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다바의 전생 이야기
헤아리기 어려운 옛날 베나레스에 장사꾼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변경에 가서 전단향 나무를 가져오리라고 생각하고 수레 오백 대에 많은 옷감과 장신구들을 싣고 길을 떠났다. 그런 끝에 마침내 국경 지방에 도착하여 마을 입구에서 소치는 목동을 만났다. 그는 목동에게 이렇게 물었다.
“얘, 이 마을에 혹시 산림원이 있니?”
“예, 있어요.”
“그래? 그러면 그 사람 이름이 뭐지? 그리고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들 이름은?”
“이러저러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사는 집은 어디냐?”
“이러저러한 데서 살아요.”
그는 목동에게서 자세한 정보를 얻고 난 뒤에 산림원네 집을 찾아가서 그 집안 내력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다. 그러자 산림원의 아내는 이렇게 자기네 집안 일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자기가 모르는 먼 데서 온 친척이라고 판단하여 그를 집안으로 불러들여 잘 대접했다. 상인은 짐짓 물었다.
“친구는 어디 갔습니까?”
“제 남편은 숲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들 아무개와 딸 아무개는 또 어디 갔지요?”
그는 이런 식으로 가족의 이름을 낱낱이 대며 안부를 묻고 여러 가지 옷과 장신구 따위를 선물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친구가 돌아오거든 이것들을 꼭 전해 주시오.”
그러자 산림원의 아내는 의심치 않고 상인을 믿게 되어 그를 융숭하게 대접하여 보냈다. 그런 다음 남편이 돌아오자 선물을 보여 주며 그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산림원은 상인의 숙소를 찾아가 정중하게 인사하고 그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해서 그를 대접했다. 저녁 때 상인은 편안한 의자에 누워서 산림원에게 물었다.
“혹시 이 산 속에서 가장 많이 나는 나무가 무엇입니까?”
“저는 나뭇가지가 빨간 색인 나무밖에는 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나무가 많소?”
“예, 아주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걸 구경 좀 할 수 없겠소?”
이렇게 하여 그는 산림원을 앞장세우고 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거기서 그는 아주 크고 붉으며 질 좋은 전단향나무를 잘라서 눕혀 자기의 수레에 가득가득 실었다. 그는 숲에서 나오면서 산림원에게 말했다.
“벗이여, 내 집은 베나레스에 있는데 주소는 이러이러하오. 가끔 놀러오시오. 나로서는 이 나무를 가져가는 것 이상의 좋은 선물이 없소. 다음에 오실 때는 이 나무를 가져다주시오.”
“그러겠습니다.”
이리하여 산림원은 그 뒤부터 가끔식 상인을 만나러 베나레스에 갔고, 그때마다 많은 전단향 나무를 갖다 주었다. 그 대신 그는 상인으로부터 많은 물건과 막대한 돈을 받아갔다.
세월이 흘러 까싸빠 부처님이 마하빠리닙바나를 성취하시어 그 사리를 수습하여 황금탑을 세우게 되었다. 그때 산림원은 아주 많은 전단향나무를 베나레스에 가지고 갔고, 상인은 그것으로 가루를 만들어 큰 접시에 담더니 말했다.
“벗이여, 이리 오시오. 여자들이 음식을 준비할 동안 우리는 부처님의 사리탑을 조성하는 곳에 갔다 옵시다.”
그들은 까싸빠 부처님의 사리탑이 조성되고 있는 곳에 가서 전단향 가루를 뿌렸고, 공양을 올리며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산림원은 전단향으로 달처럼 생긴 둥근 전단향 판을 만들어 부처님의 사리탑 안에 안치하였다.
금생 이야기 - 달빛을 내는 브라흐민
산림원으로 일생을 마친 국경의 산림원은 천상 세계에 태어나 복락을 누리며 긴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까싸빠 부처님의 시기는 끝나고 고따마 부처님의 시기가 되었다. 이때 그는 까싸빠 부처님의 사리탑에 달 모양의 전단향을 공양 올린 공덕으로 큰 부자인 라자가하 시의 한 브라흐민 가정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배꼽 주변에 달 모양의 빛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짠다바(달빛)라고 불리웠다.
짠다바의 아버지는 아들의 이 같은 신체적 특징을 이용하여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기 아들을 잘 입혀서 수레 위에 앉혀 이리저리 다니면서 배꼽 주변에서 달빛이 나오는 것을 사람들에게 구경시켰다. 그리고 누구든지 이 신기한 아이의 몸을 한 번 만지면 큰 행운이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많은 돈을 내고 짠다바를 만져보기를 원했다.
그 후 그는 여행을 계속하여 사왓티에 도착했는데, 사왓티 성과 제따와나 수도원 중간에 숙소를 정했다. 이때 사왓티 시에는 부처님의 담마를 배워서 아리야(성자)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약 오십만 명이었는데, 이들은 매일같이 빅쿠들에게 아침 탁발 공양을 올렸다. 그런 다음 꽃과 향을 들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제따와나 수도원에 가는 것이었다.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그 브라흐민이 머무는 곳 앞으로 지나갔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이보시오, 도대체 어디들 가시오?”
“우리는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는 거라오.”
“부처님의 설법? 그게 뭐하는 겁니까? 자, 그러지 말고 내게도 좀 말해 보시오. 도대체 당신들이 거기 간들 무슨 이익이 있단 말이오? 내 생각에는 거기에 가봐야 별 신기한 일도 없을 듯한데 말이오. 그렇지만 짠다바는 대단한 신통력이 있다오. 누구든지 짠다바의 몸을 손으로 한 번만 만지면 이러저러한 행운이 있으니까 말이오. 자, 이리 오시오. 한 번만이라도 보란 말이오.”
그러자 신자들이 말했다.
“그 짠다반가 하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어찌 우리 부처님하고야 비교가 되겠소? 세상에서 부처님만이 가장 탁월한 신통력을 지니고 계신다오.”
그래서 브라흐민과 제자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그들은 서로 자기들의 주장을 내세웠지만 아무도 상태편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마침내 브라흐민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네들 스승에게 갑시다. 그와 우리 짠다바 가운데 누가 더 신통력이 뛰어난지 알아보면 될 테니까.”
이렇게 되어 그들은 수도원으로 갔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짠다바가 들어오자 신통력으로 그의 달빛을 꺼버리시었다. 그래서 짠다바가 부처님 앞에 갔을 때에는 달빛은커녕 달 모양의 흔적조차도 없어져서 마치 까마귀가 숯가마에 들어가 있으면 숯과 구별되지 않듯이 보통 사람과 아무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브라흐민은 짠다바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다시 그 달빛 모양이 나타나는 것이어서 그는 기뻐하며 다시 짠다바를 데리고 부처님께 갔다. 그러자 다시 그 빛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세 번이 반복되자 짠다바는 부처님이 달빛을 사라지게 하는 주술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제 몸에서 나오는 빛을 없애는 주술을 알고 계시지요?”
“그러하니라. 나는 그것을 알고 있느니라.”
“그러시다면 제게 그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브라흐민이여, 여래는 그것을 이 세상의 모든 욕망을 떠나 빅쿠가 된 사람에게만 나누어 주느니라.”
그래서 짠다바는 밖으로 나와 부모와 다른 브라흐민들에게 말했다.
“내가 이 주술을 배우게 되면 그때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사람이 될 겁니다. 나는 며칠 동안만 빅쿠가 되어 그 주술을 배운 다음 돌아오겠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그는 빅쿠가 되었는데,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몸의 서른두 가지 부분에 대한 관찰법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시었다. 그러자 짠다바는 여쭈었다.
“왜 이런 것을 배워야 합니까?” “짠다바여, 네가 주술을 바르게 통달하려면 먼저 이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 말씀을 듣고 그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밖에서 그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주술을 모두 배웠느냐?”
“아니요. 아직 배우고 있습니다.”
그는 부처님으로부터 배운 수행법을 열심히 수행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였다.
그 뒤 전에 그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그에게 와서 주술을 다 배웠는지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는 엄격한 어조로 대답했다.
“당신네들 이제 내 곁에서 떠나 주시오. 나는 이제 깨달음을 성취하였고,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치 않소.”
이때 다른 빅쿠들이 짠다바가 하는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짠다바 빅쿠는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빅쿠들이여, 여래의 아들 짠다바는 세상의 즐거움을 완전히 떠난 사람이니라. 그는 진실을 말한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마치 달처럼 맑고 순수한 그는
마음도 맑고 밝으며 깨끗하고 고요하다.
즐거움과 존재의 욕망을
흔들림 없이 파괴해 버렸나니
나는 그를 브라흐마나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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