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손보사 3분기 누적 4조2724억원 비급여 실손보험금 지급 전년동기比 8.64%↑…전립선결찰술·발달지연·하이푸 증가율 10% 넘어 올해 실손보험 위험손해액 2조9000억원 전망
편집자주 약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병들고 있다. 일부 병원들의 과잉진료와 환자들의 의료쇼핑 등 도덕적해이로 연간 실손보험 적자만 2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를 높이는 등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가 다음 달 실손보험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적당한 강도의 개혁만으로는 실손보험 악용사례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 우려한다. 본지는 5회에 걸쳐 최근 실손보험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볼 계획이다.
한 환자가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는 모습. 사진과 본문 내용은 무관
60대 남성 박정수씨는 소변에 불편함을 느껴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비뇨기과에 방문했다. A의원은 박씨에게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내렸다. A의원은 박씨에게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는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는 최신 의료기술인 전립선결찰술(유로리프트)을 권했다. 유로리프트는 비대해진 전립선을 실로 묶어 요도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소변 길을 넓혀주는 시술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다.
A의원은 박씨에게 유로리프트는 후유증이 적고 성 기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시술을 부추겼다. 그러면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200만원 정도 하는 음경확대술까지 서비스로 제공하고 해당 치료도 실손 처리가 가능하도록 서류상에 포경수술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박씨는 유로리프트 등 전체 수술 비용으로 1600만원을 결제하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A의원의 이런 진료행태는 국내 다수의 손해보험사가 여러 건의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수상히 여겨 조사한 끝에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났다. 손보사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100만원 내외로 전립선비대증 치료가 가능한 가장 보편적인 수술인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TURP)이 아닌 이보다 가격이 15배 더 나가는 유로리프트를 시술하러 전국 각지에서 A의원을 찾는 것을 수상히 여겼다. A의원 일부 환자들이 시술 후 항생제 등 치료약이 아닌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받는 것도 비상식적으로 봤다.
국내 한 대형 손보사가 A의원을 통해 확인한 입·퇴원 기록과 환자 치료 과정을 메모한 간호기록지도 허위가 많았다. 아시아경제가 해당 손보사로부터 입수한 간호기록지를 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A의원에서 전립선결찰술을 받은 여러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메모해둔 내용이 상당 부분 동일했다. 통증에 대한 환자들의 발언과 이후 의료진의 대처 상황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었다. 환자가 입원해 특정 수술을 받았다는 기록을 허위로 남겨 보험금 수령에 악용하기 위해 내용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보사들은 해당 건을 비롯한 다수의 실손 악용 사례를 모아 올해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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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핵심>
실손보험 현황과 문제점
국내 5대 손보사의 3분기 누적 비급여 실손보험금: 4조2724억원(전년 대비 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