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기행
1. 갑오징어
그게 꼭 먹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어느 길벗과 함께 길을 나서서
어디 해변가에 가 바닷바람이나 쐬다가
갯것을 좀 먹고싶었다.
지하철을 타고 종점에 내린 곳이 오이도인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발길들이 뜸하고
바닷물도 나가버려 떵빈 갯벌만 볕바라기 하고 있었으니
퍼덕이는 생물도, 침샘 자극하는 입맛도 나지 않았다.
제방에 주욱 들어선 포장집을 둘러보다가
그래도 싱싱해 보이기에 갑오징어를 집어 올렸다.
"이거 회 쳐주세요!"
갯내야 안 났지만 찰지게 씹히는 맛이 괜찮았다.
예전 시골 초가집에 살 때엔 그걸 사다 먹으면
갑을 빼내어 지붕 위로 던져 올려놓았던 기억이다.
왜 그랬을까...?
원래 오징어 갑은 몸통을 밖에서 감싸 보호하다가
퇴화하여 몸 안으로 들어간 형태라 한다.
그건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상징이 아닐까?
겉으로 드러내는 허풍, 과시보다
속으로 감싸 쥐는 내실이 있어야 함을 생각해 보게 된다.
돌아서면서 오이도 등대를 바라보노라니
지난날 어느 글벗들을 만나 들렸던 기억이 떠올라
그 글을 불러내어 본다.
2. 오이도 기행 2.
오늘도 날씨는 영하로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 여파로 도심이 염려되어
조금 멀리 교외로 나가보기로 했다.
사당동에서 전철을 타려니 H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한인으로, 일시 귀국한 상태인데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기도 하다.
행선지를 물으니 딱히 정한 데는 없다고 했다.
하여 함께 시흥의 갯골에 가보자 했다.
거기 가면 우리들 어머니에게서 풍기던 갯내도 맡을 수 있다 했더니
흔쾌히 동의했다.
사당역에서 열아홉 역을 지나 초지역에 하차했다.
거기서 시흥시청 행 전철로 바꿔 타고
다섯 정거장을 지나니 시흥시청 역이었다.
시흥갯골 가는 길을 물으니 셔틀버스를 이용하란다.
셔틀버스를 타고 종점인 시흥갯골 입구에 내리니
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그네도 H인데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나
향교 훈도인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했다.
그러고 보니 H가 두 사람이 된 셈이어서 H2가 되고
나는 吾(O)이니 셋이 모여 H2O가 된 셈인데
물이 물길을 따라갈 일이지, 이디를 간단 말이냐?
바닷물이 들고 나던 갯골을 따라 한참 휘젓다가
큰 물길을 찾아 오이도로 갔다.
우리나라 선사시대의 유적이 있는 곳 오이도.
먼 조상들이 조개를 파먹고 껍데기를 버린 그곳에
우리도 뒤따라 조개를 파먹다가 돌아왔다.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이곳 땅을 파보고
무어라 할까?
나는 그걸 예상하고 조개껍데기 속에 메모지 하나 넣어서 버렸다.
“조개는 예나 지금이나 조개껍데기만 남기고 갈 뿐이다.”
우리 셋은 이렇게 잠시 만나 잠시 함께 하다 헤어져 제 갈 길로 갔지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든 안 만나든
종당엔 조개껍데기가 되어 흙에 묻히리라. / 2021. 12. 19.
첫댓글
조개 껍데기가
알맹이는 사람에게 주고
껍질은 땅 속에 묻혀
아주아주 먼 훗날,
어느 시대라 일컬어지는 때에
무엇으로 인간 앞에 나타날는지 가마득하네요.
조개껍질에 넣은 사연이 남아있을런지요.
ㅡ어린 소녀 시절이라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둥그렇게 모여 앉아ㅡ
<조개껍찔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저 멀리 달그림자 시원한 파도소리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 잠은 오지 않네> 라고
노래 부른 기억은 아득해도
그때 그시절은 잊지 않아요.
2021년 겨울은 코로나 팬데믹이었네요.
기억 속으로 사라지려나 봅니다.
카페란 참 허무맹랑하기도 하고요.ㅎ
O 빌려주지 말자고도^^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있다고 좋은 말만 하고도
짧은 시간에...
사람이 여기저기 헤젓다가 사라지지만 남는 흔적은 사람보다도 쓰다버린 유물이나 조개껍질이 오래가기 마련이지요.
허나 그보다 오래 가는건 추억이라 하겠는데, 그래서 이렇게 일기라도 써보는 것이겠습니다.
제철 먹거리
새조개 를 못먹고 지나 갑니다~~~^^
그렇군요.
새조개라면 우리 고장인 남당리의 새조개인데 정말 그 감칠맛 나는 그맛을 잊고 지나나봅니다.
갑을 꺼내어 지붕위로 던져 올려 놓았던..
왜 그랬을까..?
예전에 어머니께서 갑오징어는 살짝데쳐 아버지 술안주로 내어 놓으시고, 갑은 말려 놓았다가 뽀얀가루로 만들 어서 자식들이 넘어져 무릅을 깨 울고 들어오면 상처에 발라 주시던 기억이 나네요.
보들보들한 뽀얀가루는 신기 하게도 바르면 피가금방 멎고 상처가 빨리 아뭅니다.
예전 시골길은 자갈돌길 이어서 서 뛰다가 넘어지면
무릅이 깨지는 게 다반사 였지요.
어릴땐 왜그리 뛰었던지..!
갑오징어 등뼈는 좋은 약제로 쓰였습니다.
그게 칼시움 덩어리인데 지혈제로도 쓰인 모양이군요.
다음에 한국나가선
선배님의 발길따라 취하는
여정에 같이 동참하고 싶네요..
안착해서 잘지내지요?
잘지내다가 또 와서 만납시다.
저위에 보이는 오이도 붉은 등대는 사실은 가짜 등대 이지만 꼭데기 까지 올라가 볼만 합디다
우하하하하하
그래도 올라가보면 전망이 좋으니까요.
저 개인적으로 소래포구 보다는 그래도 오이도가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합니다.
걸을 만한 곳도 있어서 운동삼아 걷고 먹기 좋지요.
오징어의 갑(?)은 옛날 약이 귀하던 시절 지혈제로
쓴 기억이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
그런 점도 있지만
소래포구가 바가지 상술이 심해서 요즘 손님이 기피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이도는 호객행위가 뚝 그쳤데요.ㅎ
찰지게 씹히는 오이도의 갑오징어 맛.
감기 몸살로 고생하는 이 봄날에
먹고 싶은 맛이네요.
오징어의 갑을 외유내강에 비유하심도
적절한 표현으로 와닿습니다.
그거 단백질이 많답니다.
오이 닮아서 오이도일까요?
제가 좀 무식한 질문을
던진 것 같지만 괜찮습니다.ㅋㅋ
갑오징어
회로 먹어본 적은 없는데
그 맛이 찰지다니 궁금해집니다.
조개 껍데기는
목걸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오이도는 가마귀 烏에 귀 耳를 쓰니
오이는 아니지요.ㅎ
@석촌
오~ㅋㅋㅋ
네발달린 짐승을 많이 먹으면 몸에 안좋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요새는 생선이 인기입니다. 어제그제 삼척,묵호항에 가서 회정식이며 세꼬시를 폭풍흡입했습니다.
거기에 소주까지 한잔곁들이니 분위기도 좋았답니다. 갑오징어에 딱딱한 덩어리는 한약재로 쓰인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방금 용띠 나들이 글 잘 읽었습니다.
빨간 등대를 보니 저도 친구들과
봄 나들이 나간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갑오징어의 갑이 외유내강의
심오한 뜻이 있었다니..
앞으로 갑오징어와 함께 할때에는
친구들에게 할 이야기가 많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에, 아마 자주들 다녀오셨을 겁니다.
오이도의 빨간 등대가 생각나요
갑오징어는 부드럽고 맛나구요
오래전에
다녀 왔습니다~~^^
네에, 그래도 장어보다는 못하겠지요. ㅎ
갑오징어 뼈를 잘 갈무리했다가
상처 났을 때 그 뼈를 가루 내어 뿌리면
쓰라림도 잠시, 잘 지혈되고 아물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이도, 두어 번 갔던 기억이 납니다.
까마귀의 귀, 참 재미난 이름입니다. ^^
H2吾, 우리 석촌님의 명철하신 유머가 엄지 척! 입니다. ^^
그게 지혈제 소독제로도 쓰이는 모양이네요.
4호선 전철이 오이도행이지요.
지명이 예뻐서 어느날 종착역까지 갔었습니다 .
바닷가로 가려면 버스를 탔었어야 했었던것 같아요.
이젠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
석촌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한번 오이도에
가보고 싶습니다 .
네에, 이젠 여름으로 들어서니 별로이기도 하지요.
멸치가 오징어 보고 뼈대없는 자손이라고
놀렸다고 하는데요.
갑오징어도 오징어 사촌인거 맞는거죠?
빨알간 등대가 무척이나 낭만적으로 보여요. 선배님
갑오징어도 오징어지요.
하지만 갑을 숨기고 있는게 좀 다르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