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이야기] 金剛石(금강석), 金剛에는 선과 악의 기운 공존, 부처의 지혜 뜻도
일제 강점기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신파극에서 이수일은 심순애를 향해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렇게도 좋더란 말이냐?"라고 소리친다.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지난 요즘 다이아몬드로 인해 다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주가조작 의혹 사건 때문이다.
위 신파극의 원작인 1913년도 매일신보 연재 <장한몽(長恨夢)>에서는 '다이아몬드'가 '금강석', 정확히는 '금강셕'으로 나온다. 그 때는 아직 영어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金剛石(금강석)은 石자를 빼고 금강이라 하기도 한다. <진서(晉書)>에서 보듯 金剛(금강)은 본래 오행 중 金(쇠 금)의 굳세고 강한 기운을 이르는 말이다. 다이아몬드는 쇠를 끊을 수 있으니 금강석은 쇠보다 더 단단한 광석이라 해석할 수 있다.
영어 diamond는 라틴어 adamant-에서 비롯된 말이다. 부정(not, without)을 나타내는 접두사 a는 고대프랑스어를 거치는 과정에서 생략되었고, 어근 dam은 diam으로, 뒤의 -ant는 -ond로 변형된 것이 diamond이다. dam-은 '길들이다. 억누르다'의 뜻이니, diamond는 억누를 수 없는 가장 강한 광물질을 의미한다. 극도로 강한 금강석에서는 부드러움은 느낄 수 없다. 그래서 diamond는 비유적으로 냉혹한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는 위 김중배의 이미지와 통한다.
한편, 금강경에서의 금강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금강경을 비록 영어로는 Diamond Sutra라 직역하지만, 태초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는 Vajra Cchedika Prajna Paramita Sutra였다. 불교문학에서의 vajra는 다이아몬드 외에 벼락을 의미하니, 금강경은 '벼락처럼 단번에 자르는 부처의 지혜'란 뜻이다. 물론 이 또한 단단한 쇠를 절단하는 다이아몬드와 통한다.
이처럼 금강에는 선과 악의 기운이 공존한다. 김중배와 CNK의 다이아몬드가 탐욕과 배신의 상징이라면 부처의 금강은 지혜와 마음을 비운 空虛(공허)를 상징한다. 다이아몬드를 쫓는 이들과 금강의 대지혜를 추구하는 이들이 극명히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