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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채소·현미식이 좋을까?저는 진료 시간 외에는 의료생협 조합원들의 건강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질병이 걸리기 전에 예방하고, 환자 스스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도록 해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의료생협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업 중에 ‘건강 실천단’이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주로 현미식과 채식을 위주로 하는 건강식을 약 한달 정도 엄격히 실천하고 그것이 습관이 되도록 하는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입니다. 식습관뿐만 아니라 매일 운동을 병행하도록 지도·점검하면서 참여자의 체지방이나 근육양 같은 체성분의 변화나 혈압·혈당 등의 혈액검사상의 지표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현미를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현미는 백미에 비해 영양가가 높고, 섬유질이 많아 체내에 좋지 않은 중금속이나 내분비계 장애물질들을 배출해주는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혈당을 빨리 올리지 않아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고, 포만감을 줘 소식을 하게 해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 역시 건강을 위해서인데요. 현대인의 과도한 육식을 끊는 것 자체가 건강에 도움이 되고, 채소가 가진 많은 영양가가 몸을 정상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현미·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지만 현대인의 음식 문화상 현미·채식을 엄격하게 실천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건강 실천단을 하면 조직적으로 그러한 실천을 강조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현미·채식 식단 프로그램 이후에 그것을 자기의 일상적인 생활습관으로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실천을 통해 매일의 양약 복용 없이도 혈압·당뇨를 정상치로 조절한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의료생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먹을 것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채소·현미식 시작하고 기운 잃고 우울해하는 환자들... 왜?그런데 의료생협에서 수 차례 이러한 현미·채식을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대체로 체중도 절감되고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하는 분들이 대다수이지만, 꼭 좋은 결과를 낸 사례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4주간의 현미 채식을 하는 동안 매우 힘들어하는 분들을 종종 있습니다. 기운이 많이 없거나 우울해 질 정도로 무기력해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현미 채식을 하면서 피부가 더 예민해지고 알레르기가 심해지는 분들이 종종 있었는데요, 그 원인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런 분들이 좋은 생활습관의 변화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해서, 또는 고기를 먹던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오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몸이 변해가려는 일종의 명현반응은 아닌가 했었죠. 또는 혈액검사상의 수치가 크게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들도 있었는데, 짧은 기간을 비교해서 그런 것인지 다른 악화 요인이 있었던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에 8체질의학의 ‘섭생법’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체질 의학을 저의 주된 의료방침으로 정한 이후 현미·채식 프로그램이 일부 사람들에게 잘 적응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현미식이나 채식이 ‘체질적으로’ 잘 맞지 않는, 종종 육식을 해야 하거나 현미가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건강에 대한 많은 정보 중에는 ‘무엇을 먹으면 어디에 좋다’는 정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잘 맞기도 안 맞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 후 저는 의료생협에서 현미·채식 패턴의 건강 실천단을 진행하기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체질 학교’라는 형태로 참여자들의 체질을 감별하고, 그에 따른 체질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하여 진행 중입니다. 자신의 체질을 알아도 그것을 식단으로 실천해내기는 쉬운 것이 아닌데, 참여자들은 자신의 체질식을 하면서 몸이 더 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동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스스로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를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체질’이라는 말은 사실 오랜 역사가 있는 말은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구한말 이제마의 사상의학의 영향으로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으로 구분되는 사상체질에 대해서 익숙한 편이지만, 체질의학의 전통이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서양의학의 태동기의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피, 점액, 황담즙, 흑담즙)’에 따른 ‘4체질설’이나 갈렌의 ‘체질론’ 등이 있었고, 중국 의학에서도 황제 내경에서 ‘25체질’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나 그것이 의학적 실천이나 전통으로 발전하지는 못했습니다.
체질의학의 특징은 인간의 구성 요소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그에 따른 인간의 특성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개인적인 개성뿐만 아니라 생리적인 상태, 병리적인 규율까지 일정한 패턴이 있고, 살아가면서 먹어야 할 음식이나 생활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이제마의 사상체질에서는 그러한 체질적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 장부의 대소 관계인데, 그러한 선천적인 구조 때문에 사상체질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현미·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지만 현대인의 음식 문화상 현미·채식을 엄격하게 실천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