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비전(Vision)이란 말을 많이 좋아합니다. 저 역시 비전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 비전이라는 말에 자기의 욕망과 탐욕을 교묘하게 포장하여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종의 야망(野望)을 비전이란 말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의 탐욕과 야망이 몰입되지 말고, 하나님 앞에 진솔한 태도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행하길 원하십니다.
오늘 본문인 예레미야 45장은 여호야김 넷째 해(BC 605년)에 일어났던 일이기에(45:1) 어쩌면 예레미야 36장 다음에 기록되어야 할 내용처럼 보이지만 그 이전의 내용들을 마무리하면서 바룩에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호야김 넷째 해인 BC 605년에는 유다 왕국을 둘러싼 주변 정세(政勢)가 매우 혼란스러웠던 때입니다. 바벨론의 왕인 느부갓네살이 애굽 군대를 갈그미스 전투에서 패배시킨 일이 있었던 해이고, 바벨론의 제1차 예루살렘의 침공이 있었던 때입니다. 주변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때에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서 바룩에게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바룩(בָּרוּךְ, Baruch)은 “축복받은 자”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인데, 유다에 속한 사람으로 나름 괜찮은 가문 출신입니다. 성경은 바룩에 대해서 유다 왕국의 고관(高官)이었던 마세야(Mahsheiah)의 손자이며, 네리야(Neriah)의 아들이라고(렘 32:12; 36:4, 32) 기록하고 있고, 스라야(Seraiah)의 형제입니다. 스라야는 시드기야 왕의 병참감이었습니다(렘 51:59). 바룩도 서기관이었으니 고위 관직에 오르거나, 예레미야서에 기록되고 있는 여러 서기관들처럼 지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代言)하는 예레미야의 개인 서기처럼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신 내용을 기록하고, 그 내용을 낭독하는 일 등을 하면서 예레미야와 함께 많은 고초와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바룩은 그 시대의 정세 속에서 그 마음에 혼란한 마음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45장 3절은 이러한 바룩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예레미야와 함께 행하는 이러한 사역들이 매우 고통스럽고 피곤하여 평안이 없다고 탄식하는 모습을 하나님께서 지적하십니다. 이러한 바룩에게 하나님은 온 세상의 것들을 세우기도 하고, 헐기도 하며, 심기도 하고, 뽑기도 하시는 온 세상의 주관자라는 것을 상기(想起)시키면서(45:4), “네가 너를 위하여 큰 일을 찾느냐 그것을 찾지 말라”라고 말씀하십니다(45:5). “큰 일”이란 위대한 일(Great things)이란 의미입니다. “큰 일”은 히브리어 원문에는 게돌로트(גְדֹל֖וֹת)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이 단어의 원형인 까돌(גָּדוֹל)은 “위대한”(Great)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원대한 꿈, 위대한 꿈 등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은 바룩에게 지금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한탄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면서, 위대한 것을 꿈꾸기보다는 하나님께서 행하게 하시는 일에 집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심판이 내려져서 재난을 당할 때, 바룩은 그 생명을 구원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45:5). 노략물 주듯 한다는 말씀은 마치 전쟁터에서 노략물을 얻듯이 그 생명을 보존해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보통 매우 원대한 꿈을 꿈꿉니다. 우리 교회가 큰 규모의 교회로 성장하는 꿈, 내 사업이 매우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꿈, 공부를 많이 해서 박사 학위를 받고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사람이 되는 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꿈, 물질적으로 부자가 되어 부유하게 살아가는 꿈 등을 꿈꾸며 애쓰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다른 이들은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내 모습이 그렇지 못하다고 느껴지면 자괴감(自愧感)을 느끼면서 심리적으로도 일시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너를 위하여 큰 일을 찾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서 중요한 부분은 “너를 위하여”입니다. 내 자존심을 위해서, 내 만족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고 내가 인정받기 위해서 위대한 일을 꿈꾸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에 집중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 즉 본질(本質)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레미야 46장부터는 유다 왕국의 주변국들(10개국)에 대한 하나님의 예언을 기록하고 있는 내용으로 새로운 부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46:1). 유다 왕국 주변국들에 대한 예언 중에 가장 먼저 애굽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예레미야 46장의 내용입니다(46:2).
먼저 여호야김의 넷째 해(BC 605)에 갈그미스(Carchemish)에서 일어났던 갈그미스 전투(Carchemish’s War)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 당시 애굽의 왕(바로, Pharaoh)은 바로느고(Pharaoh Neco)인데, 느고(Neco Ⅱ) 왕이라고 부릅니다. 애굽은 바벨론이 서남쪽으로 진격하면서 그 침공의 영역을 확장해 오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바벨론과 전투를 벌이는데, 애굽의 느고 왕은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에게 패배를 하고 맙니다(2절). 이렇게 패배를 당한 애굽의 느고 왕(바로느고)에게 말씀하시는 내용이 예레미야 46장의 말씀입니다.
애굽은 그 당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바벨론 제국에 맞설 수 있는 강국이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주변 국가들도 애굽이 바벨론을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다 왕국도 바벨론과 맞서면서 친애굽 정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애굽의 군대는 매우 강력한 무기로 무장했기에 바벨론과 싸워서 승산(勝算)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갈그미스 전투에서 비참하게 패하고 만 것입니다.
46장 3절부터 12절까지의 말씀에서는 애굽을 향해 애굽의 모든 첨단 무기들을 다 동원하여 바벨론에 맞서서 싸워보라고 조롱하시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일강이 범람하여 그 출렁임으로 모든 성읍들과 주민들을 덮듯이 진멸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구스(Cush, Ethiopia) 사람과 붓(Put) 사람과 루딤(Ludim, Lydia) 사람들까지 다 동원하여 바벨론에 맞서 보라고 조롱하시면서 그래도 결국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구스와 붓과 루딤은 애굽과 인종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지닌 민족들이어서 바벨론과의 전쟁에 그들까지 동원하여도 허사(虛事)라는 것을 경고하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패배를 맛본 애굽에게 길르앗에 가서 유향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패배가 매우 치명적이 될 것이라는 것을 경고합니다. 길르앗(Gilead)은 애굽에게 있어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성읍으로 상업의 중심지였고, 방어의 보루(堡壘)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유향(乳香, Balm)은 향로이면서 의약품으로 사용되었기에 길르앗과 향유를 빗대어 회복하지 못할 애굽의 패배를 예고한 것입니다. 아무 첨단 무기들과 강력한 군사력을 소유했어도 하나님의 일하심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씀해 주시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며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과 형편을 주님께 맡겨야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것을 위해 달음질하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라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을 과시하며 행하기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겸허한 태도로 엎드려 하나님께서 이뤄가시는 역사(歷史)에 동참해야 합니다. 혹시 내가 나를 위하여 큰 일을 꿈꾸고 있다면, 하나님 앞에 겸허하게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Vision)으로 다시 돌아가는 삶이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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