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손...'독일판 다 빈치' 알브레히트 뒤러
"기도하는 손"
누구나 한 번 이상 본 적이 있는
유명한 그림이죠.
"사도의 기도하는 손
The Praying Hands of the Apostle (Praying Hands)",
by Albrecht Dürer, 1508
15세기 말~16세기 초에 활동한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그림인데요.
그런데 이 그림은 사실 미완성 작품이에요.
교회를 장식할 그림의 사전 스케치로
그렸던 것으로, 도중에 계획이 틀어지면서
미완성인 채로 남게 된 스케치인데,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가 되었네요.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
Self-Portrait with Fur-Trimmed Robe (at 28)",
by Albrecht Dürer, 1500
14세기에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르네상스가 알프스 산맥을 넘어
북유럽으로까지 확산된 건
100년도 더 지난 15세기 후반부터였어요.
알프스 산맥을 넘는 데 100년이 걸리다니ㄷㄷ
어제 뉴욕에서 뜬 트렌드를
다음날 한국 거리에서도 볼 수 있는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느린;;;
르네상스 양식이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도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알브레히트 뒤러입니다~!
흔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가리켜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하잖아요.
이탈리아에 다 빈치가 있었다면,
독일에는 알브레히트 뒤러가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뒤러는 '독일판 다 빈치'ㅇㅇ
"Christ and the Adulteress (Christus und die Ehebrecherin)",
by Georg Vischer, 1637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요한복음의, 간음하다 걸려 잡혀온 여인과
그녀를 용서해주는 예수의 이야기를 담은
게오르그 피셔의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
그림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잘 보시면,
저 위에 올린 뒤러의 자화상과 얼굴이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거예요.
네~ 피셔는 뒤러의 자화상 속 얼굴을
그리스도의 얼굴로 자신의 그림에
그대로 가져다 그린 거죠ㄷㄷ
서양에서는 6세기 경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초상화법"이라고 해서
그리스도의 초상화를 그릴 때
얼굴을 정면으로 그리면서
완벽한 좌우대칭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이어져 왔는데, 초상화에서 인물의 얼굴이
정면을 향하게 하고 주변/배경은 어둡게
표현함으로써 신성함을 강조하는 방식은
그리스도의 초상화를 그릴 때만
주로 썼던 방식이었거든요.
왼쪽: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
오른쪽: 게오르그 피셔의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
그런데 뒤러는 대담하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그리스도를 그리는 방식을 썼던 거죠ㄷㄷ
뒤러의 자신감, 자부심, 자기애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이 자화상 하나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훗날, 이 방식을 충실히 따라 그린
뒤러의 자화상을 본 피셔가
아예 그리스도의 얼굴로 복붙ㅇㅇ
훗날, 이 방식을 충실히 따라 그린
뒤러의 자화상을 본 피셔가
아예 그리스도의 얼굴로 복붙ㅇㅇ
"Self-Portrait (at 13)", by Albrecht Dürer, 1484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ürer,
1471~1528)도 다 빈치처럼
다재다능 먼치킨 천재적 인간형이었어요.
13세에 저런 자화상을 그려낼 정도로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은,
(본인도 자기가 천재라는 걸 일찍부터 자각함)
뒤러는 화가 겸 판화가 겸 수학자 겸
미술 이론가로 활동하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의 르네상스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엉겅퀴를 든 자화상 Self-Portrait (at 21)",
by Albrecht Dürer, 1493 ⓒ Musee du Louvre, Paris
특히, 뒤러는 자화상을 하나의 독립된
예술 양식으로 확립한 화가로 유명해요.
'자화상의 아버지'
그전까지만 해도 '화가의 자화상'이라고 하면
모델을 살 돈이 없는 화가가 대신 자신을
모델로 해서 그리는 것쯤으로 여겨졌었거든요.
그의 일련의 자화상들에서 보시는 것처럼,
뒤러는 다양한 연출로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에고와 자신감, 자기애와 함께
자신의 천재성을 과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거죠ㄷㄷ
"Self-Portrait (at 26)", by Albrecht Dürer, 1498
구스타프 클림트가 금박 장식과 금색 물감을
다루는 데 특화되었던 게 금세공 장인이었던
부친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뒤러의 부친도 금세공 장인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공방에서
세공기술을 배운 뒤러는
판화 부분에서 특히 최고의 경지에
오르게 됩니다.
"Head of an Old Man", by Albrecht Dürer, 1521
뒤러의 또 다른 미술사적 업적을 꼽으라면
당연히 '판화가'로서 그가 이룬 성취가 되겠죠~!
서양의 미술사에서 역대 가장 뛰어난
판화가로 손꼽힐 만큼 굉장히 섬세하면서
복잡하고 아름다운 판화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초대형 프로젝트였던
"개선문"을 비롯해 "요한계시록" 시리즈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요한계시록 Apocalipsis cum figuris
(Apocalypse with Pictures)"는
요한계시록의 내용을 담은 15점의
판화로 구성된 작품집으로,
뒤러를 천재 예술가의 반열로 떡상시킴.
"Apocalypse with Pictures", by Albrecht Dürer ⓒ Metropolitan Museum of Art
ⓞ Title page "Apocalypse" to the edition of 1511
① The martyrdom of St. John, from the Apocalypse
② St. John's vision of the seven candlesticks, from the Apocalypse
③ St. John kneeling before Christ and the twenty-four elders
"Apocalypse with Pictures", by Albrecht Dürer ⓒ Metropolitan Museum of Art
④ The 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
⑤ The opening of the fifth and sixth seals
⑥ Four angels holding back the winds, and the marking of the elect
⑦ The adoration of the lamb, from the Apocalypse
"Apocalypse with Pictures", by Albrecht Dürer ⓒ Metropolitan Museum of Art
⑧ The opening of the seventh seal and the eagle crying 'Woe'
⑨ The four angels of Death, from the Apocalypse
⑩ St. John eating the book, from the Apocalypse
⑪ The woman of the Apocalypse and the seven-headed dragon
"Apocalypse with Pictures", by Albrecht Dürer ⓒ Metropolitan Museum of Art
⑫ Saint Michael fighting with the dragon, from the Apocalypse
⑬ The Whore of Babylon, from the Apocalypse
⑭ The beast with the lamb's horns and the beast with seven heads
⑮ The angel with the key of the bottomless pit
(알브레히트 뒤러의 "요한계시록 Apocalypse"
판화 시리즈 작품 이미지 출처: metmuseum.org)
"The Little Owl", by Albrecht Dürer
그런데 뒤러의 작품들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들은
동물과 식물들을 그린 수채화 소품들이에요
꺄~ 올빼미 그림 완전 취저>
"The Little Owl", by Albrecht Dürer, 1508
"어린 토끼 Young Hare", by Albrecht Dürer, 수채화, 1502
500년도 더 전에 그려진
이 수채화 그림들이 지금까지도
어린이들의 그림 교본이나
초등학생용 미술 교과서에
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놀랍지 않나요?!!!
"Great Piece of Turf (Grande Touffe d'herbes)", by Albrecht Dürer, 1503
"The Piece of Turf with the Columbine",
by Albrecht Dürer, 1526
뒤러의 작품마다 이런 기호가 보이실 텐데요.
알브레히트 뒤러의 이름의 A와 D를 이용해
만든 서명이에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서명
요즘에는 이런 스타일의 브랜드 로고가
흔하디 흔하지만, 500년 전에
이런 타이틀 로고를 개발할 생각을 하다니ㄷㄷ
천재오브천재ㅇㅈ
"Hand Study with Bible", by Albrecht Dürer, 1506
"기도하는 손"의 원래 제목이
"사도의 기도하는 손"이어서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나란히
놓고 천천히 암송을 했는데요.
그리스도께서 기도하는 법을
직접 알려주신 마태복음의 '주기도문'은
암송할 때마다 늘 겸손함과 초심을
다시 갖추도록 환기시켜 주는 것 같아요.
[출처] <오늘의 성경> 기도하는 손...'독일판 다 빈치' 알브레히트 뒤러|작성자 피나 PINA