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어주구리(漁走九里)..."
중국 한나라 때의 일이다...
어느 연못에 예쁜 잉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서 들어 왔는지 그 연못에 큰 메기 한 마리가 침입하였고,
그 메기는 잉어를 보자마자 잡아 먹으려고 했다.
잉어는 메기를 피해 연못의 이곳 저곳으로 헤엄을 쳤으나 역부족이었고,
도망갈 곳이 없어진 잉어는 초어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잉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뭍에 튀어 오르게 되고,
지느러미를 다리 삼아 냅다 뛰기 시작했다.
두려운 마음에 잉어가 뛰어간 거리는 약 구리(九里) 정도...
아무튼 십리가 좀 안 되는 거리였다.
마침 잉어가 뛰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한 농부가 잉어의 뒤를 따랐는데,
잉어가 멈추었을 때쯤 그 농부는 이렇게 외쳤다.
"어주구리(漁走九里)..."
결국 농부는 지쳐 쓰러진 그 잉어를 잡아 식구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註] 어주구리(漁走九里) : 능력도 안 되는 이가 무모한 일을 할 때 쓰는 말.
※ 이 고사성어는 비꼬는 투로 약간 톤을 높여 말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 2 . "선어부비취(善漁夫非取)...
중국 원나라 때의 일이다...
어느 마을에 한 어부가 살았는데 그는 너무나도 착하고 어질어서
정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신망이 높았고, 따르는 사람 역시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에 새로운 원님이 부임하게 되었는데
그는 아주 포악하고 시기심 많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시간이 흘러, 덕망 높고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다는
어부 얘기를 들은 원님은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 어부를 없애려고 마음먹은 원님은 묘안을 짜내게 되었다.
어부의 집 앞에 귀한 물건을 몰래 가져다 놓고 그 어부가 물건을 가져가면
누명을 씌워 그 어부를 처형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어느 날 밤, 어부의 집 앞에 쌀 한 가마니를 가져다 놓게 했다.
하지만 그 어부는 며칠이 지나도 그 쌀 가마니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이었다.
원님은 다시 최고급 비단을 어부의 집 앞에 가져다 놓게 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화가 난 원님은 최후의 수단으로 커다란 금송아지 한 마리를 가져다 놓았다.
그러나 어부에게는 금송아지마저 소용이 없었다.
착하고 욕심 없는 그 어부가 손끝 하나 대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어부의 행동에 화가 난 원님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탄식을 했다.
"선어부비취(善漁夫非取)... 착한 어부는 아무것도 가지려 하지 않는구나..."
이 일이 있은 후, 어부에게 감명받은 원님은 그 어부를 등용하고
덕으로써 마을을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註] 선어부비취(善漁夫非取) : 일이 자신이 뜻한대로 되지 않을 때 쓰는 말.
※ 이 고사성어는 당시 중국 전역에 급속도로 퍼졌고, 급기야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으로까지 전해져, 오늘날에는 영어권 국가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 3 . 시벌로마(施罰勞馬)..."
중국 당나라 때의 일이다...
한 나그네가 어느 더운 여름 날 길을 가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농부가 가혹한 채찍질을 가하는 광경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나그네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농부에게 물었다.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자꾸만 채찍질을 가하는 게요..."
그러자 농부가 대꾸하기를...
"자고로 가축이란 가혹하게 부려야 딴 생각을 않고 열심히 일만 하는 게지요."
남의 말을 가지고 더 이상 참견할 수가 없어 이내 자리를 뜬 나그네는
불쌍한 말을 채찍질하던 농부를 떠올리며 긴 탄식과 함께 한 마디 내뱉었다.
"아! 시벌로마(施罰勞馬)..."
훗날 이 말은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이란 말과
뉘앙스는 다르지만 상당히 유사한 의미로 쓰였다 한다.
[註] 시벌로마(施罰勞馬) : 일하는 말에게 도리어 벌을 준다는 뜻으로,
열심히 일하는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윗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
▶ 4 .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조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조 씨에게는 만삭인 부인이 있었는데 어느날 아침 그 부인이 말하길...
"여보! 어제 밤에 말 한 마리가 온천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지 않았겠어요.
아마도 우리가 말처럼 활달하고 기운 센 아들을 얻게 될 태몽인 것 같아요."
조 씨는 심히 기뻐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 참 좋은 태몽이구려. 어서 빨리 우리 아들을 보았으면 좋겠소."
사흘 뒤 조 씨 부인은 매우 건강한 사내아이를 순산하였고,
조 씨는 태몽을 따라 온마(溫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세월이 흘러 조온마는 건장한 청년으로 자랐는데...
조 씨 부부의 기대와는 달리, 마을의 처녀란 처녀는 죄다 욕보이고 다니는
난봉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조온마를 관아에 고발하였고,
조온마는 판관 앞에 끌려가게 되었다.
마침내 판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는데...
"조온마의 색기(色氣)로 인하여 마을이 어지러워졌다(趙溫馬亂色氣).
따라서 거세를 당함이 마땅하다."
결국 조온마는 거세를 당하였고, 한동안 그와 같은 일은 없었다고 한다.
[註]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 : 경거망동한 사람에게 충고할 때 쓰는 말.
오늘날,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만한 깊은 교훈을 담고 있다.
▶ 5 . "족가지마(足家之馬)!"
중국 후한말기의 일이다...
신체의 일부를 성씨로 쓰는 흔치 않은 전통을 가진 마을이 있었다.
대대로 귀가 큰 집안인 이(耳)씨, 화술에 능한 인물이 많은 집안인 구(口) 씨 등...
그 마을엔 수(手)씨 집안도 있었는데, 대대로 손재주가 뛰어난 집안이었다.
수 씨 집안에는 매우 뛰어난 말 한 필이 있었는데, 이 말 역시
집안의 손재주에 의해 잘 길들여진 명마였다.
어느 날, 황색 두건을 두른 도적들의 난이 일어나게 되었다.
수 씨 집안의 큰아들은 기르던 말을 타고 나가 큰 공을 세웠고,
왕으로부터 많은 재물과 높은 벼슬을 받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옆 집의 족(足) 씨 집안에서는...
"수 씨 집안의 손재주나 우리 집안의 잘 달리는 발재주나 서로 비슷하니,
우리도 말을 한 필 길러봄이 어떨가..."
하여 말 한 필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한 달 후, 일부 도적들이 보복을 위해 그 마을로 내려왔다.
이 때다 싶었던 족 씨는 장남에게...
"어서 빨리 수 씨 집안보다 먼저 말을 타고 나가 공을 세우거라."
라고 일렀는데...
족 씨 집안의 장남은 말을 타고 나가다가 대문에 머리를 부딪혀
어이없게도 죽고 말았다.
족 씨는 아들의 주검을 붙잡고...
"진작에 분수를 지켰다면 오늘의 이 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을..."
하며 통곡을 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이 때부터 세인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족가지마(足家之馬)!"
라고 말하게 되었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이 힘들다는 뜻의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도 이와 비슷한 형식이라 하겠다.
[註] 족가지마(足家之馬) : 자기의 주제도 모르고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
첫댓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