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과 배당소득세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원의 이주는 당연한 절차다. 그리고 이러한 이주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조합원들이 여유가 있어 자기 돈으로 이주를 하면 좋겠지만 보통 이주비를 빌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상당수의 조합에서 조합원들의 이주를 원활히 하기 위해 이주비를 무이자로 지원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무이자 대여는 아니다. 구조상 조합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주비를 차입한 후 조합이 이자를 대신 납부하는 형식이 많기 때문이다. 조합이 대신 부담하는 이자는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이다.
그동안 조합측은 이주비 대출이자를 대신 내는 행위를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업비 지출 개념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국세청은 2019년 10월 “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의 이주비 이자비용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자비용 중 수익사업 부문 상당액은 조합원에게 배당소득을 지급하는 것으로 소득처분 대상”이라는 법령해석을 내놓았다.
위 국세청의 법령 해석 중 ‘조합의 수익사업’이라고 표현된 부분은 ‘일반 분양’을 가리킨다. 국세청은 일반 분양과 조합원의 이주비 이자 지급은 서로 상관이 없음에도, 조합이 이 부분까지 사업비로 포함시켜 조합원에게 이자 지원이라는 이익을 제공하였다고 보았다. 조합의 이주비 이자 지원행위가 조합이 향후 일반분양으로 얻을 이익을 조합원에게 미리 분배하는 ‘배당행위에 해당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조합원은 일반 분양 비율만큼의 이주비 이자 지원을 받은 것에 대해 배당 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렇다면 조합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은 조합원은 배당소득세를 피해갈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조합은 조합원이 이주비 대출을 받지 않는 경우, 대출을 받는 조합원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준공시에 이자 비용만큼 보전해 주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경우다. 조합원 개인에게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면, 경우에 따라 금융·배당소득의 연간합산액이 2천만원을 넘게 되어 종합소득 합산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즉 이자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물론 아직은 국세청의 법령 해석일 뿐이다.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아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국세청의 법령 해석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사건 같은 경우는 대법원 판결까지 필요한 건으로 보여지는데, 앞으로 수년이 걸려야 결론이 날 것이다. 최근 일부 조합에서는 이 배당소득세를 조합에서 부담하려고 하는데, 그래 봤자 또 다른 세금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
조합원이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원적인 해결책은 조합원이 직접 이주비 이자를 내는 것이다. 조합을 통해서 이자를 상환하든, 직접 금융기관에 납부하든 조합원의 주머니에서 이자가 지급되어야 한다. 이미 관리처분 계획에 이주비에 대한 이자가 사업비로 책정되어 있는 조합이라면 변경 총회를 통해서 조합원 개인이 이자를 부담하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조합원에게 부과되는 배당 소득세가 아무리 커 봤자, 이주비의 이자보다는 적다. 배당소득세는 조합이 대납해준 이자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합원이 자신의 비용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보다는 저렴하다. 배당소득세를 조합원 개인이 부담한다면 무엇보다도 현재의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고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굳이 관리처분계획 변경총회를 개최하는 시간과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국세청의 입장이 정리된 이상, 법원의 최종적인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조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결국, 어떤 방법이 정비사업에 유리하고 조합원에게 피해가 덜 갈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컬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