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하고 퇴근을 하여 잠을 자려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손에 보따리를 든 늙으신 어머니가 말씀도 없이 아들놈 집에 오신것이지요.
그 보따리 안에는 직접 만드신 도토리묵과 여러가지 먹을거리가 바리바리 들어있었습니다.
"감기 안걸렸지? 조심하거라. 요즘 신..신종..거시기가 무섭다더라"
"신종플루요? 저야 건강하지요.어머니나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아직 까지도 저를 어린아이로 여기시는 어머니는 한숨을 쉬시며,
"나야 살 만큼 살았는데..젊은 너희들이 걱정이지. 난 걱정 말거라."
그리 말씀을 하시고는 손,발 자주 씻어라,마스크 해라 등등 어린아이 에게
교육하시듯 당부를 하시더니 무언가 생각이 나신듯 주머니속에서 통장을 꺼내주면서
"아들아. 이통장에 노령연금이 꼬박꼬박 입금 되었는지 확인좀 해봐라."
글자와 숫자를 잘 모르시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통장을 정리 하려고 가까운 은행으로 발길을 했습니다.
약간은 낡은 통장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통장을 펼쳐보고는
돌아오던 발걸음을 멈추고 벤취에 앉아 쓰라린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거의 천만원의 돈이 들어있는 어머니의 통장.
어머니가 청소부로 일하셨을때의 월급과 가끔씩 배밭에 일다니고는 받으신 일당,
자식들이 조금씩 드린 용돈과 다달이 연금이 입금되어 있는 어머니의 통장.
그 통장속에는 일찍 홀로되신 어머니의 애달픈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니. 돈 모아 두셔서 뭐 하실려고 안쓰세요. 여기저기 놀러도 다니시고
드시고 싶은것도 사 드시지."
보물인양 통장을 고이 속주머니에 넣으시던 어머니.
"맛난것도 많이 먹고 마실도 여러군데 댕기고 허니께 걱정 말거라.
좀 더 모아서 손주들 대학갈때 조금 생색도 내야 하겠고
또....또..가는길에 노잣돈도 해야지"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왠지 쓸쓸함이 베어 있었습니다.
"어디 여행 가실려구요?.여행 가시면 경비 제가 드릴께요.ㅎ"
"조금 나중에....아주 좋은곳으로 가야지...내내 꽃피고 새 우는 곳으로.ㅎ"
어머니가 해외 여행를 계획하고 있는가봅니다.
"야근하고 잠 못자게해서 미안허다.집에 가야겠다.얼른 자거라."
어머니를 배웅하려 집밖으로 나서며,
"여행 가실려면 저쪽 유럽쪽으로 알아 볼까요?"
"유럽? 거기가 어딘데! 에고 이놈아. 그렇게 말귀가 어둡냐!
나 죽으면 장례 치를 돈 이고 나 저승길 가는데 노잣돈, 차비 헐라고 그런다."
".........."
돌아 가시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고 모아두셨던 어머니의 통장.
몇년전부터 아내와 어머니도 모르게 상조회에 가입하여 모자지간의 인연이 다하는날을
준비 해오던 저와 그렇게 어머니도 준비를 차곡차곡 해 오셨던 것이었습니다.
택시를 태워 보내드리며 멀어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한해 한해 저 만치서 어머니를 태우러 오는 꽃장식을 한 버스가
오는 도중에 고장이 나고 오랜세월 연착이 되어서 오래오래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으련만 오늘도 가을은 깊어가고 낙엽이 하염없이 지고 있습니다.
오늘 늙으신 부모님에게 안부전화 해보심이 어떨까요!
첫댓글 쥔장님께서 한잔 하셨던지 복사 과정에서 쓰레기까지 다 갖고와브러서 다시 수정해서 올립니다ㅋㅋ
짝퉁이가 앙이고 오리지날 이여~~~~ㅋㅋㅋ
어머니 생각하니ㅣ 눈물이 나네~ ~눈물좀닦고 ..........ㅋㅋ그리운어머니 전화를 해도 잘못들으시는데 한번만나러가야겠어요.너무멀리와있어 쉽게 달려가지못하니 안타까웁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