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251) -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이어라
아파트에 벚꽃이 만개하고 남녘의 마늘밭이 짙푸른 봄날에 서울과 한려수도를 오가며 봄기운을 흠뻑 받았다. 제4회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행사에 참여하여 서울 도심을 걷고 있는데 광주의 지인이 ‘어디 꽃 구경 가셨나요? 집에 전화 안 받으시네요.’라고 문자를 보내왔기에 ‘꽃구경이 아니라 빌딩 구경하고 있어요.’라고 답을 보냈다. 4월 1일부터 서울에서 용인까지 이틀간 60여km를 걸은 후 식목일 전날부터 이틀간은 50년 지기 동문부부들과 남녘나들이에 나섰다. 칠순을 맞이한 동문들의 축하모임을 겸한 봄나들이는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고 감사하며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기를 일깨는 행복한 시간이기도. 주말에는 가족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의 시숙행사를 치르느라 청주에서 1박하며 가문의 화목을 다지는 등 한 주간을 분주하게 보냈다. 친선과 우정을 다진 조선통신사 옛길걷기행사에 참여한 내용을 간추린다.
1, 성대하게 치른 발대식
2013년 3월 31일 오후 4시, 서울 용산의 캐피탈호텔에서 제4회 21세기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발대식을 겸한 전야제가 열렸다. 일본 측 참가자 27명과 한국 쪽 참가자 10명을 포함하여 행사 임원과 관계자 등 100염이 참석한 전야제는 지부 세미나, 제2부 축하공연, 제3부 발대식, 제4부 만찬과 여흥 등의 순서로 3시간 반 동안 진지하고 흥겹게 진행되었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엔도 야스오 일본 대표는 ‘조선통신사의 문화유산 등재에 관한 소고’라는 제목으로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 중심으로 조선통신사 옛길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소개하고 이를 꼭 실현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의 민간단체와 관련당국이 힘을 모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자고 제안하였다,
발대식에서 한일 양측 대표는 네 번째로 갖게 되는 21세기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가 양국의 선린우호와 문화교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하며 보람되고 성공적인 행사로 치러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좋은 결실을 맺자고 강조하였다. 참가자들은 선서를 통하여 ‘우리들 21세기 21세기 조선통신사 대원 일동은 400년 전 조선통신사 옛길을 따라 걸으며 성신우호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이 길을 평화의 길로 만들어 21세기에 한일우정과 평화를 위해 민간차원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자 서로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건강을 증진하며 친선을 도모하는데 힘쓸 것’을 다짐하였다.
축하공연에서는 초대가수와 국악인들이 흥겨운 가락을 선물하고 여흥 시간에는 참가자 전원이 손에 손을 잡고 식장을 돌며 아리랑을 합창하는 등 즐겁고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전야제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2.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출발행진
출발일인 4월 1일, 예년과 달리 날씨가 맑고 포근하다. 오전 8시, 아내와 함께 출발장소인 경복궁에 도착하니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할 한국관광공사 준비 팀이 먼저와 복식을 착용하고 매무새를 손보는 등 부산한 모습이다. 이 행사를 후원하는 관광공사의 본부장이 1일 정사, 김태호 부사, 한동기 종사관 등 세 사람이 흰 무명바지저고리, 주홍색 두루마기에 관대를 메고 머리에 관모를 쓰니 옛 고관대작의 의연한 모습이다. 옷이 날개라더니 정승판서 한 자리 맡아도 손색 없을 듯.
8시 반에 출발행사를 가졌다. 선상규 회장은 평화와 우정의 걷기행사의 힘찬 발걸음이 되기를 기원하였고 엔도 야스오 일본 대장은 ‘즐겁게, 사이좋게, 활기 있게’ 걷기를 제창하였다. 오전 9시, 400년 전의 복식 차림을 한 취타대와 수행원들이 앞뒤로 포진한 가운데 정장 차림의 관복을 입은 통신사와 한일우정걷기 깃발을 앞세운 참가자 일행이 광화문 정문을 나서 서울 - 도쿄를 잇는 50여일의 대장정 길에 올랐다.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 동상 앞까지 700여 미터를 행진하는 동안 여러 보도진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고 출근길의 시민들이 흥미 있게 이를 지켜본다. 화려한 관복을 걸치고 갑작스레 행사의 주역으로 등장한 감회가 별다르구나. 그 소감을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빠는 칠십에 처음으로 관복을 입었노라,’
이순신 동상 앞에서 조선통신사 재현 행렬을 마친 일행은 시청과 남대문을 거쳐 삼각지의 전쟁박물관에서 1차 휴식을 취하였다. 조선통신사의 출발지였던 남대문(숭례문)은 5년 전 화재로 전소된 후 재건축에 들어갔는데 4년여의 긴 공정을 마치고 4월 말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시련을 딛고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일어선 숭례문처럼 한일양국도 갈등과 대립을 넘어 평화와 우정의 동반자로 우뚝 솟으라.
이태원을 거쳐 한남동의 나루터 한강진을 지나 제3한강교, 신사, 논현역을 거쳐 말죽거리에 이르는 강남대로의 빌딩 숲들이 마천루보다 웅장하다. 제주에서 보내온 말을 손질하고 여물을 먹였다는 말죽거리가 점심장소다, 18km를 걸어 두 시에 먹는 총각수산의 대구탕이 맛있구나, 첫날의 종착지는 청계산 자락의 정토사다. 경복궁에서 정토사까지 27km를 걸어 첫날 목적지에 이르니 오후 5시, 동국대학교 교수이기도 한 한보광 주지스님이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일본에서 오래 공부한 전력을 토대로 능숙한 일본어를 섞어가며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무사행보를 기원하는 염불이 구성지다. 식당에서 대접한 차와 과일, 떡 맛도 좋았고.
정토사입구의 옛골 정류장에서 일행들과 작별하고 버스에 오르니 모두들 잘 가라며 손을 흔든다. 하룻길 수고한 이들이여, 숙소에 돌아가 편히 쉬시라.
3.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용인에 들어서다.
4월 2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린다.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출발지점인 정토사에 이르니 귀한 손님이 먼저 와 있다. 경찰청장을 지낸, 김석기씨는 일본총영사를 거친 일본통인데 일본에서 6월부터 상영예정인 영화 ‘조선통신사 이야기'의 제작위원이기도 하다. 4월 10일 도쿄의 일본대사관에서 열리는 시사회에 참석예정이라는데 마침 조선통신사 걷기행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하루 동안 함께 걸으려고 나왔다고.
오전 8시, 정토사를 출발하여 용인시청까지 29km의 제2일 행로에 나섰다. 비가 내리고 오르막길이라서 힘든가, 최고령(80세) 스즈키 할머니가 잠시 걷다가 뒤따르는 차에 오른다. 2년 전에는 30km 지점까지 씩씩하게 걸었는데 기력이 전만 못한가 보다. 판교를 거쳐 수지, 구성에 이르는 주변에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들어선다. 비가 그쳤다가 내리기를 반복하여도 뚜벅뚜벅 걷는 발걸음이 씩씩하다. 2년 전에는 허리가 아파서 차에 오르는 일이 더 많았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건강을 되찾은 노익장의 모습을 본받자.
하루 종일 열심히 걸어 용인시청에 당도하니 오후 네 시 반, 용인시체육회 간부들이 네 번이나 빠지지 않고 참여한 이나가키 유키 씨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는 등 먼 길 걸어온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환영행사에 이어 시청 앞의 식당에서 저녁만찬까지 베풀어준 용인시의 환대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만찬이 끝난 후 아내와 함께 부산까지 걷는 중에 다시 참여하기를 기약하고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수천 리 먼 길 쉬지 않고 걷는 이들이여, 컨디션 조절하며 건강하게 잘 걸으시라.
* 유키 씨가 받은 꽃다발을 아내에게 주었다. 계속 걷느라 이를 감장하기 힘들뿐더러 그간 쌓은 우정의 표현도 곁들였으리라. 많은 꽃을 여러 화병에 꽂은 며느리의 표정이 밝다. 꽃 한 다발이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구나.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이어라.
첫댓글 어머나~ 관복이 잘 어울립니다. 근데 신발이 좀 문제로세~~~ㅋ
혜경씨의 모습이 건강해보여 안심입니다. 무사히 끝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