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의 진단
1. 췌장암의 일반적 증상
췌장암의 증상은 비특이적으로 여러 가지 췌장 질환에서 볼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복통, 체중 감소, 황달 등 췌장암을 시사하는 증상을 가진 환자의 40~70%에게서 췌장암이 발견됩니다.
또 종양의 위치와 크기, 전이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췌장암 환자의 대부분에서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췌두부암 환자의 대부분에서 황달을 볼 수 있습니다. 췌장암의 60~70%는 췌장 머리에서 발생하고 주로 인접한 총담관의 폐쇄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납니다. 췌장의 몸통과 꼬리 부분의 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시간이 많이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복부 통증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통증입니다. 약 90%에서 나타나지만 초기의 증상이 애매하여 진료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은 주로 명치끝에서 가장 흔하게 느끼지만 좌우상하 복부의 어느 곳에서든지 느낄 수 있습니다. 췌장은 등 쪽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매우 흔한데, 요통이 있을 때에는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암세포가 췌장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으로 퍼졌을 때는 상복부나 등 부분까지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복부 통증은 췌장 주위로 암이 침범했다는 신호일 경우가 많아서 통증 없이 병원을 찾아오는 췌장암 환자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 편입니다.
2) 황달
황달은 췌장암 환자의 가장 흔한 증상의 하나입니다. 황달이 생기면 진한 갈색 소변 혹은 붉은색 소변을 보게 되는데, 오히려 황달인 것은 모르는 채 붉은 색의 소변을 먼저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변의 색이 흰색 또는 회색으로 변하고, 피부 가려움증이 동반됩니다.
혈액 내 빌리루빈 수치의 상승으로 황달이 나타난 경우에는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란색으로 변하고, 소변 색이 갈색이 되며 피부의 가려움증이 유발됩니다.
황달은 췌장 머리 부분에 위치한 종양이 총담관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폐쇄하여 담즙의 흐름을 막아 혈액 내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져서 생기는 것으로, 췌장 머리 부분에서 발생하는 암의 약 80%에서 황달이 나타납니다.
몸통이나 꼬리에 종양이 생긴 경우에는 5~6% 정도에서만 황달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대개 황달이 나타나면 이미 암세포가 췌장 전체에 퍼져 간이나 림프절로 전이될 정도로 병이 진전된 상태가 많습니다. 황달이 발생하면 되도록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황달과 함께 열이 나면 막힌 담도에 염증이 발생하였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막힌 부분을 신속히 개통시켜주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막힌 담도를 개통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환자에게 고통을 덜 주고 생리적인 경로로 담즙을 내보내는 방법인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이 가장 많이 이용됩니다.
3) 체중 감소
뚜렷한 이유 없이 몇 달에 걸쳐 계속되는 체중 감소는 췌장암 환자에게 있어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상적인 체중을 기준으로 10% 이상의 체중 감소가 나타납니다. 체중 감소는 췌장액이 적게 분비되는 분비 감소로 인한 흡수 장애와 식욕 부진, 통증으로 인한 음식물 섭취 저하, 췌장암의 간 전이나 원격 전이 등 여러 원인으로 생깁니다
4) 소화 장애
상부 위장관 검사나 다른 소화기 검사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소화기 증상이 지속될 때가 있습니다.
암종이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소화액을 막게 되면 지방의 소화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지방의 불완전한 소화는 대변 양상의 변화를 초래하는데, 평소와 달리 물 위에 떠 있으며 옅은 색의 기름이진 많은 양의 변을 보게 됩니다. 암세포가 위장으로 퍼지게 되면 식후의 불쾌한 통증, 구토, 오심을 경험하게 됩니다.
5) 당뇨병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하며 췌장염의 임상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언급한대로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종양의 결과로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40세 이상의 사람에게 갑자기 당뇨병이나 췌장염이 생기는 경우 췌장암의 발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6) 다른 증상
대변과 배변 습관의 변화가 흔하며, 일부 환자에게서는 변비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심, 구토, 쇠약감, 식욕 부진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자주 나타나며, 환자의 5% 이하에서는 위장관 출혈, 우울증이나 정서 불안 등의 정신 장애, 표재성 혈전성 정맥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2. 췌장암의 진단방법
췌장은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고, 암 발병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다른 소화기계에 장애가 있을 때 생기는 증상들과 뚜렷한 구분이 없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난 뒤에 췌장암을 진단받으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암의 임상적 증상이 위나 간에 질환이 있는 경우와 비슷하므로 이들 질병과 구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재 췌장암의 진단을 위하여 임상에서 사용되는 검사들은 혈액 검사, 혈청 종양 표지자, 초음파 검사,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그리고 복강경 검사, 조직 검사 등이 있습니다.
1) 혈액 검사
혈액 검사만으로 췌장암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혈액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 췌장암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몇몇 검사들이 있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 황달이 있는 경우 이차적으로 빌리루빈치가 증가하고, 알칼라인 포스파타제(Alkaline phosphatase), 감마-글루타밀트랜스펩티다제(gamma-glutamyltranspeptidase) 수치가 함께 상승하면서 종양 때문에 췌관이 막혀서 이차적인 췌장염이 생겨 이에 의해 아밀라아제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담도 결석, 담도 협착, 담도암 등 담관 폐쇄를 일으키는 질환과 간에 질병이 있을 경우에도 황달이 나타나기 때문에 황달의 발생 원인을 알기 위한 추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가 된 경우 혈액 검사 결과에서 알칼라인 포스파타제나 아미노 전이 효소(transaminase)의 증가가 나타날 수 있으며 영양 결핍으로 인해 알부민(albumin)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될 수도 있습니다.
2) 혈청 종양 표지자
췌장암과 관련되어 가장 흔히 쓰이는 종양 표지자는 CA19-9이지만, 특이도가 낮다는 문제점이 있어 췌장암 이외에도 담도를 포함한 소화기계의 암에서 다 상승될 수 있으며 또 악성 종양이 없는 담관염과 담도 폐색이 있는 경우에도 상승될 수 있습니다. 조기암에서는 정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 진단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췌장암의 예후 판정과 치료 후의 추적 검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복부 초음파 검사
통증이 있거나 황달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담석증과 감별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검사입니다. 췌장 종양이나 담관 확장, 간 전이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조영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자의 능력에 따라 정확도가 크게 좌우되는 데다 췌장은 위 뒤쪽의 뱃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보기 힘들고, 환자의 비만도, 장내 공기 등에 의한 검사 상의 제약이 있습니다.
복부 초음파 검사로 췌장의 혹이나 주변에 림프절이 커져 있는 것이 관찰될 경우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췌장 자체에는 혹이 뚜렷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췌관이나 담관이 막혀 있을 것을 의미하는 소견, 즉 췌관이나 담관의 굵기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 있는 것도 초음파를 통해서 손쉽게 진단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크기의 췌장암 진단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4)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흔히 CT라고 하는 전산화단층촬영은 초음파 검사보다 췌장암을 진단하거나 병기를 측정하는데 더 유용한데 검사자에 따른 오류가 적으며 병변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영상이 더 세밀하여 1cm정도의 암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췌장암인 경우 병기 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므로, 고령의 황달 환자 중 췌장암이 의심되는 경우 먼저 시행하기를 권합니다.
최근 들어 다중 검출 나선형 전산화단층촬영(multidetector helical computer tomography, 또는 spiral computer tomography)은 췌장암의 진단율을 현저히 증가시켰습니다. 영상 획득 시간이 짧아 한 번 호흡을 참는 동안 인체를 더 많은 얇은 단면으로 잘라서 관찰할 수 있어 췌장 부위의 진단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병변을 더 잘 보기 위해서 나선형 전산화단층촬영(CT) 중에는 혈관에 조영제를 주사합니다. 이때 짧은 시간 동안 조영제의 투여 속도, 촬영 시간을 조정함으로써 더욱 선명하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또한 수술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도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입니다. 따라서 췌장암 진단을 위해 초음파 검사 대신에 나선형 전산화단층촬영(CT)을 1차적으로 시행하도록 권고되고 있습니다.
5) 자기공명영상(MRI)
전산화단층촬영(CT)으로 진단이 애매할 경우 자기공명영상(MRI)이 추가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췌관 또는 담관을 관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 간 전이를 잘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6)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은 식도와 위를 지나 십이지장까지 내시경을 삽입해 담관과 췌관의 협착과 폐쇄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거나, 췌관의 영상을 얻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유용한 검사이며 정확도 또한 높습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황달 치료 방법으로서의 내시경적 담즙 배액술을 위해 주로 이용되고 전산화단층촬영(CT) 결과가 애매한 경우나 십이지장과 유두부의 관찰이 필요한 경우, 또는 췌액의 채취가 필요한 경우, 췌관 내 생검과 세포진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위 내시경 검사보다 힘들고, 심각한 합병증도 간혹 올 수 있어, 경험이 많은 의료진의 시술이 필요한 검사입니다.
7)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EUS)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는 췌장암의 진단에 매우 정확도가 높은 검사입니다. 내시경 기기를 위 뒤에 위치한 췌장에 바짝 근접시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췌장 질환의 진단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또한 병리학적 검사도 가능합니다.
췌장 종양과 만성 췌장염의 구별, 2cm 이하의 작은 종양의 진단, 췌장암의 병기 결정 등에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가 일반 초음파 검사나 전산화단층촬영(CT)검사보다 유용하다는 보고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8)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췌장암 세포의 당 대사가 증가되어 있는 것을 이용하는 검사 방법으로, 췌장암과 췌장염의 감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잠재 전이 병소의 발견이나 수술 후 재발 판정, 암의 호전 여부 판별 등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9) 복강경 검사
췌장암의 크기나 범위 및 복강 내 전이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불필요한 개복 수술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0) 조직 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서 췌장에 뚜렷한 혹이 보이고 종양 표지자인 CA19-9가 매우 높아 췌장암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에도 조직검사가 이루어져야 확진이 가능합니다.
췌장암의 경우 암이 어떤 세포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암으로 구분되므로 반드시 조직 검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개복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얻어진 조직으로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전에 조직 검사를 시행하지 않습니다.
조직을 얻기 위해서 가장 흔히 시행하는 방법은 가느다란 바늘을 암이 의심되는 부위에 찔러서 세포 또는 아주 작은 크기의 조직을 얻는 방법입니다. 소량의 출혈이 생길 수 있으나 조직 검사 부위를 충분히 압박하면 대부분 지혈이 가능합니다.
3. 췌장암의 감별 진단
췌장암은 췌장염과의 감별이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하지만 종종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일부 췌장염은 염증성 종괴를 형성하는데 이 경우 조직 검사로도 감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조직 검사 시 전체의 절제 조직이 아닌 극히 일부만의 세포 또는 조직을 채취하여 검사를 하게 되므로 실제 췌장암이더라도 검사에서 암세포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여러 정밀 검사 결과들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이외에 췌두부암의 경우 원위부 담관암, 십이지장암, 파터 팽대부암 등과 감별을 요합니다. 드물게 췌장으로 전이하는 암과도 감별을 요합니다.
4. 췌장암의 진행단계
암종의 진행 정도, 크기, 주변 장기로의 전이 여부, 예후의 예측 및 합리적인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병기를 분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기는 암의 크기(T), 림프절의 전이 정도(N), 다른 장기로의 전이(M)에 따라 3가지로 표시합니다. 암이 췌장에만 국한되어 있고 전이가 없는 경우는 1기, 암이 주변 장기로 퍼져있지만 주요 동맥 혈관의 침범이 없는 경우는 2기, 암이 주요 동맥 혈관을 침범하여 국소적으로 진행됐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3기, 폐, 복막, 간 등 먼 장기로까지 암이 전이한 경우를 4기로 분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