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온 날 밤 누가 초인종을 눌러 나가보니
아랫층에 새로 이사올 사람이라며 그리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
여자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랫층에 전세로 들어오는데
도배와 장판 그리고 싱크대 화장실 수리등등
집수리를 하다보니 화장실 천장에 물이 새더란다.
원래 아랫층 사시던 주인들은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와
50대 부부였는데 거실 화장실은 할머니가 사용하시다 보니
아마도 천장에서 물이 새는 걸 모르셨나보다.
수리하다 물이 스민 걸 알고 우리집을 몇 차례 들렀으나
만날 수 없어 그냥 화장실 천장에 벽지를 발랐단다.
그러나 역시 물이 스며든다며 이야기를 하길래
알았다며 바로 우리 화장실을 수리하여 방수 처리하고
아랫층 화장실 벽지도 새로 도배하여주겠다고 돌려 보냈다.
사실 작년에 우리집도 윗층에서 화장실로 물이 새서
주인에게 몇 번 이야기를 하였는데 연구원들에게 세를 주고
자기는 주택에 사는 꽤나 부자인 그 아저씨는 차일피일 미루며
무척 애를 먹이고 결국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는 증명을 하기 위해
업자들을 여러차례 데리고 우리집 화장실 천장을 들여다보고
아여튼 무척 속을 썪였었다.
결국 동네에서 나를 보면 눈길을 멀리 피하기까지 하며
다니더니 작년 11월 초 하나로마트에서 마주치자 나를 불렀다.
사람에게 신뢰가 무너지면 말도 하기 슳은 법인데
"자매님 제가 지금 병원에 있어서 그러는데 11월 말까지 꼭 해드릴께요"
하길래 건성으로 아 괞찮아요 이제 뭐 그냥 대충 살지요..하고 지나쳤었다.
그러고 한 달쯤이나 지났을라나 통로 반장을 하기에
재산세나 자동차세 고지서가 나오면 일일히 집집마다 방문해서 전해주고
확인까지 받아야 하는데 위층 세입자들에게 고지서를 전해주러 갔더니
그 아저씨가 돌아가셨단다...ㅠㅠ
그 후 백사는 만약 우리 아랫층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우리가 해줘야 할 형편이면
지체말고 그날로 해주라는 말까지 했었다.
우리집은 아직 화장실 천장과 작은방 벽에 물에 젖은 흔적이 그래도인데.........
나는 아랫층 여자가 왔다가 다음 날 아파트 상가에 있는 인테리어 업자를 만나
다음 날로 수리에 들어갈 것을 부탁했다.
좀 더 알아보고 돌아다니면 조금은 적은 돈을 들여 고칠 수 있겠지만
윗층 아저씨에게서 받은 실망감때문에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창 더운 날씨에 안방과 거실 화장실을 전부 수리했다.
타일을 다 뜯고 바닥도 아주 다 파내어서 단단히 방수를 하고
요즘 유행하는 타일과 해바라기 샤워기와 까끔한 천장....
인테리아 업자는 믿고 맡기는 나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고
신발장과 현관 바닥도 교체하고 전등도 다 밝은 것으로 갈고
청소하랴 정리하랴 찜통더위에 땀을 얼마나 흘려는지.......
물론 아랫층도 더 좋은 실크벽지로 새로 갈아 붙여주기로 하고
열쇠를 갖고 오라며 연락을 하니 불이나케 달려와서 우리집 수리한 걸 보더니
자기네 화장실 천장도 우리처럼 돔으로 해달란다.ㅎㅎ
내가 어이가 없어서 윗층에서 누수가 되어 아랫층을 수리해줄 의무는 있는데
원상태로 해주는 것이지 새로 더 좋게 해주는 게 아니라고 하니
여자가 머쓱한지 고개를 못든다.
사실 우리집 화장실 천장을 뜯고 보니 윗층에서의 누수 문제로
아랫층까지 벽을 타고 아랫층까지 누수가 되는 걸 기술자분들이 알려줬었다.
우리 윗층 이야기도 해주고 사람이 입장 바꿔 생각하며 살아야지
자기 입장만 내세우면 안된다고 하자 그제서야 고맙다며 돌아간다.
그러나 어쨋건 우리집 현관 신발장과 화장실은 3일만에 호텔처럼 변했다.
고쳐주되 돈 많이 들게 하지 말라며 남편인 백사가 신신당부 했는데
갑자기 하느라 예상하지 못한 돈이 들었지만
아랫층 덕분에 어쨋든 기분은 좋다.
혹시 이런 공사 하실 분은 이분들이 전국 어디나 다 간다니
제게 연락 하세요.아주아주 맘에 들게 잘 했거든요.ㅎㅎ
첫댓글 ㅎㅎㅎ 잘하셨어요 서향님...올가을은 더욱풍요롭게 행복하시길...
지향님도 풍성한 가을 맞이하세요.
넉넉한 마음을 가지신 서향님 호텔 같은 화장실과 행복하세요*^^* 화장실 수리 할때 꼭 연락 하겟습니다.
^^ 네 ~~ 세상엔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상황들이 많더군요. 시간 지나면 다 알아질텐데... 늘 행복함이 가득 묻어나는 공간 되소서...^^*
잘 읽었습니다
작은 변화가 일상을 활기있기 하지요? 멋지게 변화된 공간에서 즐거움을 만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