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과연 벌을 받아야 할 죄를 짓는 것입니까? 로테! 로테! 나는 이제 마지막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나의 생각은 혼란스러워지고 벌써 일주일 전부터 사고력을 잃었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니 떠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는 것이 있다. 유명인을 따라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뜻하며, 동조자살 혹은 모방 자살이라고도 한다. 이 용어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년)의 서간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따온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8세기 전 유럽을 떠들썩하게 한 신드롬이자 가장 성공한 문화상품이었다. 사람들이 소설에서 흉내 낸 건 자살뿐만이 아니었다. 낭만적인 새로운 사랑을 꿈꾸며 이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주인공 베르테르가 즐겨 입었던 푸른 연미복과 노란 바지가 대유행하였고, 베르테르식 화술을 따라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도대체 소설의 어떤 점이 18세기 유럽을 뒤흔든 것일까. 줄거리는 단순하다.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가 이미 약혼자가 있는 여주인공 로테를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실의와 좌절 끝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상당 부분 괴테 자신의 경험담이다. 1772년 베츨러시의 법원 실습생으로 일하던 스물네 살의 괴테는 친구 케스트너의 약혼녀 샬로테 부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소설의 여주인공 로테의 모델이 된 인물이 바로 샬로테다. 또 괴테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던 무렵 공교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상관의 부인을 연모하던 친구 예루잘렘이 권총으로 자살을 한 것이다.
괴테는 이 두 가지 사건을 소재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기로 마음먹고 불과 50일 만에 총 82편의 편지로 구성된 두툼한 소설 한 권을 완성해낸다.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는 괴테의 창작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소설에는 매혹적인 감정 표현과 청춘의 열정, 그리고 사랑의 아픔이 구구절절 녹아 있다. 당시 사랑의 개념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만 해도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다. 귀족은 귀족대로 평민은 평민대로 지켜야 할 규범과 분수가 있었다. 그러나 낭만주의자 괴테는 ‘사랑의 조건은 오직 열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소설 속에서 구현한다. 그는 딱딱한 종교적 이성과 신분질서를 감옥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랑이 없는 세계에서 산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될까. 램프 없는 환등기와 다를 바 없을 걸세. 작은 램프를 끼워야 갖가지 영상이 스크린에 나타나지. 한낱 일시적인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가슴 설렌다면 그것이 행복일 걸세.”
괴테는 인간 누구에게나 사랑에 대한 열정이나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일깨워 주었고, 그 반응은 실로 엄청났다. 괴테라는 슈퍼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자 계몽주의가 지닌 합리성이라는 엄격한 테두리가 감성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베르테르는 자살 직전 편지를 쓴다. “로테, 나는 두려움 없이 차갑고 으스스한 술잔을 들고 죽음을 들이킵니다. 나에게 당신이 준 술잔입니다.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내 생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토록 냉정하게, 이토록 두려움 없이 죽음의 철문을 두드릴 수가 있다니!”
자살마저도 병적인 나약함의 결과가 아니라 열정으로 승화시켜버린 낭만주의자 괴테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다. 문학이 신화나 전설을 벗어나 인간을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첫댓글 술잔을 들고 죽음을 들이키다 섬뜩하기만 하네 ..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산다면 그야말로 암흑의 동굴에서 허우적 거리다 삶의 진정한 맛도 모르다가 죽음을 맞이 하면 얼마나 슬프겠니? 경연아!진정한 사랑은 옹달셈의 고귀함과 오묘함을 가장 소중히 여길때가 아름다운 사랑이지,친구가 슬프한다니 내 가슴이 무척 아파서~ 미안해~뎃글달때 조심할께 ..............ㅎㅎㅎ
젊은 벨텔의 슬픔이란 제목의 책을 끼고 다니던 빡빡 머리 시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