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언(食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먹는다’는 뜻 같은데 ‘약속을 지키지 않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예전에 정계를 은퇴한다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선언하고는 다시 복귀하면서 ‘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키기 못한 것이다’라는 유명한 식언을 남긴 분이 있었습니다. 요즘 그분을 능가하는 분이 등장한지가 꽤 된 것 같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지난 월요일 아침에 이재명 대표가 광주에서 연동형 선거제도를 유지하겠다, 그리고 통합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두 가지를 보고했다”며 “의원들이 대표와 지도부의 결정 사항에 대해 만장일치로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홍 원내대표는 또한 “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기존 제도인 연동형을 유지하고 통합 비례정당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면서, 윤 정부 심판에 대해 함께하는 모든 정당 그리고 정치하는 분들과 함께 뜻을 모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지역구 선거 연대 방침을 시사한 것에 대해 “지역에서 선거연합인 거 같은데 그 문제는 아직 결정돼 있는 건 아니다”라며 “가급적 야권이 분열되는 것보다 경쟁력 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힘을 모아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원론적 말씀을 대표가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추후 논의 과정,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해당 지역에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며 “아직은 지역 단위에서 모든 후보를 단일화한다, 이런 방침이나 원칙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의총 공개발언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승리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결국 국민의 승리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위성정당’ 논란에 대해선 “민주당 입장에서 굳이 표현하자면 정당방위”라거나 “민주당 이름으로 (비례대표를) 공천할 경우 거의 사표로 처리될 것이라 국민 주권 의사와 표이 왜곡되는 문제가 있어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총선을 불과 65일 남겨둔 어제 비례대표 선거 규칙이 결정됐다.
그것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인에 의해서다. 이 대표는 광주 5·18묘역을 찾은 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주당이 병립형과 준연동형 비례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결국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사과하고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했으며, 최근까지도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이다.
이를 의식한 이 대표는 광주 회견에서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됐다면서 사과했다. 한데 그 사과 이유가 걸작이다.
그는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 반대로 실패”했고, “거대 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다른 쪽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 칼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게 무슨 궤변인가.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말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선거법 개정 노력을 했는가.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난 총선 직전, 유권자의 표심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며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 정당과의 합의로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표심 반영이나 다당제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했고, 당시 민주당이 국회 운영 과정에서 군소 정당의 협조가 절실했고, 군소 정당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의석 확보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출현 가능성을 경고하며 끝내 반대했지만,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단독 처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제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3분의 2에 가까운 우위를 점했고, 이에 따라 회기 내내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국민의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한 적이 없다. 이로 미뤄 민주당이 진정으로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다면 국민의힘의 반대는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실은, 병립형과 준연동형 중 어느 게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유리한지를 두고 며칠 전까지도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던 이 대표가 이 시점에 준연동형으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지난 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3시간에 걸친 집중 토론에서도 결정짓지 못했던 이 사안을 이 대표가 하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직후 결론 내린 걸 보면 두 사람의 대화에 그 해답이 있다.
즉, 두 사람은 차기 대선 승리는 현 이 대표 지지 세력만으론 어렵고 범야권과 제3세력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총선을 넘어 대선에서의 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야권 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준연동형 비례제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대표가 ‘통합’위성정당이라며 ‘통합’이란 수식어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우스운 일은, 이 대표가 자신이 추진하는 것은 위성정당이 아니라 ‘준’위성정당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만드는 위성정당은 강도가 든 도끼이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위성정당은 그 도끼에 맞서 방어하려는 준위성정당이라는 궤변이다.
결국, 이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제 선택의 과정과 이유에 대해 또 거짓말을 했다.>문화일보.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거짓투성이인 이재명 “準위성정당”
이 대표는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국민께 약속드렸던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결국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6일 당 의원총회에서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라는데 대표에게 전권을 맡기고 그 대표가 결정을 해놓고는 무슨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인지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그 제도(준연동형 비례제)는 왜 그렇게 계산돼야만 하는지 필연적인 논리적 근거가 없고, 저도 봐도 헷갈리고 국민들이 표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000만 국민이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꼬집었다고 합니다.
우리 국민이 가장 먼저 경계해야할 정치인은 바로 식언(食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