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옛날 베나레스에 넓은 사탕수수 밭을 가진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다. 어느 날 동생은 사탕수수 밭에 가서 두 개의 사탕수숫대를 베었다. 한 대는 형에게 주고 다른 한 대는 자기가 먹으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사탕수수를 베어 단물이 흐르는 부분을 수숫대 잎으로 묶어 단물이 흐르지 못하게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빳쩨까붇다 한 분이 간다마리나 수도원에서 이레 동안의 니로다사마빠티에서 일어나시어 깊이 반조하고 계시었다.
‘깊은 선정에서 깨어난 나에게 첫 번째로 공양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큰 공덕이 있는 법인데, 이 기회를 누구에게 주면 좋을까?’
마침내 빳쩨까붇다께서는 그가 친절과 호의를 갖춘 사람이라는 것을 아시고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아 그 소년 앞에 서셨다. 동생은 빳쩨까붇다를 뵙자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다. 그는 자기 웃옷을 벗어 땅바닥에 깔고 부처님께 이같이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누추한 곳이나마 여기에 잠시 앉으십시오. 받따를 들고 계시면 제가 사탕수수 물을 흘려드리겠습니다.”
그는 곧 빳쩨까붇다께서 들고 계시는 받따에 사탕수수 물을 흘려드렸고 빳쩨까붇다는 그 물을 드시었다. 동생은 곧이어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실로 대단한 행운이다. 이 기회에 형 몫까지 공양을 올리자. 만약 형이 사탕수수 값을 물어달라 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형이 부처님께 공양 올린 공덕을 달라고 하면 또 그렇게 하면 되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빳쩨까붇다께 받따를 다시 한번 들고 계시라고 청하여 형 몫의 사탕수수 물도 공양 올렸다. 빳쩨까붇다께서는 이미 한 그릇의 사탕수수 물을 드시었기 때문에 두 번째로 공양을 받으신 것은 그것을 다른 빳쩨까붇다들과 나누어 드시고자 해서였다. 어린 동생은 공양을 다 올리고 나서 오체투지로 절을 한 다음 이런 서원을 말씀드렸다.
“빳쩨까 부처님이시여, 제가 오늘 올린 공양 공덕으로 이후 천상과 인간계에서 복락을 성취한 다음 부처님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러자 빳쩨까붇다께서는 공양 공덕을 찬탄해 주신 다음
“네가 원하는 바가 성취되리라.”
하시었다. 그리고 나서 빳쩨까붇다께서는 허공을 날아 간다마라나에 돌아가시어 다른 오백 분의 빳쩨까붇다에게 사탕수수 물을 나누어 주시었다.
어린 동생이 집으로 돌아오자 형이 물었다.
“얘, 어디 갔었니?”
“사탕수수 밭에 갔었어요.”
“네가 거긴 왜 갔어? 그리고 이왕 거기 갔으면 사탕수수는 왜 안 가져왔니?”
“예, 저는 사탕수수 두 대를 베어 오다가 빳쩨까붇다님을 뵈었어요. 그래서 제 몫을 공양했지요. 그리고 형도 공덕을 지으면 좋을 것 같아서 형 몫도 공양 올렸어요. 자, 형님, 이제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택하시겠어요? 사탕수수 값을 드릴까요? 제가 대신 올린 공덕을 택하시겠습니까?”
“벽지불께서는 나의 공양을 어떻게 하시더냐?”
“벽지불께서는 그것을 간다마라나로 가지고 가시어 다른 오백 분의 빳쩨까붇다님들에게 주시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형은 말할 수 없는 큰 기쁨으로 온몸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곧 이 같은 서원을 세웠다.
“이 공양공덕의 결과로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저도 깨달아 성취하기를 기원합니다.”
이것이 두 사람의 과거에 세운 서원이었다. 그 뒤 그들은 세상을 떠나 천상에 태어나 다음 부처님께서 출현하실 때까지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위빠싸 부처님께서 출현하시었고, 그때 그들은 반두마띠라는 도시의 한 가정에 형제로 태어났다. 형은 세나, 동생은 아빠라지따라는 이름이었다. 그들은 자라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게 되었다. 이때 반두마띠 시내에
“붇다 담마 상가의 세 가지 보배(三寶)가 출현하였소! 어서 공양을 올려 복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초하루와 보름날, 그 중간 날을 재일로 지키며 수행하십시오!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십시오!”
하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여 그 소식을 반겼고, 세나도 기뻐서 아침 식사 전에 빅쿠들에게 공양을 올린 다음 식사를 끝내자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려고 수도원으로 향했다. 그는 수도원에 들어가 한쪽 구석에 가서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세나의 마음을 아시고 차례에 따라 계를 지키는 것, 보시, 좌선, 수행, 출가하여 빅쿠가 되는 것을 설법하시었다. 그러자 세나는 가정을 떠나 빅쿠가 되고 싶어졌다. 그는 즉시 위빠싸 부처님께 나아가 자기의 뜻을 말씀드리고 빅쿠로 받아 주십사고 청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물으시었다.
“재가 신자여, 네가 허락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느냐?”
“부처님이시여, 제게는 동생과 아내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네가 집을 떠나 빅쿠가 되겠다고 말하고 허락을 받아오너라.”
그는 곧 동생을 찾아가서 모든 재산을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동생이 물었다.
“그러면 형님은요?”
“나는 가정을 떠나 빅쿠가 되겠다.”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을 때 저는 형님을 어머니로 생각하며 의지했었고,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시자 저는 형님을 아버지로 생각하고 힘을 얻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엄청난 돈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돈으로 얼마든지 좋은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형님, 그게 좋겠습니다.”
형이 말했다.
“아우야, 나는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서는 도저히 담마를 잘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빅쿠가 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집을 떠나는 거다.”
그는 이같이 말하여 동생을 달랜 다음 부처님께 나아가 빅쿠가 되었고, 열심히 수행하여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였다.
동생은 생각했다.
‘나는 형님께서 빅쿠가 되신 것을 존경하는 뜻에서 부처님을 비롯한 빅쿠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이레 동안 공양을 올리리라.’
그는 그대로 행했다. 마지막 날이 되자 그는 형에게 말했다.
“테라님, 테라께서는 마침내 생사윤회를 벗어나셨군요. 그러나 저는 아직도 다섯 가지 욕망(재물, 감각적 쾌락, 수명, 명예, 맛)에 얽매여 가정을 떠나 빅쿠가 되지 못합니다. 그런 제가 가정에 남아 있으면서 지을 수 있는 공덕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형이 말했다.
“착하구나, 착하구나! 너는 부처님께서 거처하실 간다꾸띠를 지어 공양 올리도록 해라.”
“예,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는 목재를 구하여 공사를 시작했다. 그는 나무 기둥과 각문마다 조각을 하고 금과 은은 박아 넣었다. 그리고 다른 데도 많은 보석을 박아 장식하여 건물 전체를 장엄했다(장엄:꾸미다). 그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을 때 그와 이름이 꼭 같은 조카가 와서 그에게 청했다.
“삼촌, 이번에 간다꾸띠 공사를 하시는데, 저도 함께 공덕을 지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는 말했다.
“귀여운 조카야, 나는 네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구나. 나는 이번 일만은 어느 누구와도 공덕을 나누어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단다.”
그 후에도 조카는 여러 번 되풀이하여 공덕을 짓게 해달라고 청했지만, 그는 끝내 조카의 청을 거절했다. 그렇지만 간다꾸띠에는 코끼리 외양간도 있어야만 했기 때문에 그는 조카에게 외양간을 짓게 했다. 그의 조카는 그 공덕으로 다음 생을 받을 때 맨다까 지방의 거부의 집에 태어나 재정관이 되었다.
새로 지어진 부처님의 방에는 세 개의 창문이 있었는데 모두가 보석으로 치장되었다. 창문 밑에는 또 세 개의 연못을 만들었고, 그 연못 바닥과 벽도 모두 보석으로 장식하였다. 연못이 완성되자 거기에 네 종류의 향기로운 물을 채웠다. 그리고 연못에 다섯 가지 색깔의 연꽃을 심었다. 또 부처님께서 간다꾸띠 안에 앉으시면 종 모양의 일산이 퍼지면서 붉은 금가루가 뿌려지도록 장치했다. 그것은 마치 바람에 꽃가루가 날리는 것처럼 보였다. 일산의 꼭대기는 산호로 장식되었고, 그 밑으로는 일곱 가지 보석으로 만든 타일이 붙여졌다. 그것은 마치 공작새가 춤을 추듯이 화려했다. 그리고 일곱 가지 보석을 가루로 만들어 사용할 곳에 다 사용한 다음 남은 것은 건물 주위에 쏟아 무릎까지 차게 해두었다.
재가 신자 아짜라지따가 간다꾸띠를 완성시키고 형님을 찾아가 말했다.
“테라님, 간다꾸띠가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부처님께서 그 건물을 사용하시기를 원합니다. 제가 알기에는 부처님께서 그 건물을 사용하시면 제게는 엄청난 공덕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세나 빅쿠는 간다꾸띠로 부처님을 모시고 갔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보석이 박혀 있는 건물을 살펴보시었고, 아빠라지따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어서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서 계시기만 하였고, 그가 세 번이나 요청하자 세나 빅쿠를 돌아보시었다. 그제서야 세나 빅쿠는 부처님께서 자기를 돌아보시는 뜻을 알고 동생을 한쪽으로 불러냈다. 그래서 형의 말을 들은 동생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부처님이시여, 나무 밑에서 잠을 잔 사람이 미련 없이 나무를 떠나듯, 배를 타고 강을 건넌 사람이 미련 없이 배를 버리듯 부처님께서도 아무 걱정 없이 이 간다꾸띠를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그것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라고 사뢰었다. 그 같은 재가 신자 대답을 들으신 다음에야 부처님께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시었다.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왜 새로 지어진 간다꾸띠 앞에서 잠시 망설이셨는가? 아마도 이런 생각이셨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래를 찾아와서 사방에 흩어져 있는 보석을 보게 될 것이고, 그들은 그것을 집어갈 것이다. 그러면 이 건물을 여래에게 헌납한 재가 신자는 신자들이 보석을 다 집어가는 데도 부처님께서 저들을 제지하지 않으신다 하여 여래를 원망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그것이 인과가 되어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빠라지따가
“부처님이시여, 그것은 아무 염려 마십시오. 제가 그것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시었던 것이다.
아빠라지따는 경비원을 세우고 그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누구든지 보석을 두 손에 담아 가거든 말리지 말라. 그러나 숨겨 가지고 가는 사람은 제지해야 한다.”
그는 성 안의 사람에게 알렸다.
“제가 부처님이 머무시는 간다꾸띠 주위에 일곱 가지 보석을 뿌려 놓았습니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떠나실 때 가난한 분들은 그것을 양손 가득히 담아 가십시오. 그리고 부자들도 한 줌씩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그는 부처님을 존경하는 사람은 부처님을 뵙고자 오지만, 부처님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보석 때문에 와서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거기에 와 부처님으로부터 해탈법을 배워 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자 그의 뜻대로 많은 사람들이 간다꾸띠에 와서 부처님의 법문을 들었고, 또 보석도 가지고 갔다. 그리하여 보석이 줄어들면 그는 다시 보석을 무릎이 차도록 채워 놓는 것이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때 부처님께서 나투시는 광명과 보석이 내뿜는 광명이 한데 어우러져서 이루 형용하기 어려운 황홀한 풍경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부처님을 우러러 보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몸에서 나투어지는 광명에 도취되어 건물 주위에 깔려 있는 보석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부처님의 발아래에는 둥글고 큰 보석이 놓여 있어 그 보석에서 부처님을 반사하여 다른 보석에 비칠 때 그 황홀함에 취한 사람들은 보석에 욕심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잘못된 생각을 가진 브라흐민 한 사람이 간다꾸띠에 왔다. 그는 단지 보석을 욕심내어 거기에 온 것이었다. 그는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는 척하고 부처님 발아래 큰 보석을 훔쳐서 감추고 나갔다. 이때 아빠라지따는 그가 불순한 동기로 와서 큰 보석을 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그동안 세 번이나 무릎이 차도록 보석을 채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보석을 가져가는 사람에게 한 번도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브라흐민이 하는 짓을 보고는 제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보석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시었다. 그래서 아빠라지따는 원을 세웠다.
“이후부터는 누구든지 내 재산을 허락없이 가져갈 수 없게 되기를! 비록 그것이 머리카락 하나라 할지라도! 또 화재나 홍수 따위도 내 재산에 손실을 입히지 말기를!”
부처님께서는 그의 그 같은 서원을 증명하시고 축원해 주시었다.
재가 신자 아빠라지따는 간다꾸띠의 개원 및 헌납식을 올리고 모든 빅쿠들을 아홉 달 동안 공양한 다음 회향하는 마지막 날 각 빅쿠들에게 고급 천 3벌, 가사 한 조씩을 헌납했다. 그리하여 그는 그런 엄청난 공양 공덕 때문에 위빠싸 부처님 때로부터 고따마 부처님 때까지 천상에 머물러 있다가 라자가하의 부호이며 재정관인 브라흐민의 아들로 잉태되어 아홉 달 동안 어머니의 태중에 머물렀다.
금생 이야기
어머니의 태중에 있던 전생의 아빠라지따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라자가하의 도시에 있는 모든 쇠붙이, 특히 금은보석들이 일시에 빛을 발산했다. 그래서 시는 번쩍이는 빛으로 가득했다. 그러자 그날 왕실에 들어간 재정관에게 왕이 물었다.
“재정관이여, 오늘 이른 새벽에 모든 군사들의 무기가 번쩍번쩍 광채를 냈고, 도시 전체가 마치 화재라도 난 듯이 번쩍였는데, 그 까닭을 그대는 알고 있소?”
“예, 대왕이시여, 저는 그 까닭을 알고 있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오?”
“그때 제 아들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 아이가 지은 전생의 큰 공덕 때문인가 합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자라 큰 강도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닙니다. 그 애는 매번 태어날 때마다 큰 서원을 세웠고, 태어날 때마다 엄청난 공덕을 짓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를 아주 잘 길러야 할 거요. 그 아이에게 좋은 젖을 주도록 하시오.”
왕은 재정관에게 아이의 우유 값으로 많은 돈을 주었다. 며칠이 지나 아이의 명명일이 되자 부모는 그에게 조띠까(광명)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아이가 태어날 때 광명이 번쩍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조띠까는 성장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신혼살림을 위한 집을 지으려고 인부들이 터를 닦고 있었다. 이때 삭까 천왕은 자기의 의자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그 까닭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조띠까의 집터가 다듬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천왕은 조띠까는 저 사람들이 다듬고 있는 저런 누추한 집에서 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곧 목수로 변신하여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는 조띠까의 집터가 닦여지고 있는 곳에 가서 인부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요?”
“우리는 조띠까 도련님이 살 집터를 다듬고 있소이다.”
“저리 비키시오. 그분은 그런 집에서 살 분이 아니오.”
삭까 천왕은 곧 십 리가 넘는 큰 땅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그 땅은 잘 다듬어져 집 지을 땅으로 손색이 없게 되었다. 그는 그 대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위에 일곱 가지 보석으로 장식된 칠 층 높이의 장엄한 저택이 세워지거라.’
그러자 순식간에 대저택이 솟아올랐다. 그러자 그는 다시 생각했다.
‘이 대저택에 일곱 겹의 성벽이 둘러쳐지거라.’
그러자 역시 성벽이 둘러쳐졌는데, 삭까 천왕은 그 주위에 아름다운 나무를 심고, 저택 안에다 네 개의 큰 항아리를 두어 그 속에 각종 보석과 금은보배를 채웠다. 또, 조띠까의 집 네 귀퉁이에는 야자나무, 몸 둘레만한 황금 기둥, 사탕수수 모양의 기둥들을 세웠고, 수숫대의 잎사귀는 각종 보석으로 꾸몄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사탕수숫대는 그가 전생에 쌓은 공덕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저택의 일곱 대문은 일곱 명의 약카(천상의 거인)가 지켰다. 그 약카들은 각각 일천 명에서 칠천 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문을 지켰다.
이 소식은 빔비사라 왕에게까지 전해졌다. 빔비사라 왕은 조띠까를 불러 재정관에 임명했고, 그 이후로 그는 재정관 조띠까로 알려졌다.
조띠까와 함께 그가 전생에 위대한 공덕을 쌓은 데 노력했던 여인은 그때 웃따라꾸루라는 곳에 태어나 있었다. 그녀는 천상의 힘에 의해 조띠까의 저택 안의 한 전각에 와서 살게 되었다. 그녀는 거기에 올 때 작은 쌀통과 수정 화경(불을 지피는 도구로, 원돌 같은 용도로 쓰임)을 가지고 왔는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가져온 쌀통에서 저절로 나오는 쌀만 가지고도 전 저택 사람들이 먹고도 남는 것이었다. 이 쌀통에서 나오는 쌀은 수백 수레분을 퍼내고도 많이 남았다. 그리고 그들이 밥을 지을 때에도 언제든지 쌀을 솥에 넣고 수정 화경을 올려놓기만 하면 곧 불이 지펴지면서 밥이 알맞게 지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반찬을 만들 때도 그랬다. 또 수정 화경은 밤새 저택 안을 환히 밝혔고, 연기를 내지 않으면서 음식을 잘 익혔다.
조띠까 재정관의 이 같은 특별한 생활은 나라 안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자 지방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조띠까 재정관의 집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러자 조띠까는 쌀통에서 쌀을 퍼내어 수정 화경으로 밥을 지어서 그들을 대접하곤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지 옷이나 보석들은 원하는 만큼 가져가시오.” 그는 또 보석 항아리 하나를 열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그런데도 그의 항아리는 다시 채워졌으며, 마를 줄을 몰랐다. 이것은 조띠까가 과거전생에 위빠싸 부처님을 위해 간다꾸띠를 지어 올린 복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각 지방에서 몰려드는 사람은 끝이 없었다. 심지어는 빔비사라 왕이 조띠까의 집을 구경하려고 해도 사람들 때문에 가지 못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마침내 조띠까의 집도 평온을 되찾는 날이 왔다. 이때에 이르러 빔비사라 왕은 조띠까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 아들의 집을 좀 구경하고 싶소.”
“대왕이시여, 그렇게 하십시오.”
아버지는 아들에게 왕의 뜻을 전했고, 아들은 쾌히 응락했다. 그래서 왕은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조띠까의 대저택을 찾아왔다. 이때 첫째 문을 열어 주는 여종이 매우 아름다웠는데, 도착하는 손님들의 발을 씻어 주기도하고 먼지를 털어주기도 했다. 그녀는 왕이 도착하자 왕을 도우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왕은 그녀가 너무나 아름답고 품위가 있는 것을 느끼고 그녀가 조띠까의 아내인 줄로 착각하여 시중 받기를 사양했다. 그런 일은 그 다음 문에서도, 그 다음 문에서도 꼭 같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일곱 문을 다 지나고 마지막 문을 통과하자 조띠까가 나와서 왕에게 인사하고 말했다.
“자, 대왕이시여, 이리로 오십시오.”
그때 왕의 눈에는 보석으로 뒤덮인 마당이 마치 깊은 골짜기처럼 보였다.
그래서 왕은 이것이 자기를 빠뜨리려는 함정이 아닌가 생각을 하여 쉽사리 발을 옮기지 못했다. 그러자 조띠까가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것은 함정이 아닙니다. 자, 제 뒤를 따라 오십시오.”
왕은 조띠까의 발자국을 뒤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가 제일 높은 층에 올라가 전망을 즐겼다. 이때 빔비사라 왕의 아들인 아자따삿뚜 태자가 부왕을 동행하고 있었다. 그는 저택 내부를 구경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도 한심하군. 재정관 조띠까는 일개 시민 신분으로 이런 장엄한 저택에 살고 있는데, 아버지는 왕이면서도 이보다 못한 집에 살고 있으니. 내가 임금이 되면 조띠까 따위가 이런 호화로운 집에 살지 못하게 뺏어 버리겠다.’
빔비사라 왕 일행이 칠 층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는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왕은 집 주인에게 말했다.
“재정관, 나는 여기서 점심을 먹었으면 하오.”
“염려 마십시오. 제가 준비해 두었습니다.”
왕은 조띠까가 제공하는 열여섯 가지 향수탕에서 목욕을 하고 나서 재정관의 특실에 있는 화려한 의자에 앉았다. 이때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왕에게 손 씻을 물을 보석 대야에 담아 내왔고, 곧 김이 무럭무럭 나는 쌀죽이 황금그릇에 담겨 나왔다. 왕은 그것을 먹으려 했다. 그러자 집주인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그것을 잡숫지 마십시오.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향기를 내는 쌀죽입니다.”
그리고 나서 하인이 황금접시에 음식을 내왔는데, 왕은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얼마만큼 먹고 그만두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왕이 하도 계속 먹어대자 조띠까 재정관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제 그만 드십시오. 그 정도면 되겠습니다. 더 잡수시면 소화 불량에 걸릴 것 같습니다.”
“집 주인이여, 내가 이것을 먹는 게 그리 아까운가?”
“아닙니다. 그것이 아까웠다면 대왕을 수행한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어찌 그 음식을 대접했겠습니까? 다만 대왕께서 그것을 너무 많이 드시고 탈이라도 나면 사람들은 내가 음식에 나쁜 것을 넣어서 탈이 난 것이라고들 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알았소. 내 그만 먹으리다.”
왕은 식사를 마치고 재정관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가 이렇게 물었다.
“재정관, 당신 부인은 왜 문 밖에서 사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 아내는 저택의 맨 안쪽 전각에 있는데요.”
조띠까는 왕이 자기 아내를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여 아내에게 갔다.
“여보, 왕이 오셨소. 그분은 귀한 손님이신데, 당신이 찾아뵙는 것이 도리인 것 같소.”
그러자 그의 아내는 자리에 누운 채 일어나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여보, 왕이라니 그가 누구예요?”
“누구긴 누구요? 그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누구를 다스려요? 그렇다면 우리도 다스린단 말인가요? 만약 누군가가 우리를 다스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과거 전생에도 공덕을 지을 때 뭔가 잘못한 게 있다는 소리에요. 혹시 당신은 전생에 공양을 올리면서 신심 없이 한 게 아니에요? 도대체 내가 왜 왕에게 무얼 해야 한다는 말예요?”
“이 종려나무 부채를 가지고 가서 왕에게 부채질을 해드리시오.”
그래서 조띠까의 아내는 할 수 없이 불려나와 왕에게 부채질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부채질을 하던 조띠까의 아내는 왕의 관복에서 나오는 향냄새 때문에 눈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왕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재정관이여, 여자들은 지혜가 적소. 당신의 아내는 혹 내가 당신의 재산을 몰수하기라도 할까봐 저렇게 눈물을 흘리는구려.”
왕은 자기는 재정관의 재산에 욕심이 없으니 걱정 말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조띠까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제 아내는 그런 생각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왕의 관복에서 나는 향내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그 동안 제 아내는 등불이라든가, 밥 짓는 불같은 것을 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아내는 아주 편하게 먹고 쉬면서 빛이라고는 다만 보석이 내뿜는 광명만을 보았을 뿐입니다. 대왕께서는 등불을 쓰시겠지요. 이제부터는 제가 드리는 이 광명을 불로 생활하도록 하십시오.”
조띠까는 왕에게 찬란한 빛을 내뿜는 머리만큼 큰 보석 하나를 주었다.
그러자 왕은
“조띠까는 실로 엄청난 부자로다!”
하고 집을 떠났다.
자틸라 테라의 금생 이야기
이제는 자틸라 테라의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아득한 옛날 베나레스에 한 부호가 살았는데, 그에게는 아주 예쁜 딸이 있었다. 그의 딸이 열다섯 살이 되면서부터 부호 부부는 딸을 자기 집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좋은 방에만 있게 하고, 여종을 붙여 감시하여 절대로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열린 창 밖으로 경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마술사 하나가 허공을 날아가다가 그녀를 보았다. 마술사는 그녀를 보자마자 사랑을 느꼈고, 곧 창문으로 들어와 서로 사랑을 나눈 뒤에 곧 사라졌다. 그 뒤 부호의 딸은 임신을 했다. 그러자 여종은 처녀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고 당황하여 물었다.
“아가씨, 이게 웬일입니까?”
“너는 상관 말고,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그래서 여종은 아무에게도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열 달이 지나 처녀는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자기의 아들을 함지에 넣어 뚜껑을 닫고 위에 꽃다발을 얹어 여종에게 주면서
“이 함지를 이고 나가 갠지스 강에 띄우거라.”
하였다. 그러면서 만약 이 함지 안에 뭐가 들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거든 맹세를 지키기 위해 아가씨가 올리는 공양물이라고 말하라고 일렀다. 여종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렇게 되어 물 위로 떠내려간 함지는 갠지스 강 하류에서 목욕하던 두 여인에게 발견되었다. 여인들은 함지가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다투어 외쳤다.
“저 함지는 내 거다!”
“그렇다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내 거다!”
두 사람은 곧 함지를 건져 올렸는데, 함지 안에 갓난아기가 들어 있는 것이었다. 두 여인은 서로 이 아이가 자기 것이라고 다투었으며, 끝내 결말을 보지 못하여 판사에게 갔다. 판사는 그 문제를 다루기가 까다롭다고 느껴서 판결을 왕에게 넘겼다. 왕은 함지가 내 것이라고 말한 여인은 함지를, 그 속에 든 것이 내 것이라고 말한 여인은 아기를 차지하라고 판결했다.
아기를 차지한 여인은 마하갓짜야나 테라를 후원하고 있는 불교 신자였다. 그녀는 아기를 데리고 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를 잘 키워서 마하갓짜야나 테라님의 제자로 출가시켜야겠다.”
아기는 그때까지도 태어날 때 엉킨 머리를 감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인은 아기의 머리를 풀어 주려고 했지만 잘 풀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아기는 엉킨 머리라는 뜻인, 자틸라라고 불리워졌다.
시간이 흘러 자틸라는 자라서 걷게 되었다. 이때 마하갓짜야나 테라가 그 여인의 집으로 탁발을 나왔다. 여인은 테라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음식을 받들어 올렸다. 이때 테라가 먼저 아이를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재가 신자여, 사내아이인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 아이를 테라님의 제자로 드렸으면 합니다만.”
“그거 참 좋은 일이오.”
그래서 테라는 아이를 데리고 떠났는데,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는 전생에 지은 대단한 공덕 때문에 나중에 큰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나이가 어리다. 또, 배운 것도 적다.’
이렇게 생각한 테라는 아이를 탁까실라로 데리고 갔다. 탁까실라는 유명한 교육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테라가 아이를 데리고 한 재가 신자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신자가 물었다.
“테라님, 이 아이를 어디서 데려오시는 겁니까?”
“재가 신자여, 이 아이는 장차 출가하게 되어 있소. 그러나 지금은 어린아이에 불과하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이 아이를 그동안만 잘 보살펴 달라고 청하려 하오.”
“잘 알겠습니다.”
이렇게 되어 자틸라는 그 재가 신자 집에 맡겨졌고, 재가 신자는 자틸라를 잘 살펴보았다. 자틸라가 그 집에서 생활한 지도 어언 12년이 흘렀다. 어느 날, 상인인 집 주인은 가게를 보던 중 이웃 마을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그래서 자틸라에게 가게를 맡기면서 각 물건마다 값을 일러주었다. 이때 천상에 머물던 자틸라의 보호신은 시민들로 하여금 자틸라가 보고 있는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게 했다. 그래서 상점 안의 물건은 단숨에 다 팔려 버렸다.
재가 신자가 가게에 돌아와 보니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자틸라에게 물어 보았다.
“얘, 그 많던 물건은 다 잃어버린 거냐?”
“아닙니다. 저는 물건을 가격대로 팔았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자틸라는 물건 판값을 내놓았다. 그러자 재가 신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여기에 값을 정할 수 없는 엄청난 보배가 있구나! 얘야, 너는 어디에 가더라도 큰 부자가 될 것이다.”
재가 신자는 자기 딸이 나이가 차 결혼할 때가 되자 자틸라에게 시집을 보냈다. 그는 사위와 딸이 살 새 집을 지어 그들을 입주시켰다. 그래서 자틸라 부부는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들이 집안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뒷마당이 쩍 갈라지면서 커다란 황금산이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이 소식은 곧 시내에 알려졌고, 왕도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왕은 그를 재정관에 임명하고, 재정관을 상징하는 일산을 그에게 내렸다. 그래서 그 뒤부터 그는 재정관 자틸라로 알려지게 되었다.
재정관 자틸라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다. 세 아들이 모두 성장했을 때 자틸라는 이제 자기는 가정을 떠나 빅쿠가 되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만약에 세상에 자기보다 더 큰 부자가 없으면 왕의 허락을 받아 출가를 하지 못하리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는 하인들을 불러 벽돌 크기의 황금과 황금으로 만든 채찍, 황금으로 된 줄 등을 주면서 이렇게 일렀다.
“너희는 이것을 가지고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나보다 더 재산이 많거나, 적어도 나만큼 재산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아라. 만일 찾았거든 곧 돌아오너라. 내가 큰 상을 내릴 것이다.”
그래서 자틸라의 하인들은 세상 이곳저곳을 헤매었고, 마침내 밧디야 시에 도착했다. 밧디야에는 재정관 멘다까람이라는 사람이 큰 부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자기를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에서 온 누구인가?”
“예, 저희는 별로 특별한 임무를 띤 사람은 아니올시다.”
그러자 재정관 멘다까람은 내심 그들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런 값진 물건을 가지고 다닐 정도면 분명히 까닭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짐짓 자기 집 뒤뜰을 그들에게 구경시켜 주었다. 거기에는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 코끼리, 혹은 말만한 크기의 황금 염소가 가득 쌓여있었다.
“자, 어떤가?”
“우리는 이제 찾던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곧 그곳을 떠나 자틸라의 집에 돌아왔다. 자틸라는 하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는 생각했다.
‘아, 나는 나 말고도 큰 부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보다 더 큰 재산가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하인들에게 황금 수십만 냥이 나가는 담요를 주면서 또 다른 재산가를 찾아보라고 일렀다.
자틸라네 하인들은 라자가하 시에 도착했다. 그들은 조띠까의 집 근처에 머물면서 짐짓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네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요?”
“우리는 값비싼 담요 한 장을 가지고 있소. 그런데 값이 너무나도 비싸서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구려. 이 담요를 가지고 있다가는 혹 강도라도 만날까봐 우리는 지금 모닥불을 피워 이것을 태워 버리고 여행을 계속하려는 거라오.”
이 이야기는 곧 재정관 조띠까에게 전해졌고, 조띠까는 그들을 불러들였다.
“그 담요 값이 얼만가?”
“황금 십만 냥입니다.”
조띠까는 곧 황금 십만 냥을 주고 그것을 사더니 대문을 청소하는 여종에게 갖다 주라고 일렀다. 그러자 여종은 울음을 터뜨리며 주인을 찾아와서 이렇게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주인님, 만일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면 매를 때려 주십시오. 왜 제게 이렇게 보잘 것 없고 거친 담요를 내리시는 겁니까? 이런 물건을 어떻게 쓰라는 겁니까?”
조띠까가 말했다.
“상심하지 말아라. 내가 그걸 네게 준 것은 덮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침상 아래에 놓아두었다가 내가 향수로 목욕을 하고 났을 때 발을 닦아 달라는 것이다. 어떠냐? 그런 용도라면 꽤 쓸만한 물건이겠지?”
“예, 그런 용도라면 좋을 듯합니다.”
이런 충격적인 장면을 본 자틸라네 집 하인들은 주인에게 돌아왔다. 주인이 물었다.
“어떠냐? 나만한 부자가 있더냐?”
“주인님의 재산은 얼마 정도입니까? 저 라자가하의 거부 조띠까 재정관의 재산은 너무나도 엄청나서 실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들은 주인에게 자기들이 본 것을 모두 전했다. 그러자 자틸라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그는 말했다.
“이제야 나는 왕의 허락을 받아 빅쿠가 될 수 있겠구나.”
그는 곧 왕궁에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저는 출가하여 빅쿠가 되고 싶습니다.”
“좋소, 재정관이여, 당신의 뜻대로 빅쿠가 되시오.”
그렇게 왕의 허락을 받은 자틸라는 아들을 불러 모았다.
“큰아들아, 너는 뒤뜰에 있는 황금 산에 가서 네가 필요한 만큼만 황금을 파서 가지거라.”
그래서 그의 큰 아들은 황금 삽을 가지고 가서 황금 산을 찍어내려 했다.
그런데 황금 산은 웬일인지 바위처럼 단단하여 조금도 파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틸라는 둘째 아들에게 그 황금 산을 파라고 일렀다. 그랬지만 결과는 큰 아들과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막내아들의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막내아들이 황금 산을 찍자 황금은 흙더미처럼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자틸라는 아들들에게 말했다.
“이리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가르쳐 주겠다. 이 재산은 너희 두 아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나와 막내아들의 복덕으로 생긴 것이다. 그러니 너희 둘은 막내와 사이좋게 지내면서 이 재산을 가지고 인생을 즐기도록 하여라.”
그러면 왜 그 황금산은 오직 아버지와 막내아들에게만 허용되는 재산이었던 것일까? 그들만이 전생에 큰 공덕을 지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전생 이야기
과거 까싸빠 부처님의 사리탑을 세우고 있을 때였다. 한 아라한이 공사장에 와서 물었다.
“신자님들, 왜 탑 북쪽 편의 공사를 끝내지 못했습니까?”
“황금이 부족해서입니다.”
그러자 아라한이 말했다.
“그런 문제라면 염려 마십시오. 내가 마을에 내려가서 사람들에게 시주를 권할 테니까요.”
아라한은 마을에 내려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남선녀 여러분! 까싸빠 부처님의 사리탑을 완성시키려는데 황금이 부족합니다. 모두들 황금이 있으면 헌납해 주십시오.”
아라한은 그 다음으로 사리탑을 조성하고 있는 금 세공사에게 찾아갔다. 이때 금 세공사는 자기 아내와 다투고 있었는데, 아라한이 그에게
“아직 까싸빠 부처님의 사리탑 북쪽 편 공사가 황금의 부족으로 끝나지 못하고 있소. 이것은 당신도 알고 있어야 할 거요.”
하고 말하자, 아내와 다투어 잔뜩 화가 나 있던 세공사는 말했다.
“당신네의 그 부처님인가 뭔가 하는 건물 속에나 던져 버리시오!”
그러자 그의 아내가 깜짝 놀라서 남편을 나무랐다.
“여보, 당신은 지금 큰 죄를 지었소. 나 때문에 화가 났다면 나를 때리든지 꾸짖든지 하실 것이지 왜 엉뚱하게 부처님과 아라한에게 화풀이를 한단 말예요?”
그 말을 듣고 금세공사는 금방 자책감으로 얼굴이 벌개졌다. 그는 곧 아라한의 발밑에 이마를 대고 사죄햇다.
“테라님,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아라한이 대답했다.
“당신의 잘못은 나에게 용서를 받을 것이 아니라 부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아야 할 것이오.”
금 세공사는 초조해서 물었다.
“부처님의 용서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금 세공사여, 세 단지의 황금꽃을 만들어 사리탑에 안치하시오. 그런 다음 당신의 옷과 머리에 물을 끼얹고 그 앞에 나아가 참회하시오.”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금 세공사는 황금으로 꽃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는 먼저 큰 아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얘야, 이리 오너라. 내가 어리석은 마음으로 부처님께 폭언을 했는데 그 일을 참회하기 위해 나는 황금꽃을 만들게 되었다. 이것이 완성되면 나는 이것을 사리탑 안에 안치하고 부처님께 참회하련다. 나는 네가 이 일을 돕기를, 그리고 나와 함께 거기 가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큰아들은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는 대답했다.
“아버지, 제가 아버님으로 하여금 폭언을 하시게 한 건 아니잖습니까? 아버지 혼자 하시도록 하세요.”
그래서 금 세공사는 이번에는 둘째아들에게 부탁해 보았다. 그러나 둘째아들도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으로 막내아들을 불러서 부탁했다. 그러자 막내아들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들 된 도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꽃을 만들었고, 그것이 완성되자 아버지를 도와 황금꽃을 부처님의 사리탑 안에 안치했다.
금생 이야기
그때의 금 세공사가 바로 자틸라였다. 자틸라는 그때 부처님을 모욕했기 때문에 일곱 생을 계속 물 속에 던져지게 되었고, 이번 생에도 자기 어머니에 의해서 갠지스강에 버려졌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부처님의 사리탑 안에 정성스럽게 꽃을 세공하여 올렸던 공덕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두 아들은 전생에 그를 도와 꽃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산더미 같은 아버지의 황금이 자기들의 소유가 되지 못했고, 막내아들은 아버지를 도와 착한 행위를 한 공덕으로 그 황금산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틸라는 아들들에게 좋은 충고를 남기고 부처님의 길을 따라 빅쿠가 되었다. 그리고 며칠 내에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였다.
얼마 뒤 부처님께서는 오백 명의 빅쿠들을 거느리시고 자틸라의 아들 집 앞에 멈추시었다. 그러자 자틸라의 아들들은 보름 동안 부처님을 비롯한 빅쿠들에게 매일 같이 음식 공양을 올렸고, 기타 필요한 것들도 바쳤다. 그 공양이 있을 마지막 날 빅쿠들은 자틸라 빅쿠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틸라 빅쿠 형제여, 이제 보니 당신은 대단한 재산가였소 그려. 그런데 지금은 어떻소? 저 산더미 같은 황금과 아들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소유욕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러자 자틸라 빅쿠가 대답했다.
“빅쿠들이여, 내게는 그런 욕망이 없습니다. 나는 재산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나 자만심이 없습니다.”
그러자 빅쿠들은 자틸라 빅쿠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여 부처님께 자기들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빅쿠들이여, 자틸라의 말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니라. 나의 아들 자틸라는 그런 것들을 그리워하지도 않으며 자만하지도 않으니라.”
아자따삿뚜가 조띠까의 저택을 공격하다
나중에 빔비사라 왕의 아들 아자따삿뚜는 데와닷따의 충동을 받아 신심이 돈독하고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한 부왕 빔비사라를 폐위시키고 옥에 가두어 굶겨 죽이려 했다. 이때 왕비는 지극한 정성으로 왕을 도와 생명을 유지시켰는데, 아자따삿뚜 왕은 자기의 아들을 얻게 되자 부모가 된 기쁨과 함께 자기 부모에 대한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고 아버지를 감옥에서 석방시키려했다. 그런데 빔비사라 왕은 아들로 하여금 아버지를 살해하는 악업을 짓지 않게 하기 위하여 감옥에서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아자따삿뚜 왕은 왕이 된 뒤 태자 시절 생각했던 대로 조띠까의 저택을 차지하려고 무장한 군대를 이끌고 궁성을 떠났다. 그러나 보석으로 빛나는 성곽을 지키고 있는 조띠까의 병사들(천신이 지키는 군대)을 보고는 감히 접근을 못하고 있었다.
이때 재정관 조띠까는 재일을 지키기 위해 아침 식사를 일찍 마치고 웰루와나 수도원에 가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엇다. 한편 조띠까의 저택의 첫 번째 문을 약카 야미꼴리가 부하들과 함께 지키고 있었는데, 약카는 아자따삿뚜에게 외쳤다.
“대왕이시여, 어디 가시오?”
그러자 아자따삿뚜와 그의 군사들은 놀라 도망치기 시작햇다. 약카는 그들을 뒤쫓아 병사들을 사방으로 흩어 버렸는데, 이에 당황한 아자따삿뚜는 급히 피한다는 게 그만 웰루와나 수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조띠까는 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물었다.
“대왕이시여,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재정관이여, 그대의 군대로 하여금 내 군대와 싸우라고 명령해 놓고서 어째 태연하게 여기 와서 설법을 듣고 있는 체한단 말인가?”
조띠까가 물었다.
“그렇다면 대왕께서는 제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군대를 동원하셨단 말씀이시군요.”
“그렇소.”
“대왕이시여, 하지만 일천 나라의 왕들이 다 몰려온다고 해도 제 재산을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아자따삿뚜 왕은 화를 냈다.
“그건 그대가 내 대신 왕이 되겠다는 뜻인가?”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제 말씀은 어느 왕이나 큰 도적이라 할지라도 제 뜻에 의하지 않고서는 제 재산 중의 적은 실오라기 하나도 축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그대의 뜻에 따라 그대의 저택을 가지겠노라.”
“좋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이렇게 한 번 해보시지요. 대왕이시여, 제 열손가락에는 지금 스무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대왕께 드리지 않을 생각인데, 한번 대왕께서 빼 보시지요.”
그래서 왕은 있는 힘을 다해서 반지를 당기며 몸을 무려 80자나 솟구쳤다. 그런 다음 다시 더 높은 허공으로 몸을 솟구치면서 반지를 빼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그렇지만 반지는 조띠까 재정관의 손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때 조띠까가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제 대왕의 두 손바닥을 제 앞에 펴보십시오.”
왕이 손바닥을 펴자 조띠까는 자기도 손가락을 바르게 폈고, 그제서야 스무 개의 반지가 스르르 빠져나왔다.
조띠까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제 뜻을 거슬러서 제 재산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은 바로 이렇습니다.”
그렇지만 조띠까는 왕의 심기가 불편한 것을 알고 마음이 편안치 못했다. 그는 이제 자기에게 인연이 다가온 것을 느끼고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저로 하여금 세상을 떠나 빅쿠가 되게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왕은 조띠까가 빅쿠가 되면 조띠까의 저택을 차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그의 청을 허락했다. 그리하여 조띠까는 곧 세속을 떠나 부처님의 빅쿠 제자가 되었으며, 머지 않아 아라핫따 팔라를 이루었다. 그 후부터 그는 조띠까 테라로 불리었다. 그런데 조띠까 테라가 아라한이 되는 순간 그의 엄청났던 재산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천인들이 그의 재산을 거두어가서 그의 아내인 사뚤라까이에게 주어 버렸던 것이다.
어느 날 빅쿠들이 조띠까 테라에게 물었다.
“조띠까 테라여, 과거에 아내와 함께 살던 대저택에서의 생활에 대해 그리운 마음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빅쿠 형제들이여, 나에게는 그때에 대한 그리움이 없습니다.”
그러자 빅쿠들은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여 부처님께 자기들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빅쿠들이여, 그의 말은 사실이니라. 나의 아들 조띠까와 자틸라는 재물을 조금도 그리워하지 않으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세상의 모든 욕망을 포기하고
집을 떠나 빅쿠가 되어
욕망의 뿌리를 완전히 파괴해 버린 사람
나는 그를 브라흐마나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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