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수집하는 날

어제는 부녀부장의 문자가 왔어요. ‘삼남영농조합으로 오후 1시까지 집합’  삼남영농조합은 감문가는 길옆 덕촌에 있는데 재활용 한다면서 거기는 뭐하러오라고 하지? 긴가민가하면서 갔어요.  처음에는 과일 선별을 시키고 일당을 주려고 그러나 생각했죠. 삼남영농조합법인은 온갖 과일을 저장하고 포장해서 전국 백화점 마트로 나간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가서보니 배 사과 포도 자두 복숭아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그 물먹은 박스를 펴는 일이더라고요. 여자들이 펴서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새마을 지도자들이 차로 싣어 고물상에 내다 파는 거였어요.  그런데 사과박스는 접혀있어 일이 쉬운데 포도, 자두 박스가 접을 때도 힘이 들더니 펼 때는 더 힘이 들더라고요. 거기다 복숭아 박스는 속에 과일 앉히는 스티로폼이 들어있어 불리하고 펴려니까 더 손이 많이 가고 스티로폼은 옆에 놓으면 바람에 날아가지 박스에는 쥐똥도 보이지 내 이런 것 만지다 피부병 걸리면 큰일인데 다른 부인회장들은 마스크를 쓰고 하는데 나는 답답해서 맨얼굴로 하니 콧물이 줄줄 나지 나름 열심히 하는데 다른 동네 회장님이 “회장님 그렇게 펴면 안 되고 짝펴요.” “그러면 들어 올릴 때 힘들 텐데요.” “그래도 짝펴야 안 미끄러져요.” 안 미끄러지는지는 모르지만 넓적해서 두 팔로 들기도 힘들 낀데 하면서 하라는 대로 했어요.  그런데 새마을 지도자들이 오더니 언제 펴고 있느냐고 발로 지근지근 밟아 주 싣어요. 하는 거예요. 나는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여자들은 융통성이 남자들만 못한 것 같아요. 여자들은 젖은 건 안 된다. 스티로폼이 들어가면 안 된다. 쓰레기는 따로 해야 한다. 하는데 남자들은 “젖은 거고 마른 거고 지랄이고 막갔다 싣어요.” 하며 훌 끌어 주 싣고 바로 묵고 가니 쉬운걸. 일일이 펴라고 해서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도 말도 못하고 그래 밧자 돈도 몇 푼 안 된다는데 찬바람 쐬고 파지 손질하느라 감기만 걸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