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
이용우
까불지 마라
기세등등 푸른 칡도
된서리 한방에
훅, 간다
---이용우 시집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된다}(근간)에서
칡과 등나무는 덩굴식물이며, 그 생명력이 아주 질기고 다른 나무들을 감고 올라가 그 나무들을 죽여 버린다. 칡과 등나무가 만나면 칡은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 서로가 서로의 피를 말려 죽여 버린다. 갈등이란 칡과 등나무의 관계를 말하며,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간의 그 뜻과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 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아주 유명한 옛노래가 있듯이, 칡은 유아론적이고 자기 자신의 생존만을 최우선시 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권력의 속성은 푸른 칡과도 같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경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나에게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너에게 좋은 것은 나쁜 것이다. 나는 착하고 선량하고, 너는 사악하고 나쁘다. 권력자의 말에도 독이 묻어 있고, 그의 행동에도 독이 묻어 있다. 그의 도덕에도 독이 묻어 있고, 그의 웃음에도 독이 묻어 있다. 그의 권력은 덩굴손(독)이고, 자기 자신에게 좋은 것은 그 무엇이나 다 빨아들여 고사시키고, 끝끝내는 자기 자신과 그 이웃과 모든 인간 관계들을 다 끝내버린다.
가난하고 힘 없을 때는 자유와 평등과 사랑을 부르짖다가도 권력의 자리에 올라서기만 하면 대부분이 악마의 탈을 쓰게 된다. 타인의 의견이나 충고 따위는 아예 듣지도 않고, 무조건 아첨을 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만을 좋아한다. 가난한 자들은 모조리 다 사악하고 게으르고, 가난한 자들의 어렵고 힘든 처지나 비명횡사의 소리는 듣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러나 이 세상은 참으로 무섭고 공평하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듯이, 채권과 채무의 관계는 제로가 된다. 그의 그토록 잔인하고 무서운 권력은 채무이며, 그가 그처럼 악독을 떨고 타인들을 괴롭힌 만큼, “된서리 한방에/ 훅” 가게 되어 있다. 요컨대 우리 인간들의 주인은 자연(채권자)이고, 우리 인간들은 기껏해야 자연의 노예(채무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욕망은 편집병적인 축과 분열병적인 축이 있다. 편집병의 축은 그 욕망의 대상들에 집착하는 유아론적인 병이고, 분열병의 축은 자기 자신의 존재의 목적과 그 주체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쳐가는 것을 말한다. 모든 권력자는 편집병의 환자인 동시에 그 유아론적인 사고방식에 의한 정신분열증의 환자라고 할 수가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모든 권력자는 외부의 적이 아닌, 자기 자신의 적 때문에 그 권력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병이란 이성과 육체가 썩어가는 것을 말하고, 그 반생물학적인 질병에 의하여 단 한순간에 훅, 하고 비명횡사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