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별일이 다 있구나 싶었다.
"에어컨 예약 판매." "선착순 판매."
전자 대리점 앞에 여기 저기 걸려있는 에어컨 광고는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를 쓰고 그러고도 춥다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 사람들이랑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춥다 춥다 엄살을 피우면서도 내년 여름을 걱정하는 사람들... ...
그러고 보면 우리는 눈치도 없이 세상을 너무 앞서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동네 달동네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몸 춥고 마음 춥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주변에 얼마나 많은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앞에 놓고 에어컨을 내다 팔고 있었다.
그 정도로 우리는 배짱이 좋은 사람들인가 보다.
그걸 보고 있자니까 인간난로 얘기가 생각이 났다.
특별히 난로라는 게 없었던 시절, 그러니까 중국 당나라 땐가... 아무튼 그때쯤 일인 것 같다.
잠들만하면 깨고, 잠들만하면 깨고, 추워서 잠들지 못하던 임금은 생각다 못해 인간난로라는 걸 대령 시켰다고 한다.
인간난로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살찌고 건강한 청년들을 데려다가 침대 모서리에 빙~둘러 세워두는 거였는데 난방효과를 위해서 웃옷은 훌 훌 다 벗겼다고 한다.
병풍처럼 침대에 빙 둘러선 청년들은 덩치로는 바람을 막고 체온으로는 보온 효과를 내고 그러면서 밤을 지샜다는 얘기다.
임금이 뒤척이다 잠들 때까지... ... 그리고 다음날 그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말이다.
그러자니 장정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다리는 얼마나 아프고 졸음은 어떻게 쫓았을까 싶다. 하지만 정말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이런 거 때문이다.
얼마나 부러웠을까? 자기들은 덜덜 이가 시린데 이불 차내고 잠든 임금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한 겨울에 에어컨 광고를 봐야하는 우리마음도 마찬가진 것 같다.
누구는 당장 쓸 연료비 걱정으로 눈앞이 캄캄한데 누구는 내년 더위를 걱정하면서 에어컨을 장만한다.
그걸 보는 마음들이 얼마나 추울까? 그리고 초라한 자기 자신은 또 얼마나 싫을까?
결국 추위 때문에 떨어본 사람만이 불씨의 중요함을 깨닫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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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고 보면은 겨울은 정말 없는 사람한테는 눈물의 계절인 것 같아요.
내가 겨울 창문을 열어 둘 때, 창문 바깥 저쯤에는 그 불빛을 보며 한숨을 내 쉬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번 겨울에는 따뜻한 얘기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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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에스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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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2.2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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