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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쑥남카페* 부드러운 남자들의 보금자리 원문보기 글쓴이: 민근이(~2019)
* 출처 : 쑥남카페
안녕! 귀찮음과 무관심을 무릅쓰고 이 글을 눌러줘서 고마워
나는 피겨가 엄~~~청 재밌는 스포츠라고 생각하는데,
진입장벽이 조금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피겨에 대해서 아주 조금만 간단하게 설명해보려고 하는데 시간 나면 한 번 읽어볼래?
최대한 쉽고 재밌게 쓰려고 노력했어(부득이하게 은퇴한 김연아선수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음ㅠㅠ)
그럼 시작할게~!
1. 경기
국제 빙상연맹(ISU)에서 주관하는 메이저 국제경기는 크게 네 종류로 나뉘어
1) 올림픽
2)세계선수권
3) 유로선수권/사대륙선수권
4) 그랑프리(파이널)
아니 무슨 처음부터 재미없는 대회이름만 나열하고 그래요ㅡㅡ 나 나갈래
노노노노ㅠㅠ 잠깐 기다려봐
조금 있다가 김연아가 왜 대단한지 커리어를 설명할 건데 거기에 앞서 어떤 대회에서 상을 탔는지 조금은 익혀두는 게 낫지 않겠어?
아주 간단히 얘기할테니 인내심 조금만 더 가지고 봐보자!
올림픽은 모두가 알 거고, 세계선수권도 다른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 있는 경기라 알 거야. 나머지 두 개는 밑에서 차차 설명할게.
중요도는 위에 기재된 순서라고 보면 돼. 그리고 올림픽을 제외한 다른 대회들은 모두 매년 열리는 게 특징이야.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너희들이 선수라면 무조건 세계선수권 우승을 노리겠지?
올림픽>>>>>(넘사의벽)>>>>>세계선수권>>>나머지
라고 보면 될 것 같아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선수들의 커리어를 예로 들어보면 더 이해가 쉬울 거야
○ 미쉘콴: 김연아가 어린 시절 동경했던 미국 스케이터. 미국 피겨 황금기의 마지막을 장식함.
- 올림픽: 은 1회(1998) / 동 1회(2002)
- 세계선수권: 금 5회(1996, 1998, 2000, 2001, 2003) / 은 4회(1997, 1999, 2002, 2004)
- 사대륙선수권: 없음
- 그랑프리파이널: 금 1회(1995) / 은 4회(1996, 1999, 2000, 2001)
(잠깐 대회설명 - 쉽게 설명했으니까 스킵하지 말고 봐줘ㅠㅠ)
※ 올림픽: 굳이 설명 안 해도 되지?
※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제외하면 제일 권위가 높은 대회라고 할 수 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면 엄청나게 대우받을 수 있어
※ 유로선수권: 유럽국가 선수들만 참여할 수 있고 역사가 100년이 넘을만큼 유서가 깊어
※ 사대륙선수권: 유로선수권에 대항해서 만든,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들을 위한 대회야. 그러나 사대륙은 그랑프리파이널보다도 낮게 인식되는 게 슬픈 현실이지ㅠㅠ 피겨가 원래 유럽에서 유래된 스포츠기 때문에 그래.. 텃세도 심하고 유럽부심도 심해
※ 마지막으로 그랑프리는 1차부터 6차까지 총 6번의 대회를 개최하는데, 여기서 가장 성적이 우수한 6명을 뽑아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면 그게 그랑프리파이널이야
[결론] 각 대회의 중요도는 '올림픽 >>> 세계선수권 >> 유로선수권 > 그랑프리파이널 > 사대륙선수권' 순서로 이해하면 편할 거야
이걸 보고 나니까 미쉘콴이 5번이나 세계선수권 우승을 했는데도 올림픽 금메달이 없어서 얼마나 아쉬워 했는지 짐작이 가지?
그래도 세계선수권 5금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아직까지도 레전드로 회자되고 있어
다른 메이저 선수들도 보자
미쉘콴이 은퇴하고 바로 바통을 이어 받았던 선수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아시아 아웃풋의 정점, 김연아 세대야
○ 김연아
- 올림픽: 금 1회(2010) / 은 1회(2014)
- 세계선수권: 금 2회(2009, 2013) / 은 2회(2010, 2011) / 동 2회(2007, 2008)
- 사대륙선수권: 금 1회(2009)
- 그랑프리파이널: 금 3회(2006, 2007, 2009) / 은 1회(2008)
노비스, 주니어, 시니어 통틀어서 올포디엄(all podium,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음)인 여자싱글 피겨선수는 김연아가 전무후무전현무야. 즉 대회를 나갔다 하면 무조건 메달은 꼭 따왔다는 거지. 여기에 더 무시무시한 점은 시니어 올라와서는 단 몇 번의 은메달, 동메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메달이라는 점(70% 이상). 국적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피겨판 특성상 배척받는 변두리 국가 선수가 이 정도의 성적을 냈다는 건 놀라운 일이야.
김연아가 왜 레전드인지 설명할 건 많지만 일단 올포디엄 하나만으로도 모두를 압살하는 기록이지.
(은 7개, 동 3개 빼고 다 금인거 보이냐며..)
그런데 커리어 상에서 오직 김연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하나가 더 있어. 다른 선수들 커리어를 보면서 한 번 맞혀볼래?
○ 아사다마오
- 올림픽: 은 1회(2010)
- 세계선수권: 금 3회(2008, 2010, 2014) / 은 1회(2007) / 동 1회(2013)
- 사대륙선수권: 금 3회(2008, 2010, 2013) / 은 2회(2011, 2012) / 동 1회(2009)
- 그랑프리파이널: 금 4회(2005, 2008, 2012, 2013) / 은 2회(2006, 2007)
○ 안도미키
- 올림픽: 없음
- 세계선수권: 금 2회(2007, 2011) / 동 1회(2009)
- 사대륙선수권: 금 1회(2011) / 동 1회(2008)
- 그랑프리파이널: 은 1회(2009)
○ 카롤리나 코스트너
- 올림픽: 동 1회(2014)
- 세계선수권: 금 1회(2012) / 은 2회(2008, 2013) / 동 3회(2005, 2011, 2014)
- 유로선수권: 금 5회(2007, 2008, 2010, 2012, 2013) / 은 2회(2009, 2011) / 동 4회(2006, 2014, 2017, 2018)
- 그랑프리파이널: 금 1회(2011) / 은 1회(2010) / 동 2회(2007, 2008)
눈치챘어?
올림픽, 세계선수권, 유로/사대륙선수권, 그랑프리파이널 모두 금메달을 획득한 사람은 김연아가 유일하다는 점이야.
즉 여자싱글 피겨에서는 오직 김연아만이 그랜드슬래머 반열에 올라와 있지.
미쉘콴은 유일하게 올림픽 금메달이 없고, 이번에 평창에서 금메달을 딴 자기토바는 유일하게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없는 상태야.
그만큼 여자 싱글 피겨에서 그랜드슬램이 희귀하다는 건데, 여자피겨의 선수 수명 자체가 4년의 텀을 가지는 올림픽 사이 기간을 버틸만큼 길지 않아서라고 봐. 예전에는 덜해졌는데 김연아 은퇴 이후 러시아가 기계피겨를 창시하면서 선수가 좀 더 소모품처럼 쓰여지는 현상이 가속화됐다고 본다. 잠시 샛길로 샜네
아무튼 자기토바의 경우 3월에 세계선수권이 열리니 그 때 자기토바가 그랜드슬램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람포인트겠지.
김연아가 대단한 건 알겠어. 근데 대체 왜 대단한 거지? 기술이 좋아서? 경기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끌어서? 파워풀해서? 연기력이 좋아서? 일단 다 맞는 얘기겠지만, 피겨도 엄연히 '점수'로 결과가 정해지는 스포츠야. 그렇다는 건 김연아가 매 경기마다 점수를 잘 쌓을만한 요소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겠지. 지금부터 그걸 알아볼 거야.
아사다마오랑 비교해서 최대한 쉽고 재밌게 설명하려고 하니까 스킵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라~~
아 맞다 글 쓰다가 소트니코바 커리어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우는 거 진심 가증스러움)
- 올림픽: 금(2014)
- 세계선수권: 최고 9위(2013). 이거 심지어 소치올림픽 직전 시즌. 세계선수권 9위가 이듬해 갑자기 올림픽 금메달? 미친거죠^^
- 유로선수권: 은 2회(2013, 2014)
- 그랑프리파이널: 최고 5위(2013)
커리어 텅텅 빈 거 보니까 갑자기 개빡치네
정신건강에 해로우니까 넘어갑시다
화나니까 담배빵 의상 하나 더 놓고 감
무려 올.림.픽.챔.피.언.의 의상
2. 점수
원래 김연아 세대 이전까지는 구채점제를 따랐고, 김연아 세대부터 신체점제로 전환되었어.
구채점제는 뭐고 신채점제는 또 뭐야?
구채점제 먼저 사진을 볼까?
무슨 나는가수다도 아니고 이게 뭐람..
기술과 표현력에 대해 각각 6점만점으로 점수를 매겨서 순위를 결정짓는 방식이었어.
명색이 스포츠인데 뚜렷한 기준도 없고 왠지 엿장수 마음대로같지? 그래서 등장한게 바로 신채점제야.
신채점제에서는 기술과 표현력에 하나하나 단서를 붙여서 모든 요소들을 점수화시킨게 특징이야.
신채점제의 점수도 구채점제와 마찬가지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기술점수 + 구성점수(예술점수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건 잘못된 표현)
기술점수는 점프, 스핀, 스텝 등의 요소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를 측정해. 트리플악셀은 8점, 코레오시퀀스는 3점. 이런 식으로 딱딱 점수가 정해져 있고 퀄리티에 따라서 플러스마이너스 점수(가산점)가 주어져.
구성점수는 스케이팅스킬, 음악해석력, 연기력, 트랜지션, 안무수행로 구성되어 있는데.. 솔직히 감이 잘 안 오지?
그래도 구성점수가 기술점수보다는 다소 주관적일지는 몰라도 예술점수라고 불리기엔 보다 구체적이야. 스케이팅스킬+안무수행력에 예술성까지 포함시킨 점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거야.
그럼 기술점수와 구성점수 중에서 김연아가 특히 강점을 드러낸 부분은 뭘까?
두구두구두구..
바로 기술점수야. 앞서 말했듯 기술점수에는 수행의 퀄리티에 따라서 가점을 받기도 하고 감점을 받기도 해.
김연아는 각 수행의 퀄리티가 너무 뛰어나서 거의 모든 요소에서 가산점을 받는다고 보면 돼. 그래서 다른 선수들을 기술에서 압도하는 거고.
그렇다고 구성점수가 달리는 건 절대 아니야. 구성점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가장 높게 받았어. 구채점제가 신채점제로 바뀌면서 초반엔 상당히 짜게 주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한계를 계속 뚫은 게 김연아라고 봐도 무방해. 구성점수 또한 김연아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거의 선두에 있었다고 보면 될 거야. (그 부작용으로, 김연아가 뚫어놓은 점수를 그녀 은퇴 후 강대국들이 너도나도 한 번 차지해보겠다고 점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버렸지.. 김연아 현역 때는 감히 그 점수 이상으로 주지 못했어. 명확한 기준인 김연아가 있었으니까. 근데 김연아 은퇴 이후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사라지니까 점수가 개판오분전이 되어버린 거지)
아래 구성점수 변화 추이를 보면 이해가 빠를 거야.
표1. 김연아, 솥년, 마오의 구성점수 변화 추이
김연아의 경우 09WC(세계선수권)과 10올림픽 때 갑자기 치솟았지? 인생경기를 할 경우 저렇게 갑자기 치솟아 오르기도 해
마오의 경우에도 등락을 거듭하며 서서히 올라가는 게 보일 거야
솥년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긴 한데 14올림픽에서 갑자기 김연아 급으로 올라간 거 보여? 소치 때 김연아와 솥년 점수차가 거의 5점이었는데 솥년이 구성점수에서만 10점 넘게 치솟았어
즉, 김연아가 가질 금메달을 강제로 뺏어서 솥년 입에다가 떠먹여 준 거나 다름 없지(근데 지가 잘해서 땄다고 입턴 게 어이없을따름)
흥분해서 또 얘기가 샜네..^^
요지는, 선수생활을 지속하다보면 다들 등락을 거듭하며 서서히 구성점수가 오른다는 것과
김연아가 다른 선수들보다 구성점수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거야.
더 많은 선수들을 봐볼까?
표2. 13세계선수권~14소치올림픽 시기 김연아와 다른 선수들의 구성점수 비교
잘 보면 김연아는 구성점수가 아주 소폭 증가한데 반해 솥년은 소치올림픽 직전에 미친듯이 치솟은 걸 볼 수 있을 거야
빡치는 얘긴 접어두고, 여기서도 결국 김연아 혼자 천상계에서 놀고 있었다는 게 보이지? (물론 소치 전까지만. 소치올림픽 후 김연아 은퇴를 기점으로 저 구성점수를 너도나도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기술점수, 구성점수 모두 김연아가 높게 받았다는 게 요점이야
그럼 김연아가 왜 기술점수에서 그 많은 가산점을 받았을까?
스핀, 스텝, 점프 각각의 요소를 다 살펴보긴 힘드니까 제일 쉽고 재밌는 점프만 한 번 보자.
점프는 총 6개의 종류가 있어
악셀(A), 러츠(Lz), 플립(F), 룹(Lo), 살코(S), 토룹(T)
잠깐만 이거 다 외우라는 거 아니니까 스킵하지 말아줘
중요한 포인트만 몇 개 짚어서 설명할게
눈치챘겠지만 위의 점프 순서는 점수가 제일 높은 순서대로 쓴 거야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난이도 순서기도 해
3회전 기준으로 점수를 따져보면,
*****
3A(트리플악셀): 8.0점 - 아사다마오 주력점프
3Lz(트리플러츠): 5.9점 - 김연아 주력점프(마오는 발목을 못 꺾어서 제대로 못 뜀)
3F(트리플플립): 5.3점 - 김연아, 아사다마오 주력점프
3Lo(트리플룹): 4.9점 - 아사다마오 주력점프(김연아는 고관절문제로 2009년부터 봉인함)
3S(트리플살코): 4.3점 - 김연아 주력점프
3T(트리플토룹): 4.2점
*****
글로만 보니까 감이 안 온다 그치
김연아와 마오의 주력점프가 뭔지만 움짤로 대충 봐볼까?
먼저 점수가 더 높은 마오의 트리플악셀!(3A)
6종 점프 중에서 유일하게 앞을 보면서 뛰는 점프야. 그래서 선수들이 무서움을 많이 느끼지. 그리고 트리플 점프지만 3.5회전을 하는 게 특징이야. 딱 봐도 왜 점수가 제일 높은지 알겠지?
그 다음은 김연아의 트리플러츠!(3Lz)
악셀 다음으로 점수가 제일 높은 점프야. 도약할 때 왼쪽 발목이 확 꺾이는 거 보이지?(아래 움짤)
저 꺾이는 방향은 시계방향이고 몸이 회전하는 방향은 반시계방향이란 걸 몇 번 돌려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도약시의 발과 몸의 방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3회전을 온전히 채우기가 어려운 점프야
이것도 여자선수들이 특히 어려워 한다는 특징이 있어.
여기서 의문 한 가지
엥 아사다마오가 3A를 잘 뛰고 김연아가 3Lz를 잘 뛰면 마오가 더 유리한 거 아냐?
단독 점프상으론 그래
근데 피겨에서는 점프를 2개, 3개까지 '연속으로 이어서' 뛸 수 있거든
(((((헷갈릴경우 아래 문단은 스킵)))))
연속점프일 경우, 첫번째 점프는 6종류 다 올 수 있고, 두번째 점프는 Lo이랑 T밖에 못 와(물론 다른 점프도 올수있게 지금은 개정되었지만 김연아 현역 시절 기준으로 설명할게)
즉, 2연속 점프로 가능한 건
(A-Lo) (Lz-Lo) (F-Lo) (Lo-Lo) (S-Lo) (T-Lo)
(A-T) (Lz-T) (F-T) (Lo-T) (S-T) (T-T)
이렇게 12개의 경우의 수가 존재하네
즉, 김연아의 경우 3Lz 뒤에 T이나 Lo을 붙일 수 있고(2회전점프, 3회전점프 둘 다 가능)
마오의 경우에도 3A 뒤에 T이나 Lo을 붙일 수 있어(역시 2회전점프, 3회전점프 둘 다 가능)
예를 들어보자. (위의 점수표 다시 가져왔어. 같이 보면서 따라와줄래?)
*****
3A(트리플악셀): 8.0점 - 아사다마오 주력점프
3Lz(트리플러츠): 5.9점 - 김연아 주력점프(마오는 발목을 못 꺾어서 제대로 못 뜀)
3F(트리플플립): 5.3점 - 김연아, 아사다마오 주력점프
3Lo(트리플룹): 4.9점 - 아사다마오 주력점프(김연아는 고관절문제로 2009년부터 봉인함)
3S(트리플살코): 4.3점 - 김연아 주력점프
3T(트리플토룹): 4.2점
*****
2연속 점프로 제일 고득점을 노리고 싶다면 3A-3Lo을 뛰면 돼(8 + 4.9 = 12.9)
그러나 3A 자체가 여자선수가 뛰기에 너무 어려운 점프인데다 여기에 3Lo을 붙일 수 있는 선수는 여자선수 기준으로 일단 현재에서도 없어
그래서 마오는 2회전 토룹을 붙이는 3A-2T(8 + 1.3 = 9.3)이 고작이었지
마오의 3A-2T 움짤
점프 전 속도를 거의 다 죽이고 뛰는데다 대기시간도 길어. 그리고 착지도 간신히 하는 느낌. 이러면 가산점을 많이 못 받아.
반면에 김연아는 뒤에 3T를 잘 붙이는 선수로 유명해. 김연아의 트레이드마크가 3Lz-3T(5.9+4.2 = 9.9)인데 마오의 9.3점 점프보다 더 기초점이 높지. 여기에 마오는 저 점프를 아주 간신히 뛰기 때문에 가산점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반해, 김연아는 우수한 퀄리티로 뛰기 때문에 대개 2점 정도의 가산점을 받아.
김연아의 3Lz-3T 움짤(2010 밴쿠버올림픽)
3Lz-3T(2014 소치올림픽)
점프 전에 속도도 엄청나고, 스케일도 크면서 착지도 안정적으로 했지. 이러면 가산점이 폭발해버림.
주력점프만 비교한다면 마오의 3A-2T은 9.3 정도고, 김연아의 3Lz-3T는 12점에 육박하기에 둘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지지.
나머지 요소들도 김연아의 가산점이 더 많기 때문에 점수를 더 잘 받는다고 보면 될 거야.
엥? 점수상으로는 그렇다 쳐도 3Lz보다 난이도가 높은 3A를 뛰는 마오가 더 상징적이고 대단한 거 아냐? 여자선수는 3A를 뛰는 선수가 거의 없다며
라고 생각할 수 있어.
결론부터 말하면 마오의 3A 성공률은 굉장히 낮고, 그나마 성공한 점프도 비비면서 뛰어서 회전수를 간신히 맞추는 정도야. 당연히 퀄리티가 좋을리가 없지. 성공률이 굉장히 낮고 질낮은 점프를 과연 주력기라 할 수 있으며, '트리플악셀을 뛰는 선수다'라고 할 수 있을까?
반면에 연아 세대에는 3회전 뒤에 또 3회전을 붙일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었어. 안도미키가 가능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성공률이 높지 않아서 자주 들고 오진 않았지. 그런데 오직 김연아만이 3회전-3회전 점프를 90% 정도의 성공률로 뛰었어.
지금은 3회전-3회전을 뛰는 선수가 지천에 널렸지만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내며 이런 시대를 연 게 바로 김연아라고 할 수 있지.
거기다 3회전-3회전을 김연아만큼 높은 퀄리티와 거대한 스케일로 뛰는 선수는 지금도 많이 없어. 그래서 그 시대에 김연아가 압도적이었던 거야.
한 가지 덧붙이자면, 3A은 강한 근력과 회전력이 뒷받침되어야 뛸 수 있기에 여자선수가 거의 못 뛰는 점프라고 한다면,
3Lz는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로 하기 때문에 이 역시 여자선수가 뛰기 힘들어하는 점프야.
앞에서 언급했지만, Lz는 발목을 완전히 꺾으며 뛰어야 하는데 발목을 꺾는 것도 힘든데 점프를 시작할때 날의 방향과 몸의 회전방향이 반대라 더 어려워.
이 어려운 Lz점프를 90%에 육박하는 성공률로 팡팡 뛰어댄게 김연아였지. 거기다가 거의 믿고 보는 확률로 뒤에 3T 점프까지 붙이니 그 시대에서는 단연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
만약 마오가 3A을 뛰는 상태에서 3-3점프도 잘 뛰었다면 아마 김연아가 상대하기 좀 까다로웠을지도 몰라.
근데 다른 점프를 퀄리티 있게 뛰는 것도 아니고 3-3도 못 뛰니까 결국 악착같이 3A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마저도 3A 성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니 김연아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어
한창 언론에서 떠들어댄 '표현의 김연아, 기술의 아사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 이게 왜 틀린 말인지 알겠지?
마치며..
원래 위에 소개한 6종의 점프를 구분지어 설명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흥미를 이끌어내면서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일단 김연아와 아사다마오로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설명할 수밖에 없었어
6종의 점프를 어떻게 뛰는지 소개한 다음에 김연아가 왜 대단한지 기술적으로 설명하려고 했으나.. 일단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 마칠게
읽는 도중에 고비가 몇 번 왔을텐데 끝까지 읽어준 친구들은 정말 고맙고 중간에 스킵하거나 그만둔 친구들도 시간 날 때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 분명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야(정말 쉽게 쓰려고 노력 많이 했어)
피겨가 나올 때 조금이라도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그리고 피겨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가질 수 있게 힘들게 글을 쓴 내 노력을 알아줬으면 좋겠어..ㅠㅠ
다시 한 번 읽어줘서 고맙고 김연아 뒤를 이어 열심히 한국의 피겨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 국대들 응원도 많이 해줘~~
그럼 앗.냥.
...
...
<보너스>
악셀(A)이랑 러츠(Lz)는 알겠는데 다른 점프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해할 일부 쑥쑥이들을 위해 움짤 몇 개 첨부했어
트리플플립(3F): 기본점수 5.3점
점프 직전에 휘리릭 뒤집으면서(flip, 플립) 뛴다는 인상을 주는 점프야. 점프직전 발로 콕! 찍으면서 뛴다는 특징도 있어.
물론 플립점프를 정의하는 건 따로 있지만 이 정도로만 알아둬도 될 것 같아.
응용 하나만 해볼까? 3F 뒤에 물론 3T를 붙일 수 있어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룹(3F-3T): 기본점수 9.5점(이 때 가산점으로만 2점 더 얻음)
도입할 때 스피드 미쳤다고..(박봄 미쳤냐고 짤)
미라이나가수의 트리플룹(3Lo): 기본점수 4.9점
김연아의 트리플룹(3Lo)
룹(Lo) 점프는 뛰기 전 다리가 X자 모양으로 교차된다는 게 특징이야. 뭔가 온몸을 고리(loop, 룹)처럼 후루룩 감는 느낌이 있지?
룹 역시 정의하는 기준이 따로 있지만 X자 모양이라고 알고 있는 게 더 쉬울 것 같네.
김연아의 트리플살코(3S): 기본점수 4.3점
살코(S) 점프는 뛰기 전 다리가 시옷(ㅅ)자로 된다는 게 특징이야.
피겨를 입문하면 6종 점프중에 살코를 제일 먼저 배운대. 아마 제일 뛰기 쉬워서일 거야.
도약 시 다른 발로 밀면서 올라가는 점프라고 보면 돼.
근데 어떤 선수들은 시옷자로 안 뛰는 경우도 있어
이 경우도 살코의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허용돼
아라카와 시즈카의 트리플살코(3S)
나왜울어..의 쿼드토룹(4T): 기본점수 9.5점
마지막 점프인 토룹이다(T)
3T은 대개 단독으로 안 뛰고 다른 점프 뒤에 후속점프로 붙이는 편이야
남자선수의 경우 4회전 단독으로 뛰기도 해
토룹(T) 점프는 플립이랑 거의 비슷하지만 도약할때 발과 착지할때 발이 똑같아.
지금 일어나서 한바퀴 공중에서 뛰어볼래?
오른발로 뛰어서 한 바퀴 돌고나면 다들 오른발로 착지하게 될 거야. 그게 보통 더 쉬우니까.
반면에 오른발로 뛰어서 한 바퀴 돌고 왼발로 착지하는 건 어딘가 어색하지. 한 바퀴도 그 정도인데 3바퀴나 뛰고 다른 발로 착지한다는 건 더 어려울 거야. 플립점프가 그래서 더 어렵고 점수도 높아
착지하는 발만 바뀌어도 난이도와 점수가 천지차이가 되는 거야.
이상 점프 6종까지 간략하게 설명을 마쳤어
궁금한 부분 댓글로 달아주면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잘 설명해보도록 노력할게(무플예상)
그럼 진짜 안녕!(열심히 썼는데 반응 쎄하면 나 슬플 거 같아..)
첫댓글 자기토바가... 그랜드 슬램 타이틀 획득하기는 했는데요 큐큐큐ㅠㅠ
연아선수 영상 자주 보면서도 피겨알못이라 궁금했는데.. 덕분에 이해가 좀 되네요ㅋㅋㅋㅋ
와 몇번 포기하려다가 결국 흥미롭게 끝까지 정독했어요! 글쓰신분 대박!
와엠아쿠라잉이 여기서 나온거군요 ㅋㅋㅋㅋ 재밌게 잘 봤어요.
김연아는 진짜 지금봐도 스피드가 폭주기관차..남자선수도 저 스피드는 안나올듯
연아의 3-3점프는 기본 가산점 2점은 깔고가는 엄청난 점프였죠. 3러츠 뒤에 붙는 3토룹 점프가 타선수들이 뛰는 싱글점프 수준의 높이가 나왔으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