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대체 레포트 & 룰루

[4이경민]

상계동 올림픽과 '무등산 타잔' 박흥숙을 보고...

 신문방송학과 3학년

4557794 이경민

 매 수업시간마다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된 영상보다 어떠한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지만 그래도 대체로 가벼운 내용을 다뤘던 다른 영상들과 달리 이 두 다큐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너무 뚜렷하게 보여 주는 어두운 영상이다. 나는 박흥수씨와 상계동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행복한 시대에 태어났구나'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봤을 뿐이었다. 솔직히 처음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난 상계동 올림픽은 그 유명한 영화 '송환'의 김동원 감독님의 데뷔작이란 사실에, '무등산 타잔' 박흥숙은 곧 영화로 개봉될 이야기란 소리에 호기심을 가지고 봤을 뿐, '철거'와 '가난한 자'의 아픔이란 것에 대해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그 사람들의 경험이 '슬픈 우리의 역사'그리고 '안타까운 내 민족'의 이야기였을 뿐 가슴깊이 아프다고 느끼기엔 내가 느낀 경험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단 한번도 가슴깊이 아파 보지 않은 나에겐, 박흥수씨와 상계동 사람들의 억울한 사연을 보며, 지나간 역사의 한 단편을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슬프고 원통한 영화 한편을 본 것처럼 수업이 끝나고 난 그렇게 그 이야기를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후 어느 날, 연락이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한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 간 그 친구는 힘들고 지친 목소리로, 울먹이며 나에게 그러더라. "우리나라란 곳 정말 나빠요. 돈 있으면 다고.. 힘있으면 다고.. 그리고 그 사람들을 위해서 라면 우리 같은 소시민은 언제든지 죽어도 괜찮은 사람인가 봐요...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이 신고 있던 짚신 짝인가 봐요... 자기 발을 위해 마음 내킬 때로 실컷 신고 이제 낡고 필요 없다고 버리는 필요 없는 그런 사람이 우린 것 같아요..."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많이 밝고 유쾌했던 그 친구의 말을 듣고 한 동안 멍해지는 나를 추스르며 동생을 위로하고 달래주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동생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울산건설 플랜트노조 파업'사건의 이야기였다. 바로 그 친구의 아버지가 파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란 것이다. 나도 TV뉴스나 인터넷 신문을 통해 울산 파업에 대해 들어 봤으며, 크레인을 동원해 고공시위를 한다는 뉴스에 그냥 '엽기적이고 너무 극단적인 것 아냐?'란 생각을 했을 뿐 그 사람들이 왜 그런 일을 할까. 란 생각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런 내게 그 친구의 이야기는 정말 별세계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박정희 시대의 군사정권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엔 '박흥숙'과 같은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전두환 시대가 아닌 지금, 상계동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다. 노조 파업이라 해도 그저 서로간의 이권 다툼이라 생각했을 뿐, 그들이 얼마나 절실하고 힘들었을까 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TV에서 파업이나 데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시끄럽네' 라고 말하며 TV를 돌리기 일수였고, 내가 경험해본 파업이라곤 버스 노조 파업이 있었을 뿐, 그 마저 내게 있어서는 교통편이 귀찮고 자기들의 이권싸움을 하는 것에 짜증난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어렴풋이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내가 사는 이 시대가 '행복한' 시대가 아니라 내가 단순히 '행복한' 사람들 중 하나에 속한 것뿐이란 것을...  내가 상계동 사람들과 박흥숙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저 시대 사람들은 많이 힘들었구나.. 저 시대의 정부는 가난한 자를 돌보지 못하고 나라 발전에만 목을 메던 불우한 시절이었구나.. 란 생각을 한 것처럼 앞으로 20년쯤 지나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 사람들은 울산건설 플랜트노조 파업이야기를 들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자신의 거주지를 잃고 떠나가야 했던 그들의 억울한 사연들... 그들을 만들어 낸 것은 가난한 자를 돌아보지 않고 나라발전에만 그리고 자신의 뱃속만 채우기 급급한 '우리'나라.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런 정부보다 더 큰 책임을 지고 사죄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와 같은 우리가 아닐까. 내 이웃, 내 친구의 아픔을 내 일이 아니라 생각하며 귀찮아  하고 이해해 주지 않으며 그 사람들의 입장에 서지 못한 우리들 말이다. 그저 운 좋게 사회의 어두운 면에 속하지 않은 부모님 밑에 태어나 내 친구들이 아픈 것을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한 우리들. 우리들이 박흥수씨의 사건이 억울함을 알고, 상계동 사람들의 아픔을 안다면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그러한 사람들을 도와줘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씨네필의 향연 '룰루'를 보고...

신문방송학과 3학년

4557794 이경민

 내가 요즘 극장가를 가게 되면 찾는 영화는 오직 '한국 영화' 뿐이었다. 자막을 읽기 싫고 대사의 감정을 옆에서 나오는 텍스트로 느끼는 것이 싫어서였다. 그래서 처음 시네마 향연을 보러가야 했을 땐 '외국영화' 그것도 영어가 아닌 '불어'로 이야기되어 가는 영화란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되는 자막의 엇갈림이 어려운 영화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가져온 시네마 향연의 포스터를 보며 각각의 캐릭터가 무엇을 의미하며 그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알 수 있었고 집에 오는 동안 계속해서 복잡한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 영화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의 틀 밖의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세 캐릭터 모두 하나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다른 한 면은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고 할까...
 난 이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보다 각 캐릭터에 대해 생각해 보며 영화를 이해해 보려 한다.가장 먼저 '룰루' 라는 캐릭터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만큼 영화에서 표한 하고 싶은 내용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갑갑한 계급적 그리고 사회적 제도를 깨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 그리고 위험함. 하지만 그러한 위험함이 가져다 주는 매력... 나는 마치 마약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약을 한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마약이란 이미지와 룰루의 이미지는 무척이나 닮아있다. 위험하고 옳은 것이 아닌걸 알지만 누구나 빠져드는 매력.. 그리고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라 할까? 언제든지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돈이 없으면 훔치고, 원한을 산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 뻔하면서도 왠지 그 사람에게 복수나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잊어먹고 또 똑같은 삶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며 감독은 말 그대로 계급적 구속과 사회적 관습에 얽매인 프랑스를 비판하고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습을 룰루를 통해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소유욕이 강하고 보수적인 프랑스의 모습을 대변하는 '앙드레'는 바람난 아내, 넬리의 남편으로 나온다. 자신이 아내를 만족 시켜줄 수 없음에 스스로 분노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스스로를 바꿈으로 변화하기 보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넬리를 억압하며 자신에게 종속시키려 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그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고 사랑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캐릭터는 감독이 비판하고 싶어하는 캐릭터로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한 캐릭터로 프랑스의 그 시대 상황을 나타내어 준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이해 할 수 없던 캐릭터. 넬리. 자신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남편 '앙드레'를 버리고 자신을 만족시켜주는 '룰루'를 사랑하게 되는 여자. 분명 앙드레의 잘못도 있겠지만 그렇게 바람 피는 것이 당연하다 느끼며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부분 이해할 수 없었다. 감독이 비판하고 싶은 프랑스의 사회를 '앙드레'라는 캐릭터를 통해 나타내려 했기 때문일까. 넬리의 앙드레를 대하는 행동은 가히 비판적이고 상처 주는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변화하는 프랑스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앙드레라는 구 프랑스의 사회와 룰루라는 새로운 프랑스의 사회를 단호하게 선택하는 모습을 통해 변화하기 원하는 프랑스의 모습을 말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난 프랑스란 나라를 잘 모른다. 그래서 일까. 영화가 많이 어려웠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룰루의 자유분방함은 왠지 매력적이고 보기 좋았지만. 넬리가 아이를 가졌음에도 일자리를 가지지 않고 노는 모습을 보며 왜 감독이 저러한 자유분방함을 지향하는지 알 수 없었고, 앙드레의 경제적이고 권위적이며 종속적인 성향을 비판하면서도 넬리는 그녀의 성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사랑은 룰루와 함께 하고 경제적인 도움은 앙드레의 회사를 다니면서 해결하는지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보면 전축이란 복선을 통해 넬리와 룰루가 앙드레의 집을 도둑질 하는 듯한 모습이 나오는데, 왜 하필 앙드레의 집을 선택했을 까 하는 의문은 더욱 지우기 어려웠다. 앙드레의 경제적인 능력은 비판의 대상이지만 '탐'은 난다는 것일까? 

 솔직히 이 영화는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영화란 생각이 많이 든다. 자막 속도가 엉망이어서 초반에는 룰루와 넬리의 대화 속에서 누가 대답하고 누가 질문하는 지도 알아듣기 힘들었고 그래서 영화에 몰입하기 보다 영화 보는 내내 조금은 짜증이 났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친구들이랑 영화에 대해 토론을 했던 파스빈더작과는 달리 '나 진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라 말하고 그냥 집에 와 버렸으니까.. 다음에는 좀더 재미있는 영화가 나를 기다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