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왓티의 큰 부호 하나가 명이 다하여 죽어서 다시 사왓티에 사는 부유한 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인물이 아주 좋았고, 그 때문에 바다처럼 아름답다는 뜻인 순다라사뭇다라고 불리워졌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준수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어느 날 그는 아침 식사를 끝내고 나와 있다가 많은 사람들이 향기로운 꽃과 초와 향을 들고 부처님이 계시는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가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물었다.
“어디들 가십니까?”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오.”
“그렇다면 저도 함께 가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을 따라 수도원에 가서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의 마음을 아시고 계행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수행의 모든 과정을 설법하시었다. 그러자 설법을 열심히 듣고 있던 순다라사뭇다는 이렇게 생각했다.
‘가정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성스러운 수행을 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전복 껍질이 광택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같다.’
그래서 설법이 끝나고 모든 사람이 다 돌아간 다음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자기를 출가시켜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여래는 부모에게서 허락을 받지 않은 사람을 출가자로 받아들이지 않느니라.”
라고 대답하시었다. 그래서 순다라는 집으로 돌아가 부모의 허락을 받아 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여 겨우 부모의 승낙을 얻었다. 그런 다음 그는 빅쿠가 되어 수행자로서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는 고향에서 수행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 가서 수행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여 라자가하로 떠났다.
이즈음 매년 돌아오는 사왓티의 축제날이 돌아왔다. 이날 순다라사뭇다 빅쿠의 부모는 축제를 구경하러 나갔다가 자기 아들 또래의 청년들이 좋은 옷을 입고 축제 행렬 속에서 즐기는 것을 보고 자식을 놓쳐 버린 슬픔에 눈물을 흘렸다.
“오늘 같이 좋은 날 아들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바로 이때 아주 예쁜 기생 하나가 다가와 순다라 빅쿠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는 묻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왜 우세요?”
“내 아들 생각이 나서 울고 있다오.”
“아들이 어디 계신데요?”
“그놈은 세상을 버리고 빅쿠가 되었다오.”
“그렇다면 제가 아드님을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게 해드릴까요?”
순다라 빅쿠의 어머니는 반색을 했다.
“그리만 해준다면 좋지. 그렇지만 그 애는 세상으로 돌아올 마음이 없다오. 그 애는 사왓티를 떠나 라자가하에 머물고 있지만.”
“그래요? 만약 제가 아드님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해드린다면 제게 어떻게 보답해 주시겠어요?”
“무엇이든지! 우린 당신을 며느리로 삼고 집안 재산을 마음대로 하도록 해드리겠소.”
“좋습니다. 그러면 제게 필요한 경비나 조금 주십시오.”
이렇게 하여 순다라사뭇다 빅쿠의 부모는 그녀에게 얼마간의 돈을 주었고, 그녀는 많은 여자들을 거느리고 라자가하로 떠났다.
라자가하에 간 기생은 순다라사뭇다가 탁발 다니는 길을 알아내어 그가 자주 다니는 길에 좋은 집 하나를 빌리고 거기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순다라사뭇다 빅쿠가 탁발을 나오면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가 공양을 올렸다. 이같이 여러 날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기생은 순다라 테라에게 친절하게 굴면서
“테라님, 여기 앉으셔서 잡수시지요.”
하며 테라의 받따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받따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주며 심부름을 잘 해주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순다라 빅쿠에게 말했다.
“테라님, 이곳은 테라께서 탁발 나오시기에 아주 즐겁고 적당한 곳이에요. 제 말뜻을 아시겠어요?”
기생은 이렇게 테라를 유혹하여 친절히 군 다음 테라를 그녀의 집 베란다에 앉게 하여 음식을 주면서 차츰 접근해 왔다.
얼마 뒤에 그녀는 동네 아이들에게 과자와 돈을 주어 아이들의 환심을 산 뒤 이렇게 시켰다.
“얘들아, 이리 오너라. 이담에 테라께서 우리 집에 탁발오시거든 너희는 그분 뒤를 따라오너라. 그런 다음 너희끼리 발로 흙을 끼얹고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놀아라. 그러면 내가 너희들에게 소리를 치며 멈추라고 하겠다. 그래도 너희는 멈추지 말고 그대로 놀아야 한다. 알았지?”
다음날 순다라 테라가 그녀의 집에 탁발을 나왔다. 이때 아이들은 그녀가 시킨 대로 했다. 그러자 그녀는 아이들을 야단쳤고,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짐짓 말했다.
“테라님, 저 아이들은 제 집에 들어와 먼지를 일으키고 놀면서 제가 아무리 야단을 쳐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군요. 여기는 먼지가 나니 안으로 들어오시어 공양을 드시지요.”
그래서 마침내 순다라 빅쿠는 그녀의 안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런 날이 며칠 지나고 나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또 부탁했다.
“얘들아, 이제 테라께서 공양 드시는 동안 너희는 방 안에 들어와서 그렇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그녀는 순다라 빅쿠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테라님, 여기는 시끄러워서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공양을 드실 수가 있겠습니까? 위층에 조그만 방이 하나 있으니 그리로 가시지요.”
이렇게 말한 다음 그녀는 빅쿠를 집의 맨 위층인 칠 층까지 데리고 가더니 방문을 잠궈 버렸다. 이때까지 순다라 빅쿠는 탁발 받는 집을 정하여 탁발하는 방법과, 그날의 인연에 따라 아무 집에서나 탁발하는 방법을 겸하여 탁발을 다니고 있었다. 그랬지만 그 집의 음식이 워낙 맛있고, 또 그녀가 하도 곰살갑게 구는 바람에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 집 칠 층까지 올라가고 만 것이었다. 그녀는 순다라 빅쿠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드리면서 앉기를 권했다.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끄는 마흔 아홉 가지 방법
그녀는 거기서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는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했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하품을 하고, 몸을 구부렸다 폈다 하고, 어깨를 벌리며 가슴을 펴는 체하고, 수줍고 겸연쩍어하고, 오른손 손톱을 왼손 바닥이나 발에 문지르고, 오른발을 들어서 왼발 위에 얹고, 막대기나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으며, 상대방을 앉으라고 했다가 일어서라고 하고, 상대방을 놀려대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를 놀려 대게 하고, 상대방에게 키스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에게 키스하게 하고, 음식을 먹거나, 상대방에게 음식을 먹게 하고, 상대방에게 무얼 주거나 달라고 하고, 상대방이 하는 대로 흉내 내고, 상대방이 소리를 높여서 이야기하면 낮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여러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자기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며, 춤을 추고,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울고, 팔을 벌려 자기 몸을 앞으로 내밀고, 치장을 고치고, 혼자 웃음 지으며 상대방을 쳐다보고, 겨드랑이를 내보이고, 배꼽을 내보이고, 눈을 가리고, 눈썹을 움직이고, 입술을 손가락으로 긁어 보이고, 혓바닥을 내밀어 보이고, 허리에 두른 옷을 벗어 보이고, 그것을 다시 둘러 보이고, 머리에 쓴 수건을 벗어 보이고, 그걸 다시 써 보이는 등등이었다.
그 기생은 이 같은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가며 순다라 테라를 유혹하며 다음과 같이 노래를 읊었다.
락카로 염색한 신발을 끄는 기생의 발이여! 한창 젊은 그대는 나의 것 또한 나도 젊었으며, 나는 그대의 것이어요. 우리가 나이 들어 지팡이를 의지할 그때 출가해도 늦지 않아요.
이때 순다라 테라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 나는 참으로 큰 허물을 짓고 있구나!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순다라 빅쿠가 이렇게 후회하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그곳으로부터 무려 45요자나나 떨어진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었지만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시고 가만히 미소를 지으시었다. 그러자 부처님을 모시고 있던 아난다 테라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무슨 일이 있기에 미소를 지으십니까?”
“아난다여, 저 라자가하 시의 어느 집 칠 층 큰 전각에서 기생 하나와 순다라사뭇다 빅쿠 간에 큰 전쟁이 벌어지고 있구나.”
“부처님이시여, 그 전쟁에서 누가 이기게 되겠습니까?”
“아난다여, 순다라사뭇다 빅쿠가 승리하고, 여인은 패배할 것이니라.”
이렇게 말씀하신 부처님께서는 곧 당신의 모습을 순다라사뭇다 빅쿠에게 나투시어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빅쿠여, 갈망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거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세상의 감각적인 쾌락을 포기하고
집을 떠나 빅쿠가 되어
존재의 욕망을 완전히 파괴해 버린 사람
나는 그를 브라흐마나라 부른다.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다 읊으시자 순다라사뭇다 빅쿠는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는 한편 신통력까지 갖추게 되어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칠 층 전각의 우산 모양 위로 날아올랐다. 그는 곧 부처님이 계시는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와서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부처님의 위대한 가피력을 찬탄했다.
어느 날 빅쿠들은 법당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제들이여, 혀의 맛에 끌려 순다라사뭇다 테라가 자기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그를 구해주시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대화를 들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빅쿠들이여, 그가 혀의 맛에 끌려 곤경에 처한 것을 여래가 구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라. 그의 전생에도 그런 적이 있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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