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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원 나잇 스탠드 (1-1)
다음날 오후 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차로 15분 거리인 제임스의 집으로 가는 조용하고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도로를 한 손으론 커피를 마시며 한손으론 운전대를 잡고 가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사람이 차 앞으로 튀어나왔다. 나는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커피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특별히 오늘의 파티를 위해서 오늘 처음으로 꺼내 입은 내 하얀 실크 블라우스 위에 커피가 쏟아졌다!!
“오 마이 갓! 왓 더 핼! (Oh, My God! What the hell!)
난 방금 내니로서는 결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왓 더 핼! (what the hell!)’이란 표현을 썼다. 조금 더 못 배운 사람들이나 쓴다는 ‘왓 더 퍽(what the fuck!)’이라는 표현보다는 백배 나은 표현이지만 나는 누군가 내 말을 들은 양 뜨끔했다.
도로에는 한 동양인 남자가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았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상당히 세련된 옷차림의 동양인 남자였다. 그는 도로 위에서 무언가를 집어 올리고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나는 차 창문을 내렸다. 그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아임 쏘리 . 아 유 오케이? (I am very sorry. Are you okay?)”
남자의 손에는 고슴도치 한 마리가 있었다. 고슴도치를 구하려 했구나…
그런데 남자의 정중한 말투와 음성에서 배어 나오는 고급스러움이 날 당황하게 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에게선 결코 느껴 본 적이 없는 정중함이 있었다. 남자가 고슴도치를 길가 잔디밭에 놓아 주는 것이 보였다.
‘어쩌지? 사라의 파티에 이 몰골로 갈 수는 없는데…’
난 휴지로 옷에 묻은 얼룩을 닦고 있었다. 그가 커피 얼룩이 번진 내 옷 그 부분.. 가슴언저리를 보았다. 나도 모르게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쿠 주 플리즈 풀 오버 데어? (Could you please pull over there?)”
그가 차를 한쪽에 세우길 원했다. 난 차를 한쪽에 정차시켰다.
“아 유 코리언?(Are you a Korean?)”그가 물었다.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그가 내 차 안에 있던 한국드라마 비디오 테이프들을 가리켰다. 영국생활 동안 내 향수병을 달래주던 고마운 친구들이다.
“만약 세탁전문업체에서도 그 얼룩을 지우지 못한다면 입고 있으신 옷을 버린 게 될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제가 입고 있으신 그 옷 값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은 현금이 없으니…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
아, 알았다. 이 남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김태우를 너무나 닮았다. 2년 전에 ‘도쿄 여우비’라는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던 한국드라마를 빌려서 주말 내내 보고 나서 난 그 김태우라는 배우의 팬이 되어버렸다. 그 후로 그가 출연했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까지 죄다 빌려 보았던 것이다. 난 다시 이 황당한 상황에 정신을 집중했다.
“괜찮아요. 지금 파티 가는 중이었는데…오늘은 집에서 잠이나 자라는 신의 계시인가 보네요. 그럼..”
내가 약간은 과장되게 한숨을 쉬며 차를 출발하려 하자 그가 당황한 표정이 되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기 앞에 옷가게가 보이는데... 내리시죠. 가게 문 닫을 시간 다 되갑니다.”
“네? 전 괜찮아요.”
“아닙니다. 저 때문에 파티에 못 가시면 안돼죠.”
굳이 두 세 번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난 결국 그와 옷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쪽을 선택했다. 동네에 유일하게 문을 연 여성복 판매장에 들어가자 그가 말했다.
“비슷한 걸로 아니, 원하시는 걸로 고르도록 하세요.”
혹시 그가 나에게 작업을 거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내게 공주병이 있어서 혹은 도끼 병 (모든 남자가 날 다 찍었다고 착각하는) 이 있어서 이 남자가 지금 내 옷에 커피를 쏟은 것을 구실로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옷가게는 온갖 특이한 옷들로 가득했다. 일반 여성복 판매장이 아닌 만화나 영화 캐릭터 옷을 파는 매장이었다. 여기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라고? 미친 척 한번 백설공주 옷을 입고 사라 집에 나타나 봐? 헤헤…웃음이 났다. 난 그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옷을 사고 옷값의 조금만 보태주세요.”
“사양하지 마세요. 제 잘못이니까 제가 변상을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근데 서두르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시간이…”
난 재빨리 옷을 골랐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옷을 고른다고 해도 어울리지 않는 옷을 살 수는 없는 법. 나도 모르게 그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다.
“이거 어때요?”
내가 백설공주에 나오는 계모가 입는 그런 드레스를 들고 그에게 물었다.
“전…여자옷은 잘..모릅니다. ”
“아, 네. 그럼 이 치마에 이 검은색이 어울릴까요?”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여기 점원에게 물어보시죠?”마녀 같은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종업원이 말했다.
“오 마이 갓! 이츠 퍼팩트 포 유! (Oh, my god! It’s perfet for you! )”
종업원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좀 갸우뚱했다. 이상하다는 의미였다. 난 눈치를 채고 재빨리 다른 옷 하나로 갈아입고 나왔다.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에 나오는 매텔이 입었을만한 그런 옷이었다. 남자의 표정이 조금 밝게 변하는 것을 보고 난 그 검은색의 원피스로 결정했다.
우린 가게를 나왔다.
“고맙습니다. 근데 그렇게 비싼 줄 알았으면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을 거에요.”“괜찮습니다. ““정말이에요. 하필 저도 오늘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와서… 저가 팔십퍼센트 이상은 부담하려 했는데.”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한국으로 송금 해드릴까요?”
그가 이번에는 언성을 약간 높여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럼 태워 드릴까요? 어디 가시던 길이셨어요?”
“애들… 외가가 바로 이 앞입니다.”
“아, 네.”
실망…이걸로 그가 결혼했고 애들까지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세상에 괜찮은 남자들은 다 애인이 있거나 아내가 있단 말이다.
제임스의 집은 모든 조명을 켜 놓은 채 휘황찬란했다. 사라가 완벽한 옷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그녀가 나와 포옹을 하고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제임스! 다라 이즈 히어!(James! Dara is here!).”
사라의 뒤에서 제임스가 전속력으로 달려와 내게 안겼다. 제임스의 작은 두 팔이 내 목을 꼭 감싸 안았다.
그렇다, 바로 이 느낌. 이것 때문에 난 내니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근데 이 냄새는 내가 좋아하는 그 특유의 아기들 냄새가 아니다. 제임스가 실례를 했다. 슬쩍 제임스의 바지 허리 안으로 손을 넣어 기저귀를 당겨서 안을 보았다. 제임스의 똥이 반쯤은 자연건조된 채 있었다. 난 제임스의 볼을 비볐다.
“좋아. 마지막으로 내가 너의 똥 기저귀를 갈아주마.”
제임스를 기저귀 전용 테이블에 눕혔다. 손에 수술용 위생 장갑을 끼고 (이것이 기저귀 갈 때 지켜야 할 규칙이다) 냄새 나는 기저귀를 갈고 물티슈로 엉덩이를 말끔히 닦았다. 그리고 특별히 피부가 예민한 제임스를 위해 엉덩이에 수분 크림을 정성껏 발라주었다. 전에는 제임스가 자꾸 뒤집거나 좀 더 커서는 자꾸 기저귀 가는 중간에 일어나려는 탓에 힘들었지만 누워있는 아기들에게 장난감을 손에 쥐어 쥐는 팁을 알게 되고 나서 기저귀 가는 일은 훨씬 쉬워졌다.
난 정말 엄마가 되기 전에 알아야 할 아기 키우기의 모든 것들을 다 이 집에서 배웠다. 사라에게 말하고 제임스를 재우러 방으로 갔다. 제임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방불을 낮췄다.
제임스가 눈을 스르르 감았다.
“안녕, 제임스. 꼭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해? 알았지? 사랑해.”
뭔가 속에서 울컥했다. 제임스…안녕. 방을 나오니 박재인이 복도에 서 있었다.
“제임스, 자요.”
“마지막까지 고마워, 다라. 잠깐 나랑 얘기 좀 할까?”
그와 손님들이 없는 서재로 들어갔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다라. 지난 2년이 정말 꿈만 같네. 제임스랑 나 다라 아니었으면 정말 어떻게 견뎌냈을까 싶어. ”
그가 조금은 감정적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날 껴안았다. 그가 조금 길게 안는다 싶어 몸을 떼고 말했다.
“사라랑 박재인씨랑 그리고 제임스를 알게 된 거 정말 감사해요. 저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에요.”
“다라, 나도 다라 널 절대,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오늘 참 예쁘다.”
“고마워요.”
“혹시 홍콩에 올 일 있으면 꼭 연락해. 나도 서울가게 되면 꼭 연락할게.”
그리곤 그는 내게 그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쥐여주었다.
“꼭 연락해. 응?”
“네.”
“…”
그가 뭔가 또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가 다시 나를 안았다. 당황했지만 그를 확 밀어내면 그가 창피해 할 까봐 은근슬쩍 몸을 떼었다.
뭔가 어색해서 입을 열려는데 사라의 목소리가 들렸고 박재인은 내 볼에 뽀뽀하고 방을 나갔다.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시나 박재인이 내가 너무나 당황할 만한 일을 연출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불안했었던 것이다.
그때 뭔가 탁하고 소리가 났다.
“미안해요.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에요.”
커다란 소파 뒤에서 한 남자가 일어났다.
“난 그냥 여기 앉아서 이걸 읽고 있었는데…이 소파가 너무 커서 내가 안 보였나 봐요.”
그였다. 지훈과 닮은 남자. 어제 까페에서 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 남자다. 그가 먼저 나를 알아보았다.
“어제 카페에서 우리..제임스 내니 맞죠?”
“네…”
“사라한테 가끔 얘기 들었어요. 참…좋은 한국인 내니가 있다고.”
“저도 가끔 얘기 들은거 같아요. 참… 멋진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이렇게 뵙게 되네요.”
“기훈이라고 합니다. 김기훈. ”
김.기.훈. 이름까지 닮았다. 김지훈과 김기훈. 인간이 망각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억 때문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면서 살아야 할까?
하지만, 그 망각의 기능이 작동을 안 할 때가 있다. 그게 나에겐 ‘첫사랑’이다. 하지만 난 온 힘을 다해서 그 첫사랑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썼고 그게 거의 가능해졌다고 믿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말이다.
“다라에요. 정다라. …저 근데… 오해하지 마세요.”
“…?”
“제임스 아빠랑 그냥… 작별인사 한 거에요.”
“아, 박재인씨?”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을 거에요.”
“하긴 난 둘이 갑자기 조용해져서 키스라도 하는 줄 알았어요.”
“네? 말도 안돼요. 아니에요. 박재인씨랑 절대 …아니에요.”
“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아기 봐주면서 애 아빠랑 불륜이나 저지르는 내니는 좀 그렇잖아요?”
갑자기 서재 문이 벌컥 열렸다. 어제 까페에서 기훈과 함께 있던 여자가 문앞에 나타났다.
“오빠! 여기서 뭐해? 한참 찾았잖아.”
“태미야…. 소개 해줄게. 이쪽은 다라씨. 제임스의 한국인 내니. 이쪽은 태미.”
그녀와 난 어색하게 목례를 했다. 태미가 말했다.
“가자. 오빠. 사라가 기다려.”
파티는 무르익었지만 내 마음은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애초에 파티에 오는 게 아니었다. 사라가 기훈과 태미를 내게 다시 소개해주었지만, 그 둘은 딱 붙어서 다른 홍콩 커플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혼자 이방인처럼 여기저기를 배회하다가 정원으로 나갔다.
마지막으로 제임스의 얼굴을 보고 싶어 온 것인데 역시 파티 같은 건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정원에는 기훈이 혼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평소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가 담배 피우는 모습은 왠지 달라 보였다. 그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돌아봤다.
난 서둘러 자리를 떴다.
“다라 씨!”
하는 수 없이 돌아섰다.
“누구한테 씨자 붙이는 거 참 어색하네요. 우리 말 놓죠?”
“어차피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
“또 볼 사이도 아닌데 말 놓고 친한 척.. 의미 없잖아요.”
“왜 또 볼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의 말은 그럼 우리가 또 만날 수도 있다는 뜻인가? 하지만, 난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기훈이 내게 물었다.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
“어제 남자친구랑 헤어졌잖아요?”
“…”.
“미안해요. 듣고 싶어서 들은게 아닌건 알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갑자기 남자친구한테 헤어지자고 한 거에요?”
“아...”
그런 질문을 초면에 불쑥 하다니 이 김기훈이라는 남자 참 …직선적이다.
“그 양반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얼굴이던데…”
“…그게 왜 궁금해요?”
“어제 나 그것 때문에 잠도 설쳤어요. 그러니까 대답 좀 해줘요.”
“남녀가 헤어지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유 있죠. 아시면서?”
그래, 한 번 보고 다신 보지 않을 이 남자에게 솔직히 말해주자.
“당신 때문이에요.”
“네?”
“그쪽이랑”
그가 내 말을 끊고 말했다.
“기훈이에요. 그쪽이 아니라.”
“기..훈씨랑 그 태미라는 분이랑 같이 있는 걸 봤는데…”
“봤는데?”
“혹시 내일이 개학인데 방학숙제를 안 해놓은 걸 깨달은 그런 기분 알아요? 원래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서 미루고 있다가 갑자기 불현듯 생각나는 거요.”
“그러니까 헤어지는게 숙제였고 우리가 그걸 깨닫게 해줬다?”
“그런 셈이죠.”
“근데 왜 나랑 태미가 다라 씨에게 그런 ‘불현듯한‘ 영감을 불러일으켜 준 걸까요?”
“모르죠.”
“알면서…”
“네?”
“다라씨는 알잖아요.”
“몰라요.”
“전 그 이유를 알 것 같거든요?”
“그게 뭔데요?”
“내 생각엔”
그때 태미가 정원에 나타났다.
“오빠! 또 혼자 나와있다! 오빠 나랑 숨바꼭질해? 왜 이렇게 자꾸 없어져?”
아, 결정적인 순간에 이 여자가… 정말 궁금했는데. 기훈이 말했다.
“머리가 아파서 그래.”
“왜? 왜 머리가 아픈데? 사라한테 말해서 타이레놀이라도 달라고 할까?”
태미가 정말 걱정 스러운 듯이 기훈의 얼굴을 살폈다.
“너랑 떨어져 있으면 괜찮아. 그래서 혼자 나와 있었던 거야.”
그의 그 건조하고 충격적인 대답에 태미가 뒤로 주춤 물러서더니 이내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나도 역시 충격이었다. 여자의 얼굴 앞에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다니…
“어떻게..그런 말을 해? 내가 오빠 두통이나 일으키는 그런 존재였어? 내가 귀찮았어? 내가 말이 너무 많아? 오빠 정말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기훈이 한숨을 쉬는 게 보였다.
“너의 존재 자체가 두통을 일으키는 것 같지는 않고 그보다 너 향수 때문인 것 같다. 내 두통의 원인이 말이야. 너도 알잖아. 내가 냄새에 민감한 거. 향수가 향기로 안 느껴지고 냄새로 느껴져.”
하긴 나도 태미에게서 너무 진한 향수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으니까…그래도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 남자의 무신경 혹은 담담함이라니. 태미가 말했다.
“알았어. 향수 바꾸면 되잖아. 아니 내가 지금 당장 십 미터 밖으로 꺼져 주면 되잖아!”
태미가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기훈의 합리적인(?) 설명에도 저렇게 드라마틱하게 반응하는 태미라는 여자를 보니 실소가 절로 나왔다. 기훈이 말했다.
“지금 우리 태미 비웃는 거에요?”
“아니에요. 귀엽네요.”
“거짓말!”
들켰다.
“태미한테 가봐야겠네요. 우리 그 얘긴 다음에 하죠.”
“다음에요? ”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오늘 난 사라 집에 마지막이고 그는 나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그가 다음에 얘기하자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가 빙그레 웃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 심장을 녹일듯한 그의 미소가 1초 동안 주위를 환하게 만들었다. 그가 손을 들어 인사를 했고 나도 그에게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첫댓글 왠지 등장인물들 관계가 오묘해요, 담 편이 너무 너무 궁금하네용 ^^
담편 기대만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