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메뉴. 한 시간 뿐인 점심 시간에 기왕이면 맛있게 먹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저녁에 회사 동료, 지인들과 술 한잔 걸치고 싶을 때도 어디서 무얼 먹을 지가 만인의 관심사다. 그래서 회사 근처 소문난 맛 집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식당이 많은 곳에서도 맛 집은 어떻게 알고 손님이 든다. 그런 곳들을 찾아가 본다. 혹시 그 동네에 들르게 되었을 때, 식당을 골라야 한다면 긴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영화의 거리라고 하는 충무로는 극동빌딩 뒤편을 가리킨다. 극동빌딩은 옛 일신국민학교가 있던 터에 지어진 건물. 구한말에 세워진 일신국민학교는 고종의 딸 덕혜옹주까지 공부한 곳이다. 이 자리는 조선시대 활자를 만들던 주자소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도심 인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학교를 내보내면서 이 자리엔 극동빌딩이 들어섰다. 이후 극동빌딩은 이 지역의 대표적 건물이 됐지만 주인은 몇 번이나 바뀌어 지금은 국민연금으로 넘어갔다. 이 건물의 상당부분은 현재 웅진그룹이 쓰고 있다.
전면의 큰 건물은 많은 변화를 맞았지만 그 뒤 영화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진짜 충무로(?)는 큰 변화 없이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엔 극동빌딩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간직한 식당들이 여럿 있다. 예전엔 새벽에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해장을 하는 영화인들을 자주 볼 수 있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오래된 식당들은 대부분 음식 맛이 좋으면서도 서울 시내에선 비교적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 다닐수록 정이 드는 그런 집들을 소개한다.
파주옥 정직한 맛집

파주옥의 정찬욱 사장은 맛의 비결을 묻자 여러 자식 자랑부터 했다. 첫째는 어떻고 둘째는 어떻고 또 사위가 어떻고…. 모두가 잘 됐다. 그만큼 정직하게 장사를 했단다. 이곳 파주옥은 평택 제일의 맛집이라는 파주옥(031-655-2446)과 같은 식당이다. 50년 전 평택에서 장사를 시작해 잘 되자 70년대 초 을지로 입구에 식당을 냈는데 역시 번성했으나 그 일대가 재개발돼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평택 식당은 딸이 운영하고 있다.
파주옥은 곰탕과 꼬리곰탕 우족 도가니 등을 전문으로 한다. 대로변의 번듯한 식당은 아니지만 한 번 이곳을 들린 사람은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그만큼 진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곰탕이나 꼬리곰탕 국물은 뽀얗다. 그런데 잡내가 전혀 없이 구수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도가니는 꼬들꼬들하면서도 촉촉하고 연했다. 다시 비결을 묻자 정 사장은 “나는 먹는 음식 갖고 장난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것 넣지 않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오래 고아내기 때문에 이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열쇠를 꺼냈다. 고기를 보관한 냉장고엔 늘 자물쇠가 걸려 있다. 문을 여니 선홍색이 도는 꼬리며 희고 뽀얀 도가니 등이 눈에 들어왔다.

“쇠고기는 항상 신선한 것만 골라서 쓴다. 비싸도 좋은 재료만 쓰기 때문에 마진은 적다. 그래도 그것을 고집한다.”
그는 국내산(?) 사골은 쓰지 않는다고 한다. 반드시 누런 한우의 사골만을 쓴다고. 그것을 조치원과 마장동의 단골들이 공급해준다고 했다. 30년 넘게 거래했기에 A급만 골라서 보낸다는 것. 다만 꼬리는 호주산도 쓰는데 대신 비행기로 들여온 신선한 특A급만 쓴다고 했다. 고춧가루는 청주의 단골 가게에서 30년째 보낸다고 했다. 좋은 고추만 쓰기에 김치를 담갔을 때 매워 보이지만 그리 맵지 않고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고 했다.
이곳에선 깍두기는 익은 것을 내고 배추김치는 늘 겉절이로 낸다. 익은 깍두기와 신선한 겉절이가 조화를 이룬다. 겉절이는 좋은 고추와 참기름으로 무쳐 고소한 맛이 난다.
쌀도 20kg에 3000원씩 더 주더라도 좋은 것만 쓴다고 했다. 그래야 밥맛이 좋다는 것.
파주옥은 한우곰탕엔 공기밥을 주지만 그 이상의 탕엔 돌솥밥을 준다. 한우곰탕에도 2000원을 더 내면 돌솥밥을 지어 준다.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는데 일요일은 쉰다. 1층은 입식, 2층은 좌식.
한우곰탕 8000원, 한우특곰탕 1만2000원, 한우도가니탕 1만3000원, 한우꼬리곰탕·한우우족탕 1만9000원, 호주꼬리곰탕 1만8000원, 한우수육·한우도가니찜·국내산우족찜 4만원, 한우꼬리찜 6만원. (02)2267-6149
사랑방 칼국수 고래사냥 찍은 곳

간판엔 배창호 감독의 영화 ‘고래사냥’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 집에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그만큼 스토리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된 일본식 건물에서 영업을 하기에 입구도 그렇지만 실내도 소탈하다고 할 만큼 허름하다. 그래도 1968년부터 영업을 한 집답게 맛 하나 만큼은 일품이다.
이 집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는 닭백숙과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맛의 칼국수로 유명하다. 게다가 가격도 합리적이다. 그래서 주변 식당들이 경기를 탄다고 할 때도 이곳은 늘 사람들이 붐빈다.
이집의 닭백숙은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게 맛이 있다. 게다가 비리거나 느끼하지도 않다.
‘닭을 어떻게 삶았기에 이런 맛이 나냐’니 주인아주머니는 “정성을 다해서 삶아내기 때문”이라며 밝게 웃는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내는 닭백숙은 장모가 잡아주는 씨암탉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웬만한 식당에서 삼계탕에 넣는 닭보다는 훨씬 크다. 사랑방은 닭을 고르는데 일정한 크기를 고집한다. 1.2kg 사이즈를 삶아야 맛이 있다고 한다. 더 커도 더 작아도 맛이 덜하다는 것.
칠갑산 토종닭은 3만원이다. 삶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꼭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한 마리면 세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닭과 함께 내는 칼국수도 이 집이 자랑하는 음식이다.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쫀득쫀득한 게 일품이다. 집에서 미는 것은 아니고 공장에서 매일 온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파는 것과 달리 특별히 주문해서 뽑아낸다고. 롤러로 더 여러 번 눌러서 뽑아내기에 확 퍼지지 않고 쫀득거린다는 것이다. 뿌연 국물에 담아내는 보통 칼국수와 달리 이곳 칼국수는 옛날 포장마차에서 팔던 우동처럼 맑은 국물에 내는 것도 특이하다. 육수를 멸치로 낸다는데 멸치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멸치를 넣고 24시간 이상 고아서 내기 때문에 비릿한 멸치 냄새는 사라지고 시원하고도 단맛이 난다는 것이다. 특히 마늘을 많이 넣어 시원한 맛이 해장을 하는데도 좋다. 그런데 마늘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그게 비결이다.
통닭 전골도 하는데 보통 닭볶음탕보다 국물이 많다. 갖은 양념에 닭 삶은 것을 넣어 얼큰하게 만들어내는 것으로 술안주로도 좋은데 점심시간은 피해야 한다. 1시 이후에 가야 주문을 받는다.
영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다. 단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칼국수 5000원, 곱배기·계란 넣은 칼국수·비빔칼국수 5200원, 백숙백반 7000원, 통닭백숙 1만5000원, 통닭전골 1만7000원, 칠갑산 토종닭 3만원.
(02)2272-2020
장추 강북 장어 1번지

이곳에서만 32년째 하며 장어 요리로는 강북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다. 지금 사장은 이종사촌이 하던 것을 물려받아 한다고 밝혔다.
장어라고 하면 보통 미끈미끈하고 약간 비린내가 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한 번 장어요리를 접해보면 그런 고정관념은 싹 사라진다. 오히려 ‘장어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이곳 장어는 쫀득쫀득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비결이 무엇일까.
“치수가 커야죠.”
궁금증에 대한 첫 답변이다. 이곳에서 내는 장어는 약간 크고 도톰하다. 한 마리에 500g 정도.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혼자 한 마리로 충분하다. 작은 것은 살이 얇아 제 맛이 나지 않고 이 정도 크기래야 맛이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비결은 소스에 있다.
이곳에선 소금구이와 고추장구이 간장구이 등을 내고 있다. 소금구이나 고추장구이는 짜고 강한 맛의 소금이나 고추장을 쓰기에 맛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간장구이는 간장 소스의 맛에 따라 천양지차라고 한다.
이곳에선 간장 소스를 만들 때 열다섯 가지 약재를 넣는다고 했다. 물론 기본은 장어를 폭 고아낸 육수다. 여기에 간장을 넣고 갖은 약재를 넣어 하루정도 고아 소스를 만든다. 이 때 장어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향이 강한 약재를 쓰는 곳이 많은데 장추는 향이 강하지 않은 약재만을 넣는다고 한다. 그래야 장어 특유의 맛을 살리고 또 맛 자체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만든 간장소스를 열 번 정도 칠한다고 했다. 한번 칠하고 살짝 굽고 또 칠하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어가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난다고 했다. 장어를 주문하면 쓸개를 넣은 술을 준다. 약간 쌉쌀하지만 지나치지 않다. 저녁엔 장어뼈 튀김도 덤으로 준다.
장어 국물에 배추 등을 넣어 끓인 국물도 보통 추어탕보다 더 달달하고 개운하다. 밥을 조금 곁들여 먹으면 기름기 많은 장어를 먹고 난 뒤 마무리로 적당하다.
솜씨가 좋은데다 깔끔해 접대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차는 식당 앞에 세워도 되고 자리가 없을 땐 부탁하면 해결해준다.
영업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는데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장어덥밥 1만3000원, 장어정식 1만8000원, 장어구이 1만리 2만5000원. (02)2274-8992
충무로쭈꾸미불고기 쭈꾸미 불고기의 원조

서울 사람들이 쭈꾸미라는 말을 알기 훨씬 전부터 영업을 해왔으니 쭈꾸미불고기의 원조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식당의 장영칠 사장은 순천에서 박정희 대통령까지 모셨던 유명 한정식집 아들이다. 어머니가 반찬으로 내던 음식 가운데 하나인 쭈꾸미로 승부를 낼 수 있다며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34년 전의 일이다. 잠시 신문로에서 영업을 하다 자리가 좁아 충무로로 이전했는데 벌써 30년 가까이 된다고 했다. 충무로쭈꾸미불고기는 최근 홍대 앞에 직영점을 냈는데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집의 요리는 참 간단하다. 벌건 고추장양념에 버무린 쭈꾸미와 키조개 낙지 등을 시뻘건 숯불에 구워먹는 것이다. 물론 메인은 단연 쭈꾸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쭈꾸미고 낙지고 하나같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분명히 생물은 아닌데도 그 이상으로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 게다가 감칠맛도 일품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쭈꾸미고 낙지고 썬 것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통으로 굽는데 길이가 10cm 정도라고나 할까. 일일이 자로 재보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작은 것들만 쓴다. 그래야 맛있다는 것이다.
쭈꾸미나 낙지나 세월이 흐르면 자랄 테고 또 나오지 않는 철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그 크기를 유지할까. 이곳에선 이 정도 크기의 쭈꾸미가 대량으로 나올 때 구입해 급속 냉동했다가 사용한다고 한다. 80%는 충남에서 잡는 것이고 나머지는 순천 등 남해 것이라고 한다.
그 쭈꾸미를 장 사장이 직접 손질해서 낸다. 자기 손을 거치지 않은 쭈꾸미는 손님 상에 올리지 않는다는 게 그가 30년 넘게 지켜온 고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그 맛을 유지한다는 것. 키조개는 충남에서 매일 올라오는 생물만 쓴다고 했다. 이곳에선 지글지글 천천히 굽는 게 아니라 센 불에 살짝 구워 먹는다. 그래야 더 부드럽고 맛있다. 그러니 숯불 관리하는 것도 이 집의 노하우라고 할 밖에.
밝은 빛이 도는 고추장도 비결이 있을 것 같았다. 고추장은 직접 담근다고 했다. 물론 고추와 물엿 등은 30년 이상 거래한 믿을 수 있는 가게의 것만 쓴다고 했다. 그 맛에 반한 손님들이 이어져 3층 식당은 늘 만원이다. 좁다고 불평을 해선 곤란하다.
모든 자리에서 쭈꾸미를 구우니 옷에 냄새가 밸 수도 있다. 비닐을 달라고 해 겉옷을 담아두는 게 요령이다. 모피라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일요일은 쉰다. 영업은 오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쭈꾸미·키조개·낙지 각 1만8000원, 모듬(쭈꾸미·키조개·낙지) 2만6000원, 쭈꾸미야채볶음밥 5000원, 공기밥+된장찌게 2000원. (02)2279-0803
대성 닭 한 마리 해장으로도 제격

닭요리는 참 다양하다. 끓이고 튀기고 찌고 볶고….
그런데 이 집은 끓이되 여느 집에서 닭을 끓이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끓인다. 매운탕을 끓이듯 파와 양파 마늘 다대기 등을 듬뿍 넣고 끓인다. 매운탕과 다른 게 있다면 무 대신 감자가 들어가고 떡이 조금 추가된다는 게 다르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래서 보통 닭요리보다 덜 느끼한데 뜨끈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을 먹는 맛도 있다. 그래서 전날 술을 마셨을 때 해장을 겸해 먹어도 좋다. 물론 술안주로도 좋기 때문에 점심이고 저녁이고 이 집은 늘 붐빈다.
펄펄 끓는 탕에서 건저 낸 고기는 소스에 찍어서 먹는다. 고추양념을 한 간장소스에 부추를 송송 썰어 넣어 만들었는데 매콤달콤하면서도 깔끔하다. 그 재미에 여성들도 이 집을 즐겨 찾는다.
닭을 먹다가 얇게 저민 감자나 가래떡을 건져 먹는 재미도 그만이다. 담백한 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해줘 수저를 놓을 때까지 닭을 대하더라도 전혀 부담이 없다.
상큼한 맛을 내는 이집 김치도 별미다. 겉보기엔 여느 집 김치나 마찬가지인데 시원할 만큼 상큼한 맛을 내기에 마치 서양음식을 먹다가 입가심으로 와인을 한 잔 한 것처럼 입안이 개운하다. 그래서 또 닭으로 젓가락이 간다.
어느 정도 건져서 먹었다면 칼국수 사리를 넣어 끓여 먹어도 좋고 밥을 볶아달라고 해도 좋다. 칼국수는 닭국물에 끓였으니 그대로 닭칼국수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달착지근하면서 기름기가 살짝 도는 국물에 볶은 밥도 먹어본 사람들은 대강은 연상될 듯. 김과 부추를 넣어 구수하면서도 향긋한 밥이 마무리에 그만이다.
중간에 주인이 바뀌어 정확히 몇 년이 됐는지는 주인도 모른다. 다만 기자가 다닌 것만도 20년 정도 됐다고 할 수 밖에. 그래도 옛 맛을 유지하고 있다. 식당을 인수하며 노하우를 완전히 전수받았고 직원들도 그대로라고 한다.
요즘은 일본에도 많이 알려져 골목 안쪽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부터 찾아오는 손님들도 하고 꽤 된다. 그 손님들 때문에 일요일은 물론이고 명절에도 문을 연다고 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극동빌딩 오른쪽 골목에서 옛 스카라극장 뒤로 이어지는 골목에 있다. 닭한마리 1만4000원(2인분), 닭도리탕 1만6000원, 닭마리반 2만1000원(3인분), 닭무침 1만4000원, 삼계탕 1만원, 닭곰탕 5000원, 떡사리·감자사리·볶음밥 각 2000원, 칼국수사리·라면사리·공기밥 각 1000원. (02)2272-8665
■ 충무로, 카메라 거리를 아시나요

충무로는 서울 중앙우체국 뒤에서 시작해 극동빌딩 뒤를 거쳐 훈련원길에 이르는 골목 같은 길이다. 길 이름에 이순신 장군의 시호를 붙였는데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는 이 길보다 약간 을지로 쪽에 가깝게 있다.
흔히들 충무로를 영화의 거리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의 충무로는 극동빌딩 뒤쪽이다. 이곳엔 예나 지금이나 영화인들이 많이 모인다. 그래서 주변 식당에 가면 영화인들 사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영화를 찍다보면 카메라가 필요했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이곳엔 카메라나 필름 가게들이 많이 들어섰다. 특히 극동빌딩 뒤에서 중부경찰서에 이르는 언저리는 카메라 가게들이 점령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카메라점이 많다.
그 얘기는 이곳에 사진가들이 많이 모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엔 몇몇 사진 전문 갤러리들이 문을 열기도 했는데 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웠는지 일부는 문을 닫았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반도카메라가 2층에 운영하고 있는 이룸 갤러리(02-2263-0405)다. 이곳에선 지금도 수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가끔 들려볼만하다. 11일부터 24일까지는 제12회 사진비평상 수상작 전시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반도카메라 3층엔 반도카메라박물관이 있다. 매장 한 쪽을 박물관으로 쓰고 있는데 희귀한 카메라와 현미경 등을 전시하고 있다. 3층 대부분은 지금 매장으로 쓰고 있지만 매장 자체도 사실 박물관 구실을 하는 것 같다. 이곳에선 여러 종류의 한정본 라이카 카메라나 렌즈 액세서리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데 귀한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중부경찰서에서 퇴계로 쪽으로 나오다보면 ‘카메라박물관카페’라는 재미있는 박물관 겸 카메라 가게 겸 카페가 있다.
사진가 최영 씨와 그의 부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겉으로 보기엔 중고 카메라 가게 같다.
신의주 출신인 최영 작가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활동했고 특히 누드 사진을 많이 찍어 이 분야에선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사진 관련 책자만도 이미 수십 권을 냈다고 한다.
그만큼 사진 뿐 아니라 카메라 전문가이기도 하다. 웬만한 카메라는 그에게 가면 새 생명을 안고 태어난다.
그의 가게에는 1000대가 넘는 카메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게다가 희귀한 것도 많다. 그래서 이웃 가게들도 중고 카메라나 부품을 구하기 위해 수시로 그를 찾을 정도다. 이곳에선 중고 카메라를 사고팔기도 하는데 가격도 저렴하다.
희귀 카메라들이 많으니 가게 자체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카메라들을 쌓아 놓았기에 일일이 설명을 붙여놓을 공간조차 없을 정도다. 궁금한 것은 최영 작가에게 문의하면 된다.
이곳에선 수시로 사진 전시회도 열리는데 특히 누드 사진이 자주 전시되고 있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색다른 사진을 보는 재미도 괜찮다. 입장료는 없고 커피 한 잔 마시면 마음껏 이곳을 즐길 수 있다. (02)226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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