와 도연.
이윽고 일어서는 도연. 동시에 일어서는 지수, 도연 쪽으로 돌아가고
도연, 가기 위해 지수 쪽으로 돌아선다.
동시에 서로 발견하고 놀라는 지수와 도연.
지수 (믿기지 않는 눈으로 보는, 순식간에 눈물 솟고)
도연 (반가움 보다 아픔 스친다)
지수 (뭐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 달싹이는, 그 위로)
도연(소리) 지금부터 우리가 등 돌리고 가도... 지구 한바퀴 돌아 이 자리서
꼭 다시 만날거 같은 사람이예요, 지수씨.
도연 (어쩔 수 없는 물기 어린다. 동시에 시선 내리며 지수 지나치는)
지수 (그대로 굳어진채 섰고)
도연 (아픔 누르고 성큼성큼 가는)
지수 (어느 순간 휙 몸 돌려 도연 쫓아가는) 도연씨!
도연 (멈칫 멈추는)
지수 (다가가는, 떨리는, 눈물 참고) 저기... (용기내서) 나... 묻었어요?
도연 (흠칫 놀라는, 천천히 돌아보고)
지수 (눈물 어려, 간절한) 난... 도연씨 못 묻었어요.
도연 (잠시... 의아해서 보다가 무슨 말인지 아는, 눈물 고이고)
지수 (그냥 가면 어떡하나... 간절하고 초조하게 보는데)
도연 (아픈 미소로 지수에게 한걸음 성큼 다가오는데서 엔딩)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