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전국최고 서초부자…“돈 있어도 집 안사”

[제일송팀장.]

전세값 전국최고 서초부자…“돈 있어도 집 안사”

세금·투자 부담 구매매력 없어…“언제든 매입 가능한데 여윳돈 다른데 투자”

주택 전세가격이 내려올 줄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매매시장을 잡으면 전세시장을 함께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전세값 급등세는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추세는 올 4분기에도 지속될 것이고, 이런 전세값 급등세는 그동안 안정적인 월세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켜 경기 부양의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시장에서 반짝효과만 있을 뿐 사실상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대책만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여덟 차례나 되지만 근본적인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비판론이 비등하다. 국회는 최경환 경제팀이 저금리 기조를 세우는 바람에 오히려 전세난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월세 급등세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2%대의 사상 최저금리가 몇 달째 지속되자 기대했던 매매심리를 자극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의 이상현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 조차 경기불황 및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투자성 부동산 매입’을 자제하는 현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 급등 현상까지 야기했다는 분석이 국회 등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이 조차 전세값 급등 현실을 완전히 파악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전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싸고 전세값도 가장 높아 ‘부동산 진앙지’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의 부자들 사이에서 나온 의견이어서 현실성이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들은 전세대란의 이유는 저금리가 아니라 다른 데에 있고, 왜 자신들이 전세에 사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실질적인 전세 거주 이유를 들어보고 대책을 세워야 전세시장을 잡을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다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전세가격 추이를 알아보고 이른바 ‘전세부자’들이 전하는 전세거주 이유와 이를 통한 전세값 대책이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 지난달 중순 서초구의 평균 전세가격은 5억6959억원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이는 서울의 평균 매매가격인 5억2659억원보다 높았다. 서초구의 이른바 ‘전세부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너무 거시적인 지표만 보고 대응하고 있어 늘 뒤쫓고 있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서초구의 한 아파트.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확장적 경제운용을 통해 ‘반짝효과’를 거둔 최경환 경제팀의 이른바 ‘초이노믹스 부동산 대책’은 이런저런 처방들이 많아도 정작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치솟는 주택 전세가격은 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계속 듣고 있다.

 

이에 대해 강남 일대의 소위 ‘전세부자’들 사이에서는 현 정부가 전세가격의 상승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고 있기 때문에 온갖 대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정책이니, 매매활성화니 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초점이 거시적인 흐름만 본 채 부동산을 실제 움직이고 있는 부자들의 돈 흐름과 그 실체 파악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에서 매매가격과 전세값이 가장 비싸 전국 부동산 시세의 진앙지로 꼽히고 있는 서초구 일대의 부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의견이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초 전세부자들 “정부·국회의 부동산 인식에 현실성 없어” 헛다리

 

정부는 부동산 전세대란을 잡고 부동산 매매를 활성화 시키겠다며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사실상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및 글로벌 경제 회복추세와 역주행 하면서까지 금리인하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 역시 치솟는 전세값을 안정화 시키지 못하고 있다.

 

 ▲ 자료: 부동산써브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은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매매시장을 활성화 시키면 전세값도 잡을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의 최후병기라는 DTI·LTV 완화에 더해 확장적 경제운용이라는 속칭 ‘물대기 전략’에도 부동산 시장은 반짝효과만을 낸 채 제자리걸음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전세값이 오히려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 이상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강남의 전세부자들은 “최경환 경제팀이 돈의 흐름을 뒤쫓고 있다. 마치 신기루를 쫒는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부자들은 좋고 서민만 등골이 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마디로 강남의 슈퍼리치들은 지금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서초동의 K씨는 “재산이 수백억원 있는 부자들이 돈이 없어서 집을 못사겠는가”며 “부자들에게 집은 예전부터 투자의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그 매력을 거의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무당국은 늘 사업가나 부자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고가의 집을 사는 것을 꺼리는 추세다. 특히 세수확보에 불을 켜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부자들이 굳이 집을 매입할 생각을 못 느낀다”고 전했다.

 

한강변 재건축으로 주목받는 잠원동의 또 다른 주민은 “집이야 언제든지 살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투자수익이 있는 상가건물이나 개발지역의 땅 투자에 우선하고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초구의 전세값이 전국 최고가를 지속하고 있는 배경에는 재건축 이사 수요 이외에 이 같은 요인들이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초의 전세값 고공행진은 정부가 진단하는 경기불황, 매매수요 위축, 절대인구 감소, 젊은층 전·월세 선호 등의 추세와 맞물리면서 더 오르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로 인해 그 파급효과는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매매 활성화 사실상 불가능한 신기루…패러다임 바꿔 전·월세 지원정책을”

 

실제로 서초동의 전세가격은 서울의 평균 매매가를 이미 앞지른지 오래됐다. 지난달 14일 부동산써브 집계에 따르면 10월 2주차 기준 아파트 전세가격은 서초구가 5억6959억원으로 자치구 중에 가장 높았고 이는 서울 평균 매매가격인 5억2659억원보다 4300만원 더 많은 수준이다.

 

 ▲ 자료: 한구개발연구원, KB국민은행 ⓒ스카이데일리

지난 상반기만 해도 한 호당 평균 전세가격은 5억510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현재도 서초구의 전세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관련 한 전문가는 “서초·강남은 전국 부동산 가격의 진앙지다. 이곳의 매매·전세 가격이 전국에 직·간접 영향을 미친다”며 “전세값을 잡으려고 하는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부동산 매매시장 활성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신기루라고 보는 것이 맞다.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매매활성화에서 찾지 말고 전·월세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억원대 전세에 살고 있는 반포동의 주민 S씨는 “여윳돈이 있는 부자들이 서울에 집을 살 이유를 점차 못 느낀다”며 “1980~90년대나 집을 사면 가격이 오르고 전세도 줬지만 이제는 다양한 투자처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집은 언제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은 자식들에게 집을 사주지 않는 것도 추세인데 그 이유는 세무 문제가 가장 크다”며 “정부가 전세시장을 잡고 싶으면 매매시장 보다 전·월세 확대정책을 꾀해야 한다”고 전했다.

 

방배동의 한 전세입주자 역시 세무문제를 거론했다. 7억원에 달하는 전세를 살고 있다는 그는 “돈이 있어도 전세에 전액 쓰지 않는다. 오히려 대출을 많이 끼고 전세를 산다”며 “서초구 등에 이런 부자들이 은근히 많다. 이들이 서초구의 전세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매년 급등 속 올 8월까지 32조 달해 ‘부자들에게 헤택’

 

지난 5일 한구개발연구원(KDI)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주택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9%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은 지난 9월 64.4%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의 이 비율은 69.2%, 5대 광역시는 73.2%로 각각 조사됐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고치의 기록이다.

 

지난 2009년만 해도 53.9%였던 주택전세가격 비율은 2010년 57.1%, 2011년 60.1%, 2012년 63.3%, 2013년 66.8%, 2014년 10월 기준 69.4%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KB은행은 주택매매가격은 하락세를 보이지만 전세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기 때문에 전세 가격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4분기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이 2만1561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할 것이다”며 “이는 2000년부터 평균인 3만7908가구를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정부가 입버릇처럼 ‘서민주거안정’ 내걸고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전세값 고공행진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근 2년 동안 총 여덟번의 부동산 특단대책을 내놨지만 ‘반짝효과’만 있을 뿐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매가·전세가 전국 최고인 서울 서초구에 거주 하는 부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마치 신기루를 쫒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최경환 경제 부총리 <사진=뉴시스>

이처럼 4분기에도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책을 수차례 내놨지만 정작 전세가격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등하는 전세가격을 내버려둘 경우 현재 안정 상태인 월세 시장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전세 대출 규모가 올해 사상 최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서도 예측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대출규모를 보면 2011년 18조2000억원, 2012년 23조4000억원, 2013년 28조원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이미 32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전세 대출자금 조차 적지 않은 비중이 서민 보다 부자들이 활용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어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못살 리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서민주거안정’ 간판 건 부동산 대책 여덟번이나 내놓았지만 ‘더 불안’

 

현 정부 들어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지난해 4·1 대책부터 지난 10월 발표한 10·30대책까지 모두 여덟 차례나 된다. 4·1대책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이라며 수직증축 및 리모데리링을 허용했고 주택 구입자의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줬다.

 

7·24대책은 수도권 주택공급 조절 방안에, 8·28대책은 전월세 대책에 초점을 맞췄다. 2013년 마지막 대책인 12·3대책은 8·28대책의 후속작으로 발표됐다.

 

 ▲ 자료: 기획재정부 ⓒ스카이데일리

올들어 내놓은 첫 대책인 2·26대책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으로 전·월세에 임대 소득을 과세하기로 했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내놓은 7·24대책은 마지막 부동산 금융규제였던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9·1대책은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며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기도 했다. 10·30대책은 가시화된 전세대란을 안정화시키겠다고 내놓았지만 전세입자보다는 서민층의 월세부담을 완화하겠다고 것이 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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