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중국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특히 여진족님 소개들 볼 때마다 말이죠.
그런데 시간이 없고, 또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려면 중문 번역을 해드려야 하는데... 그 것은 그 것대로 시간에 한계가 있었고요.
그런데 국내 어떤 팬이 정성들여 번역하고 영상 작업 하신 것이 있어 소개드립니다.
초한전기 -> 초한지 이야기 입니다.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지요.
사실 중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답게, 여러 뒷이야기가 있어요. 많은 내용이 아쉽게도 검열되었고.(다만 검열을 안했다면 대략 120~150부작이었을 듯. 정말 중국 답지요?)
한국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중국 이야기를 중국인이 담은 것이다 보니 참 반갑더군요.
그런데 보다보니까, 중문판과 더빙판은 나름 재미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중국 지인들과도 흥미롭게 비교해보았었지요. 한신이 대장군이 되는 부분 만큼은 한국어 더빙이 원문판보다 더 좋았다고 평했습니다.
여하간
제 입장에서 중국 원판이 좋았던 장면은 이 부분이었어요.
https://m.blog.naver.com/tigerv10/70167401445
(링크 첫 동영상)
'천하를 왜 하나로 통하게 하였겠느냐!' 이 대목은 고대 속 무수한 인물들이 해낸 '공급망 개통'이기도 하니 음미해 볼만 하지요.
* 사실 어느 드라마나 마찬가지이지만, 배우의 목소리와 표정 연기는 극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역시나 신삼국에서의 유비를 맡았던 배우라 훌륭했습니다. 중문 원판 드라마에서의 진시황은 한국어 더빙판에서 포악한 이미지를 전달하던 성우 연기와는 달리 이지적인데 과중한 업무로 맛이 가는 캐릭터라 하겠습니다.
목소리 어조 성조 모두 감독의 의도에 맞는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http://blog.naver.com/tigerv10/70173925558
(링크에서 49회 中 대장군 자리에 오르는 한신 부분 영상 보세요.)
이 부분도 좋았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 속 대풍가 가사와 절묘하게 어울리지요.
* 다만 중국 친구들은 한국어 더빙판 보면서 호평을 했었는데 '한신이 나사가 하나 빠진 꺼벙한 느낌'이 있어서라고 했어요(한국어 제법 잘하는 친구인 것은 알겠지요? + 한신과 유방의 원조 부하들과의 설전도 한국판 더빙이 더 실감났다고 평했습니다.)
* 진짜 인재는 논리로 결론 내지 않고 디테일로 설명합니다. 한신과 원조 부하들의 설전이 그런 점을 잘 보여주지요.
여하간. 이래저래 중국의 드라마도 좋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 놈의 검열이 작품을 망쳐버려서 큰 문제지만요.
..이제 일할 시간이네요. 급하게 글을 맺으면
https://m.blog.naver.com/tigerv10/220546302786
이 드라마에서 제일 좋은 구절은 엔딩에서 유방이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경천지인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옵니다.
(급하신 분은 7분 24초부터 보세요)
국내판에서는 희한하게도 '착한 정치'를 하라는 느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데, 중국어 원판에서는 그러기는 커녕 '사람이 착하게 하늘을 따를 수 있도록, 권모술수도 함께 알아야 한다'가 실제 핵심 취지로 저에게 아주 좋은 엔딩이었습니다.
ps. 안타깝게도 중국은 이미 자신들의 스토리를 있는 그대로 정리해도 세계에 어필할만한 문화적 자산이 있어요. 그럼에도 미국을 흉내내는 것이 전랑같은 영화로 나오는데, 안타까워 하는 편입니다. 길을 잃어가는 것일지도요.
pps. 중국이 중앙집권을 올바른 결론으로 내는 것은 나름의 역사들 덕분일 겁니다. 춘추전국시대 주나라를 중심으로 한 천하질서가 붕괴하자 어디까지 중국 세계가 피를 흘렸는지, 초한전기 때는 또 국가 시스템 전면 붕괴로 어디까지 인외마경에 가까워졌는지, 후한 삼국시대로의 이행 때도 천하질서 붕괴가 어디까지 사람이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을 만들었는지.
심지어 19세기~20세기 이행 중 진행된 군벌할거의 시기는 또 얼마나 처참한 세상이었는지.
이 모든 국가질서 붕괴 이 후 통일/회복기 때 어디까지 국력이 바닥을 치는지, 그리고 왜 약한 국력으로 서러움을 겪는지.
아주 엄중한 경험이기에 유학자들부터, 법가들에 각 사상가들이 아주 치를 떨며 나름의 청사진을 내놓게 만들었고 그 것이 중국이라는 문화권의 힘을 동아시아 중심 문화권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게 되지요..
여하간 오늘도 행복하세요!
첫댓글 아 이제 만주족이시네요 여진족 -> 만주족
중국에선 2019년 말인가 부터 사극 싹 다 전반적으로 사상검증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그때 이후론 진솔한 사극이 안나오는 느낌입니다.
하아...진짜.... 시황제는 참 대단하네요... 그래놓고는 이상한 항미원조 전쟁 영화나 만들게 스스로 다운그레이드 시키다니(...)
재미 찾을 곳이 하나 줄어버린 셈이겠지요..
으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저도요. 문제는 그놈의 검열...제작비 문제야 뭐 그렇다 쳐도 너무 심하게 내용을 잘라내서 개연성이 사라져 버렸어요 ㅡㅡ;;
중화권 계 드라마, 영화를 보면 그런 것이 녹아들어있긴 하더라구요 대륙 꺼든 대만에서 만든 거든 홍콩에서 만든 거든...중국은 분열하면 망하고 망하면 무간지옥이 펼쳐진다는...어느나라에나 통용되는 당연한 이야기인데, 역사적 경험 때문인지 중화권 사극물은 항상 그런 정서가 밑에 깔려있기는 합니다.
실제로 밑바닥까지 가는게 중국의 분열기에요~
사타케 야스히코가 쓴 학술서적 <유방>에 따르면
[철 제품의 제작과 유통의 중심이 되는 지점과 진나라 말기 영웅들의 출신지가 일치한다.]
고 하더군요.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애초에 역사랑 공급망을 열어서 이룬 기적이니까요
님의 말씀은 짧지만 제게 항상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살짝 보고 블로그 들어가서 한시간을 봤네요. 다른 걸 떠나 배우들 연기가!
진짜 좋은 배우들이 많습니다. 감독이 이야기를 해석한 방식도 좋고요!
일단 관심 있으시면
더빙판 https://www.youtube.com/watch?v=DWhb9AJvZhg&list=PLBUycjmLYNKcTQxpv8COWhbGeQI0KUrHk
중문판 https://www.youtube.com/watch?v=19teOKdGDMM&list=PLSFt_RdUv6AUQVzb1AFCrstumKYsUp7o3
여기에서 즐기실 수 있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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