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최필립(85)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별세했다. 최 전 이사장은 '부녀(父女) 대통령'인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대(代)를 이어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독립운동가 최능진 선생의 장남인 최 전 이사장은 1960년대 외무부 대변인과 주스위스 참사관 등을 거쳐 1970년대 중·후반 박정희 대통령의 의전비서관과 공보비서관 등을 지냈다. 그 당시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보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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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아산병원 최필립 전 이사장의 빈소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헌화하고 있다. /TV조선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인 1980년대에는 주바레인, 주아랍에미리트연합, 주뉴질랜드 대사 등을 거쳤으며 1990년대에는 한국원양어업협회 고문, '2002년 월드컵 유치위' 집행위원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지난 2002년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출범시킨 한국미래연합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지난 2005년부터 박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올 2월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최 전 이사장은 작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野圈)에서 '정수장학회 장물' 논란을 부각시켰을 때 이사장직 사퇴 압력이 이어졌음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다 올 2월 25일 박 대통령의 취임 날 전격 사퇴했다. 임기가 1년 정도 더 남은 시점이었다. 당시 그는 보도자료에서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건 자칫 제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1928년생(生)으로 평양에서 태어난 최 전 이사장은 서울고와 연세대, 미국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했다.
고인의 유가족은 "고인께서 돌아가시기 사흘 전 '이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추석 연휴 중이었지만 21일 밤 늦게까지 조문객이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조전(弔電)을 전달했고, 20일에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발인은 22일 7시,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부순 전 이부순산부인과 원장과 최우석 조선일보 기자(TV조선 정치부 부장), 최순미 윈여성병원 원장, 최원유 도도디자인 대표 등 1남 2녀, 사위 박영환 대한항공 의료센터 의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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