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국 옛 땅에 한 고을이 있으니 노무현(縣)이라 한다. 노사모(帽)라는 노란 모자를 쓴 무리들이 너도 나도 입을 모아 외치기를,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정의로운 고을”이라 하기에, 가히 사람이 살만한 고장이라고 여겨 물어물어 그 고을을 찾아갔다.
노무현 가까이에 다다르니, 그 유명한 박달재보다 더 험한 고개가 나타난다. 일컬어 이광재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고개에는 ''활빈당''의 후예를 자처하는 열우당(黨)이라는 산적떼가 출몰했는데,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고개를 넘을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삼성(城)의 성주(城主) 부자(夫子)가 이 고개를 넘다가 8000억원을 빼앗기고 간신히 목숨만 건진 것은 유명한 얘기다.
2년 전 양산박 호걸들의 후예라는 이명박(泊) 호걸들이 홀연히 나타나 열우당 패거리들과 싸워 이겼다.
하지만 이명박 호걸들이 방심하고, 촛불좀비들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자, 열우당의 잔당들이 그 틈을 타서 민주당(黨)을 만들어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의 뒤에는 김대중이라는 요승(妖僧)이 있다는 소문이다.
고개를 오르면서 보니, 폐광산이 하나 있었다. 나중에 마을 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예전에 작은 철광산이 있었는데, 여기서 나는 철을 이강철(鐵)이라고 했다고 한다.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여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서울로 올라가 횟집을 차렸다는 소문이 있다나.
고개 위에는 볼품없이 생긴 정자가 하나 있는데, 이름 하여 안희정(亭)이라. 정자에 오르니 노무현 고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푸른 벌판이 이어지는 사이사이로 호수들이 있고,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것이, 보기에 무척 살기 좋은 고장 같았다. 노사모 무리들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 했다.
이광재를 넘어 노무현 입구에 다다르자 관문(關門)이 하나 나타났다. 문루(門樓)를 올려다 보니,‘정상문(門)’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문을 통과하려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 돈은 물론 달러도 받는다. 현금이 없을 때에는 상품권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정상문에서 수금한 돈은 박연차(車)라고 하는 특수 제작한 현금수송차에 실려서 노무현 관아로 운송된다.
드디어 노무현에 들어서니, 너른 평야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 사람들은 이 평야를 노건평(坪)이라고 부른다. 여름철에 이 들판에 나가보면 푸른 벼들이 마치 1만원권 지폐 다발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처럼 보여 가히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그 옛날 임금의 형님인 봉하대군이 내려와 뇌물을 밥 먹듯 받아먹고 토색질을 일삼아 이 벌판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마을 사람들이 임금에게 호소하자, 임금은 오히려 “우리 형님은 아무 것도 모르는 시골노인”이라며 역정을 냈다던가.
노건평 가운데는 연철호(湖)라는 호수가 하나 있다. 이 호수는 노건평에 물을 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안희정에서 내려다볼 때에는 제법 맑은 호수 같았는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물빛이 흐리고 왠지 퀴퀴한 냄새가 났다. 꼭 오래된 돈다발에서 나는 냄새 같았다.
노건평을 지나 마을 한 가운데 이르니, 노무현(縣) 관아가 보였다. 얼마 전에 30억원인가를 들여서 새로 증축한 관아에는 노랑 풍선들이 매달려 있다.
관아 가까이에 이르자, 관아 안에서 무엇인가 썩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의아하게 여겨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관아 안에 있는 작은 못에서 나는 냄새”라고 했다. 교도소(沼)라고 하는 이 연못에는 두꺼비를 닮은 60년 묵은 개구리가 살고 있는데, 일컬어 노구리라고 한다나.
문틈으로 가만히 관아 안을 들여다보니, 연못가에 작고 못생긴 빨간 꽃이 피어 있었다. 그 꽃의 이름은 김미화(花)라고 한다.
이때 소란을 떨면서 관아 안으로 몰려 들어가는 무리들이 있었다. 마을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니,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하릴없이 관아를 드나들면서 노구리를 구경하는 것으로 소일하는 무리들”이라고 했다.
그들을 두고 혹자는 열우당의 잔당이라고 하고, 혹자는 노란색 노사모(帽)를 쓴 무리들과 동패라고 했다. 문자 꽤나 쓰는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유시민(誘猜民 ; 세상 사람들을 꾀면서 자기보다 잘난 자들을 시기하는 백성) 혹은 문재인(紊災人 ; 세상을 어지럽히고 재난을 가져오는 사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노무현 관아 옆에는 여인숙이 하나 있다. 간판을 보니 권양숙(宿)이라. 예전에는 이 여인숙 입구에 장님 얼굴처럼 생긴 붉은빛 바위가 하나 서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권오석(石)이라고 불렀는데, 경인(庚寅)년 난리 때 이 바위 앞에서 여러 사람들이 무고하게 맞아죽었다고 한다. 그 사연이 하도 끔찍해, 거기서 하룻밤 유(留)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노무현 관아와 권양숙 사이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노정연(淵)이라고 한다. 물빛이 맑지 못하고, 뭐라고 말하기 힘든 냄새가 났다.
관아 뒤편으로 돌아가니, 노건호(湖)라는 호수가 나타났다. 연철호나 노정연과 마찬가지로 물빛이 맑지 못하고, 오래된 돈다발에서 나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고을에 있는 호수나 연못들은 왜 죄다 이 모양인지.....
고을 사람들의 말로는, 예전에 관아 근처에는 장수천(泉)이라는 샘물도 하나 있었다고 한다.
관아에서는 이 샘물로 최도술과 선봉술이라는 술을 빚어서 노무현의 특산주(特産酒)라면서 판매에 나섰으나, 맛이 없어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했고, 그 술을 만들던 회사는 망해버렸다고 한다.
노건호 뒤로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평야가 펼쳐져 있는데, 각각 강금원(原)과 서갑원(原)이라 한다.
과거에는 이들 평야를 가로질러 여택수(水)라는 물이 흘렀는데, 여러 해 전에 말라버려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고 한다.
이들 평야 사이로 난 길은 추부길이라고 한다. ''추하게 부자 되는 길''이라는 뜻이란다. 이 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니, 박진(津) 나루에 이르렀다.
해마다 천신일(日)이 되면,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여기서 배를 타고 김해(金海)바다로 나가 복어 낚시를 한다고 한다. 김해바다에만 있는 이 복어의 이름은 송은복(鰒)이라고 하는데, 낡은 지폐 다발을 미끼로 써야만 낚인다는 희한한 물고기다.
|
첫댓글 어쩐지 씁쓸 하구만유!~~~~~
실체를 적나라 하게 풍자하여 넘 재미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있게 쓰셨습니다; 허탈감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