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항문병이라 하면 부끄럽다는 인식이 먼저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신체에서 가장 불결하다고 느끼는 부위라는 생각과 그로 인한 수치심으로 의사한테도 말 못할 병이 '치질'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항문병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치질이고 우리나라 사람 2명 중 1명 꼴로 있는 가장 흔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노출되는 것을 꺼려 자가 치료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치질환자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 환부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봐 달라고 말할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 못하고 지낸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흔히 약국에서 몰래 치질 치료연고를 구입해 바르다 결국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찾아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지질약 광고가 나오면서 이런 현상을 더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약을 발라 모든 항문병이 다 나을 정도면 얼마나 좋겠는가.
굳이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할 필요조차 없이 깨끗하게 나올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항문병이 그렇게 만만한 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약만 발라 나을 정도면 병원에서도 약을 처방한다.
병원에서 전문의가 진찰을 한 후 처방하는 전문치료약은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과는 성분조차 다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선 무작정 약만 바를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진찰해 치질인지 또는 치루인지 등 어떤 항문병인지를 알고 그에 맞는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피가 나고 항문이 아프면 내출혈, 암이 아닌가 해 가슴이 덜컥 내려앉다가도 병원에 가기 부끄러워 임시처방으로 연고를 발라 증상이 나오면 괜찮구나 하고 잊어버린다.
잠시 진행을 멈춘 치질은 피곤하거나 면역성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더 심하게 발병하는 악순환을 거쳐 점검 악화돼 병원을 찾게 된다.
이때쯤이면 부끄러움이란 단어는 머리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치질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위생에 관심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워 한다.
하지만 사실은 의외로 정반대다.
개인위생에 출실한 나머지 너무 '오바' 한 사람들이 치질에 잘 걸린다.
너무 깔끔 떠는 미인에게 치질이 잘 생긴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즉 치질은 개인위생과도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고 절대 부끄러운 병이 아니며 자가진단 후 대충 치료해 나을 수 있는 병도 아니라는 것이다.
영구적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증상을 없애는 것으로 치질을 치료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신학기가 시작되고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즌이 왔다.
당연히 항문질환이 악화되는 시기다.
뭔가 이상 징후가 포착이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겠다.
어느 병원이 더 좋으냐는 질문은 할 필요가 없다.
항문병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는 진료 잘하는 의사와 다양한 검사 장비가 있으며 부위가 부위니 만큼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무과에서도 어디 아파서 왔느냐고 큰 소리로 묻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병원을 다녀가면 된다.
그리고 생마늘이 치질에 좋다고 부위에 넣어 오는 환자가 아직 존재하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가 옆집 사람의 말을 듣고 자가진단해 대충 치료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노성균 / 늘 시원한 위대항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