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주공 14개 단지보다 더 낡은 태릉우성, 안전진단 최종 탈락…노원 재건축 5만가구 '먹구름'
노원 재건축의 신호탄을 꿈꾸던 공릉동 태릉우성아파트가 결국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 벽에 가로막혔다. 연식 37년차로 노원구에서 가장 낡은 아파트마저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노원구 재건축 연한을 꽉 채운 5만 가구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평이다.
18일 노원구에 따르면 태릉우성 아파트는 공공기관 적정성검토에서 60점 이상 점수가 나와 '재건축 불가' 처분인 C등급(유지보수)을 받았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100점 만점에 따라 A~E등급으로 나뉜다. 민간업체에서 수행한 안전진단 결과가 D등급(31~55점)이 나오면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 적정성 검토를 통과해야 한다. E등급(31점 미만)은 재건축 확정, A~C등급(55점 이상)은 재건축 불가를 의미한다.
이번 태릉우성 적정성검토 결과는 사실상 노원구 재건축 '올스톱'판정으로 풀이된다. 1차 안전진단업체 안전진단 점수인 48.98점(D등급)보다 10점 넘게 오른 때문이다. 1985년 지어진 태릉우성은 올해 37년차를 맞는 432가구 규모 아파트로 노원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14개 주공아파트(2만9325가구)보다도 앞서 들어섰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의 46%를 차지하는 5만9000여 가구가 30년 넘어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다.
윤영흥 태릉우성 재건축준비위원장은 "시뮬레이션 결과로 재건축 판정을 받겠다 여겼는데 점수가 너무 올라 패닉에 빠진 상황"이라며 "이곳이 재건축안된다면 서울에서 재건축할 아파트는 아무 곳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노원구는 정부가 8·4대책 일환으로 추진하는 '태릉골프장 공공주택 1만가구 공급'에 반대하는 상황이라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초록태릉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관계자는 "노원구 내에서의 재건축은 곧 태릉 대체지를 의미하므로 정부가 태릉 공급계획 명분을 유지하고자 재건축을 막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태릉우성 결과는 안전진단을 재건축 원천차단 수단으로 쓰고 있는 현 정부 기조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시설노후도, 비용분석으로 나뉘는데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기존 20%에서 50%로 확 높였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지만 국토부 입장은 변화가 없다. 노형욱 국토부장관은 최근 서울시의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완화 요구에 대해 "지금은 시장 상황이 안정 상태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라며 유보적 입장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춰달라고 공식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