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에서 感激의 가치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남의 얘기를 듣고 감격하고, 영화를 보고 감격하고 또 소설을 읽고 감격한다. 감격이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
감격은 정신의 純化作用이다. 우리의 마음이 맑아지고 뜨거워지고 순수해 지는 것이다. 감격은 힘의 원천이요, 新生의 샘이요, 悔改의 원동력이요, 새 출발의 발판이다. 젊은 시절에는 강한 감격을 많이 경험해야 한다. 특히 20대 전후는 인간의 인생을 통해서 가장 감격성이 강한 때다. 이 때에 무엇을 읽고 어떤 감명을 받느냐, 누구를 만나서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서 그의 後半 生이 결정된다. 나는 한국문학 백 년의 수많은 작품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걸작 하나를 고른다면 春園 이광수의 『유정』을 들겠다. 춘원은 일생동안에 8만 4천매의 원고를 썼다. 그 중에서 춘원이 가장 아끼고 힘을 쏟은 작품이 『유정』이다.
"만일 내 작품 중에서 후세에 남을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유정』일께요."
춘원 자신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중학교 문학소년 시절에 이 소설을 읽고 너무나 큰 감명을 받았다. 그것은 나의 존재를 뒤흔들어 놓았다. 새 인생을 발견한 것 같았다.
주인공 최석과 그의 친구의 딸인 남정임 사이에 시베리아를 무대로 벌어지는 맑고 깨끗한 감동적인 사랑의 얘기는 어린 나의 혼을 기쁨과 감격으로 휩쓸었다.
문학은 특히 좋은 소설은 우리에게 생생한 감명을 준다. 『유정』처럼 인간의 情의 아름답고 숭고함을 그린 작품은 아마 한국문학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춘원은 정이 많은 분이다. 그의 주변에 많은 여성이 있었던 것도 그의 眉目이 淸秀해서 여성의 마음이 끌리는 점도 있었지만 춘원의 다정한 성격의 탓이 더 큰 것 같다.
『유정』의 좋은 점은 시베리아의 풍경묘사다. 춘원은 젊은 시절에 시베리아를 방랑한 일이 있다. 그의 생생한 체험을 토대로 썼기 때문에 시베리아의 자연묘사는 迫眞美가 넘친다.
문학의 좋은 점은 카타르시스에 있다. 좋은 소설을 읽고 나면 정신의 淨化작용을 일으킨다. 마음이 맑아지고 인생이 엄숙해지고 사는 것을 축복하고 싶은 그런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한국문학작품은 카타르시스의 작용도 없고 감동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그렇다고 심각한 인상을 주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는 춘원의 『유정』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남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만한 감명을 주는 소설은 쉽게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쓰는 것처럼 싱거운 일이 없다. 『유정』을 한번 꼭 읽어 보라고 권장하는 도리밖에 없다. 유정은 정말 위대한 작품이다.*
첫댓글 안병욱교수님의 책중에[자아의 발견]이라는 소책자가 있습니다. 고등학교2학년때 제 손에 쥐어져 페이지가 닳도록 읽은 책중에 하나이지요. 방황하는 저를 붙들어준 책이기도 했습니다^^
중학교때 읽었는데 기억이 좀 가물가물합니다. 지금 다시 읽어도 느낌이 새로울 것 같습니다. 공부는 안하고 문학책만 잔뜩 구입해서 다락방에서 수많은 책들을 읽었었는데.....
문학소녀셨군요^^*
맞아요. 수녀님~ 이모가 저보고 문학소녀라고 별명지어 주었죠. 온갖 폼 잡고 다니는 문학소녀....지금 생각해도 제 모습이 웃으워요. ㅋㅋㅋ
하하하 안나언니 짐더 소녀같아요,..난 말괄량이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