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230편
양지·손안·변상이 해승을 추격하여 이궐산에 당도하였을 때, 산 뒤편에 매복하고 있던 적장이 1만 기병을 이끌고 튀어나왔다. 양지 등은 적군과 한 바탕 싸움을 벌였다. 그 틈에 해승은 빠져나가 패잔병을 이끌고 성으로 들어갔다.
손안은 용맹을 떨쳐 적장 두 명을 죽였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천 명의 기병은 적군에게 몰려 깊은 골짜기로 들어갔다. 그 골짜기는 사면에 모두 가파른 절벽으로 나갈 길이 없었다. 적군들은 나무와 돌을 운반하여 골짜기 입구를 막아 버리고, 성으로 달려가 공단에게 보고하였다. 공단은 2천 병마를 보내 골짜기 입구를 지키게 하였다. 양지와 손안 등은 설혹 날개가 있다 해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한편, 노준의는 해승의 육화진을 깨뜨리고, 마령의 금전술(金磚術)과 여러 장수들의 용맹 덕분에 전승을 획득했다. 적의 맹장 3명을 죽이고, 그 기세를 타고 돌격하여 용문관을 탈취하였다. 만여 명을 참하고, 획득한 말과 갑옷 등이 무수하였다. 적병은 후퇴하여 성으로 들어갔다.
노준의가 군마를 점검해 보니, 적진으로 뚫고 들어간 양지·손안·변상의 1천 군마가 보이지 않았다. 노준의는 해진·해보·추연·추윤으로 하여금 각각 1천 인마를 이끌고 사방으로 나가 찾게 하였지만, 해질 무렵까지 찾아도 그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노준의는 군대를 움직이지 않고 다시 해진 등으로 하여금 양지 일행을 찾게 하였다. 해보는 병력을 이끌고 칡덩굴을 붙잡고 산을 기어올라 이궐산 동쪽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갔다. 봉우리 위에서 살펴보니, 서쪽의 깊은 골짜기 속에 한 떼의 인마가 있는 것 같은데 숲이 빽빽하여 자세히 볼 수가 없었고, 거리가 너무 멀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해보는 군졸들을 이끌고 산을 내려가 주민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모두 피난을 가서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산속으로 더 깊고 외진 곳으로 들어갔더니 넓은 평지가 나왔는데, 가난한 농가 몇 집이 있었다. 농부들은 군마를 보고 모두 놀라서 모여들었다. 해보가 말했다.
“우리는 조정의 군대로서 역적들을 소탕하러 왔습니다.”
하지만 농부들은 관병이란 말을 듣고 더 놀라는 것 같았다. 해보가 좋은 말로 위무하고서 말했다.
“우리는 송선봉의 부하들입니다.”
한 농부가 말했다.
“오랑캐들을 무찌르고 전호를 사로잡았으며, 백성을 괴롭히지 않는 그 송선봉 말입니까?”
해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농부들이 무릎을 꿇고 절하며 말했다.
“장군께서는 닭이나 개를 잡아가지 않는 분이시군요. 지난해에 역적을 잡으러 온 관병들은 강도나 마찬가지로 노략질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곳으로 피난 온 것입니다. 오늘 장군께서 오셨으니, 저희들은 다시 해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보는 양지 일행 1천 인마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것과 서쪽 깊은 골짜기에 대해서 물었다. 농부들이 말했다.
“그 골짜기는 안료홍이라 부르는 곳인데, 들어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농부들은 해보를 골짜기 입구까지 안내해 주었는데, 마침 그곳에서 추연·추윤의 군마와 만났다. 병력을 합쳐서 적병들을 쫓아 버리고, 나무와 돌을 치우고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 가을도 깊어가는 때였는데, 과연 골짜기는 깊고 험준하였다.
양지·손안·변상과 1천 군마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서 나무 아래 앉아서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해보 등의 인마를 보자, 모두 기뻐서 환호하였다. 해보는 가지고 온 마른 양식을 나누어주어 먼저 주린 배를 채우게 한 다음, 골짜기를 빠져나왔다.
해보는 농부들과 함께 대채로 돌아가, 노선봉에게 보고하였다. 노준의는 크게 기뻐하면서 은자와 곡식을 농부들에게 내주었다. 농부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뒤이어 해진도 군마를 이끌고 본채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노준의가 성을 공격하기 위해 주무와 병마 배정을 하고 있는데, 홀연 유성마가 달려와 보고하였다.
“왕경이 가짜 도독 두학으로 하여금 12명의 장수와 병마 2만을 거느리고 서경을 구원하게 하였습니다. 병마는 이미 30리 밖에 당도하였습니다.”
보고를 받은 노준의는, 주무·양지·손립·단정규·위정국으로 하여금 교도청·마령과 함께 병마 2만을 거느리고 대채 앞에 진을 벌리고 성중에서 나오는 적병을 막게 하였다. 그리고 해진·해보·목춘·설영으로 하여금 군마 5천을 거느리고 산 위의 영채를 지키게 하였다. 노준의는 나머지 장수들과 군마 3만5천을 거느리고 친히 두학을 맞이하러 나갔다. 그때 낭자 연청이 말했다.
“주인님께서는 오늘 친히 전쟁터에 나가시면 안 됩니다.”
노준의가 말했다.
“뭣 때문이냐?”
“제가 어젯밤에 불길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의 일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 내가 이미 나라에 몸을 바쳤는데, 이롭고 해로움을 돌아볼 수는 없다.”
“만약 주인님께서 꼭 가시겠다면, 저에게 보병 5백을 주십시오. 제가 할 일이 있습니다.”
노준의가 웃으며 말했다.
“넌 대체 뭘 하려는 거냐?”
연청이 말했다.
“주인님께서는 관여하지 마시고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래, 주마! 네가 뭘 하는지 보겠다!”
노준의가 즉시 보병 5백을 연청에게 내주자, 연청은 그들을 이끌고 떠났다. 노준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노준의는 병마를 거느리고 대채를 떠나 평천교 다리를 지났다. 평천에는 기이한 돌들이 많이 있었는데, 당나라 때 재상이었던 이덕유의 장원이 있던 곳이었다. 연청이 그곳에서 병사들을 데리고 나무를 베고 있었다. 노준의는 웃음이 나왔지만, 적을 치러 가는 일이 급해 연청에게 물어볼 여가가 없었다.
노준의는 용문관 서쪽 10리 되는 곳에 서쪽을 향해 진을 벌리고 적을 기다렸다. 1시간쯤 지나자 적병이 당도하였다. 양군이 대치하자 북소리와 함성이 울렸다. 적진에서 편장 위학이 큰 칼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달려 나왔다. 송군 진영에서는 산사기가 쟁을 들고 말을 몰아 나왔다. 두 장수는 아무 말 없이 싸움을 시작했다.
두 장수가 30합쯤 싸웠을 때, 산사기가 쟁으로 위학의 말 뒷다리를 찔렀다. 말이 뒤로 주저앉으며 위학이 말에 떨어지자, 산사기가 쟁으로 찔러 죽였다. 적장 풍태가 노하여 쇠로 된 네모난 채찍 두 개를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달려 나와 산사기에게 달려들었다. 두 장수가 10여 합을 싸웠을 때, 산사기가 풍태를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변상이 쟁을 들고 싸움을 도우러 달려 나왔다.
그때 풍태가 큰소리를 지르면서 채찍으로 산사기를 쳐서 말에서 떨어뜨리고, 다시 다른 채찍으로 내리쳐 끝장내고 말았다. 풍태는 말을 돌려 변상을 대적하였는데, 변상의 용맹도 만만치 않았다. 풍태의 말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변상이 큰소리를 지르면서 쟁으로 풍태의 가슴을 찔러 말에서 떨어뜨렸다. 양군에서 함성이 울렸다.
적진의 주장 두학은 연이어 두 장수가 죽는 것을 보고 가슴 속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피어나는 것 같아,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들고 달려 나왔다. 송군 진영에서도 주장 노준의가 친히 출전하여 두학과 50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두학이 사모를 쓰는 법은 신출귀몰하였다.
손안은 노선봉이 두학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싸움을 도우러 검을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적장 탁무가 낭아곤을 휘두르며 달려 나와 손안을 맞이하였다. 4~5합이 되지 않아, 손안이 신위(神威)를 떨쳐 한칼에 탁무를 베어 말에서 떨어뜨렸다. 탁무를 참한 손안은 말을 돌려 검을 휘두르며 두학에게 달려들었다.
두학은 탁무가 죽는 것을 보고 어쩔 줄을 모르다가, 손안이 휘두른 검에 오른쪽 팔이 잘려 말에서 떨어졌다. 그때 노준의가 쟁으로 두학을 찔러 끝장내고 말았다. 노준의는 병력을 몰아 공격하였다. 적병은 대패하였다.
홀연 서남쪽 비탈진 소로에서 한 부대의 기병이 달려 나왔다. 앞장선 장수는 얼굴이 검고 추악하게 생겼는데, 짧은 더벅머리에 쇠로 만든 도관(道冠)을 쓰고 옷깃이 없는 전포를 입고 있었다. 숯불 같은 붉은 말을 타고 검으로 군사들을 지휘하면서 나는 듯이 달려왔다.
노준의는 그들이 적병의 군복을 입은 것을 보고, 병력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그 장수는 맞서 싸우지 않고 입속으로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더니, 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