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개가 끼었는지 배가 덜 고팠던 것인지 법지권 물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이래서 별로고 저건 저래서 별로입니다. 이래 저래 다 별로 입니다.
그 와중에 물건이 하나 나옵니다.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물건입니다. 건축물 대장도 열람해보고 꼼꼼히 살펴보니 법정지상권 성립하지 않는 물건입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냄새가 풀풀납니다. 돈냄새가 풀풀 납니다. 그렇다면 달려가야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잡아탑니다. 왜 버스를 잡아타냐구요? 제가 국가정책에 어긋나고 공익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른 댓가로
국가에서는 저의 소중한 권리중의 하나를 제한해버렸습니다. 운전을 통한 이동의 자유... 더불어 공익에 반했으니 그만큼의 공익에 이바지하라는 의미에서 벌과금을 먹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한숨자고 나니 군산이더군요. 8시 20분 도착. 입찰시간 대비 매우 이른 도착입니다. 갈곳도 마땅치 않고 아침을 챙겨먹습니다. 군산시청옆에 일찍 문을 연 백반집이 있네요. 육천원짜리 닭곰탕을 시키니 반찬이 열한가지가 나옵니다. 맛있습니다. 근처 피시방가서 물건 재차확인하고... 군산법원 입찰 마감이 11시40분이니 이것 저것 뒤적거리다 시간 거의 맞춰 입찰서 끄적거리기 위해 법정에 들어갑니다.
앗! 딱걸렸어. 지인 발견! 우린 눈빛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표정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아니 멀리서 봐도 알수 있습니다. 이 물건 입찰하러 왔음이 틀림이 없습니다. 확실합니다. 그게 뭐 저만 그렇게 알수 있겠습니까? 저쪽에서도 딱 제가 이 물건 입찰하러 왔음이 틀림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거 하러 왔지요? 서로 물어봅니다. 물어보나 마나죠. 그래도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뻘쭘하잖아요.이왕 이렇게 된거 선의의 경쟁도 할수 있겠지만 아는 처지에 한개씩 나눠먹기로 합니다. 너는 1번 물건 나는 2번 물건.
둘다 좋은 물건이니 같이 팔아서 사이좋게 나눠먹자!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사진속에서 터져나오는 돈냄새만 맡았을뿐 현장답사가 없었기에 현장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마침 다녀왔다는 군요. 집이 좋다. 아주 좋다. 매우 좋다. 그말에 더욱 터져나오는 돈냄새에 견딜수가 없습니다. 이건 퍽 더하기 퍽 써야한다고 다짐을 하고 흥분합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오는 말에 금새 차분해 집니다. 채무자 행방이 묘연하다. 작년부터 빈집이고 채무자가 36억 사기치고... 뭐 기타등등... 흥분과 차분을 뒤로하고 생각해봅니다. 해법이 있나... 채무자가 증발했더라도 해법은 있습니다. 그 방법을 쓰면 됩니다. 그 방법... 그 방법이 궁금하신분은 조재팔의 실전경매에 올라있는 글을 꼼꼼히 읽다보면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법이 있으니 소신껏 쓰면 됩니다.
법정이 미어 터지는 군요. 입구까지 사람이 꽉찼습니다. 법대에서 말하는 소리도 안들리고 서있을 자리도 없습니다. 물건도 무지많습니다. 1계 2계 4계... 우리 물건은 4계라서 한참 뒤쪽 개찰입니다. 근처 정자에 다리를 뻗고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순서를 기다립니다.
한시... 두시.... 두시가 넘도록 2계 사건 초입진행 상태입니다. 가슴속 깊이에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불!화~~~~~!!!!!!!!!
진행상태 너무 느립니다. 멘붕(멘탈붕괴,정신파괴의 준말) 상태에 빠져듭니다. 화~~!!는 화로 진압하는 것입니다. 담배를 무지하게 펴댑니다. 입안이 깔깔해지고 또 다시 찾아오는 멘붕....
세시.... 네시... 몽롱한 상태로 법정에 들어가니 아직도 순서가 오려면 멀었습니다. 입찰 결과고 뭐고 그냥 집에 가버리고 싶어집니다. 보증금은 계좌이체해달라고 하든지... 다섯시가 다되니 호명을 하는군요.
물건이 좋기는 하지만 채무자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경쟁자는 별로 없을듯 합니다. 금액도 약간 높게 썼으니 낙찰되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예상이 적중했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번에도 빗나갑니다. 1번 경쟁자 7명, 2번 경쟁자 5명, 생각보다 많습니다. 패찰일까? 낙찰일까? 머리를 돌려보니 낙찰이겠네요. 금액을 약간 높게 과다하게 조금 약간 과다하게 질렀거든요.. 안심하며 법대로 나갑니다. 나가면서 들리는 귀를 때리는 한마디 김정옥씨! 헉~!!! 낯익은 이름... 그 분이 뜬것입니다.
이름하여 채권자 입찰!
그렇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채권자 입찰! 아무리 퍽퍽 질러대고 개념이 없이 질러대고 실수로 공하나 더 붙여 질러대도 평범한 입찰자는 천재지변이 뜨지 않는한 이길수 없다는 그 채권자 입찰!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것은 없습니다. 비관적 낙관주의라는 말이 있잖아요. 남들은 다 안되도 나만은 될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 그 믿음에 의지하기로 합니다.
보증금 반환 쪽지를 일단 회수하고 맞춰보더니 봉투하나 하나씩 정리를 한후 낙찰자를 가립니다. 1번 물건 입찰표가 보이는 군요. 9백 몇십만원짜리 물건 입니다. 김정옥님이 쓴 입찰표 가격 앞대가리에 숫자 4가 보입니다. 9백짜리 물건 입찰 앞대가리에 4자라... 4백만원? 4백만원? 채권자는 바보일까? 그러나 그것 역시 비관적 낙관주의에 불과합니다. 4자위에 선명한 천자... 채권자이신 김정옥님은 4천만에 입찰한것입니다. 우리편이 입찰한 1번 물건은 그렇게 해서 날라갔습니다. 그렇다면 2번 물건은? 여기서 또
다시 발동하는 비관적 낙관주의...채권자가 숫자 1을 쓰다 미끄러져서 숫자4가 된것일 테야... 일단 진정하는 순간 김정옥님의 2번
입찰표 가격 앞대가리의 숫자가 보입니다. 숫자 팔! 영어로는 에이트! 에이c팔이 아닌 에이트!!!! 여기서 다시 한번 튀어나오는 화~~~~!!!!!!!!!! 김정옥님은 팔천오백을 쓴것입니다. 팔천오백! 아침부터 지금까지 보냈던 인고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다시 붙잡아놓을수 없는 시간들... 노력들.... 내 차비... 내 밥값... 화반 눈물반이 범벅이 된 상태로 보증금을 돌려받고 법정에서 튕겨져 나옵니다.
위에 낙찰가격 삼천오백은 잘못 전달된 것입니다. 팔천오백입니다. 그리고 낙찰자 이름도 잘못된것입니다. 김정옥입니다. 입찰자숫자도 잘못되었습니다. 다섯명입니다. 모두 잘못된것입니다.
팅겨져 나오면서 생각합니다. 공유자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지분 물건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공유자의 권리도 보장하고 우선청구한 물건에 헛된 힘을 쓰지 말라는 의미에서 입찰자도 보호하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이런 사안에 적용하여
채권자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제도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게 있으면 위와 같은 무적채권자에게 한가닥 가을바람에 힘없이 쓸려버리는 낙엽 신세인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지 않겠는가라고 말할수 있지 없지 않지 않겠는가 말입니다! 더불어 입찰자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이 온전히 보전할수도 있게되고 그게 바로 진정한 공익을 위하는 길이 되지 않겠는가 말입니다. 1번 물건 입찰한 우리편들과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합니다. 대법원이든 법무부든 하루빨리 달려가서 청원하고 제안하고 건의하고 주장하자~!!! 채권자 우선매수 청구권을 조속히 시행하라!! 뭐 그렇다는 겁니다. 열띤 토론을 벌이다 보니니 배고프네요. 아침밥 먹었던 집으로 주린배를 움켜지고 우리편과 함께 나란히 달려갑니다.
채권자우선매수청구권.... 근데 그 단어 생각하면 왜 배가 고파져오는걸까.... 배고프네...
채권자우선매수청구권을 당장 시행하라! 시행하라! 시행하라!
첫댓글 ㅎㅎ파딩님 여기서 글 보니까 반갑습니다
파딩님도 이물건 들어가셨군요
같이 물먹어서 동질감 느낌니다
근데 전 10만원수고비주고
대리입찰시켰는데여~~~
생생 경매 현장 감사합니다.조재팔 선생님글도 읽어보던중 까먹었는데 다시 읽어야 겠습니다.
저 낙찰자이자 채권자는 채무자이자 소유자인 사람과는 특별한 관계가 분명함다.
친척이거나 친구이거나 ... ...
암튼 ... 쌔빠지게 고생만 하시고 ... ㅠㅠ ...이케 귀한 경험담 올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채권자우선매수에 당해서 2등한
가심찢어지는 경험이 T.T
재미있게 읽긴했습니다만 심심한 위로 전합니다.
소중한경험 잘읽었습니다. 힘내십시요
생생후기 가슴깊이 잘 읽었습니다. 채권자 우선매수! 그리고 세입자 뿐만 아니라 소유자에게도 명도확인서가 꼭 필요한
경매가 되도록 간절히 기대하며~
좋을 글 감사합니다.
글 잘앍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어요.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생생한 현장감이 느겨지내요 잘읽었습니다........
아쉽게 되었네요 잘 보고갑니다
생생한 현장의 소리,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고맙습니다.
경매보다 스토리에 폭 빠지고 맘니다 무지 재밌습니다
감사함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