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용안(龍顔)’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용안(龍顔)
임금의 얼굴을 높여 이르는 말. ≒성안03(聖顔)ㆍ옥안04(玉顔)「2」ㆍ천안03(天顔).
그러나 이는 임금을 용에 비유하여 용안(龍顔)이 단지 ‘임금의 얼굴’이라는 의미이지, 용의 얼굴
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아마 ‘용안(龍顔)’의 최초 쓰임새는 사마천의 『사기』에서가 아닌가 한다.
『사기』의 한 제국의 창시자인 유방(劉邦)의 전기 「고조본기(高祖本紀)」에 의하면, 그 첫머
리 중 유방의 인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隆準而龍顔
‘융준(졸)하고 용안’이라는 뜻이다.
‘隆準’에 대하여 사마천 사후 학자들 간에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통일된 견해를 보
이지 않고 있다. 즉 ‘隆準(융졸)’이 ‘옆으로 툭 불거진 광대뼈’라고 보는 설과 ‘隆準(융준)’이
‘우뚝 일자로 뻗은 콧날’로 보는 설이다.
‘용안(龍顔)’은 어떠한가?
대체 어떻게 생겼다는 것일까?
『사기』「고조본기(高祖本紀)」에 유방의 출생 비밀을 적고 있다.
고조는 패의 풍읍 중양리 사람, 성은 유씨, 자는 계, 부친을 태공이라 했고, 모친을 유온이라 했
다. 예전에 유온, 일찍이 커다란 못의 둑에서 쉬다가, 꿈에 신과 교감했다. 이때 우레와 번개가
치고 날이 흐렸다. 태공이 가서 보니, 교룡을 그 위에서 보았다. 이윽고 임신했다. 마침내 고조
를 낳았다.
高祖, 沛豊邑中陽里人, 性劉氏, 字季, 父曰太公, 母曰劉媼, 其先劉媼嘗息大澤之陂, 夢與神遇, 是
時雷電晦冥, 太公往視, 則見蛟龍於其上, 已而有身, 遂産高祖.
유방의 모친이 용과 교감하여 유방을 낳았으니 의당 ‘용의 얼굴’이겠으나 그렇게 간단하지 않
다. ‘용안(龍顔)’도 ‘융준(졸)(隆準)’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학자들 간에 다툼이 있다.
3세기의 『한서』 주석가인 문영의 유력한 설이 있긴 하다.
“고조는 용과 교감하여 태어났다. 그래서 그의 안모(顔貌)는 용과 비슷하여, 목이 길고 코가 우
뚝했다.”
그러나 ‘안(顔)’의 해석이 다르다. ‘顔’이라는 한자를 ‘얼굴’, 즉 이마에서부터 아래턱에 이르는
얼굴 전체로 보는 것이 현대어의 상식이지만, 이는 당대(唐代) 이후의 상식이지, 고대어의 용법
은 아니었다.
‘안(顔)’은 얼굴 전부가 아니라, 얼굴의 일부인 ‘이마, 이마빼기’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다른 유력한 주석가들에 의하면 안(顔)이란 액상(額顙)으로, 곧 ‘이마’를 의미한다.
현대 일본의 중국학을 주도한 세계적인 중국문학자인 요시카와 고지로의 결론이다.
“사마천이 ‘隆準而龍顔’이라고 하여 ‘융준(졸)하고 용안’인 한나라 고조의 인상을 전달하려 하는
것임은 분명한데, ‘인상’ 그 자체를 추구하여 파악하려는 작업은 절망에 가깝다고 말할 도리 밖
에 없다.”
요시카와 고지로 지음, 조영렬 옮김, 『독서의 학』(글항아리, 2014)
첫댓글 사마천과 유방의 생존시기는 약 100년의 차이가 나니
사마천이 유방을 직접 보았을리 만무하겠네요.
전해들었거나 초상화를 보고 추측한 융준용안을
2000여년이 지난 지금 알아 낸다는 건 거의 절망적이다가
맞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