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을 때 '파리 오르세 미술관전(展)'이 열리고 있다.
십 수년 전, 프랑스 여행 중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을 관람한 아름다운 기억이 떠올라,
서재에 꽂힌 그때의 자료를 뒤적거려 오르세 미술관의 역사를 여기 정리해 본다.
오르세 역은 1900년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당시 최고 기술을 집약해 지은
초호화 기차역이었다. 하지만 1939년 문을 닫게 된 이후 방치되었다가 1979년
미술관 형태로 내부를 변경, 1986년 오르세 미술관으로 정식 개관하여 지금까지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신, 전화는 고사하고 신문조차도 귀하던 시절, 박람회는 일반인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또 당시 많은 국가는 자국의 국력을 과시하고자
경쟁적으로 박람회를 유치하였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는 공전의 히트작이었고,
박람회의 메인 상징물이던 에펠 탑은 지금까지도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다.
원래 오르세 역 자리는 혁명 때 불타버린 프랑스 관공서 대지였다.
당시 프랑스 정부로부터 토지를 양도받은 오를레앙 철도회사가 박람회에 맞추어 기차역을
지으려 했으나 도심지 한복판에 매연을 내뿜는 기차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파리 시민들이
엄청나게 반대를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당시 현상설계공모전에서 당선된 계획안은
역사라기보다는 호화롭기 그지없는 하나의 예술적인 건축물이었다. 게다가 100여 개 객실의
호텔까지도 같이 계획된 오늘날의 복합민자역사와 같은 기념비적 건축물이었다.
이곳에는 매연을 내뿜는 증기기관차가 아닌 세련된 전기기관차만이 운행되었으며,
웅장한 상들리에 전등, 최신 승객용 엘리베이터 등 최고급 자재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최고의 기차역이었다.
그런데 오르세 역은 지나치게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즉 화려하고 최첨단 기능이 집약된 아름다운 철도역사지만 도심지 한복판에 세워진
역사기에 플랫폼 길이가 짧다는 약점은 치명적이었다.
점진적으로 도입되던 길이가 긴 열차, 즉 수송 인원이 많은 열차를 오르세 역은 수용하지 못했다.
세상의 운수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그 운명이 바뀐 것은 지구반대편 한국의 서대문
정거장만이 아니었다. 1939년 이후 오르세 역에서는 더 이상 기차가 운행되지 아니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잠시 우체국과 영화촬영장으로 쓰이다가 1973년에는
호텔마저 문을 닫으면서 오르세 역도 그 운명이 다할 것 같았다.
그런데 프랑스인이 사랑하는 세계적인 예술가 피카소가 생을 마감한 이후 예기치 못할 일이
발생했다. 1974년 피카소의 후손들은 엄청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이 위대한 화가의
그림들을 해외로 팔게 된 것이다.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프랑스 정부는 미술작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했다.
그러자 워낙 예술가들이 많은 프랑스였기에 당연하게도 상속세를 내야 할 예술가의 후손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물려받은 대작들을 자진해서 성실하게 납부했던 모양이다.
그 결과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이러한 최고의 작품들을 전시는 고사하고
보관할 곳조차 부족하게 된 것이다.
기차역 특유의 구조인 오르세 역이 미술관으로는 무용지물이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으로서의 위치가 너무나도 최적이었기 때문에 이들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역사를 고쳐서 미술관으로 사용하자는 이야기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루한 공방 끝에 1978년 프랑스 정부는 오르세 역을 헐지 않고 역사기념물로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1979년 오르세 역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현상설계 공모의 결과,
기존 철도역사와 호텔의 옛 모습을 살리는 안이 선정됐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시 결정은 참으로 현명했다. 커다란 천장은 오히려 햇빛을
자연스럽게 미술관 내부로 유입하여 최적의 관람환경을 만들었다.
열차를 기다리던 플랫폼 영역은 특유의 크고 넓은 공간의 특성상 대형 미술작품 전시에
안성맞춤이었을 뿐 아니라 미술관 전체 공간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특히 벽면의 거대한 구조물은 다른 어떠한 미술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운
또 하나의 광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1986년 개관한 오르세 미술관은 지금까지도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함께
파리 3대 미술관으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근대 미술품이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이 미술관은 역사적인 예술품을 관람한다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있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고 행복한 시간 되셔요
저는 어릴 학창시절 자주 찾던 곳이라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이시길~
한번가보고 싶네요
관람도 하시고 명상코너도 있고 친구분과 차도 마실 공간, 거닐 산책로도 있어
꽤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