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 이 책을 논하다-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위기관리와 재난 대응, 악마는 지켜보고 있다
북한 발사체, 경보는 울렸는데 어떻게 하라고
무역센터 붕괴시 모건 스텐리 직원은 왜 살아 났을까
민음사에서 출간한 위기관리와 재난 대응 분야의 선도적 리더 줄리엣 카이엠의 재난 대응 지침서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저자 카이엠은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역임하고, 현재 하버드대학 케네디 스쿨 교수이자 CNN 국가 안보 분석가로서 정부, 학계, 언론을 가로지르며 9·11 테러를 포함한 국가 재난 관리 체계 등 거시적 재난 대응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해 온 전문가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거에 있었던 각종 위기 사례를 분석하여, 끊임없는 재난에 대비하는 8가지 실용적 교훈을 도출한다. 캘리포니아 산불, 허리케인 카트리나, 아이티 지진 같은 자연재해부터 챌린저호 폭발, 딥워터 허라이즌 기름 유출, 섐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건물 붕괴 같은 대형 사고, 나아가 인플루엔자 유행,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감염병과 아이폰4 안테나 수신 불량, 소니 픽처스 해킹과 같은 기업의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사례를 통해, 재난과 위기에 대응하는 재난관리 대응전략이 담겨져 있다.
역자 후기의 일부를 함께 읽어보자
-어떤 분야든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사건들이 있다. 2001년 9월 11일은 화요일이었다. 비행기 두 대가 충돌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하면서 구조 활동 중이던 소방관 400여명을 포함해 5000명이 넘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 절박한 순간에도 적절한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한 곳이 있었다. 바로 무역센터 전체 입주 인원의 1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입주사였던 투자은행 모건 스텐리였다. 당시 비록 열세 명이 희생되긴 했지만 회사 임직원 2700여 명과 방문객 대부분은 무사히 대피에 성공했다.
반면 모건 스탠리보다 입주인원이 적었던 캔터 피츠제럴드에서는 658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컸다.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상황에 넋을 놓고 있었고 뉴욕 뉴저지 항만관리청은 그 자리에 머물라는 안내 방송을 하던 와중이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는 1차 북측 타워 충돌 직후,바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남측 타워 44층부터 74층까지 입주해 있던 임직원과 투자 교육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대피를 진행했다, 모건 스탠리와 다른 회사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모건 스텐리의 최고위험책임자(CRO)였던 릭 레스콜라(Rick Rescorla)와 그를 인정하고 보안 책임을 맡긴 결과적으로 수천 명의 생명을 살린 CEO 필립 퍼셀(Philip J.Purcell)을 기억해야 한다,
레스콜라는 1993년 세계무역센터 주차장 테러를 겪은 후 사내의 온갖 견제와 비난 속에서도 수년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20층 이상 대피 훈련을 진행해 왔다.(역자가 직접 운영해 본 대피 훈련 결과 33층 사무용 건물에서 전 직원이 안전한 지상층으로 대피를 완료하기까지 서둘러도 26분이 걸렸다.)
레스콜라와 모건 스텐리 직원들은 그 어려운 일을 몇 년이나 지속했고 덕분에 희생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저자 카이엠은 ‘모두가 관심을 두기 전에는 아무도 안전에 관심이 없다’는 불편한 현실을 깨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한다.
우리는 재난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기를 모를 뿐 악마가 돌아온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카이엠은 이렇게 일상화,상시화 된 재난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그동안 의존해 온 재난 리더십과 재난 대응 원칙을 새롭게 수정할 것을 강조한다.
재난의 발생이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결과 최소화’의 관점에서 이에 대응하는 프레임워크의 전환이다.
결국 재난 관리 시스템의 기반은 사고 지휘 체계(ICS)이며 카이엠은 리더 위치에 있는 누구든 이 대응 절차를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카이엠 교수는 “모든 재난에는 역사가 있다, 재난은 일순간 터지는 사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루어진 결정이 축적된 결과다”라고 지적한다.
◭재난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사후가 아닌 사전 준비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하나의 대안만 준비하기보다 일반,최선,최악의 케이스를 가정한 세 가지 이상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기록을 남기고 이해관계자와 자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다.
-재난이 닥치면 당신이 모르는 것이 당신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사고들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이에 대한 대응전략이 제대로 마련되고 실행되는가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민간사고라 해도 소방,경찰,지자체등이 연계되어 사고 수습을 마무리 한다. 하지만 사고 경위조사나 면밀한 분석자료는 제대로 공개되지도 않고 두리뭉실하게 기본 개요만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
지자체나 소방,경찰등을 포함한 사고대책반과 사고조사반이 마련되어 진상조사가 이뤄지지만 치밀한 조사와 원인 분석,실태조사에서 과연 학습적 가치를 지닌 조사보고서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일테면 세계무역센터가 폭발할 당시 모건 스탠리보다 입주인원이 적었던 캔터 피츠제럴드에서 더 많은 사망사고가 났는지와 같은 정밀한 분석과 원인규명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공무원이나 민간이나 기록자료에는 인색하다. 두리뭉실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이 습관처럼 일상에 젖어 들었다. 기록하는 방식이나 형식도 비과학적이다.(공무원들은 상세한 경위자료는 후에 감사에 지적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수많은 사고가 발생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 조사에 의하면 2021년 한해동안도 258,989건이 발생하여 3,688명이 사망했다.) 발생건수나 사망자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백화점 이준이 회장이 회사 수익을 위하여 전문가 말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무리하게 건물 구조를 변경하여 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2분경 붕괴된 사건으로 502명 사망, 937명 부상, 6명이 실종되었다.
(사고 당일 1시경부터 삼풍백화점 5층 식당에서 필자는 수자원공사 부사장을 역임한 故 오세훈부사장과 샤브샤브로 늦은 식사를 하였다. 같은 층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면서 나온 시간은 3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식사를 하던 2시경, 커피숍을 떠나던 3시경에 건물의 흔들림이 있었으나 지진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도 무리한 증설과 평형수마저 줄여가며 화물을 무리하게 선적하여 운행하므로서 승선객 476명중 304명이 사망한 사고이다. 세월호의 모기업인 청해진 해운은 종교적 색채의 건강보조식품 판매가 전문인 세모그룹 회장인 유병언이 창립자다. 서울시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한 이후 한강 유람선 사업에 해운사업을 전혀 하지 않았던 세모가 모호한 심시기준을 통해 편법으로 해운사업에 진출한 기업이다. (환경경영신문 2014.5.14./8월3일자)
코로나 19팬데믹, 이태원 압사사고(2022년 10월29일,사망 159명,중경상 196명), 이천물류센터 화재(38명사망),밀양 세종병원화재(47명사망),천안함 피격(46명 사망), 제천 스포츠센터화재(29명사망),이천 냉동창고 화재(40명사망),대구지하철 참사(192명 사망),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130명 사망),대한항공 801편 추락(228명 사망),서해훼리호 침몰(292명 사망),구포역 무궁화호 열차 전복사고(78명 사망),대한항공 803편 추락(79명 사망),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건(115명 사망),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건(269명 사망),경산 열차 추돌사고(55명 사망),대왕코너 화재사고(88명 사망), YTL30호 침물 사고(159명 사망),대연각 호텔 화재(166명 사망),남영호 침몰사고(326명 사망),와우 시민아파트 붕괴사고(33명 사망)등 대형사고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원인은 비슷하면서도 사고는 여전히 땅에서 바다에서 악마의 춤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모두 적정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도록 최고 CEO가 무리하게 설계 변경을 지시하여 증축,개조하므로서 발생된 사건이다.
전문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도 않았지만 전문가들도 전문가답지 않게 지시에 순응하였다.
악마는 언제나 내곁에 다가올 수 있으며 사전에 대응방안도 사고 경위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기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는 악마의 텃밭이 될 수 있다.
2023년 5월의 마지막 날,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직후 발령된 경계경보로 서울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유와 대처 방법이 빠진 경계경보는 실효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엇갈린 재난 문자는 혼란만 가중시켰다.
-민음사간/악마는 잠들지 않는다/줄리엣 카이엠 저/김효석,이승배,류종기 옮김/1만8천원-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환경경영학박사,시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