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잡동사니가 사랑방에 다 올라왔다
목초액 목재페인트 커피섞은 채색을 좋아한다
말그대로 친환경페인트
계곡수를 고무호스로 주방에 끌어들여 20여년을 살았다
잠실(蠶室)원형을 보존한다고 불편을 감수해왔고
초심은 여전하다
10여년전 2평 주방을 새로 내면서
고무호스를 매립한것이 화근
결국 새기 시작해서 해동되자마자 나무바닥을 걷어내고
고육지책으로 벽돌벽을 뚫어 가스배관처럼 호스를 노출했다
주방집기는 그야말로 잡동사니투성이다
아이들 키우며 바쁘게 살때 부터
조리시간을 줄이기위해 편리한 조리도구를 갖춰쓰던 것들을 못버리고 있었다
간병식으로 삼시세끼 집밥을 고집하며
30여년을 살아왔으니 주방이 더 복잡했다
이제는 느리게 불편하게 사는 게 더 좋다
네팔의 부엌이 생각난다
밥그릇 두어개 흙벽에 걸린 숟가락
차 끓이는 아라비안 나이트 주전자하나
연기에 그을린 냄비 하나
반질반질 윤나는 아궁이
목재마루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그릇이
왕창깨는 참사를 일으킨 남편을 어찌 원망하랴
선반 넘어져 깨지는 소리를 산밭에서 듣고 뛰어올라와
그릇깨지는 소리보다 더 큰 비명소리를 냈다
우아 인생은 깨어지며 깨닫는 여정이다
10여년전 각목등으로 제작한 싱크대 받침을 보고
참 못 만들었다고 자책하는 옆지기를 보니
안쓰럽고 미안하다
서울 쥐가 이만큼 살아주었으니 고맙다
자신이 선택한 귀농이니 마눌까지 이리 고생시키고 쌤통이다~수시로 원망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자연을 이리도 속속들이 탐닉하고
누리게 해주어서 고맙고
힘든 암을 이겨내고 이렇게 살아내줘서
함께 귀여운 손녀들을 바라보니
이 고마운 속내를 감출수 없다
못난이에겐 못난이 가구~~ 조크해가며
목재용 페인트에 목초액을 섞어
수세미로 정성껏 찍어 발랐다
커피.계피가루도 섞고 좀 짙은 조색을 위해 먹물도 넣는다
방충 방습용 삼순이표 친환경페인트다
손에 베인 물감도 목초액 냄새도 싫지않다
채양있는 사랑채 야외 아궁이에 필요없는 주방집기를 쌓아놓고
필요한사람이 있으면 나누자
가져갈 이가 누가 있을까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