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던 시절.. 명실상부한 서울권의 최강자이면서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양산했고.. 그로 말미암아 전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던 팀으로..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국민팀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전성기의 그 이름은 올드야구팬의 고향과도 같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이 바로 이 선린상고입니다...
60년대의 경동이 고교야구의 패권을 서울로 빼앗아온 팀이라면 선린상은 서울의 주도권을 방어했던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22번을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무려 14번이나 했던 눈물의 팀이었고.. 특히 봉황기에서는 5번이나 결승에 올라 단 한번도 우승해보지 못한 대표적인 불운의 팀이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아마야구와 성쇠를 같이 하는 선린상고 야구부의 본격적인 기지개는 1960년 배성서의 입학으로 시작됩니다... 고교최고의 포수였던 배성서는 상업교사였던 박종해감독 밑에서 감독같은 역할을 하면서 김충, 한동화, 변무길 등의 입학을 유도했고.. 결국 이들이 중심이 되어 63년 황금사자기에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박종해감독이 계속 지도하던 선린상은 3년 뒤 투수 윤효상과 4번타자 박용진의 활약으로 두 번째 황금사자기 패권을 차지한 뒤.. 또다시 3년 뒤인 69년에는 선린 야구사에 가장 뛰어난 성과을 거두게 됩니다... 현재 삼성의 수석코치인 유남호와 삼미의 원년맴버인 박준영이 마운드를 맡았고.. 현 모교감독인 정장헌이 포수.. 외야수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던 1학년생 이해창의 활약으로 봉황기가 아직 창단되지 않았던 시절 서울 3개대회에서 전관왕을 차지했던 것입니다...
이후 75년과 76년에는 프로원년맴버들이었던 이길환-정종현 배터리와 김광수-조충열의 키스톤.. 외야수 정혁진 등이 활약하면서 각각 한번씩의 준우승을 기록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이길환은 동년배였던 최동원-김시진에 못지않은 서울지역 최고투수였지만 75년 경북고와의 청룡기 결승에서는 연장 12회까지 던지면서 승부를 내지못하고 이튿날 어깨에 탈을 일으켜 재경기에서 우승을 내주었고.. 76년의 봉황기 부산상고전에서도 결승전 도중 부상으로 강판당했던 불운의 선수였습니다...
선린이 10년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한 대회는 79년 대통령배로.. 에이스 윤석환과 1학년 박노준이 이어던지며 윤학길의 부산상고에게 15:1이라는 엄청난 스코어차로 승리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당시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박노준-김건우 황금듀오는 투타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이면서 2학년이 되는 80년 최고의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청룡기에서 일찌감치 한번의 우승을 차지한 선린은 그해 가장 빅게임이었던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 박노준이 선동열에게 3안타 3타점 1홈런을 빼앗는 완승을 거두며 5-3으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더욱더 전력이 강화되었을 것으로 기대했던 81년에는 충격적인 무관에 그쳤고.. 특히 80년대 고교야구중 가장 유명한 게임이었던 봉황기 경북과의 결승전에서 1회말 발목골절로 실려나간 박노준의 부상공백을 극복하지못하고 역전패한 경기는 선린으로서는 두고두고 여운이 남는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이후 선린상은 현재까지 단 한번의 우승도 하지 못한채 4번의 준우승만 기록하게 됩니다...
89년 황금사자기에서는 인현배, 장재중, 서용빈 트리오의 활약으로 결승에 올라 인천고에게 패했고...91년 봉황기 결승에서는 조성민, 강혁 등 막강한 맴버의 신일을 만나 11점차로 대패했습니다...
또 92년 청룡기 결승에서는 공주고 노장진에게 노히트노런의 수모를 당하면서 패했고... 가장 최근인 95년에는 다섯번째로 봉황기에 도전했지만 경헌호가 충암의 박명환에게 아쉬운 패배를 당하면서 좌절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98년에는 잠수함 권오준과 포수 정종수를 앞세워 청룡기 4강에 진출했었고... 이듬해에는 철완 전하성의 활약으로 대통령배와 청룡기 두 대회 연속으로 4강에 올랐지만 늘 한점차 혹은 역전패로 결승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최근 20여년간 우승과 인연을 쌓지 못한 선린이지만 지금도 프로에서는 선린출신들이 전과같이 맹활약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최고의 명문이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뜨거운 동문들의 야구열기로 최강팀으로 다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