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13 11:18
LG 이순철 감독이 괌 재활훈련을 돌아본 뒤 13일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이상훈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이 감독은 투수 이상훈이 캠프와 라커에서 기타를 치지 말라는 지시를 거부하며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에 대해 “본인이 나와 야구를 못하겠다는 데 의사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상훈의 트레이드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이상훈이 트레이드된다면 대체카드로는 “젊은 유망주와 유능한 야수라면 만족한다”고 트레이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며 “삼성 롯데 기아 등에서 연락을 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이 사과할 경우에 대해서는 “야구선배로서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감독은 이날 오전 11시께 모 음식점에서 유성민 단장과 만나 이상훈 트레이드 등에 관련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 괌에 있는 동안 이상훈 선수의 항명파동이 불거졌는데.
감독으로서 이상훈 선수한테 요청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상훈은 음악이 좋다고 하는데 팀을 꾸려나가는 감독으로서 팀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떠나겠다고 하니 살길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나.
― 구단과 트레이드에 관한 조율은 있었나.
단장과 오늘 만나 트레이드 여부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을 논의하겠다. 실리를 챙겨야 하는 구단 처지에선 손해를 보고 트레이드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스토브리그도 마무리 단계여서 트레이드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 트레이드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들은.
괌에서 듣기에는 삼성과 몇몇 팀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12일 밤엔 롯데 양상문 감독이 전화를 걸어와 귀국해서 자세히 얘기를 나누자고 했다. 그러나 마땅한 선수가 없어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 기아에서도 전화가 왔지만 일상적인 얘기만 나눴다.
― 삼성 선동열 코치를 만날 의향이 있는가.
연락이 온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 만나면 항간에 떠도는 트레이드와 관련돼 어떤 식으로든 얘기가 나오지 않겠는가. 가까운 사이니까 문제는 쉽게 풀릴 수도 있다. 권혁(삼성)에 관한 얘기는 선동열 코치로부터 기자가 일방적으로 쓴 얘기라고 들었다. 권혁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물밑에서 이뤄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선수 마음에 상처로 남게 된다.
― 트레이드를 한다면 관심 있는 선수는.
감독으로서는 돈보다 선수가 좋고 되도록 젊은 투수 유망주나 유능한 야수라면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이다.
― 이상훈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면 받아들이겠나.
세상살이는 서로 타협하는 것이다. 어차피 서로 야구인이니 사과한다면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일이 벌어지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 내 의사를 전달한 차명석 코치와도 오해가 있다면 풀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이상훈과 직접 만나는 것도 감독으로서 모양새가 안 좋다.
― 선수단 분위기 장악을 위한 포석은 아닌가.
인위적이고 폭압적인 방법으로 선수단을 장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과거 선수 시절 주장을 맡았을 때도 전혀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모범을 보이고 조금씩 팀을 위해 양보한다면 위계질서는 저절로 잡힌다는 생각이다. 공포 분위기 속의 한마디에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팀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런 팀은 선수들의 창의력이 없어진다.
[인천국제공항] 이환범 기자
첫댓글 "폭압적인 수단으로...추호도 없다"라굽쇼. 기아에선 당신과 이호성 선수가 떠난이후 팀 분위기가 환해젔다고 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