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같은 멍청이 투표는 하지 말자
주영 경제칼럼리스트
/ 시민언론 민들레
2024.04.02
우리 아이들 미래 위해 생각있는 한표를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영국 국민 스스로 유럽 다른 나라들과의 자유로운 무역을 포기하겠다는 결기 있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땠을까?
한 마디로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특히 서민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고, GDP가 2022년 2분기까지 5.5%나 감소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금융회사 430여 개, 금융자산이 무려 1조 파운드(약 1600조 원)가 영국 밖으로 빠져 나갔다. 게다가 자유무역 포기의 대가로 관세는 더 높아졌고,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증가해 40년 만에 깨어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휴리스틱’’ 작동으로 경제사상 최악의 선택을 한 영국민
결과적으로, ‘브렉시트’와 인플레이션이 만나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끌고 갔다. 지금도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영국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후회스럽고 바보 같은 결정으로 ‘브렉시트’를 주저 없이 꼽고 있다.
그런데 가장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는 브렉시트’ 결정 과정에서 정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영국 국민 스스로 EU 탈퇴를 결정한 날,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문장이 바로 “What does it mean to leave the EU?(EU 탈퇴가 무슨 뜻이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많은 영국 국민이 EU 탈퇴가 제대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행동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커너먼에 따르면 사람의 생각 시스템에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대충 생각하기’ 다른 하나는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이다. ‘1+1=?’ 이런 단순한 질문에는 ‘대충 생각하기’ 시스템이 활용되고 ‘2645×2580?’ 같은 복잡한 질문에는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이 나선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끝 난 뒤 런던의 린들리홀, 왕립원예원에서 웨스티민스터 시와 런던 시에서 수거된 투표함의 개표를 준비하고 있다. 2016. 6. 23. epa 연합뉴스
그런데 우리 뇌는 ‘대충 생각하기’ 시스템을 훨씬 선호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지만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뇌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깊이 생각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대충 찍는 걸 훨씬 더 선호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뇌의 이런 습관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휴리스틱’이라 부른다. 우리 뇌는 골치 아픈 문제와 대면하게 되면 대충 결정하고 도망가 버리려는 ‘휴리스틱’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보수 정치세력은 영국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이유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난민이 몰려들어와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 선동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영국 경제가 침체되고 특히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 결정적 이유는 마가렛 대처 이후 약 40년 간 신자유주의가 영국을 휩쓸면서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졌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난민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EU를 탈퇴하면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의 이주를 막을 수 있고 그들로부터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선정적 선동은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을 차단했다. 게다가 당시 영국 언론 환경은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매체의 발행 부수가 잔류를 희망하는 매체에 비해 4~5배나 많았다. 자연스레 ‘휴리스틱’이 작동할 수 있는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반대의 정보는 무시하거나 거부해버리는 확증 편향은 더욱 강화되었고 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더욱 커져갔다. 영국 경제사에 있어 가장 아둔한 결정이라 일컬어지는 ‘브렉시트’는 그렇게 결정된 것이었다. 영국 국민이 바보라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니었다.
~~~~~~~~~~~~~~~~~~~~~~~~~~~~~~~~~~~~~~~~~~~~~~~~~~~~~~~~~~~~~~~~~~~~~~~~~~~~~~~~~~~~~~~~~~~~~~~~~~~~~~~
사기질에 우리 딸 아들 미래 넘기지 말자
곧 총선이다. 민주 선거의 대원칙은 자유투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쪽에 표를 행사하든 그건 민주 시민의 자유라는 얘기다. 하지만 속지는 말자. ‘휴리스틱’에 의해 영국의 ‘브렉시트’와 같은 투표는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여당의 말이든 야당의 말이든 대충 생각해서 표를 던지지 말고 깊이 생각해서 표를 던지자는 말이다. 적어도 우리 아들내미, 딸내미들이 살아갈 세상은 오늘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